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없다 (카르멘 라포렛 탄생 100주년 기념판)

아무것도 없다 (카르멘 라포렛 탄생 100주년 기념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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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처절하리만치 아름다운 소설.” _마리오 바르가스 요사(노벨문학상 수상작가)
자유의 결핍과 검열, 편견과 오만, 소통의 부재가 팽배한 야만적 사회,
그 속에 자기의 존재가 무無로 환원되지 않도록
자신의 정체성을 집요하게 추구하는 한 여성의 목소리.

제1회 스페인 나달문학상(1944), 파스텐라스상(1948) 수상작
카르멘 라포렛 탄생 100주년 기념판
20세기 스페인 문학의 가장 중요한 작품 중 하나
스페인의 《호밀밭의 파수꾼》으로 불리는 걸작

20세기 가장 참혹한 내전으로 꼽히는 스페인 내전(1936~1939)은 헤밍웨이의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와 조지 오웰의 《카탈로니아 찬가》, 그리고 카르멘 라포렛의 《아무것도 없다》를 탄생시켰다. 고전의 반열에 올랐음에도 비교적 국내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아무것도 없다》는 스페인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나달문학상 제1회 수상작으로, 앞선 두 작품과 달리 스페인 내전 ‘이후’의 삶을 ‘여성’ 주인공의 목소리로 그린 작품으로도 의미가 있다.

어린 나이에 몸소 내전과 그 후유증을 겪었던 바르셀로나 태생의 작가 카르멘 라포렛은 23세에 첫 작품으로 《아무것도 없다》를 썼다. 도저히 벗어날 수 없을 것 같은 추악한 공간에서도 치열하게 자기정체성을 탐구해나간다는 점에서 스페인의 《호밀밭의 파수꾼》으로도 일컬어지는 이 소설은, 내전은 종식됐지만 여전히 독재정권하에서 침묵했던 1940년대 스페인의 기이한 풍경을 놀라운 감수성과 섬세하고 예리한 심리묘사로 그려낸다. 실존에 관한 끝없는 질문과 서늘한 긴장감으로 출간 후 60년이 지난 오늘날까지 독자들에게 말을 걸어오는 걸작으로, 작품의 원제 ‘Nada’는 ‘무無’, 즉 ‘아무것도 없다’를 의미한다. 2006년 원제 그대로 《나다》라는 제목으로 출간된 이 작품을 카르멘 라포렛 탄생 100주년을 기념한 개정판으로 다시 내놓는다.
저자

카르멘라포렛

CarmenLaforet
1921년스페인바르셀로나에서태어났다.두살때가족이카나리아제도로이주하면서그곳의도시라스팔마스에서어린시절을보냈다.스페인내전이끝난직후인1939년대학진학을위해바르셀로나로돌아와친척들과살았다.바르셀로나대학에서철학을공부하다2학년이되던해,글쓰기에전념하기위해학업을중단하고《아무것도없다》를집필했다.1944년스물셋의나이에데뷔작인《아무것도없다》로스페인최고의권위있는문학상인나달문학상을수상했으며,이후스페인전후소설계의거목으로성장했다.치열하게정체성을탐구한다는점에서스페인의《호밀밭의파수꾼》이라불리는이작품은오늘날까지스페인현대소설에서가장위대한작품중하나로꼽힌다.주요작품으로는《섬과악마들》,《불꽃》,《신여성》(메노르카상수상작)등이있다.1946년에는결혼하여다섯명의아이를낳았으나1970년이혼후생활고에시달렸다.2004년10여년간앓아온알츠하이머로생을마감했다.

목차

추천의글|마리오바르가스요사
1부
2부
3부
작품해설

출판사 서평

생동감을잃은전후스페인문학에새로운이정표를세우다
카르멘라포렛은이작품을통해스페인내전의후유증과암울한시대상을예리하고우아한필치로묘사한다.자유민주주의와파시즘이서늘한긴장감으로대립하는세계에서등장인물들은노이로제와정신착란,기이하게뒤틀린인정투쟁,굶주림에시달리며,분출할데없는욕망의도피처로성性의세계에빠져든다.그모든일들이벌어지는주인공안드레아의세계를한단어로상징하는작품의원제‘Nada’는우리말로‘무無’,즉‘아무것도없다’,를뜻한다.안드레아는꿈을좇아도착한도시바르셀로나가기존의가치와질서,생명력,개인의삶까지파괴된폐허로추락한모습에직면하고,자신의존재마저‘무無’로환원되지않도록집요하게자기정체성을추구해나간다.

