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혀 (에미네 세브기 외즈다마르 소설 | 양장본 Hardcover)

엄마혀 (에미네 세브기 외즈다마르 소설 | 양장본 Hardcover)

$15.00
Description
튀르키예계 독일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에미네 세브기 외즈다마르(Emine Sevgi Özdamar, 1946- )의 소설집 『엄마혀(Mutterzunge)』가 한국어로 번역 출간되었다. 독일어로 1990년 출간된 소설 데뷔작이자 이민문학 작가로서의 언어관과 세계관이 가장 뚜렷이 각인된 대표작으로, 외즈다마르를 국내 독자들에게 소개하는 첫 작품이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깊다.
여기 수록된 네 편의 소설들은 모국(튀르키예)과 이주지(독일)라는 두 세계를 몸언어로 겪고 기억하는 존재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막 독일로 이주한 ‘나’가 열차 차창 너머의 쾰른 대성당을 바로 쳐다볼 수 없었던 한순간에서부터, 장미 향기와 양탄자로 뒤덮인 아랍어학자의 작은 모스크와 마치 ‘동방의 현대 민담’처럼 펼쳐지는 튀르키예-독일의 여정, 그리고 독일 국경에 모여든 인물들의 다채로운 사연과 고국의 ‘오필리아’가 독일의 청소 노동자가 되어 가는 과정까지. 이 책에는 튀르키예의 사회적 현실과 독일 이주 노동자의 일상이 짙게 반영되는 한편, 전통적인 구전 서사와 셰익스피어, 브레히트 같은 서구 작가들의 흔적, 작가의 연극적 상상력과 자전적 요소가 뒤섞이며 독창적인 문체로 그려진다.
저자

에미네세브기외즈다마르

에미네세브기외즈다마르(EmineSevgiÖzdamar)는1946년튀르키예말라티아출생의독일작가이다.이스탄불,부르사,앙카라등튀르키예의여러도시를오가며성장했으며,1960년대중반베를린으로이주해약이년간공장노동자로일했다.그후이스탄불로돌아가연극교육을받았으나튀르키예군사쿠데타의영향으로정치적압박이심해지자1976년에다시독일행을선택하게된다.브레히트의연극미학에영향을받은외즈다마르는배우이자연출가로서베노베송,마티아스랑호프,클라우스페이만등의연출가들과함께베를린과파리에서작업했다.1982년이주노동자의삶을다룬희곡을발표하며창작활동을시작했고,1990년이민문학작가로서의언어관과세계관이담긴첫작품집인『엄마혀』를발표했다.주요작품으로는희곡「알라마니아의카라괴즈」「알라마니아의켈레올란」,소설『인생은숙박소-문이두개인데한문으로내가들어갔다가다른한문으로나왔다』『골든혼의다리』『거울속의안뜰』『그림자로둘러싸인공간』등이있다.잉게보르크바흐만상(1991),아델베르크폰샤미소상(1999),클라이스트상(2004),게오르크뷔히너상(2022),베르톨트브레히트상(2026)을비롯한여러문학상을수상했다.현재베를린에서거주하며창작활동을이어가고있다.

목차

엄마혀
할아버지혀
알라마니아의카라괴즈:독일의검은눈
어느청소부의이력:독일에대한회상

옮긴이의말

출판사 서평

독일문학에새로운지평을연작가
에미네세브기외즈다마르는튀르키예출생의독일작가이자배우,연출가이다.한국독자들에게는낯선이름이지만독일문단에서는2000년대초부터소위‘이민문학’을대표하는작가로활약했다.일찍이1991년비원어민작가최초로잉게보르크바흐만상을수상한이후연이어독일의권위있는문학상들을수상하면서문학적가치를인정받았고,2022년게오르크뷔히너상수상당시‘독일어와독일문학에새로운지평과주제를가져온탁월한작가’라는평가를받으며이민문학작가라는제한적수식을넘어독일어권현대문학내주요한위치를점하게되었다.
1960-1970년대에는튀르키예를비롯한여러국가에서독일로의노동이주가활발히이루어졌는데,외즈다마르역시이러한경험을공유한다.1960년대중반베를린으로이주한작가는약이년간공장노동자로일하면서연극교육을병행했다.그후이스탄불로돌아갔으나,튀르키예군사쿠데타에의해정치적압박이심해지자1976년스스로‘전방으로의도피’라명명한독일행을다시선택하게된다.베르톨트브레히트(BertoltBrecht)의연극미학에영향을받은외즈다마르는서베를린의자유분방한거주공동체와동베를린의극장을오가며연극작업을이어갔고,베노베송,마티아스랑호프,클라우스페이만등의연출가들과함께배우이자연출가로활동했다.그리고1982년희곡을발표하면서본격적으로창작활동을시작하게된다.

