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락

전락

$9.40
Description
누가 잘못을 저지른 자를 심판할 수 있는가?
심판과 참회의 아이러니를 극적인 방식으로 그려내며
인간의 폭력과 모순을 생생히 투영한 에세이적 소설
《전락》은 카뮈의 소설 중 가장 완성도가 높은 작품이라는 평과 복잡하고 난해해 이해하기 어렵다는 평을 동시에 받는다. 주인공 클라망스는 파리에서 명성을 날리던 덕망 있는 변호사였으나, 어느 날 밤 파리의 센강에서 여자가 강물에 투신한 소리를 듣고도 “너무 늦었다, 너무 멀다”며 여자를 구하러 돌아가지 않고 발걸음을 옮긴다. 그는 이 사건으로 다른 사람들로부터 죽어가는 사람을 외면했다는 비난과, 사회인으로서 그가 쌓아온 명성을 무너뜨릴 심판을 받게 될까 봐 마음속으로 두려워한다. 이렇게 그의 내면은 무너져 정상에서 지옥으로 ‘전락’하고 만다. 이 소설은 그가 길게 늘어놓는 죄책감의 고백을 따라 전개된다.

소설, 희곡, 철학적 에세이의 성격을 모두 담고 있는 이 작품은 카뮈의 만학과 사유를 뚜렷하게 보여주며, 그의 노벨문학상 수상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이방인》이 “인간이란 어느 정도 잘못을 저지를 수밖에 없는 존재다”라고 이야기한다면, 《전락》에서는 잘못을 저지르고 난 뒤 인간의 반응과 태도를 보여준다. 자신의 잘못을 먼저 인정하고 참회하고 난 후에야 다른 사람의 잘못을 심판하고 단죄할 수 있으며,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폭력의 주범이자 피해자라는 묵직한 이야기를 강렬하게 건넨다.
저자

알베르카뮈

저자:알베르까뮈(AlbertCamus)
1913년11월7일,당시프랑스식민지인알제리의몽도비에서궁핍한노동자인아버지와스페인계어머니사이에서태어났다.1918년공립초등학교에들어가뛰어난교사루이제르맹의가르침을받는행운을얻었다.알제대학교재학중에는평생의스승으로여기게된철학교수장그르니에를만나깊은영향을받았다.1930년대에앙드레지드,몽테를랑,앙드레말로등의작품을비롯해프랑스고전문학을두루섭렵하며알제리젊은좌파지식인들사이에서점차중요한인물로떠올랐다.1934년알제리공산당에입당하기도했지만곧탈퇴했다.2차세계대전이일어나기전2년간진보성향의신문〈알제레퓌블리캥〉에서기자로근무했다.이후레지스탕스조직의기관지였다가일간지가된〈콩바〉의편집장으로일하며확고한도덕적신념아래독자적인좌파적관점을견지했다.1942년데뷔작《이방인》으로작가로서이름을널리알렸고,1947년《페스트》로큰성공을거두며그해비평가상을받았다.1951년발표한평론《반항적인간》은마르크스주의비평가들과장폴사르트르등의철학자들에게격렬한비판을받기도했다.1957년44세의나이로역대최연소노벨문학상수상자가되었으나3년뒤인1960년1월4일,교통사고로갑작스레세상을떠났다.주요작품으로소설《이방인》《페스트》《전락》등과에세이《안과겉》《시지프신화》《반항적인간》등이있다.

역자:이휘영
소르본대학교문학부에서D.S.C.F.학위를획득하였으며서울대학교불문학과교수를역임했다.옮긴책으로는알베르카뮈의『전락』,『페스트』,『안과겉』,로멘롤랑의『베토벤의생애』,앙드레지드의『지상의양식』,『사전꾼들』,르클레지오의『홍수』외『카르멘』,『독서론』,『회색노트』,『암야의집』등이있다.

목차

전락

작품해설
알베르카뮈연보

출판사 서평

심판과참회의아이러니를극적인방식으로그려내며
인간의폭력과모순을생생히투영한에세이적소설

《전락》은카뮈의소설중가장완성도가높은작품이라는평과복잡하고난해해이해하기어렵다는평을동시에받는다.소설,희곡,철학적에세이의성격을모두담고있는이작품은카뮈의만학과사유를뚜렷하게보여주며,그의노벨문학상수상에적지않은영향을미쳤다.카뮈의가장오랜문학적벗인장폴사르트르는《전락》을두고“카뮈의작품중가장아름다우며가장덜알려진작품”이라고말하며,실존주의자로서삶와인간성을깊게탐구한이소설을극찬했다.

