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토 - 에디터스 컬렉션 10

구토 - 에디터스 컬렉션 10

$13.53
저자

장폴사르트르

1905∼1980.파리출생으로두살때아버지를잃고외조부슬하에서자랐다.메를로퐁티,무니에,아롱등과함께파리의명문에콜노르말슈페리어에다녔으며,특히젊어서극적인생애를마친폴니장과의교우는그에게깊은인상을심어주었다.평생의연인시몬드보부아르와도그시절에만났다.전형적인수재코스를밟아졸업하고,병역을마친그는항구도시루아브르에서고등학교철학교사로일하다가...

목차

?편집자의일러두기
?날짜를적지않은페이지
?일기

?작품해설
?장폴사르트르연보

출판사 서평

“사르트르의모든사유는《구토》에서흘러나왔고,
《구토》로흘러든다”
20세기프랑스의대표적지성,사르트르사상의출발점!

1964년노벨문학상수상작가
《로고스》선정20세기를만든책100선
피터박스올,죽기전에읽어야할1001권의책

“사르트르는그모든비통한역겨움을표현하기위해광대짓도할수있었고,실제로도자주그렇게했다.그는일종의어릿광대,형이상학적궁정의어릿광대였다.”
_헤이든카루스

“사르트르의철학저작중단연가장중요한책!”
_한나아렌트

“다행히우리에게는사르트르가있었다.후텁지근한좁은방에갇혀있던우리에게그는신선한공기였으며,시원한뒷마당의상큼한바람이었다.”
_질들뢰즈

전쟁과경제공황이후‘신’이부재한세계,
인간실존의조건은무엇인가

《구토》는마치탐정소설처럼시작된다.소설첫부분〈편집자의일러두기〉에서이책은“앙투안로캉탱의서류가운데에서발견”된노트들을“전혀손대지않고발행한”것이라고밝힌다.그노트들은로캉탱의일기이며1932년1월초무렵부터쓰였다는것,로캉탱은중부유럽,북아프리카,극동지역을여행한후한역사적인물에대한연구를마치기위해3년전부터부빌이라는도시에정착해지내고있었다는것이추가단서로주어진다.이후독자는앙투안로캉탱의일기를은밀히들여다보며자연스레그의탐험에동행한다.그리고곧로캉탱과우리의공동탐사대상이로캉탱이체험한구토현상임을알게된다.

이제알겠다.내가언젠가바닷가에서그돌멩이를들고있었을때의느낌이분명히생각난다.그것은일종의달착지근한욕지기였다.얼마나불쾌한느낌이었던가!그느낌은분명히돌멩이로부터왔다.돌멩이에서내손으로전해지고있었다.그래,그거였다.바로그거였다.손안에느껴지는일종의구토증이었다.(34쪽)

이렇게시작된로캉탱의구토체험은일회성으로그치지않고계속된다.문손잡이를잡으면서,타인의얼굴을보면서,땅에떨어진종이쪽지를보면서,거울속의자기얼굴을보면서,나이프손잡이를잡으면서……또한로캉탱자신,그가자주들르던카페,부빌시의공원,급기야이세계전체가구토로체험된다.이렇게로캉탱의삶전체가되어버린‘구토’의의미는무엇일까?

로캉탱은철학교사로일하며작가를꿈꾸던사르트르의분신이며《구토》는사르트르가그의철학적사유와체험을문학으로형상화한작품이다.곧작품속구토의의미를찾는것은인간실존의조건을묻는사르트르의철학적사유를이해하는것이나다름없다.사르트르의철학체계에서는‘신’이부재한다는가정하에이세계의존재들은신의섭리,즉필연성의논리에서벗어나우연성의지배아래놓인다.어떤필연성의논리에의해서도포획되지않은채아무런이유없이그냥거기에있는,쓸데없는,남아도는,잉여적존재들의모습.그앞에서인간이느끼는낯설고부조리한감정이바로‘구토’다.인류역사상가장낙관적인세기로규정되는19세기를뒤로하고20세기초제1차세계대전과1929년대공황을경험했던인간들의위기의식,특히‘신’의부재로인해직면한이런위기의식을사르트르역시고스란히공감하고있었다.사르트르는그위기의식과무력감을‘구토’현상으로포착해낸다.


