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논리적인기독교인”이었던
이성으로신앙을탐구한신학자,블레즈파스칼의철학
블레즈파스칼은흔히대중에게프랑스의천재적인수학자이자물리학자로알려졌다.실제로그는젊은시절이미기하학과확률론,유체역학등에서혁혁한업적을남겼으며,‘파스칼의원리’와같은과학적발견으로근대수학과과학의발전에크게기여한인물이다.그러나그는20대에가톨릭교인이된후신학과철학에더큰뜻을품고,수학계에서신학으로빠지지않고“일평생수학만연구했다면가장위대한수학자가되었을것”이라는평을들을정도로종교연구에몰두한신학자이기도하다.
30세무렵,파리근교다리에서마차사고를당하고간신히살아남은후파스칼은신의뜻을깨달았다고여기게되었고,명상중신비스러운종교적체험을한후로는신학에더큰뜻을품고매진하게된다.이일로그는과학적탐구보다신앙과인간의영적본질에더깊이천착하게되었고,사교계생활을청산하고포르루아얄수도원에들어가종교적탐구에자신의모든것을바쳤다.파스칼은예수회와얀센파사이에논쟁이일자자신이몸담은얀센파수도원을변호하기위해《프로뱅시알》(시골벗에게부치는편지)를써서자신의신학적논리와열정,웅변을거침없이드러냈다.이렇듯파스칼은우리가흔히알듯수학과과학을탐구한학자일뿐만아니라,철학과신학을탐구하며문학적자질을아낌없이표출한작가이기도했다.그의글은단순한신학적주장을늘어놓은글에그치지않으며,근대프랑스산문의발전에크게기여한문학적작품이라는평가를받는다.이런그의인문학적성찰과기량이정점에달한작품이바로그의사후출간된《팡세》다.
신이만든거대한세계앞에서흔들리는
연약한인간의실존을탐구하다
《팡세》는파스칼의가장빛나는철학적·신학적업적이자,《프로뱅시알》과마찬가지로프랑스산문의역사에서큰발전을이룬위대한작품이다.파스칼은그의철학과신학연구를집약하고자《기독교호교론》집필하기십여년동안기록을이어갔으나,결국책을완성하지못하고39세라는젊은나이에병을앓다세상을떠났다.그가남긴사유의조각924편은사후에정리되어《팡세》라는이름으로출간되어세상에알려졌다.이후이책은신앙과철학,문학을넘나드는독창적고전으로자리잡았다.
파스칼은《팡세》를통해비기독교인에게신앙의필요성을설득하고자했다.하지만그는신앙이무조건옳다는맹목적주장을펴는대신이성과논리로신앙이인간에게주는의미를철학적,논리적차원에서설득하려했다.또한인간을무한과허무,위대함과비참함사이에서흔들리는존재로정의하고,신과의관계속에서만그의미와구원이가능하다고보았다.이점에서《팡세》는단순한신앙고백이아니라기독교신학을철학적언어로해석하고증명하려한시도라할수있다.
그러나《팡세》의가치는종교적신념을갖지않은독자에게도여전히유효하다.그는인간을“생각하는갈대”라규정하며,인간의연약함과동시에이성을통해스스로를성찰할수있는존엄성을드러냈다.파스칼은인간이무한과허무사이에서끊임없이흔들리는존재임을지적하면서,그불안과공허를직시하는것이야말로철학의출발점이라고보았다.또한이성의한계를인정하면서도,그한계속에서어떻게삶의의미를찾을수있는가를탐구했다.이러한사유는신의존재증명에국한되지않고,인간이자신의불완전함을자각할때비로소더큰성찰과초월가능성에다가설수있다는통찰로확장된다.이러한통찰은특정종교적맥락을넘어,인간실존에대한깊은철학적성찰로읽힌다.인간은무한한우주앞에서미미하지만,그한계를자각하는순간오히려위대해질수있다는그의메시지는종교적신앙이없는사람에게도깊은울림을준다.
신앙과이성,철학과문학이교차하는
날카로운이성과뜨거운신앙을담아낸불멸의고전
파스칼은《팡세》에서신앙과이성의관계를치열하게탐구했다.이성의힘을존중하면서도,이성만으로는궁극적진리에도달할수없다고본파스칼은인간의불확실성과한계를신앙의필요성으로연결한다.‘신학적사고를단순한신앙간증에그치지않고,이성과논리로신앙을설명하려는이시도는근대이후신학과서양철학전반의흐름에도지대한영향을남겼다.프리드리히니체는그를두고“유일하게논리적인기독교인”이라고칭하며자신에게“많은깨달음을주었”기에그를좋아한다고밝힌바있다.
과학자로서의치밀한논증,문학가다운간결한문체은유와수사로빛나는언어,신학자로서지닌굳건하면서도뜨거운신앙,철학자로서인간실존을꿰뚫는깊은통찰이어우러진이작품은,다른누구도아닌파스칼만이쓸수있는인간과신앙탐구라할수있다.그덕에《팡세》는신앙을넘어철학과문학고전으로현대에도널리사랑받고있다.비록완성되지않은책이지만,그단상하나하나가시대를초월해읽히는울림을지니고있어현대를살아가는독자에게도자신의삶을돌아보게한다.파스칼은이책을통해그가살았던기독교의시대뿐만아니라,종교의중요성이낮아지고온갖사상이혼란스럽게뒤섞인현대에도여전히사유의힘을증명하며우리에게실존하는인간으로서언제나깨어있기를요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