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자유주의와 인간성 파괴 (2 판)

신자유주의와 인간성 파괴 (2 판)

$17.75
Description
《계급의 숨은 상처》 이후 25년
표류하는 노동 계급의 삶과 내면을 파헤치는 또 하나의 역작
★《계급의 숨은 상처》 출간 기념 개정판★

독일에서 베스트셀러에 올라
세넷에게 ‘유럽에서 읽히는 미국인’이라는 명성을 가져다준 책

《신자유주의와 인간성 파괴》는 ‘유연한 자본주의’, 이른바 신자유주의가 어떻게 자본주의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고 우리 삶과 내면을 송두리째 뒤흔들어놓았는지를 살피는 책이다. 에세이형 논문을 표방하는 이 사려 깊은 책에서 리처드 세넷은 개인에게 더 많은 선택과 자유를 보장하는 듯한 신자유주의에 교묘한 통치 논리가 어떤 방식으로 숨어 있는지, 이 체제하에서 인간성은 어떠한 도전을 받으며 파괴되어가는지를 인상적으로 설파한다. ‘노동 계급 하층민에게 인간의 얼굴을 되찾아준 고전’으로 평가받는 《계급의 숨은 상처》의 후속작이라 할 만한 책으로, 독일에서 베스트셀러에 올라 세넷에게 ‘유럽에서 읽히는 미국인’이라는 명성을 가져다주었다.

신자유주의의 치명적 병폐를 고발한 세넷은 모든 문제를 포괄하는 정치 프로그램이 무엇인지는 자신 역시 모른다고 솔직히 고백한다. 그러나 그에게는 확신이 있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나는 왜 우리가 인간적으로 서로를 보살피며 살아야 하는지에 관한 소중한 이유를 제시해주지 못하는 체제라면, 자신의 정통성을 오래 보존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정통성이야말로 바로 신자유주의의 첨병이자 전위인 다보스 포럼의 참석자들, 그리고 그들이 안착한 체제가 간과한 것이다. 그들은 인간성의 문제에 관해서는 철저하게 그리고 악의적으로 무능하다. 파괴된 인간성의 문제를 직시하고 신자유주의와는 다른 길을 모색하는 것은 ‘우리’의 피할 수 없는 의무다.
저자

리차드세넷

저자:리차드세넷
노동및도시연구의세계적권위자이자미국의손꼽히는좌파지식인.1943년에태어나어머니와함께흑인과가난한백인이주로거주하던시카고의공공주택카브리니그린에서성장기를보냈다.시카고대학교를거쳐하버드대학교에서《고독한군중》을집필한데이비드리스먼등에게수학했고,한나아렌트와는독립적인교류를이어갔다.졸업후수전손택등과함께뉴욕인문학연구소를창립하고예일대학교,뉴욕대학교,런던정치경제대학교등에서학생을가르쳤다.미국노동위원회의장을역임하고유엔산하기구에서일하는등학문영역외에서도왕성한활동을이어왔다.헤겔상(2006),스피노자상(2010),대영제국훈장(2018)등을받았고,현재는컬럼비아대학교부설자본주의와사회센터의선임연구원이자MIT도시학초빙교수를맡고있다.세넷은여러분야에걸쳐다양한책을남겼다.노동사회학분야에서는《계급의숨은상처》,《신자유주의와인간성파괴》,《불평등사회의인간존중》,《새로운자본주의의문화》,도시사회학분야에서는《무질서의효용》,《살과돌》등의책을썼다.삶을만들어가는존재로서인간의역량에주목한호모파베르3부작《장인》,《투게더》,《짓기와거주하기》등의책을집필하기도했다.세넷의책대부분은동시대의고전으로평가받으며전세계에서널리읽히고있다.

역자:조용
한국외국어대영어과를졸업했다.〈문화일보〉정치,국제부차장,사회부장,편집국부국장,논설위원등22년간언론계에서활동했다.이후강원도정무부지사,서울대산학협력교수를거쳐지금은동양대에서행정지원처장으로재직중이다.

