슌킨 이야기 - 에디터스 컬렉션

슌킨 이야기 - 에디터스 컬렉션

$14.36
Description
아름다움과 사랑에 미친 일본 탐미 문학의 대가
다니자키 준이치로의 대표 단편선!
다니자키 준이치로는 일본 탐미 문학의 대가로 ‘여성’과 ‘아름다움’을 집요하게 추구하며 그만의 독특한 문학세계를 구축했다. 이 책은 탐미주의, 에로티시즘, 페티시즘 등으로 대표되는 그의 대표적인 단편 7편을 실은 단편집이다. 다니자키는 작품에서 남성과 여성의 관계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엮어가는데 작품 속 남성들은 숭배에 가깝도록 여성에게 복종하고 헌신하며 희열을 느낀다. 특히 이 책의 표제작인 〈슌킨 이야기〉는 다니자키 문학의 완성작이라 할 만한 작품으로 스토리의 완결성까지 갖춰 탐미 문학의 절정으로 찬사를 받고 있다. 첫 작품 〈문신〉에서부터 여성의 몸에 찬미와 집착을 보인 다니자키는 〈슌킨 이야기〉에서 그의 작품 경향을 더욱 확고하게 드러낸다. 가와바타 야스나리는 “그저 탄식할 뿐!”이라는 말로 작품에 감탄을 표하기도 했다.

이 책에 실린 단편 곳곳에는 아름다움의 화신인 여성을 숭배하는 남성의 모습이 나온다. 여성 숭배는 “여자 없이는 시도 예술도 없다”라고 한 다니자키가 평생에 걸쳐 추구해온 주제로, 이러한 작품 경향은 1920년대 일본에 적잖은 충격을 주었다. 특히 첫 작품 〈문신〉은 젊은 문신사 세이키치가 ‘새하얀 맨발’을 가진 소녀에게 거대한 여덟 개의 발이 달린 무당거미를 등에 문신해주는 내용으로, 여성의 ‘발’과 ‘등’에 집착한 다니자키의 페티시즘이 담겨 있다. 〈문신〉에서 아름다운 여성의 몸에 천착하던 다니자키는 이후 여성의 몸과 일본의 고전미를 결합하여 오묘한 아름다움과 설렘을 만들어낸다. 그리고 그러한 여성을 쉬 범접할 수 없는 존재로 우러러보며 숭배한다. 슌킨이 그랬고 〈갈대 베는 남자〉의 오유가 그랬다. 〈갈대 베는 남자〉를 읽다 보면 “해마다 가을의 쓸쓸함이랄까 적적함이랄까, 이유 없는 계절의 슬픔”을 이야기하는 남자의 아픈 사랑이 고스란히 전해져 가슴이 시리다. 그리고 “달을 보며 지나가버린 세상의 환상”을 여전히 꿈꾸고 그리는 모습이 안타깝기도 하다. 이외에 소년과 소녀의 심리를 사실적으로 묘사한 〈소년〉도 기묘한 느낌의 여성 숭배적 내용으로 끝을 맺으며, 다른 여자와 결혼하기 위해 아내를 은밀히 죽음으로 유도하는 남편의 이야기인 〈길 위에서〉는 촘촘한 구성과 긴장감이 돋보인다.

다니자키 작품 속 사랑의 모습은 헌신적이고 순수한 듯 보이지만 뒤집어 생각하면 상대를 지배하는 왜곡된 사랑으로도 보여 당혹스럽기도 하다. 하지만 다니자키의 문학적 상상력과 탄탄한 구성력, 힘 있는 문장은 독자를 작품 속으로 몰입하게 만들고 현실과 떨어진 또 다른 세계에 던져놓는다. 그의 작품을 처음 접하는 독자는 불편함을 느낄 수도 있지만 한 편이라도 읽게 된다면 그의 다음 작품을 찾을 수밖에 없고 이게 다니자키 소설의 진정한 매력이다.
저자

