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대

침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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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낯선 자들이 찾아온다!
소설집 〈투견〉, 장편소설 〈백치들〉의 작가, 김숨의 두 번째 소설집. 표제작 〈침대〉를 비롯해 8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다. 냉정한 묘사를 통해 절망적인 현실을 잔혹한 이미지로 그려내는 그의 작품들은 주로 주로 '잔혹' '그로테스크'로 압축되어 설명되었다. 감정을 철저하게 배제한 채 서술되는 건조한 문체 또한 김숨의 작품이 가진 또 다른 특징이다.

이번 소설집에서는 일상 속 사물들의 이미지가 두드러진다. 〈409호의 유방〉에 나오는 '식탁', 〈침대〉에 등장하는 '침대', 〈손님들〉에 나오는 '소파', 〈박의 책상〉 속의 '책상', 〈두번째 서랍〉의 '서랍장', 〈쌀과 소금〉에 등장하는 '항아리' 등이 그것인데, 이러한 사물들은 사물보다 더 사물 같은 인물들과 함께 정적이면서도 음습한 작품의 분위기를 더욱 고조시킨다.

첫 장편소설 〈백치들〉의 축약본이라고 할 수 있는 〈트럭〈을 제외하고 소설집 『침대』에 실린 작품들을 아우르는 또 하나의 공통점은, 바로 낯선 자들의 방문이다. 끝내 오지 않는 관리인, 집을 지켜주겠다며 오히려 집을 점거해버린 손님들, 갑자기 나타나 책상을 들어내는 관리부 직원들, 한때 소홀히 대해서 주인공을 떠나갔던 가축들까지... 그리고 그들의 방문은 인물들의 행동과 삶을 결정한다. 〈양장제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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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숨은 작가의 말을 통해 '홀로 남겨진 공간과 시간, 그리고 그것들이 불러일으키는 공포가 몇 편의 소설을 쓰게 했다'고 밝힌다. 이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귀신에 대한 두려움이 아니라 낯선 자들이 담을 타고 넘어와 자신을 점령할 지도 모른다는 불안과 공포이다. 그리고 이러한 불안과 공포는 그의 작품 안에서 그로테스크한 상상력의 옷을 입고 전혀 다른 판타지적 공간을 펼쳐 보인다.
저자

김숨

김숨은 1997년 대전일보 신춘문예에 「느림에 대하여」가, 1998년 ‘문학동네신인상’에 「중세의 시간」이 각각 당선되어 문단에 나왔다. 소설집으로 『투견』, 장편소설로 『백치들』이 있으며, 2006년 ‘대산창작기금’을 수혜했다.

목차

409호의 유방
침대
손님들
박의 책상
두번째 서랍
도축업자들
쌀과 소금
트럭

해설 - 레이디 맥베스의 미니멀리즘_허윤진
작가의 말

출판사 서평

잔혹한 삶에 바치는 몽환적인 레퀴엠

그로테스크한 은유로 매혹의 판타지를 펼쳐 보이는 작가 김숨의 새 소설집 『침대』


세계를 측량하려는 욕망은 세계의 본질에 가닿으려는 욕망이다. 이것은 기하학을 낳는다. 욕망의 선들이 모여드는 소실점의 끝에서 김숨이 걸어오고 있다. 가장 간결한 형식으로, 복잡해 보이는 사물들이 사실은 점, 선, 면으로 이루어진 입체들이라고 알려준 기하학자들이 있었다. 실타래가 뒤엉킨 듯 실체를 알 수 없는 현실이 사실은 인물, 행동, 시공간으로 이루어진 방이라고 알려주는 언어의 측량사가 있다. 그녀가 김숨이다.
_허윤진(문학평론가)

냉정한 묘사를 통해 절망적인 현실을 잔혹한 이미지로 탁월하게 그려내는 젊은 소설가 김숨의 두번째 소설집이 문학과지성사에서 출간되었다. 올해로 등단 10년째를 맞이한 김숨은 2005년 첫 소설집 『투견』을 발표한 이후, 지난해 장편소설 『백치들』, 이번에 출간된 『침대』까지 최근 3년 동안 한 해에 한 권씩의 책을 발표하며 왕성한 작품 활동으로 자신의 역량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서사보다 이미지를 부각시키며 시적인 소설쓰기를 보여주었던 김숨의 작품들은, 변화하는 한국 소설의 새로운 가능성을 확인케 하는 데에 모자람이 없다.
기존의 소설들과 확실하게 구분되는 자신만의 독특한 소설 세계를 구축했던 그의 작품들은 주로 ‘잔혹’ ‘그로테스크’로 압축되어 설명되었다. 이를 뒷받침하듯 문학평론가 강유정은 김숨의 첫 소설집에 대한 평을 “김숨의 소설은 잔혹하다”(『오이디푸스의 숲』)라는 말로 시작한 바 있다. 가능성 자체가 봉인되어 있는 잔혹한 세상에서 김숨이 조형해내는 소설적 공간은 잔혹성 그 자체를 강조하는 고통스러운 이미지로 가득하다는 것이다. 마치 잔혹해지는 것만이 지독한 삶을 견딜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인 듯 음습하고 그로테스크한 이미지들을 끌어들이는 김숨의 소설은, 삶을 존재의 덫으로 보는 시각 면에서는 소설의 오래된 관습이자 생래적 운명에 가깝지만, 그로테스크한 현실의 이미지가 잔혹한 현실의 이미지 그 자체에서 시작하고 끝난다는 점에서 이전의 소설적 전언과 구별되며, 이것은 또한 자폐적인 자아의 내면묘사가 주류를 이루었던 90년대 이후의 소설적 흐름과 결별하는 김숨만의 고유한 특성이라는 것이 강유정씨의 설명이었다. 그리고 김숨의 소설에 대한 그의 비평은 “끔찍한 세상의 잔혹함보다 더 잔혹한 이미지로 재구성함으로써 김숨은 세계의 잔혹성을 견뎌나갈 우주적 잔혹성을 창조해낸다. 환상이 멸한 이후, 환멸의 공간 너머에서의 소설, 그러니 김숨의 소설 그 세계는 더욱 잔혹해져도 좋을 것이다”라고 끝을 맺는다.
그로부터 2년이 지난 2007년 현재, “더 잔혹해져도 좋을” 김숨의 두번째 소설집, 『침대』가 나왔다.

