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매일매일

우리는 매일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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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낯선 방식의 감각화를 꿈꾸는 시인, 진은영!
진은영 시집『우리는 매일매일』. 첫 시집을 통해 익숙한 일상을 새롭게 하는 감각을 보여준 진은영 시인이 5년 만에 펴낸 두 번째 시집이다. 오랜 사유 끝에 얻을 수 있는 낯선 은유들로 가득한 총 49편의 시를 3부에 나누어 담았다. 치열한 의식과 환하게 빛나는 시어의 간극, 차가움과 달콤함의 이율배반적 공존에서 재조합된 시적 세계를 엿볼 수 있다.

이번 시집에서는 습관화된 감각들을 배반하는 구절들이 곳곳에서 반짝인다. 메시지의 전달에 급급하지 않고, 최소의 어휘와 간명한 표현으로 감각의 사유를 증폭시키고 있다. 또한 타자와 내가 만나는 시간에 대한 사유, 언어를 비롯한 여러 기호들에 대한 감수성, 장르에 대한 메타적 인식, 규정되지 않은 것에 대한 고찰 등 다양한 스펙트럼을 보여준다.

또한 시인은 정리되지 않은 낯선 은유를 통해 역사의 시간과 시대의 풍경을 무거운 진실로 환기시키고 있다. 그리고 시적 창조의 의미 있는 체험을 시로 형상화하면서 시의 존재론적 가치를 긍정하고 시적 진실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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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매일매일〉

흰 셔츠 윗주머니에
버찌를 가득 넣고
우리는 매일 넘어졌지

높이 던진 푸른 토마토
오후 다섯 시의 공중에서 붉게 익어
흘러내린다

우리는 너무 오래 생각했다
틀린 것을 말하기 위해
열쇠 잃은 흑단상자 속 어둠을 흔든다

우리의 사계절
시큼하게 잘린 네 조각 오렌지

터지는 향기의 파이프 길게 빨며 우리는 매일매일
저자

진은영

진은영
시인진은영은1970년대전에서태어나이화여자대학교철학과와같은과대학원을졸업했다.2000년계간『문학과사회』봄호에시「커다란창고가있는집」외3편을발표하면서본격적인작품활동을시작했다.시집『일곱개의단어로된사전』(2003)과『순수이성비판,이성을법정에세우다』(2004),『니체,영원회귀로와차이의철학』(2007)등의철학하기와관련한저서등이있다.

목차

목차
시인의말
1.멜랑콜리아
아름답다
눈의여왕
멜랑콜리아

집시의시간
거기,
어쩌자고
무질서한이야기들
라,라,라푼젤
푸른셔츠의남자
연애의법칙
방랑자
바람의노래
네가소년이었을때?
신발장수의노래
소멸
우리는매일매일
2.미친사랑의노래
메피스토왈츠
Modification
한밤중에
청춘3
앤솔러지
나는
그날
인공호수
SummerSnow
물속에서
어느날
비평가에게
나에게
닭이울기전에
혼자아픈날
블라디미르라는이름의목도리
미친사랑의노래
3.문학적인삶
5월의첫시집
가득한마음
친애하는미트겐슈타인선생께
그림
70년대産
나의친구
달로가는비행기
문학적인삶
유년시절
QuoVadis?
러브어페어
나의할머니
노란뚜껑의작은유리병속에
주여
어떤노래의시작
해설|멜랑콜리팬타곤MelancholyPentagon/권혁웅