다니자키준이치로

일본의근·현대를대표하는소설가.1886년일본도쿄에서태어났다.메이지말기부터쇼와중기까지왕성한작품활동을하며다방면에걸쳐문학적역량을과시한작가로,노벨문학상후보에수차례지명되는등일본뿐아니라국제적으로도높은평가를받았다.탐미주의적색채를드러내며여성에대한에로티시즘,마조히즘등을극도의아름다운문체로탐구하였다.한평생작풍이나제재,문장,표현등을실험하며다채로운변화를추구하였고,오늘날미스터리,서스펜스의선구가되는작품이나활극적역사소설,구전,설화문학에바탕을둔환상소설,그로테스크한블랙유머,고전문학연구에이르기까지뚜렷한족적을남겼다.

제일고등학교를거쳐도쿄제국대학국문과에입학했지만학비를마련하지못해퇴학을당했다.1910년[신사조(新思潮)]를재창간하여「문신」,「기린」등의작품을발표하며문단에등장했고,소설가나가이가후로부터격찬을받으며작가로서의지위를확립하였다.1915년열살어린이시카와치요코와결혼을했는데,시인인친구사토하루오가그의부인과사랑에빠지자아내를양도하겠다는합의문을써[아사히신문]에사회에큰파문을일으켰다.문화예술운동에도관심을가진그는시나리오를써영화화하고희곡『오쿠니와고헤이』를발표한뒤직접연출하기도했다.또한1924년『치인의사랑』을신문에연재해선풍적인인기를끌었으나검열로중단되었다.

1942년에그는세번째부인이자희구하던여성인마쓰코와그자매들을모델로『세설』을쓰기시작했다.1943년[중앙공론]신년호와4월호와7월호에연재되었던『세설』은7월호에도실릴예정이었으나「시국에따르지않는다」는이유로발표가금지되었다가전후에야비로소작품전체가발표되었고,훗날마이니치출판문화상과아사히문화상을받았다.1949년에는제8회문화훈장을받았고1941년일본예술원회원,1964년일본인으로서는처음으로미국문학예술아카데미의명예회원에뽑히기도했다.1958년펄벅에의해노벨문학상후보로추천된이래매년후보에올랐으며1965년에80세의나이로신부전과심부전으로사망하였다.

주요작품으로는『문신』,『후미코의발(富美子の足)』,『치인의사랑(痴人の愛)』,『춘금초(春琴抄)』,『미친노인의일기(?癲老人日記)』등이있으며,무라사키시키부의『겐지이야기』를현대어로번역하기도했다.사후50년을맞이한2016년저작권이소멸되어다수의소설작품이번역되었으나,국내에는다니자키의극작가(희곡가)로서의역량이알려지지않아30여편의희곡대부분이미(未)번역상태이다.『문장의희곡:다니자키준이치로의레제드라마』는소설가로데뷔하기이전에이미희곡을발표한다니자키의극작가로서의숨겨진일면을소개하고,1910~40년대일본의신극운동을계기로근대초기한일양국의소설가들의희곡창작과레제드라마의유행을고찰한연구의성과물로기획되었다.

목차

문신
호칸
소년
비밀
길위에서
갈대베는남자
슌킨이야기

작품해설
다니자키준이치로연보

출판사 서평

아름다움과사랑에미친일본탐미문학의대가
다니자키준이치로의대표단편선!

다니자키준이치로는일본탐미문학의대가로‘여성’과‘아름다움’을집요하게추구하며그만의독특한문학세계를구축했다.이책은탐미주의,에로티시즘,페티시즘등으로대표되는그의대표적인단편7편을실은단편집이다.다니자키는작품에서남성과여성의관계를중심으로이야기를엮어가는데작품속남성들은숭배에가깝도록여성에게복종하고헌신하며희열을느낀다.특히이책의표제작인〈슌킨이야기〉는다니자키문학의완성작이라할만한작품으로스토리의완결성까지갖춰탐미문학의절정으로찬사를받고있다.《설국》의가와바타야스나리는“그저탄식할뿐!”이라는말로작품에감탄을표하기도했다.
다니자키는1920년대에시대를뛰어넘는감각적이면서도파격적인이야기로강한인상을남겼지만우리나라에서는그리많이읽힌편은아니다.우리나라에알려진일본의탐미주의작가는가와바타야스나리정도인데두사람을비교하면다니자키작품의농도가훨씬진하며아름다움에탐닉하는집요함도강하다.다니자키가좀더살았다면일본최초의노벨문학상수상자가되었을거라는말이허투루들리지는않을정도로다니자키의문학세계는독특하면서도독보적이다.