왜,누구를위하여쓰는가?
문학을통한구토의극복,인간의구원을위하여

사르트르는기회가있을때마다《구토》에대해언급하며이작품을자신이가장아끼는작품이자가장잘쓰인작품으로꼽았다.하지만이작품이아프리카의굶어죽어가는어린아이들앞에서아무런힘도가지지못한다고평가하기도했다.제2차세계대전직후‘참여문학론’을주창한사르트르는문학비평론《문학이란무엇인가》에서‘무엇이문제인가?’,‘어째서쓰는가?’,‘누구를위하여쓰는가?’라는세가지물음에자문자답하며문학이지닌근본적인문제를탐구하고통찰한바있다.《구토》는사르트르가주장해온“문학은이웃의구원,특히억압과폭력으로인해인간다운삶을영위하지못하는자들의구원을겨냥해야한다”는것에는부합하지않을지모른다.그러나《구토》는작가사르트르자신의구원문제를다룬작품이며나아가삶의의미를찾지못하고무력감에방황하는현대인의고뇌에공명하는,오늘날까지유의미한보편성을띠고있는작품이라할수있을것이다.

신이되고자하지만결코실현될수없는인간의욕망,실존에대한고뇌,불안을다룬이작품에서사르트르는자신을투사한주인공로캉탱이다름아닌문학을통해‘구토’를극복하고진정한삶으로‘구원’받는모습을그려낸다.

한권의책.한권의소설.그러면그소설을읽고이렇게말하는사람들이있을것이다.“앙투안로캉탱이이책을썼어.카페에서빈둥대던빨간머리친구지.”그리고내가이흑인여자의삶을생각하듯내삶을생각할것이다.귀중하면서도반쯤은전설적인무언가를생각하듯이말이다.(410쪽)

《구토》는인간의극복불가능한삶의조건을적나라하게보여주고있음에도절망과체념보다는오히려희망과용기의지평을제시하고있다.이것이바로《구토》가20세기문학의걸작으로평가받는이유일것이다.


프레보,스탕달과플로베르,지드와프루스트,포크너와헤밍웨이까지
18,19,20세기를잇는‘문학창작의교차로’에놓인작품
21세기에도여전히도전적이고혁신적인,사르트르의‘글쓰기의모험’

평범한철학자이자풋내기작가에불과했던사르트르를단번에장래가촉망되는‘작가’로급부상시킨《구토》는수많은소설기법들을망라한작품이다.사르트르는1931년부터약7년에걸쳐이작품을구상하면서18,19,20세기에활동했던작가들의작품을두루섭렵했고,그로부터수많은소설기법들을원용했다.18세기작가로는프레보등을,19세기작가로는발자크,스탕달,플로베르등을,20세기작가로는지드,프루스트,말로,셀린등과같은프랑스작가들과카프카,더스패서스,포크너,헤밍웨이등과같은외국작가들을섭렵했다.

앙투안로캉탱이쓴일기형식을취하는《구토》에는내적독백,초현실주의의자동기술,환상소설기법,상호텍스트성,패스티시,패러디,콜라주,대화체와구어체의활용,신체감각에관련된어휘의확대등사르트르가익히고응용한수많은기법이녹아있다.특히신문기사,재즈곡가사,역사책,식당메뉴판,백과사전,포스터등에쓰인글귀또한이작품의한부분을이루는데,이러한‘콜라주’기법은《구토》에나타난서술기법의독창성과다양성을여실히보여준다.이렇듯《구토》는작가로서본격적인행보를내딛는사르트르에게그자체로‘글쓰기의모험’이었으며18,19,20세기를잇는‘문학창작의교차로’에놓인작품으로평가된다.또한《구토》는프랑스문학사에서1960년대에등장한‘누보로망(Nouveauroman,새로운소설)’의선구자적역할을했다고일컬어진다.기존소설의형식을부정하고(anti-roman,앙티로망)새로운형식을추구하는누보로망의극사실주의에가까운정확하고치밀한묘사,인물의해체,이야기의분절화,전통적시간관의파괴,일인칭시점과주관적사실주의효과의극대화,이야기의논리성파괴등의장치들이《구토》에담겨있기때문이다.《구토》가과거문학전통에대해서‘도전적인작품’이자시대를앞서간‘혁신적인작품’으로평가받는이유다.

