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의 기적 - 문예세계문학선 133

장미의 기적 - 문예세계문학선 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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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악의 성자’ 장 주네
도둑, 동성애자, 폭력, 감옥의 세계에
신성성을 부여해 미(美)의 위계를 전복하다

★‘한국의 장 주네’ 장정일 작가 해제 수록
사생아로 태어나 생후 7개월 만에 유기되어 청소년기 때부터 감화원을 들락거린 장 주네는 반항의 주제를 뛰어난 상상력으로 가장 개성 있게 표현했다고 평가받는 작가다. 본격적으로 창작 활동에 뛰어들기까지 30여 년 동안 감화원, 절도, 동성애, 부랑 생활을 이어온 주네는 자신이 경험한 삶에서 출발해 기존 세계의 규범과 대립하는 독창적인 미학을 창조했다. 그리하여 ‘악의 성자’로 칭송받았다. 세상에서 버림받은 자들을 가장 신성하고 아름다운 존재로 만드는 주네의 시적 언어는 수많은 사람을 매혹했다. 1947년, 주네가 반복되는 절도죄로 종신형을 선고받자 장 폴 사르트르, 시몬 드 보부아르, 장 콕토, 앙드레 브르통 등이 탄원해 대통령 특별사면을 받은 일화는 유명하다. 20세기 후반의 미국을 대표하는 작가이자 뉴욕 지성계의 여왕이라 불린 수전 손택 역시 주네를 혁명가라 칭한 바 있다. 주네의 삶과 그의 작품은 동시대 유럽과 영미권의 퀴어 연구에서도 주요하게 다뤄지는 등 여전히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장미의 기적》은 주네의 두 번째 소설이다. 1943년 상테 형무소에서 탈고한 원고다. 감옥에서 육체는 억압되었을지라도 자유로운 정신으로 모색한 세계를 시적 산문으로 그려낸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주네는 이 책에 도둑, 남창, 동성애자, 부랑자 등에 대한 애착을 담았다. 즉 그는 자신을 거부하는 세상을 거부하는 방편으로 악에 몰두하는 자들의 삶을 탐닉했다. 규범 ‘바깥’의 삶을 상상 가능한 삶, 아름다운 삶으로 복권하여 삶을 가로지르는 폭력적 위계에 균열을 낸 것이다. 주네는 익숙함, 아름다움, 존엄함 등의 정의를 비판적으로 심문하여 새로운 미학으로 나아갔다.

저자

장주네

저자:장주네
1910년파리에서사생아로태어났다.생후7개월만에유기되어파리빈민구제국에위탁되었고이후프랑스중부의한가정에서자랐다.초등학교에서명민함을보였지만상급학교로진학하지않았고절도와부랑을반복해청소년기때부터감화원에수감되었다.1929년아랍의프랑스식민지부대에지원입대했고1936년부터는유럽전역을떠돌며유랑생활을했다.1942년사형수모리스필로르주에게헌정한시〈사형수〉를발표해본격적으로작품활동을시작했다.동료수감자가누이에게보낼신파조의엉터리시를뽐내는데짜증이나쓴최초의시였다.감옥안에서첫소설《꽃의노트르담》을쓰기시작한것도이때였다.반복되는절도죄로종신형을받았으나주네의작품을읽고감명받은장콕토,장폴사르트르,시몬드보부아르,앙드레브르통등의탄원으로1949년대통령의특별사면을받았다.20세기작가중반항의주제를뛰어난상상력으로가장개성있게표현했다고평가받는주네는감옥,절도,동성애,부랑생활등을배경으로한소설《꽃의노트르담》《장미의기적》《도둑일기》등을남겼다.이외에도시와희곡,예술론,영화시나리오등장르를넘나들며여러글을썼다.말년에는베트남반전운동,흑인인권운동,팔레스타인해방운동등에참여했고68혁명에도목소리를냈다.1986년,최후의원고《사랑의포로》교정을위해파리에왔다가작은호텔방에서생을마감했다.시신은유언에따라지브롤터해협인근모로코라라슈에묻혔다.

역자:박형섭
연세대학교불어불문학과를졸업하고극작가외젠이오네스코연구로파리3대학교에서석사학위(〈이오네스코연극의부조리연구〉),파리8대학교에서박사학위(〈이오네스코혹은베랑제사이클의비극적의식〉)를받았다.현재부산대학교불어불문학과명예교수다.지은책으로《이오네스코의연극적상상력》,《아르또와잔혹연극론》(공저)이있고,옮긴책으로《도둑일기》,《노트와반노트》,《이오네스코의발견》,《이오네스코연극미학》,《문화국가》,《베케트연극론》,《기호와몽상》,《사랑과우연의장난》,《잔혹연극론》,《잔혹성의미학》,《코뿔소》등이있다.

