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오웰이1949년에그려낸극사실적이고오싹한악몽같은미래
1984년,세계는세개의초강대국오세아니아,유라시아,동아시아로분할통치되고있으며,이들국가간전쟁이끊이지않는다.오세아니아의하급당원인윈스턴스미스는당이고안해낸언어인신어(新語)체계에따라진실부의요구에맞춰신문,잡지,기타자료등의기록을고쳐쓴다.“과거를통제하는자가미래를통제한다.현재를통제하는자가과거를통제한다”는당의구호에따라거짓으로꾸며낸왜곡된사실을역사로,진실로만들어낼때마다윈스턴은체제에대한의문과반감을품고,점점더당을증오하게된다.사람들은일터는물론집에서까지24시간송수신이가능하며어떠한소리나표정,작은움직임도포착해낼수있는텔레스크린이라는장치를통해사상경찰의철저한감시를받는다.당은순전히권력을위한권력을추구하며,당으로부터사상범죄자로지목된사람들은반드시잔혹한박해를당하고소리소문없이‘증발되어’사라진다.어느날윈스턴은중고품가게에서낡고오래된공책한권을보고곧장그것을가지고싶다는욕망에사로잡혀홀린듯공책을산다.그리고자신의방안한구석,텔레스크린의시선이미치지않는공간에앉아그의은밀한계획을실행한다.그가하려는일은바로일기를쓰는것이었다.
그는펜에잉크를찍은다음,딱1초동안머뭇거렸다.그동안전율이그의배속을훑고지나갔다.이종이에자국을남기는것은결정적인행동이었다.그는작고서투른글씨로다음과같이썼다.
1984년4월4일.
전쟁의충격으로글쓰기를중단한조지오웰,
무엇이죽음을앞둔그를다시쓰게했는가?
젊은시절,파시즘에맞서기위해참여한스페인내전에서좌익정당내부권력투쟁을목격하고환멸을경험했던조지오웰은소련과스탈린독재체제를겨냥해신랄한풍자와예리한통찰을담은우화소설《동물농장》을1945년출간했다.그로부터4년뒤출간된《1984》는제2차세계대전이후전쟁의상흔이채가시기도전,전세계적으로세력을점차넓혀가던전체주의경향에대한우려를담아,그것이불러올비극적말로를치밀하게묘사한미래소설이다.1942년발간된《20세기작가사전》에서자신의항목을스스로집필한오웰은글의말미에“전쟁에대한충격으로현재글을쓰지않고있다.그러나3부로이루어진장편을구상중이다”라고썼다.《1984》를집필하기3년전인1944년,오웰은노엘윌멧이라는독자로부터‘전체주의,지도자숭배등이정말로점점세를얻고있는지’를묻는편지를받고,답신에서‘이나라(영국)와미국에서그런것들의힘이증가하고있는것같다’고하면서이후그가집필할소설《1984》의주제이기도한전체주의적경찰국가의부상에대해경고했다.
지식인들의사고방식이평범한사람들에비해더전체주의적이라는점을꼽을수있습니다.영국의지식계층전체는히틀러에게반대하지만,그들은그대가로스탈린을받아들였습니다.대부분의영국지식인들은독재적인방식,비밀경찰,역사의체계적인날조등을얼마든지받아들일준비가되어있습니다.그런짓을하는자들이‘우리’편이라는느낌이들기만한다면말이죠.(…)앞으로10년이흘러도평범한사람들이지금의지식인들과같은사고방식을갖게되지는않을것이라고확신할수도없습니다.나는그들이그렇게되지않기를바랍니다.아니,그렇게되지않을거라고믿습니다.만약그렇게된다면,그과정에투쟁이있을겁니다.그냥단순히좋은게좋은거라면서불길한현상들을지적하지않는다면,그것은전체주의가한층더가까워지는데도움이되는행동일뿐입니다.(9~10쪽,〈1944년노엘윌멧에게보낸편지〉중에서)
《1984》는《동물농장》과더불어당(국가)이개인의모든사상과행동을통제,억압하는전체주의독재,구체적으로스탈린시대의소련을비판하는소설로일컬어진다.실제로전체주의중에서도국민개개인에대한국가의감시,사상통제와탄압이두드러졌던스탈린체제를모델로삼았고,작품의주된배경인오세아니아의정치와사회전반은스탈린치하소련에서모티프를가져왔다.