《구토》는이미고전의반열에오른작품이지만21세기를살아가는독자들에게도여전히낯설고새로운서술기법과실험적인문체로신선함을주기에충분하다.지적이고탐구적인,혹은작가를꿈꾸는독자들은이책을통해사르트르의‘글쓰기의모험’에동행하는즐거움을맛볼수있을것이다.

장폴사르트르《구토》,편집자미니인터뷰

우리에게너무나도잘알려진프랑스의대표지성,작가이자실존주의철학자인장폴사르트르.그러나사르트르의명성과인기에비해그의저작,특히그의문학작품은대중들에게의외로낯설다.사르트르를작가로서세상에알리고자리매김하게해준그의첫장편소설《구토》역시예외는아니다.세계문학선에당당히한자리를차지하며,고교생필독서로,“20세기를만든책”으로,현대고전으로늘손꼽히는작품이지만주변에서《구토》를읽어봤다고하는사람을찾기가쉽지않았다.이렇게까지된데에는《구토》가사르트르실존주의철학의근저를이루는작가자신의체험을형상화한작품이라는점,그래서난해하고‘비의적이다’라고까지일컬어지는점이무관하지않을터.사르트르의《구토》는누가,어떻게읽으면좋을지‘《구토》잘알’,사르트르전문가변광배(한국외국어대학교)교수에게물었다.

Q.편집자의욕심으론우리나라에서언문을뗀모든분이《구토(에디터스컬렉션)》을읽어주셨으면좋겠지만,고전임에도의외로이작품을읽어본이가적어서놀랐습니다.《구토》는사르트르의분신이라일컬어지는주인공로캉탱의일기를통해그의삶과고뇌를들여다볼수있는작품입니다.저는이작품을읽으면서외따로떨어지기를자처하는고독한지식인청년의모습이그려졌는데요.자연스레로캉탱처럼자신의삶과존재의미를진지하게고민하는이들에게이책을권하고싶다는생각이들었습니다.교수님께서는이작품을어떤독자에게권하고싶으신지요?

A.고전을읽는데그대상을‘누구’로한정하는것이가능한문제같지는않습니다.이땅의청년들이모두한번쯤읽었으면좋겠습니다.실존의문제는배가부르고등이따뜻하면멀리있는문제입니다.사람은보통위기상황에맞닥뜨렸을때에야자신을돌아보게되니까요.그런데누구나살다보면그런위기를맞게되지않나요?그것이청년시절에올수도있고,더나중의일이될수도있겠지요.그런실존의위기상태가바로‘구토’의상태가아닐까합니다.그것은집단의위기일수도있지만개인적위기의성격이강하다고봅니다.사회에나가본격적으로자신의삶을스스로개척해나가는청년시절에삶과존재의미에대해한번고찰해보는차원에서이작품을추천하고싶습니다.

Q.교수님께서는청년시절에《구토》를읽어보셨군요.그때와지금의감상이어떻게달라졌을지궁금합니다.

A.저는과거에《구토》를읽었을때작품에더공감했던것같습니다.그도그럴것이당시가1970년대후반에서1980년대초반이어서민주화등의사회적인문제와제개인의미래를계획하는문제가맞물려있었거든요.만약지금같은상황에서읽었다면아마저도읽다가중도에포기했을것같네요.(웃음)문학을전공하거나철학에관심이있다면다르겠지만다른분야에관심을둔일반적인대학생,청년이었다면포기했을겁니다.하지만포기했다면삶과실존의참다운의미를고민해볼수있는시간적,정신적여유를갖지못하는사람이라는뜻이니안타까운마음이드네요.몸에좋지만입에쓴약을피하는것처럼이작품을읽지못하고,이해하지못하는것도인정합니다.그러나‘진짜’에대해서,진정한삶과실존에대해서생각해보는기회를얻는측면에서살면서도전해볼가치가있는작품입니다.

Q.교수님께서도읽다가포기했을지모른다고말씀하시니위로가되면서어쩐지다시한번《구토》의문장들을하나하나느끼며정독하고싶은의지가솟습니다.이번에출간된《구토》(에디터스컬렉션)은故방곤교수님의번역으로1983년출간된이후약40년만에문학전문번역가임호경선생님의유려한번역으로새롭게선보이게되어더욱특별한의미를갖습니다.이작품,어떻게읽으면좋을까요?