《전락》은카뮈의사상적전환을보여주는결정적작품이다.《이방인》이“인간이란어느정도잘못을저지를수밖에없는존재다”라고이야기한다면,《전락》에서는잘못을저지르고난뒤인간의반응과태도를보여준다.클라망스는세계의부조리앞에서저항하기보다,자신이부조리의중심임을깨닫고붕괴한다.그는“나는재판관이자죄인이다”라는선언을통해,인간이문명사회에서살아가는이상피할수없는죄의식을드러내고그렇게인간을비윤리적으로몰아가고만세계를비판한다.

죄의식과자기기만의미로
카뮈가그린‘무고백의고백’,윤리의허위를해부한내면의재판

소설은운하와회색빛의도시네덜란드의수도암스테르담의한술집을배경으로,파리의전직변호사였던장바티스트클라망스가늘어놓는고백을따라진행된다.그의고백에따르면그는파리에서명성을날리던변호사,특히가난하고힘없는자들을위해싸우는덕망있는변호사였다.그러나그는어느날밤파리의센강에서여자가강물에투신한소리를듣고도,“너무늦었다,너무멀다”며여자를구하러돌아가지않고발걸음을옮긴다.그는이사건으로다른사람들로부터죽어가는사람을외면했다는비난과,사회인으로서그가쌓아온명성을무너뜨릴심판을받게될까봐마음속으로두려워한다.이렇게그의내면은무너져정상에서지옥으로‘전락’하고만다.

이소설의가장깊은역설은클라망스가‘심판자이자참회자’로동시에존재한다는점이다.그는한편으로자신을죄인으로선언하지만,다른한편으로는그죄를근거로타인을단죄한다.그는자신을먼저고발함으로써심판의자격을얻었다고믿지만,그심판은결코순수하지않다.오히려그는타인을판단함으로써자신의죄책감을희석하려한다.타인의죄를폭로함으로써자신을정당화하려는,자기구원의실패를보여주는‘역설의독백’이다.카뮈는이구조를통해도덕적위선과인간의자기기만을철저히해부한다.그리하여《전락》은단순한회심의이야기나인간타락의풍자가아니라,‘무고백의고백’이라는새로운문학적형식을창조한다.카뮈는이소설로인간내면의윤리적허위의식을폭로하는한편,도덕의본질까지재정의하는근대문학의독창적실험을완성했다.

누가잘못을저지른타인을심판할수있는가?
도덕이붕괴된시대의윤리를다시묻다

《전락》은20세기중반유럽의도덕붕괴와실존적공허를비추는거울이자경고문이다.클라망스는죽어가는이를외면한죄책감에무너지고마는데,이붕괴는개인의것이아니라문명전체의전락을상징한다.그는모두를대신해죄를고백한다고이야기하며인류의대변인을자임하지만,그고백은결국아무도구원하지못한다.이는카뮈가말하는‘신없는시대의인간’의초상이다.

카뮈는클라망스에자신뿐만아니라동시대인간이지닌부도덕과모순을담고자했다.부도덕을저질러전락하는클라망스의모습은,부도덕한시대를겪으며자의에상관없이타락해가는여느문명사회인간의모습과다르지않다.게다가카뮈가살았던20세기가전쟁과폭력으로얼룩진인류역사상가장비극적인시대였다는사실을고려하면,인간이절망으로얼룩진세계를살아가며모순적인존재가될수밖에없다는점이더욱뚜렷하게드러난다.카뮈는클라망스에게‘재판관-참회자’라는이중의역할을부여해20세기인류에관한성찰과반성의결과를제시하려했던것으로읽힌다.그렇다면20세기를살았던모든인간이‘추락’의피해자이자공범이라고할수있다.카뮈는자신의잘못을먼저인정하고참회하고난후에야다른사람의잘못을심판할수있으며,20세기를살았던모든이가폭력의주범이자피해자라는묵직한이야기를강렬하게건넨다.그가남긴메시지는21세기를살아가는우리에게도여전히깊은여운과철학적질문을건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