무인도 (양장본 Hardcover)

무인도 (양장본 Hardcover)

$18.69
Description
미술가 강홍구는 디지털 사진을 매체로 재개발 구역과 도시 공간 등에 관한 다양한 작업을 해 왔다. ‘무인도’ 연작에서 작가는 십 년 동안 찍어 온 고향 신안군의 무인도 사진들 위에 아크릴로 여러 대상을 그려 넣었다. 이번에 출간된 『무인도』는 그중 40점을 골라 그에 알맞은 글과 함께 엮은 그림 산문집이다. 이 책에는 무인도란 눈앞의 현실이자 몽상의 대상이라는 메시지 아래, 그의 작업 세계에 바탕이 된 이야기와 어린 시절 섬에서 보낸 추억들이 곳곳에 자리잡고 있다. 먼저 나오는 에세이 ‘무인도-글’에서는 작가의 경험과 사유를 솔직하고 생생하게 담아낸 글들을 실었고, 각 글 끝에 해당 작품을 흑백으로 작게 넣어 일종의 섬네일 기능을 하도록 했다. 컬러 화보는 ‘무인도-작품’에 별도로 모아 배치하여 글에서 작품으로, 작품에서 글로 독자가 ’이동’하는 낯선 읽기를 유도한다.
한편, ‘무인도’ 연작은 아니지만 작가가 직접 그린 〈신안전도〉를 수록하고 섬이 위치한 지리 정보를 밝힘으로써 이 무인도들이 꿈의 장소이자 동시에 현실에 존재하는 공간임을 암시한다.
저자

강홍구

저자:강홍구
1956년전남신안군지도읍어의도에서태어났다.목포교육대학을졸업하고육년동안섬에서초등학교교사생활을하다가그만두고,홍익대학교회화과와동대학교대학원회화과를졸업했다.디지털사진을매체로재개발구역과도시공간,고향인신안군등에관한다양한작업을해오고있다.삼성미술관플라토,원앤제이갤러리,고은사진미술관,은평역사한옥박물관,사비나미술관,서울시립미술아카이브등에서개인전을열었고,광주비엔날레를비롯한단체전에참가했다.2006년한국문화예술위원회올해의예술가상,2008년동강사진상을수상했고,부산고은사진미술관관장을역임했다.국립현대미술관,삼성리움미술관,서울시립미술관,우민아트센터,고은사진미술관,전남도립미술관,대구미술관등에작품이소장되어있다.저서로『미술관밖에서만나는미술이야기』『디카를들고어슬렁』『시시한것들의아름다움:20년후』『아틀리에탐험기』,작품집으로『사람의집-프로세믹스부산』『집,꽃,마을-은평뉴타운에대한어떤기록』『신안바다』등이있다.

목차


책머리에

무인도-글
구렁이섬의황금
바다와나비
황포돛배
배추의기억
수선화섬
바다의색깔
등잔불에서전깃불까지
장날의봉화
갯메꽃과칠면초
함박눈소리
찔레꽃과소풍
무가뽑힌자리
짜장면과식빵
지게의역사
말린생선,혹은장소맞춤설치미술
어머니와함께
매화와단원
그림의시작
연필이라는뼈
하모니카와바이올린
꽃밭에서
독서하는소녀와이승복
빨래말리기좋은날
노근란의뿌리
무인도의꿈과현실사이에서
풍금소리
바위섬위의니케상
피아노를새로만나다
종이비행기와물감옥
바위섬위의롱샹성당
사람의집
사진,B급작가의시작
사진이라는매체
가거도의숲에서
섬들은죄가없다
작가로살아남기
마을들이사라진다
어린왕자의마지막
수화의별
서른다섯번의이사

무인도-작품

수록작품목록

출판사 서평


미술가강홍구는디지털사진을매체로재개발구역과도시공간,작가의고향인전라남도신안군등에관한다양한작업을해왔다.신안군에는1,025개의섬이있고,변화가있기는하지만그중953곳이무인도다.작가는2005년무렵부터약이십년동안신안군의수많은무인도사진을찍어왔다.‘무인도’연작은그사진들위에아크릴로여러대상을그려넣은것으로,2022년부터시작되어현재까지약150점이제작되었다.이번에출간된『무인도』는그중40점을골라그에알맞은글과함께엮은그림산문집으로,그의작업세계에바탕이된이야기와추억을엿볼수있다.
무인도위에는짜장면,빨랫감,연필,눈사람등의뜻밖의대상들이비현실적으로섬에비해큼직하게놓여있다.이들은강홍구에게‘꿈의장소’인무인도에관한몽상적표현일뿐아니라그가세상을살아온경험과욕망,때로는마음속깊이자리한무의식의발현이기도하다.무인도란눈앞의현실이자몽상의대상이라는메시지가책곳곳에자리잡고있으며,이는‘무인도’연작과글모두에서드러난다.섬소년의성장기부터대학과교직생활중겪었던일,미술가가되기까지의궤적,세상과미술계에던지는사유와목소리등이솔직담백하고생생하게기록되어있어,그가들려주는꿈같은이야기속으로점차빠져들게된다.