목차

서문

표류
신자유주의적노동에공격받는인간성

일상
구자본주의의문제점

유연성
새롭게구조조정되는시간

이해불가능성
현대적형태의노동을이해하기어려운이유

리스크
혼란과침체를불러오는리스크

노동윤리
변화되어온노동윤리

실패
실패에대처하는법

우리,그위험한대명사
표류하는삶을구조하는수단

부록
미주

출판사 서평

《계급의숨은상처》이후25년
표류하는노동계급의삶과내면을파헤치는또하나의역작

★《계급의숨은상처》출간기념개정판★

독일에서베스트셀러에올라
세넷에게‘유럽에서읽히는미국인’이라는명성을가져다준책

《신자유주의와인간성파괴》는‘유연한자본주의’,이른바신자유주의가어떻게자본주의를근본적으로변화시키고우리삶과내면을송두리째뒤흔들어놓았는지를살피는책이다.에세이형논문을표방하는이사려깊은책에서리처드세넷은개인에게더많은선택과자유를보장하는듯한신자유주의에교묘한통치논리가어떤방식으로숨어있는지,이체제하에서인간성은어떠한도전을받으며파괴되어가는지를인상적으로설파한다.‘노동계급하층민에게인간의얼굴을되찾아준고전’으로평가받는《계급의숨은상처》의후속작이라할만한책으로,독일에서베스트셀러에올라세넷에게‘유럽에서읽히는미국인’이라는명성을가져다주었다.

세넷은리코이야기로책을시작한다.리코는세넷이이책을쓰기25년전《계급의숨은상처》를집필할때만난엔리코의아들이다.건물수위로일한엔리코는하류계층에속했고똑같은일을평생하며자칫따분해보일수도있는삶을살았다.하지만엔리코에게는자부심이있었다.자신이자기인생의작가라는자부심말이다.엔리코는규칙적이고단선적인노동에서자신만의인생스토리를이끌어낼수있다는데만족했다.그러나리코는그럴수없다.그는아버지와달리상위5퍼센트의소득을올리는계층의일원이되었다.하지만신자유주의의덫에걸려옴짝달싹못하는신세다.쉴새없이다가오는변화에대한유연한적응력,끝없는모험을강요하는사회적분위기속에서리코가아버지와같은단단한삶의서사를만들기는불가능하다.리코는일터에서는불안감과초조함에시달리며,가정에서는장기적가치가부재하다는데불안해한다.리코는계층상승을이뤄낸대가로자기행위에계통을세워주는사건의전말에관한이야기를잃었다.리코의인간성은훼손되고있다.

드니디드로vs애덤스미스
반복되는일상적노동vs신자유주의의‘유연성’

세넷은여기에드니디드로와애덤스미스의논쟁을더한다.각각1751~72년,1766년에출간된《백과전서》와《국부론》에서디드로는반복작업의미덕을강조했고,스미스는고정된일상이정신을마비시킨다며변화를예찬했다.디드로는배우가그러하듯반복되는작업에서무언가가치있는것이싹트리라믿었고,스미스는끝없는변화가초래할도덕적결과에는우려를표하면서도그것이경제측면에서는커다란의미를지닌다고옹호했다.주지하다시피,현대사회는스미스의편이다.

