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양

사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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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혁명을 꿈꾸었던 적도 없고 사랑도 몰랐다.
우리는 이 세상 어른들을 믿을 수 없게 되었다.”

패전 후 불안과 암울이 만연한 일본 사회를 비추고 어루만진
다자이 오사무 최고의 인기작 《사양》
일본 근대문학의 한 획을 그은 작가,
다자이 오사무 생전 최고의 인기작 《사양》

일본 문학의 대체 불가능한 작가 다자이 오사무. 그의 생전 가장 큰 인기를 누린 작품 《사양》은 2차 세계대전 직후 무너져가는 귀족 집안과 시대 의식을 그린 소설이다. 이 작품은 《인간 실격》에 앞서 1947년 문예지 《신초(新潮)》에 연재되었고 같은 해 출간되었다. 초판이 세상에 나오자마자 만여 부 이상 판매되며 베스트셀러로 자리 잡았다. 심지어 몰락한 집안과 사람들을 일컫는 ‘사양족’이란 신조어가 생겨 유행하는가 하면, 지금은 기념관이 된 다자이 오사무의 생가는 ‘사양관’이라 불렸다고 하니 당시 이 작품의 인기를 짐작할 만하다. 다자이는 일본의 패전 후 자신이 어린 시절을 보낸 대저택이 몰락하고, 가족들이 뿔뿔이 흩어졌던 실제 경험을 이 소설 곳곳에 녹여냈다. 일본의 문예평론가이자 다자이 오사무 연구의 권위자인 오쿠노 다케오는 “《사양》은 사랑과 혁명에 사는 새로운 인간상과 새로운 삶의 방식을 모색한 작품”이라며 “다자이의 생생한 묘사와 천재적 필력은 독자들의 영혼을 완전히 사로잡는다”고 상찬했다. 방황하는 청춘을 대표하는 작가 다자이 오사무. 그가 자기 경험을 반영해 인간 세상의 부조리를 향한 반감과 인간 존재의 본질에 관한 고뇌를 솔직하게 풀어낸 이 소설은 동시대 젊은이들에게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마음을 사로잡았다.
저자

다자이오사무

太宰治,1909~1948
본명은쓰시마슈지(津島修治).1909년일본아오모리현쓰가루에서부유한집안의11남매중열째로태어났다.어머니가병약해나면서부터유모손에서자라다이후숙모에게맡겨졌다.어려서부터작문과외국어에재능을보였고,고등학교졸업을앞두고최초의자살미수사건을일으켰다.1930년도쿄제국대학교불문과에입학후긴자의술집종업원과함께바다에투신해혼자살아남기도했다.이후좌익운동을하다대학을중퇴했다.1935년문단데뷔작인소설〈역행〉을제1회아쿠타가와상에응모하나차석에그쳤고,1936년첫소설집《만년》이출간되어작가로인정받았다.마약성진통제때문에약물중독치료를받던중1938년스승이부세마스지의초대로덴가사야에석달간머물며안정을찾았고,이부세가소개한이시하라미치코와결혼식을올렸다.1947년발표한《사양》이2차세계대전패망후정신적공황에빠진일본젊은이들에게열렬한지지를받으며‘데카당스문학’대표작가로최고인기를누렸다.그러나1948년《인간실격》집필후결핵을앓는그를돌보던야마자키도미에와함께다마강에투신해39세의나이로사망했다.사후출간된《인간실격》은전후일본에서가장유명한소설중하나로현재까지천만부이상판매된것으로추정된다.

목차

사양

옮긴이의말
다자이오사무연보

출판사 서평

서서히파멸해가는존재의유구한아름다움에관하여
높이떠올라온세상을비추었다가빛을잃고한편으로스러져가는태양처럼몰락해간사람들…….《사양》은2차세계대전직후무너져가는귀족집안과시대의식을그린작품이다.초판이출간되자마자종전의히트를기록한다자이오사무생전최고의인기작이자,사후출간된《인간실격》과더불어지금까지도꾸준한사랑을받는대표작이다.
이소설의주인공가즈코는몰락한가난한귀족으로남편과헤어지고임신중아이를사산한아픔을지닌스물아홉살의여자다.가즈코는이혼후기품있고아름다운어머니집으로돌아가병으로쇠약해진어머니를돌보며지낸다.남동생나오지는마약중독자로집에큰빚을안기고전쟁에나갔다가전쟁이끝난후에도소식을알수없는상태다.가즈코와어머니는집안형편이갈수록어려워지자외삼촌의도움을받아시골의작은집으로이사한다.갑작스러운나오지의귀환으로조용하던모녀의생활에‘지옥같은나날’이시작된다.과거나오지의마약빚을갚느라돈을마련하기바빴던가즈코는나오지가스승으로따르는소설가우에하라를만나게된다.짧지만강렬했던첫만남에서가즈코자신은미처깨닫지못했지만우에하라는가즈코가훗날맹목적으로사랑하는사람이된다.어머니가결핵으로결국세상을떠나고점차삶의의욕을잃어가던가즈코는우에하라에게사랑을고백하는편지를보내기를세차례,답장은오지않는다.그를만난것은6년전으로그것도딱한번이었지만그를만나야살수있을것같다는생각에가즈코는우에하라를다시찾아간다.암울한현실에서벗어나고자술에빠져사는우에하라를만난가즈코가그의아이를가진바로이튿날동생나오지가자살한다.나오지는가즈코에게순수함과고귀함이존중받지못하는위선적인세상에서어디에도속하지못해괴로웠던자신의처지를고백하는편지를남긴다.나오지의사망후한달여산장에서혼자지내던가즈코는우에하라에게마지막이될편지를쓴다.가즈코는편지에서자신이우에하라의아이를임신한사실을알리고사랑하는사람의아이를낳아키우는일이자신의도덕적혁명의완성이라말하면서작품은끝을맺는다.

