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와 형리

판사와 형리

$13.03
Description
추리소설의 전형을 벗어나 정의와 악의 본질을 묻다
몰입도 높은 스토리와 문학적 가치를 모두 가져간
독일 추리소설의 대가 뒤렌마트의 대표작
뒤렌마트의 《판사와 형리》는 추리소설이라는 전통적 카테고리를 이어받되 그 전형적 도식에 반기를 든 내용을 담아내 문학사적으로 인정받은 작품으로, 실존 철학과 탐정 장르를 융합한 범죄소설의 고전으로 여겨진다. 이 책에 실린 〈판사와 형리〉와 〈혐의〉 두 작품은 1950년대에 출간되자마자 밀리언셀러를 기록하며 교과서에 수록될 정도로 대중적, 문학적인 성취를 인정받았으며, 이 작품으로 뒤렌마트는 독일 문학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작가 중 한 명이 되었다. 이는 《판사와 형리》가 이야기로서의 재미, 탄탄한 문학적 구성, 작가의 철학과 가치관을 골고루 담아내 다양한 분야의 독자를 두루 만족시킬 수 있는 작품이기 때문이다.
뒤렌마트가 그려내는 악역들은 법과 도덕의 허점을 교묘히 파고들며, 사회가 믿어온 정의의 시스템을 조롱하듯 무너뜨리고 인간 내면에 잠재된 냉혹함을 가감 없이 드러낸다. 반면 이들과 대척점에 선 주인공 베르라하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나약한 인간과 다르지 않다. 게다가 도덕적으로 완전무결한 여느 탐정소설의 주인공과 달리, 베르라하는 합법적 수단으로 체포할 수 없는 적수를 쓰러뜨리려고 스스로 도덕적이고 법률적인 비행을 저지르는 모순에 빠진다. 이토록 무기력하고 결함 많은 수사관을 통해, 뒤렌마트는 무력하고 불완전하지만 ‘그럼에도’ 세상에 맞서겠다는 약자의 결단을 보여준다. 이렇게 뒤렌마트는 절대적인 주인공 대신 현실 속 우리 중 한 인물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독자가 생생하게 이야기에 몰입해서 소설을 읽어나가도록 만든다.
저자

프리드리히뒤렌마트

저자:프리드리히뒤렌마트FriedrichDurrenmatt,1921~1990
스위스베른에서목사의아들로태어났다.베른대학교와취리히대학교에서신학을공부했으며문학과자연과학강의를즐겨들었다.졸업후에는저널리스트로활약하다가극작가로방향을바꾸어희곡,소설,라디오드라마등을다수발표했다.뒤렌마트는고정관념과기존이데올로기에사로잡히기를거부했다는점에서스위스출신세계적극작가막스프리쉬에비견되며,감정이입을철저히배제한우의극을썼다는점에서는브레히트의후계자로일컬어지기도한다.다만작품에사회변혁에대한일말의희망을보여준브레히트와달리뒤렌마트는괴상한과장과통렬한풍자로절망적인사회의모습을제시해보였다는점은차이로꼽힌다.스물다섯살에첫희곡을발표한후《로물루스대제》,《미시시피씨의결혼》,《천사바빌론에오다》등발표하는작품마다호평받았으며,희곡《노부인의방문》으로전세계에명성을떨쳤다.또한《연극의제문제》로독자적인연극론을전개하기도했으며,《물리학자들》에서는과학자들의윤리문제를신랄한희극으로묘사했다.전후독일문학이배출한천재작가로평가받으며,스위스에서는국민작가로추앙받았다.1990년69세의나이로자택에서영면했다.

역자:차경아
서울대학교문리대독문과와같은학교대학원을졸업하고,독일본대학교에서수학했다.서강대학교에서문학박사학위를받고경기대학교유럽어문학부독어독문학과교수로재직했다.주요번역서로안톤슈낙의《우리를슬프게하는것들》,미카엘엔데의《모모》,《뮈렌왕자》,《끝없는이야기》,헤르만헤세의《싯다르타》,잉게보르크바흐만의《말리나》,《삼십세》,《만하탄의선신》등이있다.

목차

판사와형리
혐의

작품해설
프리드리히뒤렌마트연보

출판사 서평

몰입도높은스토리와문학적가치를모두가져간
독일추리소설의대가뒤렌마트의대표작

뒤렌마트의《판사와형리》는추리소설이라는전통적카테고리를이어받되그전형적도식에반기를든내용을담아내문학사적으로인정받은작품으로,실존철학과탐정장르를융합한범죄소설의고전으로여겨진다.탐정소설이라는전통적카테고리를이어받되그전형적도식에반기를든내용을전개해장르소설독자뿐만아니라출간당시순수문학비평에서도각광받았다.

뒤렌마트는본래희곡을쓰길원했지만,고정수입원이없어생활고를겪던차에스위스의사회비평잡지《베오바하터》의연재물청탁을받고추리물을집필하기시작했다.그렇게1950~1951년에〈판사와형리〉와〈혐의〉두작품을연재하고폭발적인인기를받은뒤렌마트는작가로서자립했을뿐만아니라독일문학사에서빼놓을수없는작가중한명이되었다.훗날두작품을엮어출간된단행본《판사와형리》는1960년대까지독일에서판매100만부를돌파했고,영미권에까지진출한데다교과서에까지수록되며문학적가치를공인받았다.이는《판사와형리》가이야기로서의재미,탄탄한문학적구성,작가의철학과가치관을골고루담아내다양한분야의독자를두루만족시킬수있는작품이기때문이다.

