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휘의 속삭임

광휘의 속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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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자연의 날빛으로 물결치는 정현종의 시집!
정현종 시집『광휘의 속삭임』. 1965년 등단 이후 40여 년 동안 한국의 재래적인 서정시의 전통을 혁신하고 현대시를 새롭게 만들어온 정현종 시인의 아홉 번째 시집이다. 제1회 미당문학상 수상작을 표제로 한 시집 〈견딜 수 없네〉 이후 최근까지 발표한 시 가운데 60편을 선별해 묶었다.

등단 초기, 전후의 허무주의적 포즈와 재래적인 서정시의 미학을 극복한 자리에서 출발한 정현종의 시는 오랫동안 현실의 고통을 넘어설 수 있는 초월의 가능성을 탐구해왔다. 이후 시인은 생명현상과의 내적인 교감, 자연의 경이로움, 생명의 우주적 황홀감 등을 가볍게 노래하며 보다 큰 생명의 세계로 시적 자장을 넓혀왔다.

이번 시집에서도 시인은 의식세계를 채우고 있는 복잡한 의미를 걷어내고, 사물의 움직임 그 자체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자 했다. 사물의 바깥에서 사물을 해석하며 그에 대한 복잡한 의미를 부여하는 권위를 버리고, 사물과 한 몸으로 움직이는 시를 갈망한다. 의식 너머의 무한으로 나아가는 정현종의 시는 가볍고 간명하지만, 깊고 그윽하다.

〈font color="ff69b4"〉☞〈/font〉 이 책에 담긴 시 한 편!

〈광휘의 속삭임〉 중에서

저녁 어스름 때
하루가 끝나가는 저
시간의 움직임의
광휘,
없는 게 없어서
쓸쓸함도 씨앗들도
따로따로 한 우주인,
(광휘 중의 광휘인)
그 움직임에
시가 끼어들 수 있을까.

아픈 사람의 외로움을
남몰래 이쪽 눈물로 적실 때
그 스며드는 것이 혹시 시일까.
(외로움과 눈물의 광휘여)
저자

정현종

정현종
1939년서울에서태어나3세때부친을따라경기도(고양군신도면화전)로옮겨가청소년기를보냈다.1959년연세대철학과에입학하여,재학중대학신문인『연세춘추』에발표한시「화음」「주검에게」가당시연세대국문과박두진교수의눈에띄어1964년5월『현대문학』에초회추천을받았다.1965년대학을졸업하고같은해3월과8월에각각「독무」와「여름과겨울의노래」로『현대문학』에서3회추천을완료하고문단에등단하였다.
1966년에는황동규·박이도·김화영·김주연·김현등과함께동인지『사계』를결성하여활동하였다.1970∼1973년서울신문문화부기자로일하였고,1975∼1977년에는중앙일보월간부에서일하였다.1977년신문사를퇴직한뒤서울예술전문대학문예창작과교수로부임해서시창작강의를하였다.1982년부터연세대학교국문과교수로재직하였으며2005년에정년퇴임하였다.
첫시집(민음사,1972)이후(문학과지성사,1978)(문학과지성사,1984)(세계사,1989)(문학과지성사,1992)(문학과지성사,1995)(문학과지성사,1999)(제1회미당문학상수상작「견딜수없네」수록.시와시학사,2003)등의시집과(민음사,1974)(미래사,1991)(문학과지성사,1996)등의시선집,(전2권,문학과지성사,1999)그리고시론집(문학과지성사,1982)외에다수의번역서를상자했다.
한국문학작가상·연암문학상·이산문학상·현대문학상·대산문학상·미당문학상·경암학술상(예술부문)등을수상했다.

목차

목차
시인의말
꽃시간1
시가막밀려오는데
꽃시간2
내심장들이여
빨간담쟁이덩굴
우리가서로
아픈친구의지구
어떤적막
하루
공기로지은집
찬미귀뚜라미
예술이여
창조
빛구름이
실수?
바람이시작하는곳
맑은날
한송이바다
수평선
동트는마음
지금부터쓰는시는
바쁜듯이
슬프다
거대한무의식
고요여
구두수선소를기리는노래
이삿짐
옛날의행운
음악가들
지옥
공중에들어올려진손
고요여2
흙냄새2
정신은어디서나싹튼다
걸음걸이9
무한바깥
방문객
품위에대하여
굴뚝
시죽이기
여자
마음먹기에달렸어요
어떤예술론
아침
술맛
이런시야가어디있느냐
어떤참선
한별자리가걸어다니니
바람의그림자
오따뜻함이여
서호에가서
오씨앗들
맛의에너지
금강빛이여
산예찬
빛-방울
어떤聖畵
광휘의속삭임
샹그리라
장소에대하여
해설|날빛의무한파동을꿈꾸는시·박혜경