A.저는문학을‘그것만이다가아닌것(pas-toute)’로이해합니다.라캉의의미에서‘상징계’너머의세계를보여주는것,아니그너머의세계가있다는것을보여주는것이죠.인간의욕망은현실세계의‘법’,‘체계’,‘언어’,‘상징’등으로다표현되지않으니까요.그너머의의미를포획하는것,부조리한현실에이의를제기하는것이문학의역할이며문학의부정성이라이해합니다.

또《구토》는느리게,더디게읽어야할것같습니다.인문학의특징중하나가‘느림’이지요?그건‘자기’에대해관심을두고‘자기’를사랑하는방식과같다고생각합니다.단순히이작품이어려워서가아니라,삶,실존의과정은길고순탄하지않기에그런만큼인내가요구된다고생각합니다.그것이우리가문학에대해흔히말하는‘무용(無用)의용(用)’,무용한것의쓸모입니다.

Q.삶,실존에대한진지한성찰에대해줄곧강조해주셨는데요.한국의청년들은취업이나생계문제에내몰리거나경쟁환경에오래노출되어미래에대한불안이매우큽니다.그래서자신의정체성을‘소비’나‘취향’에서찾는모습도흔히보입니다.SNS를통해자신의‘소비행태’나‘취향’을거침없이드러내고공유하는활동자체가마치자신의오리지널리티표현,하나의창작활동처럼여겨지며또다른사람들로부터소비되기도하지요.이런가운데‘나는누구인가?’혹은‘어떻게살것인가?’를고민하는모습은쉽게비웃음이나조롱의대상이되기도합니다.사르트르가지금한국의청년들을만났다면어떤이야기를들려주었을까요?

A.사르트르는‘자유’를강조하기때문에모든선택을각자에게맡길겁니다.자유와더불어책임을강조하는전략인셈이지요.저는요새젊은이들에대해별로걱정하지않습니다.그들은과거우리세대보다훨씬더많은정보와지식에둘러싸여있습니다.더영리하고명민하죠.‘자기실현’의문제에있어서그렇습니다.그저바쁜것이죠.하고싶은것도많고,갖고싶은것도많고,더빨리소유하고이루고싶어해요.해서편리한방식을생각하게되고,효율적인방식을생각하다보니소비,취향도자기실현의한방법이된것아닌가싶습니다.

인간은자기가하는행동,자기가만들어내는모든것에자기인격을투사합니다.《구토》에서개념을빌려오자면그것이소비이든,취향이든진지함,성실함,진정성을담으면되는것이지요.‘라테타령’인지는모르겠으나‘독짓는늙은이’의입장에서한가지우려가되는점은,진정성을담기엔요즘세태가너무바쁘지않은가하는것입니다.시간이없죠.자신을깊이돌아보고성찰할여유도없고요.참다운의미에서‘멋지게’조탁할시간이없습니다.SNS에올라와빠르게소비되고사라지는이미지중심의글쓰기행태를보면자기‘분신’에별로신경을안쓰는것같습니다.

문제는여전히‘자신’,‘인격’,‘주체성’이겠지요.자기가만들어내는것,분신을자꾸조급하게꾸미고,가짜로,가볍게생각하는태도가바로《구토》에서말하는‘개자식들’의태도라고생각합니다.그것역시바람직하지못하다고말할수는없지만진정하지못한삶임은분명하죠.사르트르는한인간을그사람이한행동의총합으로생각합니다.그렇다면자기가하는행동에온전히자신의인격과주체성을실어야겠지요.한마디로살아있는동안누구보다열심히,뜨겁게,치열하게,많은것을해보고,많은것을남기고죽으라는이야기같습니다.

사르트르의사유에서인간은신이되고자하지만그욕망은실현되지못합니다.그런의미에서인간의삶은실패의역사요,인간은무용한정열그자체이지요.사르트르는그걸알지만그럼에도더열심히살자,뭔가를만들어내고남기자고합니다.그것도최대한자신을투사해서요.비극적인삶을긍정하는태도입니다.그래야이지구상에왔다가간흔적이라도남지않겠어요?그렇지않으면우리모두‘먼지’로되돌아갈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