“마침내스승님과같은세계에살게되었구나!”
모든것을희생한한남자의아름답지만치명적인사랑

다니자키는첫작품〈문신〉에서부터여성의몸에찬미와집착을보였고이러한작품경향은다니자키문학의완성작이자대표작인〈슌킨이야기〉에서더욱확고하게드러난다.〈슌킨이야기〉는주인과하인,스승과제자,연인이라는다층적관계에놓은슌킨과사스케의사랑이야기다.슌킨은부유한약재상인모즈야가문의딸로아름다운외모에다춤과음악에뛰어난재능을보이지만,아홉살때안질에걸려눈이멀고만다.이후고토와샤미센에몰두하며고집세고까다로운예인으로성장한슌킨은아름다운외모와뛰어난음악적자질로많은사람의칭송을받는다.어느날,사스케가모즈야가문에일을배우러들어오고“사스케가하면좋겠다”는한마디에악기를배우러가는슌킨을수행하게된다.슌킨과사스케는주인과하인의관계로시작하지만슌킨이사스케에게샤미센을가르치면서스승과제자가되고결국에는연인으로발전한다.하지만다른사람들눈에둘은연인처럼은보이지않는다.슌킨은사스케를가혹하리만큼혹독하게다루고사스케는그런슌킨에게언제나지극하고절대적인사랑을보낸다.슌킨을향한사스케의사랑은슌킨의얼굴이망가졌을때절정에달한다.

“스승님,저는장님이되었습니다.이제일평생스승님얼굴을볼수가없습니다.”
사스케는그녀앞에머리를조아리며말했다.
“사스케,그게정말이냐?”
슌킨은이한마디를내뱉고오랫동안묵묵히생각에잠겼다.세상에태어난이후사스케는그전에도이후에도이침묵의몇분간만큼기뻤던적이없었다.(302~303쪽)

슌킨은아름다운외모와뛰어난음악적재능에앞을보지못한다는사실이더해지면서신비로운존재로서사람들의숭배를받는다.하지만그런그녀를질투한것인지앙심을품은것인지누군가의공격으로얼굴이망가지고,사스케는그런슌킨을위해스스로눈을멀게한다.그리고연인과같은암흑세상에살게된것을기뻐하며눈이먼후오히려슌킨의아름다움이더욱절실하게보이기시작했다고고백한다.

사스케는이제야말로외계의눈을잃은대신내계의눈이열린것을깨달아‘아,이것이실로스승님이사는세계로구나.이제마침내스승님과같은세계에살게되었구나!’라고생각했다.(304쪽)

누구나눈이머는것을불행이라고생각할테지만나는장님이되고나서그런감정을맛본적이없다.오히려반대로이세상이극락정토가된것같아스승님과단둘이연꽃궁전에사는기분이다.눈이멀면눈뜬때에보이지않던많은게보인다.스승님얼굴의아름다움이절실하게보이기시작한것도장님이된후다.(311~312쪽)

자신의모든것을희생하는사스케의극단적인사랑은충격적이면서도깊은여운을남긴다.슌킨을대하는사스케의모습은당시다니자키가사랑하던,훗날세번째부인이되는마쓰코를대하던모습과거의같았다고한다.마쓰코에게주인과하인의관계로대해달라고청한다니자키는마쓰코보다먼저밥을먹거나먼저자리에앉지도않았다고하니,소설속슌킨과사스케의사랑은다니자키가생각하는이상적인사랑의모습이아니었을까.

