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묘하게도그때의경험으로나는인간의품위를더믿게되었다.”
1936년7월,스페인의장군프랑코가쿠데타를일으켰다.그해총선에서좌파성향정당의연합체인민전신이승리를거둔후였다.스페인내전의시작이었다.스페인내전은곧바로국제전으로확대되었다.반군은독일,이탈리아등파시스트세력에게지원을받았다.반군에게서스페인정부를지키고자하는의용군도여러나라에서속속모여들었다.
오웰은POUM(마르크스주의통일노동자당)의용군소속이었다.전선투입전,바르셀로나에도착한그는노동계급이고삐를쥔도시의모습에감명받고스페인정부를지키기위한싸움의당위성을다시금확신한다.오웰의다짐은전선에서더강해졌다.사격훈련한번받지못한,앳되다못해새끼고양이울음을닮은목소리로구호를외쳐대는대다수의소년병은한탄을자아냈다.심각한무기부족,진흙탕,이,굶주림,추위등등은오웰과의용군을끊임없이괴롭혔다.전선의상황은상상이상으로열악했다.그러나이들에게는‘혁명적기강’이있었다.장교와이등병이서로를‘동무’로부르는의용군은노동자와시민이함께이룩한성과를지키겠다는의지로오웰의말마따나반란초기에위기에몰린정부를‘구원’했다.
“스페인의용군은계급없는사회의축소판이었다.”
“사람들은자본주의기계속의톱니바퀴가아니라사람답게행동하려고애썼다.”
오웰은전선에서함께한의용군동료들과의생활과전투를낭만적필치로써내려간다.오웰의문장은그가목격한전선의경악스러운상황과스산한풍경을그림으로그린듯생생히전한다.동시에그런곳에서조차혁명의정신이살아숨쉬고있음을느끼게해줄만큼단단하고유려하다.그는의용군이헛웃음이날정도로열악한환경과지원속에서도파시스트로부터무엇을지켜냈는지를설파하며후일그들에게가해질공공연한비난에반박한다.스페인내전에대한오웰의입장은의용군경험으로부터정초되었다.
자본주의,사회주의,공산주의,무정부주의,파시즘이어지러이교차하던
스페인내전한복판에서써내려간르포문학의걸작
그러나반反파시스트진영이분열되며스페인내전의양상은복잡해진다.정부의주도권을두고무정부주의세력과공산주의세력의갈등이표면화되면서다.처음에는“우리는모두사회주의자아닙니까?”라고외치며반파시스트세력의내분을대수롭지않은한심한일로치부한오웰은점차문제의심각성을인식한다.휴가를받아바르셀로나에돌아왔을때발생한두세력간의시가전에참여하고는,전선에서는느끼지못한고약하고불편한분위기를실감한다.‘의심,두려움,불안,감춰진증오가섞인분위기’말이다.
반파시스트진영의내분을직접목격하고경험한오웰은소련의지원을등에업은공산주의세력에대한통렬한비판으로나아간다.전쟁승리를위해혁명은잠시유보하자는공산주의세력의주장과혁명과전쟁을병행하자는무정부주의세력의입장모두표면적으로는나름의합리성을갖는다.하지만공산주의세력은압도적조직과자원을바탕으로논쟁과토론대신온갖공작과선전선동으로상대를찍어누르는방법을택했다.함께총을들고전선에서파시스트와맞섰던동지들이‘트로츠키주의자,파시스트,반역자,살인자,겁쟁이,첩자’로몰려탄압받고,심지어는오웰자신마저경찰에쫓기는신세가된상황을고발하는《카탈로니아찬가》후반부는혁명이대의를상실하고끝내파시스트세력에게패배하는것으로종결되는미래를예견하는듯하다.
격동의현대사에서수없이반복될역사적비극에대한
가장적확한인식의틀을제공하는책
《카탈로니아찬가》는열정적인참여자인동시에냉철한관찰자의시선으로(심지어유머까지곁들여)스페인내전을그린다.이책이역사적가치와문학적가치를고루갖추었다고평가받는이유다.스페인내전의혁명적의의에대한오웰의확신,자신이보고들은것의한계를분명히인정하는태도가문학의형태로어우러진《카탈로니아찬가》는이후격동의현대사에서수없이반복될역사적비극에대한가장적확한인식의틀이되어준다.
《듄》,《19호실로가다》등을우리말로옮긴저명한번역가김승욱의새번역으로소개되는《카탈로니아찬가》표지에는1937년이베리아무정부주의동맹FAI에서제작한포스터를활용했다.“피의전선에서,노동자의전선에서,인류를위해싸우다”라고적힌원포스터의분위기는그자체로스페인내전기의격동을대변한다.이외에도책에는스페인내전의의의를톺고,‘붉은오리엔탈리즘’과‘포스트식민주의’의관점으로비판적사유의창구를여는역사학자임지현교수의해제와오웰이귀국후스페인내전을주제로집필한에세이(〈스페인의비밀을누설하다〉)와시(〈이탈리아의용군추모시〉)가포함되어있다.오웰이냉철한격정으로써내려간이책은스페인내전에대한보다깊이있는이해를제공할뿐아니라,역사와정치를고민하는독자에게도큰보탬이되어줄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