섬소년,기억속무인도를오가며
책을펼치면,글과그림이함께흐르지않고서로분리되어있는것을발견하게된다.먼저에세이에해당하는‘무인도?글’이나오는데,각글끝에일종의섬네일처럼해당작품을흑백으로작게넣고그아래원색도판이인쇄된페이지번호를표시했다.컬러화보를‘무인도?작품’으로모아뒤쪽에별도배치한이러한방식은,글에서작품으로,작품에서글로독자가‘이동’해가야만하는낯선읽기를유도한다.다소번거로운이같은독서행위를통해,독자들은책이라는물성안에서작가가신안바다의이섬저섬을오갔던거리,대상들을찍었을때의시간을간접적으로나마감각할수있게된다.마치납작한지면위에삼차원의무인도가펼쳐지고작가가풀어내는풍성한이야기에접속되듯이말이다.더불어,‘무인도’연작은아니지만작가가직접그린〈신안전도〉를함께수록하고‘작품목록’에섬이위치한지리정보를밝힘으로써,이무인도들이꿈의장소이자동시에현실에존재하는공간임을암시한다.
글은자유롭고분방하게흐르지만,크게는섬에서보낸어린시절이야기와,미술로밥을먹고사는작가가되면서겪은이야기가중심을이룬다.소풍날이하필모내기를하는날이라집에서아무도밥을챙겨주지않아혼자찌그러진양재기에담긴팥밥을싸들고가서먹고,밀가루를처음먹어보고그맛에놀라워했으며,장날에갔다가배를놓친사람들이무인도에봉화를켜고기다리던모습을목격하기도했다.지금은목포에서세시간이면갈수있는만재도에여섯시간넘게걸려가야만했던시절이다.당시섬에서쓰던삘기,껄떼기와같은방언을곳곳에그대로사용해향토적분위기를풍기는문장들은,어린시절그가섬소년으로자랐던추억들을세세하게전해준다.
석유등잔불이발전기를사용한전등이되고,전등이전깃불이되었다.이급격한현대화의시간을거쳐디지털매체로작업을하는작가가된강홍구는‘무인도’연작으로지금은사라져버린것들을다시여기로가져온다.기억저편의흩어진조각들을꺼내고모아새로운형태로만들어내는이같은행위는,그것이한갓사적노스탤지어에머물지않고다른이들에게도작은울림과발견이되어주기바라는예술가의소박한몸짓이다.섬을떠나교육대학과미술대학에진학하고,수십번이사를다니고,어머니의죽음을겪는등성인이되어살면서마주한것들에대한이야기역시진솔하고담담하게,한편으로는유머러스하고경쾌하게털어놓는다.선도를대표하는수선화,학교운동장의동상들,피아노,배추,지게….작품속그림들은일차적으로작가의개인적기억과연결되지만,우리들역시각자의기억속사물과사연들을하나씩꺼내떠올려보게된다.

미술로먹고살기,작가로살아남기
이책에는예술적열정과노력으로미술을공부하고작업해온미술가들의이야기가작가자신의사연과함께담겨있다.강홍구는예술가로서갖춰야할중요한재능을말하며‘지속성’과‘열정’을꼽는다.「바다의색깔」에서뭔가를표현하려는욕망과좌절사이를끊임없이오가는작가로서의고민을엿볼수있는데,그는“바다의색을내눈에보이는그대로물감으로표현하거나사진을찍어내는것은가능할까?”묻고는이내“당연히불가능하다”며자신은그저그색깔언저리를얼쩡거릴뿐이라고말한다.하지만이러한좌절감이작업을하는동력이되는작가의아이러니한운명을받아들이고,적절한표현방식을찾는자신을바다를응시하는그림속황새에빗대어글을끝맺는다.
미술가가되고나서도그여정은이렇듯실패와번민의연속이었는데,작가가되기까지의길역시도험난했다.유화그림을그리고싶어외상으로도구를사서부려놓았지만차마집에연락하지못해풀밭에서흐느끼던시절이있었다.목탄을써보고싶어나뭇가지를직접구워쓰기도했다.비록순탄하지는않았으나미술은거부할수없이그의삶속에점차스며들었고,염판에그림을그리던소년은어느새자신만의세계를공고히형성한미술가로성장했다.

“빈캔버스를이젤위에올려놓고바라볼때의막막함은화가라면누구나느끼는일이다.막연한가능성은있어보이지만어떤결과물이나올지알수없는기대와두려움은습작생시절에도,작가로살아가면서도늘겪는다.내경우도그렇다.화가나미술가로살겠다고결심하고시작하지는않았다.어쩌다보니작가가되었고작업으로밥을먹고살게되었다.어찌보면운명이고달리보면선택의연속이만들어낸결과이다.”-「그림의시작」중에서

그는미술가로서쌓아온경험을바탕으로세상을바라본다.작가로성공하는것에대해“단지나이가들어가면서도할이야기가있고,나름의방법으로꾸준히작업을할수있다면충분하다”고말한다.세잔,겸재,렘브란트,단원,수화등의작가처럼말이다.여기서그가말하는‘꾸준함’의태도를읽게된다.바로자기만의시각을견지하고적절한속도를유지하며계속나아가는일이다.그러기위해서는작가가강조하듯이“자신이무엇을하고있는지에관한객관적인좌표를그릴수있어야”한다.

강홍구는“개인적인것이상의무엇이있느냐고묻는다면별할말이없다.다만내가이야기하지않고써두지않으면그냥묻힐것들을다른사람들도읽어볼수있도록했다는것이의미가있을까?”라고털어놓는다.그의추억들을묻어두지않고풀어놓고공유함으로써,지칠때찾아가몽상하며쉴수있는무인도라는공간을내주었다.그가이책을쓴것은자기자신에게그곳이필요했기때문이기도하지만,무엇보다도우리에게알려주려고한것이다.누구나마음속에무인도가하나씩필요한시절이니,저마다의무인도를찾아가마음의짐을내려놓고“바다에누워송장헤엄을치면서”그몽상의섬을바라보자고.편안한마음으로바위그늘에누워한잠자고와도된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