목차

장미의기적

작품해설|악의토양에서핀언어의꽃,《장미의기적》
장정일해제|주네를가볍게해주기
장주네연보

출판사 서평

‘악의성자’장주네
도둑,동성애자,폭력,감옥의세계에
신성성을부여해미(美)의위계를전복하다

★‘한국의장주네’장정일작가해제수록

한시인이또다른시인의시집을훔치다체포되어재판에넘겨졌다.판사가물었다.“만약누군가당신책을훔친다면뭐라고할것인가?”시인은“자랑스러울것”이라고답했다.판사가다시물었다.“이책의가격을아는가?”시인은“가격은모르지만그가치는알고있다”고답했다.시인은결국징역형을선고받았다.시인의이름은장주네.그가자신의첫시〈사형수〉를발표하고첫소설《꽃의노트르담》을쓰기시작한즈음의일이다.

사생아로태어나생후7개월만에유기되어청소년기때부터감화원을들락거린장주네는반항의주제를뛰어난상상력으로가장개성있게표현했다고평가받는작가다.본격적으로창작활동에뛰어들기까지30여년동안감화원,절도,동성애,부랑생활을이어온주네는자신이경험한삶에서출발해기존세계의규범과대립하는독창적인미학을창조했다.그리하여‘악의성자’로칭송받았다.세상에서버림받은자들을가장신성하고아름다운존재로만드는주네의시적언어는수많은사람을매혹했다.1947년,주네가반복되는절도죄로종신형을선고받자장폴사르트르,시몬드보부아르,장콕토,앙드레브르통등이탄원해대통령특별사면을받은일화는유명하다.20세기후반의미국을대표하는작가이자뉴욕지성계의여왕이라불린수전손택역시주네를혁명가라칭한바있다.주네의삶과그의작품은동시대유럽과영미권의퀴어연구에서도주요하게다뤄지는등여전히그가치를인정받고있다.

《장미의기적》은주네의두번째소설이다.1943년상테형무소에서탈고한원고다.감옥에서육체는억압되었을지라도자유로운정신으로모색한세계를시적산문으로그려낸작품으로평가받는다.주네는이책에도둑,남창,동성애자,부랑자등에대한애착을담았다.즉그는자신을거부하는세상을거부하는방편으로악에몰두하는자들의삶을탐닉했다.규범‘바깥’의삶을상상가능한삶,아름다운삶으로복권하여삶을가로지르는폭력적위계에균열을낸것이다.주네는익숙함,아름다움,존엄함등의정의를비판적으로심문하여새로운미학으로나아갔다.

언어를도둑질해독보적시적언어를꽃피운장주네,
억압당한쾌락,사랑,환희에서기적을목도하다

주네는자신이청소년기를보낸메트레감화원과서른즈음에수감된퐁트브로형무소를오가며이야기를풀어낸다.주네가수감자동료들에게품은사랑과환상,환희에상상력을더한시적산문이내내이어진다.아르카몬,뷜캉,디베르.주네가지극히순수한사랑의욕망을품은자들이다.아르카몬은광채를발하는사형수다.그는‘페니스’그자체인인물로,모든수감자가그권위를인정하는신과같은존재다.뷜캉은감화원에서가장아름다운자다.강도질할때쾌감을느끼며심지어사정까지하는천상도둑이다.디베르는주네를육체적,감정적으로점유한남자로주네가감옥에서그와나눈쾌락은숭배로나아갈정도로강렬했다.감옥안에서주네와결혼한자이기도했다.셋말고도주네의몸과마음을점유한수감자는무수히많다.모든수감자는메트레감화원이낳은형제였다.즉,서로를사랑하며쾌락의대상으로삼는근친상간의당사자였다.비위생적인형무소에서지내며냄새를풍기는자들이나누는쾌락과사랑에서는꽃향기가났다.기적이었다.

주네는지독하고집요하게언어에매달렸다.주네이야기의청자이자이책의독자,즉‘당신들’에게동료수감자와감화원의악마적인달콤함을전하기위해서다.‘당신들’은감화원바깥에사는사람들이다.수감자들을‘괴물’로보는편에속한사람들이다.그런‘당신들’에게그반대편에서자신이보고느낀것을온전히전하려면언어에절박하게매달려야만한다.언어의한계를마주해야만한다.뷜캉의아름다움을내내찬미하던주네는마침내더는사용할단어가존재하지않는다는사실을깨닫고행복해한다.기존언어가소진된곳,기존언어를다른의미로채워야만하는곳에서비로소뷜캉의아름다움을인식할가능성이피어나기때문이다.기성언어의끝에서,주네는마침내언어를도둑질하는데성공했다.도둑은주네의필연적운명이었다.절도와시모두사물(혹은정신)을원래자리에서다른곳으로옮기는작업이다.주네특유의아름다운시적산문은기존세계의질서를뒤죽박죽으로만들고위계를뒤집는도둑질에서피어났다.

수감자,도둑,동성애자,부랑자의창세기
상상력으로빚어낸시적세계로‘당신들’의세계를위협하다

주네가범한이중의도둑질(물건,언어)에서창안된시적산문은수감자들에게신성성을부여하고자한다.메트레감화원은원래수도원이었다.그러나단지장소의계승만이신성성의이유는아니다.주네는반복해서아르카몬을신에빗대고,다른수감자를수도자에빗댄다.자신의언어를종교에탐닉한신비주의자의언어와견준다.주네는이책제목을‘천사의아이들’로지을까고민하기도했다.‘당신들’세계의위계를뒤집은곳에서는가장흉악한도둑이신이다.이세계의신인아르카몬은자신의팔을감싼쇠사슬을장미꽃으로변모케하는기적을행한다.신이행한이기적으로전에없던세계가열린다.《장미의기적》은수감자,도둑,동성애자,부랑자의창세기다.