18세기의고전을동시대의논쟁으로재활성화하는세넷은오늘날의‘유연성’의문화에서디드로와스미스를사로잡은일상과노동의문제가다시금역사적갈림길앞에서있다고진단한다.유연성은원래구부러졌다가되돌아오는힘모두를뜻하지만,신자유주의는이중첫번째의미만을취한다.신자유주의는인간의노동형태변화에만초점을맞추고그결과로파괴되는인간성을복구하는데에는아무런관심이없다.조직의비연속적개혁,유연전문화,중앙집중이없는결집등신자유주의가작동하는방식과그특징을명료하게정리한후,세넷은전세계정재계의수뇌가모이는다보스포럼에서관찰한것을통해자신의해석에구체적실체를부여한다.빌게이츠를비롯한다보스포럼참석자들은무질서속에서도건재할수있는자신감,방향상실속에서도번창할수있는강인함을상찬한다.그리고바로이능력을기준으로승자와패자사이에경계선을긋는다.‘진정한승자’는쉴새없는모험과변화속에서도정신적분열로고통받지않는다는것이다.유연함을강조하는신자유주의의논리앞에서,리코의혼란은진지한고려대상일수없다.리코의경제적성취만이공허하게빛날뿐이다.

신자유주의는어떻게우리의노동서사를뒤흔들고,
나아가삶의통제력을빼앗아가는가?

소수의특권층,엘리트를제외한대다수의노동계급은신자유주의체제하에서자신이무엇을해야하는지를알지못한다.세넷은보스턴의한빵집이야기를들려준다.과거그리스계이민자들이제빵사로주로일하던이빵집은엄청나게고된육체노동을요구했다.그러나그고된노동은제빵사들을소외시키지않았다.제빵사라는직업에대한그들의자부심은대단했다.그러나비싼기계가모든제빵과정을대신하는지금은그렇지않다.이제는누구도제빵사가되기위해수년동안반복적인훈육을거칠필요가없다.심지어손에밀가루조차묻힐필요가없다.규정된대로기계에재료를넣고,원하는빵버튼을누르기만하면된다.얼핏‘진보적’으로보이는이변화의이면이적나라하게폭로되는건기계가고장났을때다.노동자들은기계수리공이올때까지속수무책으로손을놓고가만히기다릴수밖에없었다.그들은‘제빵사’였지만할수있는게아무것도없었다.손으로훈련하여얻은지식이없었기때문이다.이런상황에서그들은제빵사로서품위를가질수없고,정서적인혼란과자신이무용하다는느낌에휩싸인다.이처럼자기일에대한이해부족은노동의열정을앗아가고일을피상적인것으로만들어버린다.제빵사들이‘유연한’근무스케줄때문에여기저기서일해야만하는상황도사태를악화한다.

세넷이종종들르던단골바의사장이야기도같은교훈을전한다.뉴욕에서오랫동안바를운영해온로즈는문득‘변화’의충동에사로잡혔다.계속지금처럼있다가는‘다해진후줄근한양복’과같은신세가될거라는위기감이들어서였다.로즈는주류광고대행사의문을두드려마케터일을시작했다.그러나결과는처참했다.로즈는내내시험대에선기분에혼란스러웠고,늘상닻도없이망망대해에떠다니는기분에시달렸다.무엇보다그녀를괴롭힌건그녀가바를운영하며익힌노하우가회사에서철저히부정당했다는점이었다.중년의로즈는나이에서부터이미유연성과대비되는경직성의상징으로취급받았다.결국로즈는신자유주의의모든특징을집약해놓은듯한이광고대행사를그만두고1년만에자신이운영하던바로돌아왔다.로즈는모험하지않는것은곧실패라는우리시대의정언명령에충실했지만,그대가는자존감의심각한하락이었을뿐이다.

로즈의실패는신자유주의의노동윤리와관련이있다.보스턴의빵집에서도드러나듯이,오늘날의노동윤리는경험의깊이를위협한다.유연한자본주의에서모든업무는팀단위로배정되고,‘소통’과‘협업’이일그자체의위상을획득한다.그러나이러한노동경험은노동자를경험의본질에다다르지못하게만들고표면에만머물게한다.더불어‘혁신을위한혁신’이라는허상을좇으며소통과협업만강조하는신자유주의의팀문화는기업에서전통적이며권위적인통치자가사라졌다는착각을불러일으킨다는점에서도위험하다.그러나현실은정반대다.신자유주의팀문화에서는동료들사이의상호감시와압력이전통적,수직적통제를대체한다.신자유주의가장려하는노동은협력의위장술이며교묘한방식으로회사의이익에부응한다는것이세넷의진단이다.