모래속에묻힌사금을추어내듯,
절망의어둠속에서밝은희망을길어올리는이야기
소설의주인공가즈코와남동생나오지는과거에귀족으로서누렸던모든지위와특권을잃고몰락한현실에맞닥뜨려끊임없이인간의삶과가치에대해생각한다.작가는이두사람을통해상실의슬픔과삶의허망함을담담하면서도섬세한문체로그려낸다.

작년엔아무일이없었다.
재작년엔아무일이없었다.
그전해역시아무일도없었다.

이런재밌는시가종전직후어느신문에실렸는데,정말이지지금생각해보면여러일이있었다는생각이들면서도,역시아무일도없었다는말에공감하게도된다.전쟁의추억이란건말하기도,듣기도싫다.사람들이그렇게나많이죽었는데도진부하고지루하다.(42쪽)

사람들이죽어나간다.어제함께이야기하고밥을먹던이웃이죽어나간다.그런데아무일이없었다고말한다면죽음에무감각해졌다는것.삶의가치와의미를상실하고곧인간성을상실했다는뜻이다.어쩌면전쟁이초래한가장큰비극이아닐까.
순수를희구하던나오지는참혹한전쟁을겪고아편중독자가되어거의폐인이되어돌아왔다.허례허식에젖은예술가와구시대식자(識者),귀족들에게서는자신이추구하는삶의의미를발견하지못하면서도그들과어울려방탕하게생활한다.그러다자신이존경하고따르던작가우에하라의부인에게서가식과사심없이배려하는순수한인간성을발견하고탐닉한다.죽는순간까지발버둥쳤지만결국귀족신분의굴레에서자유롭지못했던그는자신의결심을밀고나가기에너무나약했던시대의낙오자였다.반면가즈코는낡은도덕과사상을무시하고나름의방법으로힘든현실을타파하고자했다.자신이사랑하는남자의아이를낳아혼자서라도키우겠다는뜻을자기나름의방법으로이뤄스스로생의씨앗을심었다.
《사양》은제목에서연상되는바와같이단순히스러져가는것,몰락해가는것을주제로한작품이아니다.마치모래속에묻힌사금을추어내듯,진흙탕같은암울한현실속에서도자기의지의혁명을꿈꾸고이뤄나가는아름다운인간의이야기다.

“혁명을꿈꾸었던적도없고사랑도몰랐다.
우리는이세상어른들을믿을수없게되었다.”
《설국》으로노벨문학상을수상한작가가와바타야스나리가다자이의작품들을혹평했던일화는유명하다.그런그가“다자이오사무작품중에서여성을가장탁월하게그려낸역작”이라며칭찬한작품이바로《사양》이다.이처럼《사양》은일본의패전과몰락계급의비극적인삶을여성의목소리로그린페미니즘작품으로평가받았다.물론이작품이발표된지70년이넘게흐른데다특히가부장적이고권위적이었던당시일본사회상과분위기가작품곳곳에배여있는것도사실이다.이러한점에서그간정치,사회,문화전반에서급격한변화를겪어온현대독자들의감수성에비추어본다면이작품을페미니즘작품으로높이칭송한평가가다소퇴색되어보일지모른다.

도대체나는그동안뭘하고있었는지.혁명을꿈꾸었던적도없고사랑도몰랐다.지금까지이세상어른들은혁명과사랑,이두가지를가장어리석고흉측한것이라고우리에게주입해,전쟁전이나전시에나우리는배운대로만알고있었는데패전후,우리는이세상어른들을믿을수없게되었다.뭐든그사람들이말하던것과는반대로하는것이진정살길이라여기게됐다.(…)
나는확신하고싶다.인간은사랑과혁명을위해살아왔다고.(121~122쪽)

희망찬새천년을맞이하며지난역사의과오를반성하고평화로운세계의재건을다짐했던인류가또다시잔혹한전쟁을일으킬거라누가예상했던가.지금우리는시시각각지구곳곳에서일어나는소식을실시간으로접할수있게된덕분에러시아-우크라이나전쟁의참혹한실상을매일생생하게전해듣는다.이란에서한여성이히잡을쓰지않았다는이유로경찰에끌려가의문사했다는무시무시한사실도안다.그러나쉬이잊고,무덤덤해지는우리마음은머지않아‘작년에도,재작년에도,그전해역시아무일도없었다’고말하게될지모른다.“우리는배운대로만알고있었는데패전후,우리는이세상어른들을믿을수없게되었다”는문장은침몰하는배에서가장먼저보호받아야마땅한어린아이들에게‘가만히있으라’말하고제살길만찾았던어른들,축제를즐기러갔다가많은사람이참변을당했지만,실은희생되지않을수도있었던안타까운인재였다는사실이드러난뒤에도여전히책임회피에만바쁜우리사회의어두운민낯을떠올리게한다.“뭐든그사람들이말하던것과는반대로하는것이진정살길이라여기게됐다”는문장에우리는가슴아픈공감을하게된다.2차세계대전후격변의시기를겪으며불안과암울이만연한일본사회를밝게비추고방황하는청년들의마음을어루만진다자이오사무의이작품은70여년이지난지금도여전히수많은독자의가슴에따스한위로를건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