출판사 서평

출판사서평
끝없는발산의사유,꿈꾸는기호,변모하는일상
회귀하는주제들에대한낯선방식의감각화를꿈꾸다
첫시집『일곱개의단어로된사전』(문학과지성사,2003)을내놓고익숙한일상을새롭게하는새로운감각의발견,피흘리는고단한현실과예술가와철학자의밤과별들로가득한초현실을오가며신열을앓는언어의파문등으로평단과독자모두에게큰반향을일으켰던시인진은영이5년만에두번째시집『우리는매일매일』(문학과지성사,2008)을펴냈다.
과작의시인이지만이렇다할타작이없는시인으로도익숙한...
끝없는발산의사유,꿈꾸는기호,변모하는일상
회귀하는주제들에대한낯선방식의감각화를꿈꾸다
첫시집『일곱개의단어로된사전』(문학과지성사,2003)을내놓고익숙한일상을새롭게하는새로운감각의발견,피흘리는고단한현실과예술가와철학자의밤과별들로가득한초현실을오가며신열을앓는언어의파문등으로평단과독자모두에게큰반향을일으켰던시인진은영이5년만에두번째시집『우리는매일매일』(문학과지성사,2008)을펴냈다.
과작의시인이지만이렇다할타작이없는시인으로도익숙한진은영이다.총49편의시를3부로나누어싣고있는두번째시집역시,깊이앓고오랜시간사유하고서야비로소얻어지는,우리의가슴과머리를동시에치고가는낯선은유들로가득하다.그러나그은유들은지극히단정하고또아름답기까지하다.하여많은이들이진은영시에서시인최승자의그늘을읽으면서도,치열한의식과환하게빛나는시어의간극,차가움과달콤함의이율배반적공존에서재조합된진은영특유의청신한시적세계에눈을밝히고입을모은다.
단정하다는형용사는,대학에서니체를전공해서박사학위를받고현재대학에서철학을강의하는시인의이력을한번쯤환기하게만든다.니체와들뢰즈,칸트의철학,노동과자본론등대학입학후지금껏그녀의사유를붙들고있는그묵직한이름들은그녀의눈과기다란손가락의감각을얇은감상에서되도록멀리,수다스럽지않게그리고차갑게재련했을만도하다.하지만그녀는단호하게말한다.그러니염두에두자:
불타는지느러미
나는시인입니다
다른이름으로부르지마세요
듣기싫어요―「SummerSnow」부분
동시에아름답다는형용사는어둡고불안하고소외되고억눌린현실의풍경을흰종이나빈유리창에옮겨와서가만히응시하다가,습관과통념이란보통명사가미처발견하지못한낯선풍경을그려보이는시인의깊이있는시선에화답하는독자의정직한탄성이다.
메시지의전달에급급하지않고,최소의어휘와간명한표현으로커다랗게증폭하는감각의사유,감각/육체의연동/떨림이시인이지향하는지점이라면이번시집은그목표를초과달성하고있다고해도과언이아니다.그간여러평자들이그녀의시를곱씹어읽고애정을기울여분석해온이유가여기에있다.가령,
“(진은영의시는)90년대시의서정적동일성을거부하면서,아직제도화되지않은시적발화의숨죽인목소리와분열된육성을드러낸다.”(이광호)여기서‘분열된육성’에밑줄그어본다.이것이분열된의식의다른호명이자,세상의분열을엿본자의목소리를가리키는것이라면동년배다른시인―김행숙,이장욱,장석원―들과함께묶일수도있는대목이다.그러나진은영의시에는분열이란단어가환기하는것이상의무엇이있다.습관화된,타성에젖은눈과귀,후각과미각그리고촉각을보기좋게배반하는구절들이곳곳에서반짝이고있어서다.이번시집의맨마지막에실린다음의시는진은영의시세계를처음대하는독자들이가질법한낯선감각의모음집과도같다:
너는추위를주었다
나의언손가락은네연둣빛목폴라속에
버들강아지처럼
너는어둠을주었다
나의눈은처음불켜진지하실의눈부심속에
입술이나에게로열렸다
향나무불타는난로의숨결에이어진
연통의어리둥절한뜨거움
[……]
그리고야릇한것이시작되었다―「어떤노래의시작」부분
시인의관심은이‘야릇한것’이무엇인가를밝히는일보다야릇한감흥을느끼는공감각적찰나의경험에기울어있다.고착화된사전적의미와낡은비유,정답을요구하는질문지로나와타인,세계를바라보고계몽하는일은이미세계의중심(에서벌어지는일)이아닐것이기때문이다.이를두고평론가권혁웅은“언어와대상이일치하는,대상을가리키는손가락이자대상자체인그런은유는없다.그런일치는지배이데올로기와다르지않은것이다.시인이제시하는은유는그모든모순들,그모든간격들을수용하는은유”라고말한다.
다채롭게몸을갈아입는기호들은,“손쉽게자신의목소리를절대화하거나그것과타협하지않는”(허윤진)시인에게만허락된것이다.이를두고평자와독자들은아이의장난기가득한천진함,경계없는상상력,물렁물렁유연한사고의힘같은것들을불러다그녀의시앞에놓아본다.시를짓는다,가아니라시를쓴다,라고해야더어울릴법한진은영시가갖고있는매혹의요소들이다:
가만히어둠속에서누군가를기다리는일
내가모르는일이흘러와서내가아는일들로흘러갈때까지
잠시떨고있는일
나는잠시떨고있을뿐
물살의흐름은바뀌지않는일
물속에서누군가를기다리는일
푸르던것이흘러와서다시푸르른것으로흘러갈때까지
잠시투명해져나를비출뿐
물의색은바뀌지않는일
(그런일이너무춥고지루할때
내몸에구멍이났다고상상해볼까?)
모르는일들이흘러와서조금씩젖어드는일
내안의딱딱한활자들이젖어가며점점부드러워지게
점점부풀어오르게
잠이잠처럼풀리고
집이집만큼커지고바다가바다처럼깊어지는일
내가모르는일들이흘러와서
내안의붉은물감풀어놓고흘러가는일
그물빛에나도잠시따스해지는
그런상상속에서물속에있는걸잠시잊어버리는일―「물속에서」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