신자유주의의통치논리와
‘자책’하는노동자의탄생

변화하는자본주의체제하에서상처받은사람들은자신을엉뚱한방향으로다그쳐몰아붙인다.체제를심문하는대신자아를변화시킬또다른모험을감행할준비를하는것이다.IBM에서해고된프로그래머들이어떠한심경변화를겪었는지에관한세넷의관찰은신자유주의와인간성의파괴적관계를명징하게보여준다.

1980년대중반까지IBM은철저하게가부장적자본주의의방식으로경영되며수직적,관료적질서를따랐다.노동자들은위에서시키는일을성실히수행했고,회사는그대가로넉넉한임금과폭넓은복지를제공했다.그러나IBM은개인용컴퓨터산업의성장가능성을오판해커다란위기를맞았고,마이크로소프트로대표되는‘유연한’기업의도전에직격탄을맞았다.고통스러운변화가시작되었다.프로그래머들은순차적으로해고되었다.처음에그들은해고를회사와상사의음모탓으로돌렸다.그러나해고를주도한상사마저해고되고,그럴듯한윗선의계략에대한이야깃거리가고갈되자이들의대화는두번째국면을맞았다.그들은외부의적을찾았다.글로벌경제재편,값싼외국인노동력유입등이타깃이었다.그러나이역시해고원인에대한진정한‘깨달음’은아니었다.마침내도래한대화의세번째국면은‘자책’이었다.그들은어려운상황이닥치기전에진작변화를준비했어야했다.회사에의존하지않고창조적,진취적으로도전하며,모험에뛰어들었어야했다.그들은어느새해고를스스로초래한비극으로여기기시작했다.실패를곱씹는과정에서자기자신의도태가모든문제의진정한원인이라는자책이솟아난것이다.

‘우리’의범주는새로이구성될수있을까?
인간적체제를향한긴요한요청

세넷은신자유주의적현재를비관하지만무턱대고과거를낭만화하지는않는다.그가여러번언급하듯,과거의노동계급은엄청나게고된노동에시달렸기때문이다.즉,과거와현재의자본주의에는나름의장단점이있다.신자유주의가마침내헤게모니를틀어쥔지금은인간성파괴의문제가두드러질뿐이다.그렇다면이음울한세상에서우리는무엇을해야할까?세넷은‘우리’라는대명사를다시금소환한다.‘우리’는종종보수적이고방어적인방식으로누군가를결집시킨다는점에서위험하다.하지만신자유주의는이대명사의내용을다른방식으로채워야할필요성을점차고조시킨다.신자유주의가초래한인간성에관한모든부정적인효과에대항하는것으로서‘우리’를구성할필요성이긴요해지는것이다.

세넷은단결만강조하는공동체주의와는거리를두며,합의보다는갈등으로더욱견고해지는‘우리’의범주에관한다채로운사유의궤적을훑는다.그리하여개개인이더는자신이다른누군가에게필요한존재라고확신할수없는지금,어려움을공유하는자들의서사를갈무리해펼쳐낼필요성을분명하게환기한다.한편이는체제의정당성문제이기도하다.세넷은신자유주의의모든문제를포괄하는정치프로그램이무엇인지는자신역시모른다고솔직히고백한다.그러나그에게는확신이있다.그는이렇게말한다.“나는왜우리가인간적으로서로를보살피며살아야하는지에관한소중한이유를제시해주지못하는체제라면,자신의정통성을오래보존하지는못할것이라고생각한다.”이정통성이야말로바로신자유주의의첨병이자전위인다보스포럼의참석자들,그리고그들이안착한체제가간과한것이다.그들은인간성의문제에관해서는철저하게그리고악의적으로무능하다.파괴된인간성의문제를직시하고신자유주의와는다른길을모색하는것은‘우리’의피할수없는의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