“여자없이는시도예술도없다!”
일본의고전미와결합한여성숭배

슌킨에대한사스케의사랑외에도이책에실린단편곳곳에는아름다움의화신인여성을숭배하는남성의모습이나온다.여성숭배는“여자없이는시도예술도없다”라고한다니자키가평생에걸쳐추구해온주제로,이러한작품경향은1920년대일본에적잖은충격을주었다.특히첫작품〈문신〉은젊은문신사세이키치가‘새하얀맨발’을가진소녀에게거대한여덟개의발이달린무당거미를등에문신해주는내용으로,여성의‘발’과‘등’에집착한다니자키의페티시즘이담겨있다.

이윽고그는왼손의새끼손가락과약지와엄지사이에끼운붓으로소녀의등에그림을그린후,그위에서오른손으로바늘을찔러나갔다.젊은문신사의영혼은먹물안에녹아들어피부에스며들었다.소주에타서찔러넣는주홍물감한방울한방울은그의생명에서나왔다.그는그곳에서자기영혼의빛을보았다.(17쪽)

〈문신〉에서아름다운여성의몸에천착하던다니자키는이후여성의몸과일본의고전미를결합하여오묘한아름다움과설렘을만들어낸다.그리고그러한여성을쉬범접할수없는존재로우러러보며숭배한다.슌킨이그랬고〈갈대베는남자〉의오유가그랬다.〈갈대베는남자〉에서화자는우연히모래섬의갈대숲에서한남자를만나고그에게남자의아버지이야기를듣는다.남자의아버지는40여년이넘는시간동안오유라는여인에대한사랑을품고살아가는데그녀를보기위해매년가을밤달맞이연회에아들을데리고2~3리를걸어간다.작품속에묘사된오유는“옛날오사카인형의얼굴을바라볼때떠오를법한화사하면서도고전의냄새”가나는여인으로현실속에존재하지않을것같은모습이다.

그럴때아버지는그별장의여주인을‘그분’이라고하거나‘오유님’이라고부르며“오유님을잊지마라.내가이렇게매년너를데려오는것은그분의모습을네가기억해두었으면해서다”라고울음섞인목소리로말씀하셨습니다.(186쪽)

아버지말씀으로는“이목구비만보면이정도의미인은적지않지만,오유님의얼굴에는무언가뽀얀느낌이있다.눈에도코에도입에도얇은막을하나씌운듯이뽀얗고각지거나또렷한선이없는,가만히보고있으면보는이의눈앞이몽롱하게흐려지는것같고그사람주위에만안개가끼어있는듯한,옛날책의기품있다는말이꼭들어맞는얼굴이다.그게오유님의매력이다”라고하므로과연그렇게도보였습니다.(189쪽)

〈갈대베는남자〉를읽다보면“해마다가을의쓸쓸함이랄까적적함이랄까,이유없는계절의슬픔”을이야기하는남자의아버지의아픈사랑이고스란히전해져가슴이시리다.그리고“달을보며지나가버린세상의환상”을여전히꿈꾸고그리는모습이안타깝기도하다.이외에소년과소녀의심리를사실적으로묘사한〈소년〉도기묘한느낌의여성숭배적내용으로끝을맺으며,다른여자와결혼하기위해아내를은밀히죽음으로유도하는남편의이야기인〈길위에서〉는촘촘한구성과긴장감이돋보인다.
다니자키작품속사랑의모습은헌신적이고순수한듯보이지만뒤집어생각하면상대를지배하는왜곡된사랑으로도보여당혹스럽기도하다.하지만다니자키의문학적상상력과탄탄한구성력,힘있는문장은독자를작품속으로몰입하게만들고현실과떨어진또다른세계에던져놓는다.그의작품을처음접하는독자는불편함을느낄수도있지만한편이라도읽게된다면그의다음작품을찾을수밖에없고이게다니자키소설의진정한매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