출판사 서평

출판사서평
붉고푸른자연의날빛으로
물들고물결치는삶의기쁨
1965년등단이후40여년이넘도록지칠줄모르는시창조의에너지를과시하면서,한국의“재래적인서정시의전통을혁신”하고현대시에새로운호흡과육체를만들어내온말그대로“한국현대시가이룬가장중요한성취”중하나인정현종시인이아홉번째시집(문학과지성사,2008)을상자했다.제1회미당문학상수상작을표제로한시집(2003)이후최근까지발표해온시가운데60편을추려묶은것이다.
등단초기,전후의허무주의적포즈와재래적인...
붉고푸른자연의날빛으로
물들고물결치는삶의기쁨
1965년등단이후40여년이넘도록지칠줄모르는시창조의에너지를과시하면서,한국의“재래적인서정시의전통을혁신”하고현대시에새로운호흡과육체를만들어내온말그대로“한국현대시가이룬가장중요한성취”중하나인정현종시인이아홉번째시집(문학과지성사,2008)을상자했다.제1회미당문학상수상작을표제로한시집(2003)이후최근까지발표해온시가운데60편을추려묶은것이다.
등단초기,전후의허무주의적포즈와재래적인서정시의미학을극복한자리에서출발했던정현종의시는,오랫동안시인의상상적꿈과사물의꿈의긴장관계속에서,현실의고통을넘어설수있는초월의가능성을탐구해왔다.그의시에빈번하게출현하는‘고통’과‘축제,’‘무거움’과‘가벼움’같은상반된정서와이미지들이미학적으로어우러지면서분출되는시적상상력의에너지와역동적인노래는그의시편어디에서고익숙한풍경이되었다.이후그의시는생명현상과의내적인교감,자연의경이로움,생명의우주적황홀감등을노래하면서보다큰생명의세계로시적자장을넓혀왔다.주목할것은,그의시속에등장하는자연과생명체가,생명존중이란의식이지향하는관념적공간속에서가아니라,“눈부신관능을보유한탄력의세계”속에서읽힌다는데있다.
꾸밈이없는맨몸,그헐벗음을좋아하고,늘자연과생명의편에서서혹은그안에들어가흠씬도취하고,춤추듯가벼운걸음걸이로노래하는시인정현종이한국현대시에두른그늘은,단순히시력43년이란세월의더께에서연원하는것이아니다.평자와독자들의성급한기념과정리의포즈를무색하게만드는그의존재감은,생명력으로충만한시어,창조적위반을산뜻하게감행하는말의진연이여전히그의시의‘오늘’이라는데서비롯한다.
때문에정현종의시들은삶자체의근원을탐색하려는의욕과열정으로,때로는지극한찬탄으로때로는유머러스한능청스러움으로독자를즐겁게한다.이번시집역시,의식세계를가득채우고있는복잡한의미의거미줄을걷어내고,사물의있음그자체,움직임그자체를있는그대로받아들이려는시적화자의자세에주목하게된다.시인은이제사물의바깥에서사물을해석하고그에대한복잡한의미의얼개를부여하는대신,사물들과한몸으로움직이는시를갈망한다.“파동이나숨결로시인에게무언의전언을보내오는사물들의숨겨진비의를받아들이기위해자신의몸전체를텅비워”내고있다는평론가박혜경의지적대로,정현종시인은사물에의미를들씌우려는해석적권위를버리고,사물의천진한유희자가되어사물들속으로잠입하고있다.시집전편에걸쳐‘파동,물결,날빛,무한,푸르른,넘친다,바람결,샘솟는’등의어휘가자주등장하는것도이때문이다.
한마디로시집은“날빛의무한파동을꿈꾸는시”들의집합이다.온몸의힘을풀고,무언가를움켜쥐고있는의식너머의무한,그파동치는무의율동으로나아가는정현종의시는그래서가볍고또한간명한형태를지향하나,그곱씹어읽는맛은깊고그윽하기그지없다.
정현종의시에는사물과생명의숨과꿈이들끓고있다.그것은사물과의우주적교감에대한열망이며,동시에그것을억압하는현실에대한예리한저항의문맥을함유한다.그의시는사물과생명의탄력을관념적인명제로응고시키는것이아니라,그것을시언어의탄력으로드러낸다.그언어는현대세계의상처받은사물의꿈을되돌려주는원초적인에너지이며,인간의고통과절망을공중에띄워그것을순수하게살게만드는힘을가진다.그의에로스적인상상력은인간과물질과생명이서로에게몸을여는우주적황홀의경지에이르고있다._이광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