삶을 바라보는 시선은 깊되, 감정을 철저하게 배제한 채 서술되는 건조한 문체는 김숨의 작품이 가진 또 하나의 힘이다. 조그만 불씨에도 강렬한 힘으로 거침없이 제 몸을 태우는 잘 마른 나무처럼, 김숨의 건조한 문체는 그 안에 불을 품고 있는 듯 강한 힘을 가지고 있다. 그의 소설에서 보여지는 낯선 인물들과 사건, 시공간이 매혹적일 수밖에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사물 같은 인물들, 인물 같은 사물들

『침대』라는 표제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번 소설집에서는 일상의 사물들의 이미지가 두드러진다. 식탁(「409호의 유방」), 침대(「침대」), 소파(「손님들」), 책상(「박의 책상」), 서랍장(「두번째 서랍」), 항아리(「쌀과 소금」) 등이 그것인데, 이러한 사물들은 사물보다 더 사물 같은 인물들과 함께 정적이면서도 음습한 작품의 분위기를 더욱 고조시킨다. 또한 주로 가구의 형태를 하고 있는 그것들은 갇혀진 공간 안에 붙박인 인물들의 모습에 다름 아니다.
철거가 예정된 듯 모두가 떠난 아파트에서 식탁에 앉아 오후 두 시에 방문하기로 한 관리인을 기다리는 늙은 부부(「409호의 유방」)의 모습이나 ‘그들’에 의해 이십여 년을 병실에 감금된 채 침대를 지켜야 했던 노파(「침대」), “당신의 집을 지키기 위해” 왔다며 4인용 소파에 한 자리를 비워둔 채 정물처럼 앉아 있는 손님들(「손님들」)과 회사 측의 사직 권고에도 끝까지 자신의 책상을 지키는 박계장(「박의 책상」)의 모습은 각각의 작품에서 그려진 식탁과 침대, 소파와 책상처럼 오랫동안 그 자리에 있어왔기 때문에 더는 다른 곳으로 옮길 수도 없는 사물, 그 자체의 모습을 하고 있다.
한편 닫혀져 있어 알 수 없다는 불안 때문에 삶을 송두리째 집어삼키는, 그러나 결국엔 텅 빈 공간일 뿐인 잠겨진 빈 서랍장(「두번째 서랍」)과 채우는 삶에서 비워지는 죽음을 상징하는 쌀과 소금이 담긴 항아리(「쌀과 소금」) 역시 인물들의 삶을 형상화한 상징이자 인물 자체의 모습으로 비춰지기는 마찬가지이다.
문학평론가 소영현은 “김숨 소설의 무심하고 건조한 분위기가 인물이 정물로 환치되는 이런 방식과 연관된다”고 보고 있다. “사물이 된 인물들은 타인의 내면이나 심리를 엿보지 못하고, 인물들 사이에서 이해나 소통의 가능성도 절멸한다”는 것이다. 그는 또한 “김숨의 소설이 대체로 고백이나 독백의 형식으로 이루어져 있으면서도 내면을 드러내지 않고, 주관화된 진술로 이루어져 있으면서도 관찰자적 시선만이 유지되는 것, 판타지적 요소가 활용”되는 것도 이와 관련이 있다고 이야기한다. “주관적 의식에 의존하는 고백(/독백) 형식이나 판타지의 요소를 활용하면서 존재의 물화를 표현하고 극단적 인간 소외를 표현해”내는 것, 그것이 바로 사물과 인물의 경계를 허무는 김숨의 작품의 큰 특징이자 이번 소설집에서 더욱 도드라져 나타나는 그 작품만의 매력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낯선 자들이 찾아온다!