오웰은《동물농장》에서자유를박탈당하고착취와억압을당하는피지배계급의모습을냉철한시선으로그려냄으로써부조리한사회를근본적으로변화시키려면대중이깨어있어야하고,맹목과광신에빠지지않기위해항상경계해야함을역설했다.한편《1984》에서그는국가의철저한감시와자유의억압에그저순종하며인간의개성과감각을모두잃어버린당원들을충격적이리만큼철저하게무력한모습으로그려낸다.이는노엘윌멧에게보낸편지에서밝힌바와같이,안일하게지식계층에게방향타를맡겨둘것이아니라,‘평범한사람들’이깨어나불길한현상을감지했다면적극적으로지적하고,투쟁도불사해야한다는작가의신념을확연하게보여준다.
오웰이예언한미래는지금도실현되고있고,
《1984》에담긴그의경고는점점더강해질것이다!
암울한시대를밝히는양심적언론인이자‘정치적작가’로20세기영문학사에서독보적인지위를갖는조지오웰의대표작《1984》는올더스헉슬리의《멋진신세계》,예브게니자먀틴의《우리들》과더불어3대디스토피아소설로손꼽히는작품이다.《1984》는조지오웰이전생애에걸쳐수많은작품을통해지속적으로비판해온‘지배권력에의한인간존엄성과자유의억압’에대한엄중한경고를담고있다.조지오웰에게작가적명성을안겨준《동물농장》과마찬가지로,《1984》역시출간당시소련의전체주의와공산주의에대한강력한비판으로해석되었다.실제로작품에서초월적권력을가진당의지도자‘빅브라더’는‘스탈린’을,그에저항하는당의반역자이자비밀조직의수장‘골드스틴’은‘트로츠키’를,작품속세계를지배하는사고방식인‘이중사고’는과거독재국가들의통치방식을연상시킨다.그러나이작품을통해작가가던지는생생한경고의메시지는현재까지도그효력을잃지않았다.《1984》는물론작가의상상력으로창조한가상의미래이지만,《뉴욕타임스》는《1984》를“가장현대적인소설”로,미국문학비평가이자사회평론가인어빙하우는“현대사회에대한확고부동한증언,오히려우리시대를대변한다”라고평가했다.에리히프롬은1961년에쓴후기에서“이작품이우리에게도의미가있다는사실을깨닫지못한다면,그야말로불행한일”이라며,오웰이예언한미래는지금도실현되고있고작품속에담긴경고의힘은시간이지남에따라더욱강력해질것이라예견했다.
70여년전,조지오웰이그려보았던1984년을우리는맞이했고또흘려보냈다.이작품의영향력은‘오웰리즘(사실의조작과왜곡)’,‘오웰리언(전체주의적인)’,‘빅브라더(독재자,권력에의한감시)’와같은단어가사전에등재되고,널리사용되는것만보아도짐작할수있다.TV가보편적으로보급되기도전인1949년에오웰은가정마다놓여있는‘텔레스크린’을구상해냈다.과학기술과통신의발달로오웰의상상은오늘날스마트폰과앱,인공지능스피커,CCTV를통해서현실화되었다.물론그목적과효용은다르다하지만,우리는관공서나대기업에서관리되는개인정보의유출,인터넷을통한사생활노출관련보도를일상적으로접하고있기에오웰이《1984》를통해보내는경고를그저오래된소설속이야기로치부해버리기어렵다.더불어정치와언론에서점차양극화,보수화성향이짙어지는전세계적인경향을보더라도오웰의예지력과통찰력에다시한번놀라게된다.
《1984》는지금까지도전세계수많은독자에읽히고해석되고있으며,소설을비롯한문학작품은물론TV드라마와영화,미술작품에이르기까지다양한예술분야에인용되고영감을주며재탄생되고있다.《1984》는스탈린시대와전체주의독재를역사와언론의기록을통해서만간접적으로접하는현대독자들에게도지배권력을비롯해현대사회에서갖가지형태로탈바꿈하는모든권력과자유의억압에대한여전히유효한통찰을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