현실적인세계관과인물들,비틀린전개
추리소설의전형을벗어나정의와악의본질을묻다

《판사와형리》는언뜻보기에는전통적인추리소설의규칙을충실히따르는듯보이지만,내용을살펴보면그규칙을해체하는작품임을알수있다.살인사건이발생하고,진실을찾기위한수사가시작되며,탐정은단서들을추적해진범을밝혀낸다는점에서고전적추리소설의골격을어느정도따르고있는건사실이다.그러나뒤렌마트는범인을밝혀내고질서를회복하는데만족하지않고,획기적인시도로자신만의이야기를전개하며독특한작품을만들어냈다.

탐정소설의기본구조는대체로다음과같이정리할수있다.첫째,‘수수께끼에가려진범죄(흔히살인)가사건의발단을이룬다’.둘째,‘범죄자를추적하는과정이전개된다’.이과정에서는보통범행동기가설명되며,범행이전에있었던역사가재구성된다.셋째,‘유능한주인공이사건을합리적으로해결한다.이어범행자들이공공경찰에인도되는것으로사건은막이내린다’.범죄를저지른악인을추적한다는이야기의특성상,탐정소설은권선징악을강조하며마무리되는경우가많다.

그러나뒤렌마트의소설은범죄를추적한다는점만제외하면전통적탐정소설의도식과상당부분어긋난다.먼저처음등장한사건은이야기를여는서막에불과할뿐,실제로주인공과악인은40년간대립하는관계였으며이번사건은그들이거쳐온수많은과정에우연히얽혀든다른사건임이밝혀진다.명쾌한수사과정도,합리적해결도,사필귀정의교훈도보여주지않는다.선(善)의대표자로보이는주인공도,열정을불태우며난관에부딪혀도몇번이고일어서는인물이아니다.다만절대적인악앞에서나약한자신의무력을여지없이드러내며암에걸린병자로서다가올죽음을기다린다.악인들은수사관보다한수위능력을보여주며주인공을농락하고,법의심판을받는일도없다.통쾌한해피엔딩보다현실적을추구하는이야기라고볼수있다.

이렇듯불합리한듯보이는소설의특징은뒤렌마트의문학속세계관과작가의가치관을잘드러낸다.탐정소설은악으로잠시엉클어졌던세계가선한인물의해결로질서를되찾는다는,세상을향한‘믿음’에기반한문학이다.이렇듯질서를반드시되찾는다는믿음이있기에,탐정소설의사건은치밀한계획을토대로한필연을따라전개된다.그러나뒤렌마트는이런믿음에의혹을제기한다.어떻게해도세상은선하게되돌리기에는너무나부패하고말았다는그의세계관은“세상은썩었어요,경감님”(248쪽)이라는찬츠의대사를통해직접적으로드러난다.또한세계는질서와계획에따라돌아가기보다우연에따라발생하고사라진다고여긴다.선인이든악인이든“우연에의해우리는정의롭기도하고,우연에의해우리는그릇되기도”(274쪽)한다는뒤렌마트의세계는냉혹하리만치현실적이다.

부패한세상을헤쳐나가는힘은무엇인가
평범하고나약한인간의진정한용기를그려내다

뒤렌마트의탐정소설에는명쾌한해결이없다.하지만그렇다고뒤렌마트가인간이무엇을해도소용없다고여기는비관주의자는아니다.뒤렌마트의모든작품에는결함투성이인세상속에서살아가며,그세상에맞서싸우는‘개인’이반드시등장한다.분명코세상에는수많은절망이있지만“절망은이세상의결과가아니라세상에주는우리의답변가운데하나”이며,다른답변은“이세상에맞서굴하지않고존속하겠다는결단”일것이라고뒤렌마트는생각한다.그는“용기있는인간을제시하기란여전히가능한일”이라고여기고,부패한세계와거대한부조리앞에서저항하는인간의이야기를포기하지않는다(307쪽).

뒤렌마트가그려내는악역들은법과도덕의허점을교묘히파고들며,사회가믿어온정의의시스템을조롱하듯무너뜨리고인간내면에잠재된냉혹함을가감없이드러낸다.반면이들과대척점에선주인공베르라하는우리주변에서흔히볼수있는나약한인간과다르지않다.게다가도덕적으로완전무결한여느탐정소설의주인공과달리,베르라하는합법적수단으로체포할수없는적수를쓰러뜨리려고스스로도덕적이고법률적인비행을저지르는모순에빠진다.이토록무기력하고결함많은수사관을통해,뒤렌마트는무력하고불완전하지만‘그럼에도’세상에맞서겠다는약자의결단을보여준다.이렇게뒤렌마트는절대적인주인공대신현실속우리중한인물을주인공으로내세워,독자가생생하게이야기에몰입해서소설을읽어나가도록만든다.

《판사와형리》가오늘날까지고전으로읽히는이유는,이작품이명쾌한해답대신쉽게잊히지않는질문을남기기때문이다.사건은종결되지만,정의가실현되었다는확신은끝내주어지지않는다.독자는결말에도달하면서오히려더많은의문과마주한다.정의란무엇이며,법은어디까지유효한가,인간은불완전한조건속에서도책임을질수있는가.이러한질문은오늘의세계에도그대로적용된다.뒤렌마트는《판사와형리》를통해추리소설이도달할수있는가장깊은지점을보여주며,이작품을단순한장르소설이아닌현대문학의중요한성취로자리매김하게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