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

약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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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추리소설을 지양하는 동시에 극복한 추리소설
장르의 관습을 부수고 ‘우연’을 기입해
추리소설을 ‘아직도 가능한 이야기’로 만든 걸작!
프리드리히 뒤렌마트는 전후 독일문학이 배출한 천재 작가, 스위스 국민 작가로 널리 인정받고 있으며 세계적인 극작가로 손꼽히기도 한다. 그런 그가 남긴 추리소설은 단 네 편이다. 극작가로 대성하는 시기를 얼마 앞두지 않은 때 ‘밥벌이’를 위해 추리소설을 썼고, 그 이후로는 다시 쓰지 않았기 때문이다.

문예세계문학선 115 《약속》에는 뒤렌마트의 추리소설 4편 중 〈약속〉과 〈사고〉가 수록되어 있다(다른 2편인 〈판사와 형리〉, 〈혐의〉는 문예세계문학선 123 《판사와 형리》에 실렸다). 먼저 〈약속〉은 전통 추리소설이 내포한 허구적 동화를 깨뜨리면서 ‘우연’의 형태로 삶을 위협하는 현실이야말로 우리가 눈을 부릅뜨고 상대해야 할 적수임을 강조한다. 한편 〈사고(事故)〉는 우연한 사고로 운명의 덫에 갇힌 한 인간의 불행을 신랄하게 풍자하며 파고든 작품으로 1945년 이후 독일어권에서 발표된 작품 가운데 최고라는 찬사를 받았다. 뒤렌마트는 평범한 외판원의 비극을 통해 사고(思考)가 부재한 현대사회와 삶의 의미를 상실한 현대인의 문제를 고발한다.

잘 쓰인 추리소설은 읽는 동안은 재밌지만 덮고 나면 금세 잊히기 마련이다. 그러나 뒤렌마트의 추리소설은 그렇지 않다. 장르의 재미는 그대로 유지한 채 메시지는 심화했기에, 책을 덮고 나서야 시작될 또 다른 이야기와 질문들을 던져놓는다. 추리소설에 관한 부정적 통념을 한번에 반전시키는 뒤렌마트의 걸작을 통해, 우리는 이 장르의 또 다른 가능성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저자

프리드리히뒤렌마트

FriedrichDürrenmatt,1921~1990

스위스베른에서목사의아들로태어났다.베른대학교와취리히대학교에서신학을공부했으며문학과자연과학강의를즐겨들었다.졸업후에는저널리스트로활약하다가극작가로방향을바꾸어희곡,소설,라디오드라마등을다수발표했다.뒤렌마트는고정관념과기존이데올로기에사로잡히기를거부했다는점에서스위스출신세계적극작가막스프리쉬에비견되며,감정이입을철저히배제한우의극을썼다는점에서는브레히트의후계자로일컬어지기도한다.다만작품에사회변혁에대한일말의희망을보여준브레히트와달리뒤렌마트는괴상한과장과통렬한풍자로절망적인사회의모습을제시해보였다는점은차이로꼽힌다.스물다섯살에첫희곡을발표한후《로물루스대제》,《미시시피씨의결혼》,《천사바빌론에오다》등발표하는작품마다호평받았으며,희곡《노부인의방문》으로전세계에명성을떨쳤다.또한《연극의제문제》로독자적인연극론을전개하기도했으며,《물리학자들》에서는과학자들의윤리문제를신랄한희극으로묘사했다.전후독일문학이배출한천재작가로평가받으며,스위스에서는국민작가로추앙받았다.1990년69세의나이로자택에서영면했다.

목차

약속
_추리소설에부치는진혼곡

사고(事故)
_아직도가능한이야기

작품해설
프리드리히뒤렌마트연보

출판사 서평

추리소설을지양하는동시에극복한추리소설
장르의관습을부수고‘우연’을기입해
추리소설을‘아직도가능한이야기’로만든걸작!


프리드리히뒤렌마트는전후독일문학이배출한천재작가,스위스국민작가로널리인정받고있으며세계적인극작가로손꼽히기도한다.그런그가남긴추리소설은단네편이다.극작가로대성하는시기를얼마앞두지않은때‘밥벌이’를위해추리소설을썼고,그이후로는다시쓰지않았기때문이다.