홀로 남겨진 공간과 시간, 그리고 그것들이 불러일으키는 공포가 몇 편의 소설을 쓰게 했다. 이번 소설집에는 그 소설들이 묶였다. _「작가의 말」 중에서

김숨의 첫 장편소설 『백치들』의 축약본이라고 할 수 있는 「트럭」을 제외하고, 이번 소설집에 실린 작품들을 아우르는 또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면 바로 낯선 자들의 방문이라 할 수 있다. 끝내 오지 않는 관리인, 침대를 지키게 한 그들, 집을 지켜주겠다며 오히려 집을 점거해버린 손님들, 직업적인 이유로 갑자기 나타나 책상을 들어내는 관리부 직원들, 한때 소홀히 대해서 나를 떠나갔던 가축들까지…… 그리고 그들의 방문은 인물들의 행동과 삶을 결정한다.
김숨은 어린 시절부터 홀로 남겨진 집에 대한 공포가 있었다고 작가의 말을 통해 밝히고 있는데, 이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귀신에 대한 두려움이 아니라 낯선 자들이 담을 타고 넘어와 자신을 점령할 지도 모른다는 불안과 공포이다. 그리고 이러한 불안과 공포는 그의 작품 안에서 그로테스크한 상상력의 옷을 입고 전혀 다른 판타지적 공간을 펼쳐 보인다.
이제 『침대』를 통해 김숨 소설의 낯선 인물들이 다시 한 번 독자의 방문을 두드린다. 당신은 문을 열 준비가 되었는가? 그 문을 여는 순간, 매혹적인 상상력이 소설을 읽고 있는 당신을 순식간에 점령할지도 모를 일이다.


■ 작품의 줄거리

「409호의 유방」
틀니를 떠걱거릴 뿐 아무런 말을 하지 못하고 마치 미라처럼 앉아 있는 남편과 왼쪽 유방을 잘라낸 그의 부인은 철거를 앞둔 낡은 아파트 409호 입주자다. 오후 두 시에 방문하기로 한 관리인을 기다리며 그들은 의미 없는 듯 보이는 지난 일에 대해 끊임없이 이야기한다. 간혹 누군가 계단으로 올라오는 소리가 들리지만 관리인은 좀처럼 나타나지 않는다. 관리인을 기다리며 여자는 그에게 대접할 양배추를 삶는다. 그것은 흡사 오래전 남편이 잘라낸 여자의 왼쪽 유방 같다. 삶은 양배추가 말라비틀어지고, 벽을 타고 올라온 칡넝쿨이 여자의 온몸을 휘감고 오를 때까지 오후 두 시에 방문하기로 한 관리인은 나타나지 않는다.

「침대」
‘그들’로부터 침대를 지킬 것을 지시받은 여자는 20여 년 동안 침대에서 다섯 발짝도 멀어지지 않은 채 침대를 지켰다. 형언할 수 없는 악취로 간호사조차 꺼리는 침대 곁에서 여자는 ‘그들’이 가져다주는 색종이로 종이꽃을 접으며 한시도 그곳을 떠나지 않았다. 병원에는 ‘그들’과 여자에 대한 이상한 소문이 돌기 시작했고, 병자들은 여자를 찾아와 하소연을 하거나 욕설을 퍼붓기 시작한다. 여자는 그 모든 것을 받아들였고, 계속해서 침대를 지키며 점점 몸피가 줄어들어간다. ‘그들’이 찾아와 침대를 바라보며 여자를 원망하던 날, 자신이 접은 종이꽃으로 침대를 꽃상여처럼 장식한 여자는 침대에 반듯이 누워 입안 가득 마카다미아를 피워올린다.

「손님들」
철거가 선고된 도시에 살고 있는 여자의 집에 어느 날 손님들이 찾아온다. 그들은 철거로부터 그녀의 집을 지키겠노라고 선포하고 4인용 소파에 정물처럼 앉았다. 목숨을 걸고 그 집을 지키겠지만 아무것도 바라는 것이 없다는 손님들을 여자는 굳이 내쫓지 않는다. 그러던 어느 날 철거단원들의 발소리가 여자의 집을 향해 들려왔고 손님들은 그녀의 집을 지키기 위해 하나로 뭉친다. 그러나 발소리는 그녀의 집을 지나쳐갔을 뿐, 그날 밤 그녀의 집은 안전했다. 하지만 손님들은 철거단원이 또 어제 들이닥칠지 모른다는 이유로 그녀의 집을 떠나지 않는다. 손님들이 잠이 든 아침, 여자는 자신의 집을 나온다.

「박의 책상」
어느 날 출근을 한 박계장은 자신의 자리에 명패가 치워지고 없는 것을 발견한다. 박계장은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았지만, 그는 그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왜냐하면 그는 직장보다 자신과 지난 직장 생활을 함께한 책상을 떠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탕비실과 화장실 앞 복도 등으로 옮겨지는 자신의 책상을 따라 박계장은 정시에 출근을 하고 정시에 퇴근을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 박의 책상. 상사의 귀띔으로 자신의 책상이 보일러실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된 박계장은 그곳으로 내려가지만 ‘관계자외출입금지’ 앞에서 들어가지 못한다. 그러나 ‘관계자외출입금지’ 안에 있는 책상은 아무나 함부로 건드리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으로 박계장은 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