“내가엄마혀를언제잃어버렸는지알수만있다면”
이책에는외즈다마르특유의민담적이면서도환상적이고동시에사실주의적인작품들이수록되어있다.그는튀르키예의구술전통과언어감각을표준독일어속에과감히끌어들여언어를넘나들고,문화와기억,몸의감각을교차시키는데탁월하다.이책의제목이자표제작‘엄마혀’는단어가주는강렬한인상과는달리‘모국어’를의미한다.독일어‘언어(Sprache)’대신튀르키예어‘혀(dil)’를독일어‘혀(Zunge)’로그대로옮겨구성한복합어로,이단어는추상적체계로서의언어가종종잊어버리는몸의감각을기억과정체성,삶의경험과긴밀히연결한다.네편의소설들은각각은독립된이야기처럼보이지만서로를비추어가며공통의질문들로수렴된다.이책전체에흐르는것은“인간에게말과언어란무엇인가,사회와문화는말과언어를어떤방식으로얽히게만드는가,삶은결국어떻게이야기로형상화되는가,바로이러한근원적인물음들”(「옮긴이의말」중에서)이다.
첫번째단편「엄마혀」는튀르키예출신의‘나’가모국의정치적혼란을피해베를린으로이주한뒤모국어를잃어가는경험을그린다.‘나’는브레히트의희곡에매료되어독일어에대한희망을품었지만기차식당칸에서메뉴판이나열심히읽는사람을보며실망하고,결국모국의죽음과병든현실을짊어진‘엄마혀’를다시찾게된다.그러나이제모국어로된글들은‘나’가열심히공부한외국문자들처럼읽히며,엄마가말한문장을떠올릴때조차도마치엄마가독일어로말한것처럼기억된다.이과정에서갖게되는‘괴르메크(보다)’,‘카차게치르메크(인생의궂은일)’,‘이슈치(노동자)’,이세단어는단순한모국어어휘가아니라폭력과고통,그리고이주이후의삶이층층이쌓인흔적으로서이해된다.
두번째단편「할아버지혀」에서화자는「엄마혀」의연장선에서잃어버린자신의뿌리를찾기위해튀르키예의문자개혁이후단절되었던할아버지의언어(아랍어)를배운다.이과정에서스승과의육체적정신적사랑그리고상처를체험한화자는훨씬더많은,‘유년기’를가진모국어단어들을익히게된다.이처럼이주자의정체성과삶의감각을구성하는체험을통해확장된언어학습은화자가타인에게자신을‘단어수집가’라고소개할수있도록이끌어준다.

이주자들의비애와웃음이교차하는일상
한편세번째단편「알라마니아의카라괴즈:독일의검은눈」에서는‘카라괴즈(튀르키예전통그림자극또는그주인공)’라는이름을가진농부가튀르키예시골에서독일이라는대도시로공간을이동하며,본격적으로두국가간의언어적충돌이펼쳐진다.외즈다마르의문장은문법적안정성을의도적으로흔들며,언어의리듬과호흡을통해의미를만들어낸다.이책의옮긴이이자독문학자인최윤영에따르면이를한국어로어떻게옮기는지가이번번역의관건이었다.특히이작품에는예를들어‘동무’,‘동료’를뜻하는‘콜레지(Kollege)’의변형된발음인‘콜레가(Kollega)’와같은,이주노동자(Gastarbeiter)들의‘브로큰독일어’가그대로등장한다.이는필요에따라옮긴이주를달거나주로조사를빼는방식으로언어의특성을전달하고자했다.
본래희곡으로씌어진이작품은한편으로사회적갈등,이해또는오해,웃음과불안의교차를통해작가의연극에서비롯된감각을선명히드러낸다.농부가자신의똑똑한당나귀와함께하는여행길에,그리고독일에서노동을하며겪는에피소드들은이주노동자로서의현실과전통적구전서사가겹쳐지는독특한장면을구성한다.소위‘민중’의초상이적나라하고날카롭게,또한풍자적이면서도따뜻하게그려지는데,이는외즈다마르가튀르키예에서경험한정치적억압과어두운가난뿐아니라독일의경제적풍요에내재된냉정함과오만함의사회를응시하고있음을시사한다.노동자들은건강검진을통과하기위해다른이의오줌을사고,크리스마스휴가선물로샴페인과거위를받자마자해고된다.축구선수로위장한불법노동자는농장에서사과를따다가추방당하며,한남자가금니를할만큼돈을번방법은사람들에게똥누는모습을보여주면되는것이었다.이러한가장자리에서사람들은서로를위로하고슬픔에서벗어나기위해아무물건을악기삼아엉터리독일어로시를노래한다.