상상력(혹은‘망상’)은주네가좁디좁은감화원에서언어와세계를창조한원동력이었다.주네는줄곧바다를항해하는갤리선의세계를몽상한다.갤리선은제약많은현실에서의불만족을해소하는자유의공간이다.갤리선에서주네의고독은곧바로쾌락으로실현되고주네의얼굴과몸은누구보다젊고아름답게변한다.갤리선에서의주네는가장강한남자인선장의애무를독차지할수있다.갤리선의몽상은일상으로이어진다.상상력으로잔뜩부풀린갤리선의세계는제약많은현실의답답함을달래주고,주네의사랑과환희에깊이를더해준다.현실과환상의연쇄작용으로주네와그동료,연인들의세계는점차단단해진다.‘당신들’의세계에필적할내적완결성을획득해기존세계를위협한다.

하지만도둑질에서출발한주네의언어와세계는이내스러진다.메트레감화원은폐쇄되었다.그곳에수감된흉악하고사랑스러운악마들은뿔뿔이흩어졌다.주네의표현을빌리자면,“하늘에서별이사라져버렸다”.아르카몬은죽었다.뷜캉도죽었다.뷜캉의죽음은수감자들사이에서가벼운화젯거리로떠돌았을뿐이고,언론의관심을받은아르카몬의처형역시이내종이(신문)의무덤에묻혀잊힐것이다.그러나악의성자이자창조자인주네는살아남아자신이창조하고,경험했으며,목격한기적을기록한다.“나는그들의이름을저쪽시간너머에까지알릴것이다.대상은사라지고없지만,그들의이름은영원히남을것이다.사람들은내게물을것이다.뷜캉,아르카몬,디베르란누구였는가?그러면그들의이름이우리의마음을감동시킬것이다.마치천년전에죽은별에서오는빛이우리의마음을감동시키는것처럼.”

작가와작품세계를전반적으로조망하는옮긴이해제,
‘한국의장주네’장정일작가가제안하는주네에대한새로운독법!

책에는저명한불문학자이자이책의역자인박형섭교수의해제와‘한국의장주네’라불리는장정일작가(물론그는자신이주네와달리소년원의세계를한사코거부했다는이유로이렇게칭하는사람들을‘바보’라언급한바있다)의해제가함께실렸다.박형섭의해제는장주네의삶과작품세계,《장미의기적》의문학사적의의등작가와작품전반에대한포괄적이해를돕는내용으로구성되었다.더심화된이해를원하는독자가참고할만한자료소개도포함되어있다.

한편장정일은주네에대한새로운독법을제안한다.주네의소설속인물들은대개약자를대상으로흉악한범죄를저지르고도아무런죄의식을느끼지않는다.이들의범죄가기성체제에대한반항의의미를담고있기때문이다.하지만오늘날의관점에서약자(특히여성)를부조리한사회의대속물로삼는무자비한범죄를옹호하는일은더는올바르지않다.이에장정일은주네의작품에녹아있는작가의독서이력을근거로주네의소설을피카레스크소설(악동소설,악한소설)로읽자고제안한다.피카레스크소설은권선징악과교훈을강조하는이야기의오랜전통을철저히거부하고자기생존만이중요한밑바닥인생이‘악한’이되어가는과정을그린다.피카레스크소설은‘내가바뀌어도세상이변하지않는다면뭐하러변화를추구하는가’라는근본적인물음을품고있는데,기존의모든가치관이파괴된양차대전이후거의모든현대소설로그문제의식이확장되었다(알베르카뮈의《이방인》을떠올려보라).주네의작품을피카레스크소설로읽을수있다면,이를철학적으로읽어온독법을문학사적,장르적독법으로전환해정치적올바름이라는아포리아에부딪힌주네의소설을구해낼수있다는것이장정일의주장이다.주네를‘가볍게’해주자는제안이다.

‘악’에대한집요하고필사적인탐닉이선사하는
미학적,윤리적충격

주네는문학,예술,철학,미학에서독자적위상을가진작가다.독자와연구자들은시대에따라그의가치를새로이갱신했고,이시도는오늘날까지도이어지고있다.이는주네가창조한언어와세계의빛깔이그만큼다채롭고풍부하다는의미다.세상에서버림받은자가자신을버린세상을겨냥해창조한결과물이자도둑,동성애자,폭력,감옥의세계에신성성을부여해미(美)의위계를전복한《장미의기적》은여전히열린텍스트인것이다.그러나‘당신들’이여기서무엇을읽어내는지는어쩌면그리중요한문제가아닐지도모른다.그누구도억압하는세계에대항해자신만의도덕성을벼려낸‘악’에대한주네의집요하고도필사적인탐닉에미학적,윤리적충격을받지않을수는없을테니까.주네에대한해석이바로이지점에서부터출발할수밖에없는건필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