연쇄살인을해결하려는한수사관의참담한실패와예기치못한결론…
추리소설에부치는진혼곡,〈약속〉

문예세계문학선115《약속》에는뒤렌마트의추리소설4편중〈약속〉과〈사고〉가수록되어있다(다른2편인〈판사와형리〉,〈혐의〉는문예세계문학선123《판사와형리》에실렸다).먼저〈약속〉은전통추리소설이내포한허구적동화를깨뜨리면서‘우연’의형태로삶을위협하는현실이야말로우리가눈을부릅뜨고상대해야할적수임을강조한다.〈약속〉은본디뒤렌마트가영화연출가에게요청받아시나리오로쓴작품으로〈그사건은화창한대낮에벌어졌다(Esgeschahamhelligsten)〉라는영화로도제작되었다.자신이쳐놓은그물에얽혀허우적거리며벗어나지못하는,참담하게실패하는수사관의모습을통해뒤렌마트는기존추리소설의인습을깨고미묘한추리적요소를가미한새로운형식과주제를제시하는데성공한다.〈약속〉은뒤렌마트의마지막추리소설로,부제는‘추리소설에부치는진혼곡’이다.부제에는기존장르규칙에대한반항심과장르의가능성에대한야심이고루담겨있다.한소녀의죽음에담긴비밀을집요하게파헤치는유능한형사가마주한파국을그려낸이작품에서우리는전율과함께뒤렌마트의장르적도전을마주하게된다.


도대체왜평범한외판원이그토록간절히‘유죄’를갈망하는가?
전후출간된독일어권작품중최고라는찬사를받은〈사고〉

한편〈사고(事故)〉는우연한사고로운명의덫에갇힌한인간의불행을신랄하게풍자하며파고든작품으로1945년이후독일어권에서발표된작품가운데최고라는찬사를받았다.평균치의선량한인간트랍스(Traps)는그의이름그대로스스로‘덫’으로걸어들어간다.퇴직한판사와변호사들이벌이는모의재판놀이에서그는자신도인식하지못하던자신의‘죄’를깨닫고‘환희’에젖은채로스스로에게엄한벌을내린다.뒤렌마트는평범한외판원의비극을통해사고(思考)가부재한현대사회와삶의의미를상실한현대인의문제를고발한다.뒤렌마트는후일이작품을방송극으로개작발표했고,이듬해독일전쟁맹인협회가주는방송극상을수상하기도했다.


‘추리소설을지양하는동시에극복한추리소설’이라는아이러니
뒤렌마트가갱신한추리소설이라는장르

“나를화나게만드는것은다름아니라당신네들소설에서벌어지는사건들의진행방식입니다.”〈약속〉의작중인물형사가또다른인물추리소설가에게건네는말이다.뒤이어모든사건을게임처럼말끔하게처리하는추리소설에대한비난을토해낸후,형사는이렇게덧붙인다.“진실은이렇게옛날부터당신네작가들의극작규칙을위한먹이로던져지고있습니다.이젠제발그놈의규칙이라는것을팽개쳐버리십시오.…현실을향해나아가려면완전함을대담하게포기하십시오.”

뒤렌마트의추리소설에는딱맞아떨어지는논리,장기게임과같은정합성이없다.그대신‘운과우연’이있다.우리의실제삶이퍼즐맞추기와는거리가멀다는점에서,삶의진실이장르의규칙을위한먹이로던져지는관습을거부하는뒤렌마트의시도는빛을발한다.이처럼장르를재미로만소비하기를거부한뒤렌마트는장르관습바깥에서이야기를펼쳐놓음으로써동시대인들의삶이놓인비극적현존의구조를밝혀낸다.잘쓰인추리소설은읽는동안은재밌지만덮고나면금세잊히기마련이다.그러나뒤렌마트의추리소설은그렇지않다.장르의재미는그대로유지한채메시지는심화했기에,책을덮고나서야시작될또다른이야기와질문들을던져놓는다.추리소설에관한부정적통념을한번에반전시키는뒤렌마트의걸작을통해,우리는이장르의또다른가능성으로나아갈수있을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