좌절,증오,고독,불화,그리고고통으로점철된인물들에대한작가의감정이입은작가가열렬히좋아했던도스토옙스키를연상시킨다.동시에소리없이투쟁하는안드레아의몸부림을프랑수아즈사강을닮은섬세한문체로그리며침체되었던스페인문단에신선한충격과활력을불어넣었다.카르멘라포렛은때로는터져버릴것같은열정이,또때로는얼음장처럼차가운냉정이묻어나는문장으로안드레아의이야기를들려주지만,미묘하고능숙하게쓰인이소설에서는이야기된것보다침묵된것들이더큰의미를지닌채독자들을시종일관형언할수없는고뇌속으로빠져들게만든다.

폭력으로해소되는불안들,불안을등진욕구들
주인공안드레아는대학에서문학을전공하겠다는포부를안고외가가있는바르셀로나로온다.하지만머물기로한외갓집에서그녀를기다리는것은손닿는곳마다때가찌든집과표정없는얼굴들이었다.전쟁의소용돌이속에서긴장된분위기가감도는이곳에서안드레아의꿈역시곧장벽에부딪히고만다.

잔인할정도로관능적이며예술적재능이뛰어난큰삼촌,겁박과희롱을일삼는작은삼촌,큰삼촌과결혼했지만작은삼촌과의미묘한관계속에서시종일관가족간극한대립을불러일으키는외숙모,안드레아의젊음과젊음으로인한시도마저도억누르고자하는이모,이렇게황폐해져가는가족들을지켜보면서정신까지놓아버린외할머니가있다.불안이폭력으로해소되는이천박한소우주에서안드레아의욕구와바람은매번억눌린다.끈적한때와절규가엉겨붙어있는이곳으로부터안드레아는간신히발을떼고대학에서만난아름답고품위있는친구에나와의관계에집중하지만불안을등진욕구는늘위태롭다.

반미치광이가되어버린친척들틈,안드레아의감정을그린상세한해부도라할수있는이소설속에는내전으로불타버린풍경만이스쳐지나가듯언급될뿐정치적암시같은것은손톱만큼도들어있지않다.다만인물들이뿜어내는불안한기운은온몸을갉아먹는암세포처럼소설전반을무겁게짓누른다.이소설은질식할것같은현실에서도어떻게든인간으로서의자존감을확립하고젊음의에너지를발산해보고자하는진솔한고백이자은밀한저항의기록이기도하다.

공포소설과실존소설의경계를넘나드는다성적소설
노벨문학상수상작가마리오바르가스요사는〈추천의글〉에서“자유의결핍과검열,편견과오만,소통의부재등이팽배한야만적사회상을또렷하고완벽하게재현해낸”이소설을“처절하리만치아름다운소설”이라고평가한다.카르멘라포렛은무기력과무질서로점철된도시속불안한인간의운명,소통불가능성,인간관계에서수반되는갖가지형태의폭력을긴장감있게다루며이소설을실존소설이자공포소설로구현해내는데성공한다.

공포소설과실존소설의경계를넘나드는이소설이작가가직접경험한실제사회상을적나라하게그린소설이라는점또한의미심장하다.첨예한대립과상징들로가득한이1인칭소설을읽으며독자는작가의실제삶과1940년대스페인의풍경을자주들추게된다.현실과허구,정상과비정상을구별할수없게된이난파된공간에서안드레아는때로중심화자라기보다상황의목격자또는증인으로기능한다.이를통해독자는필요에따라주인공과적정거리를조절하며개성강한주변인물들에감정을이입하거나소설속에가득찬시적형상들을음미하며1인칭소설의한계를벗어날수있다.

작가카르멘라포렛은“혼란스러운운명에처한인물들속에서주인공안드레아는끝없이진실에대한신념과조화로운삶,존재의의미를깨닫는데도움을줄수있는굳건한삶의이상을추구하고있다”고말했다.마르오바르가스요사에따르면작가들이작품을통해추구하려는진리란,“오로지픽션이라는미로와상징을통해서만드러낼수있는,위험천만하되늘손가락사이를교묘하게빠져나가는그런존재다.그런데카르멘라포렛은그진리를마침내손안에넣고야말았다.그러기에반세기가지난이시점에서도그녀의처절하리만치아름다운《아무것도없다》가여전히살아숨쉬고있는것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