말로전해지는이야기와연극적상상력
할머니와어머니의영향아래형성된외즈다마르의유년기는그를“말의힘을믿는여성이야기꾼의전통을계승하는”작가로이끌었다.특히할머니는어린외즈다마르에게튀르키예의민담과전설,구술문학의전통을매개한인물이었다.외즈다마르의작품에서는이러한구술전통이반복되며,말,몸,죽음이라는주제를개성적으로부각시키는문화적토대가된다.「할아버지혀」에는비밀을들어주는‘인내의돌’이나예언자유수프의이야기처럼이슬람문화권과튀르키예의신성한종교적이야기나민담과속담,노래등이풍성히담겨있다.「알라마니아의카라괴즈:독일의검은눈」에는독일국경의문이열리기를기다리는사람들이둘러앉아쿠란에나오는이야기를듣고,튀르키예로돌아가는길에서아이에게젖을물리는농부의아내는할머니에게전해들었던이야기를다시소환하며,구술문화와서구적공간이소설이라는무대위에서다채롭게뒤섞인다.
네번째단편「어느청소부의이력:독일에대한회상」은셰익스피어의「햄릿」을비롯한여러고전희곡을연상시키는구조와장면으로구성된패러디작이다.고국에서는「햄릿」의여주인공‘오필리아’였던화자가이혼을하고독일로이주해청소노동자로살아가는과정을따라가는데,외즈다마르가연극무대에서접했을고전의허구적인물들과장면들은이주자가처한현실과어우러지며의미가전복되고새로운현실을만들어낸다.화자가일하는고층건물의거주자들은꽃병과달콤한밤에대해노래하고‘고급문화’를향유하는듯하지만,화자가아침이면문앞에서주워담는것은똥과깨진달걀껍데기같은비천한것들이다.그러나패러디가단순한희화화로서보여지는것은아니다.외즈다마르는“권위적텍스트를다른자리로옮겨놓고,새로운의미의지평을여는문학적전략”으로패러디한다.작품후반부에는작가머릿속의수많은인물들이등장해독일의‘남자화장실’이라는새로운공간을점거하며,시대와장소를초월해마주한다.역자는“그수많은대화들의얽히고설킨관계성을제대로캐치하고옮기려면아마도앞으로여러번의새로운번역이필요할것”(「옮긴이의말」중에서)이라고밝힌다.

현대사회에서는점점더많은이들이자의든타의든자신이태어나자란곳이나부모의고향을떠나다른나라,다른언어권으로이주해살아가고있다.외즈다마르는한인터뷰에서‘이주노동자’라는단어를사랑한다고말하며,그단어를떠올릴때마다한사람은손님으로앉아있고,다른한사람은일하고있는모습이눈앞에보인다고했다.우리는외즈다마르가떠올리는풍경속의둘중누구라도될수있다.이처럼언어의상실,이주의경험,정체성의흔들림,기억의문제는특정시대나지역에만속한것이아니다.이번한국어판은독일로이주한튀르키예출신작가의작품을다시한국어로옮겨놓으며,두언어를넘어서이제세언어사이의충돌과혼종을문학적으로경험해보는특별한시간을선사한다.삼십여년전에씌어진작품이여전히현재적인감각과깊은울림을전하는까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