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단어

오늘 아침 단어

$12.00
Description
불행한 서정의 행복한 귀환
2008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시 ‘티셔츠에 목을 넣을 때 생각한다’로 당선하며 등단한 유희경 시인의 첫 시집 『오늘 아침 단어』. 최근 젊은 시가 즐겨온 흔한 유머도, 집요한 말놀이도, 별스러운 이미지도 등장하지 않는 저자의 시는 익숙한 언어로 익숙한 감정을 묘사한다. 저자는 이번 시집에서 자신의 분신과도 같은 소년들을 눈물 안에 가두어 고유한 상실의 체험을 주저 없이 드러내놓는다. 더불어 달콤 쌉싸래한 청년의 사랑과 희박한 미래의 사건인 자신의 죽음을 이야기하고 있다. ‘소년 이반’, ‘금요일’, ‘면목동’ 등 낯익으면서도 낯선 감정의 무늬와 열기로 가득한 63편이 시들이 수록되어 있다.
2000년대적 감각보다는 1990년대적 감성과 어울리는 저자의 시는 시 읽기의 보람을 증명한다. 행복할 수 없는 운명에 처한 근미래의 상실과 슬픔이 투영된 소년들을 통해 개인적인 슬픔의 승화를 도모하고, 애잔한 아름다움을 품은 연애시는 불행한 서정시의 정수를 보여준다. 이를 통해 우리에게 슬픔, 고독, 자책, 안타까움, 벅참, 절망 등의 감정에 공감을 불러 일으킨다.
☞ 이 책에 담긴 시 한 편!

꿈속에서

잠든 것들이 거리로 나갔다
긴 소매들은 소매를 접었다

입김이 남아 있는 창문
불이 꺼지지 않는 들판
날아오르는 바람과
걸어다니는 발자국들

가슴만 한 신음을 낳고
누군가 밤새 울었다

부드럽게 안아주었다
안겨 있는 나를 보았다
하얗게 빛이 났다
나머지는 어두웠으므로

비명 같은 내가
빈 종이 되었다
저자

유희경

시인유희경은1980년서울에서태어나서울예술대학문예창작과와한국예술종합학교극작과를졸업했다.2008년『조선일보』신춘문예에시「티셔츠에목을넣을때생각한다」가당선되어등단했다.현재'작란'동인으로활동중이다.

목차


꿈속에서
티셔츠에목을넣을때생각한다
K
한편
소년이반
어떤연대기

당신의자리
心情
내일,내일
낱장의시간들
금요일
버린말

우산의고향
들립니까
심었다던작약
궤적
지워지는地圖
이웃사람
오늘의바깥
너가오면
화가의방


코트속아버지
오늘은
11월4일
그만아는이야기
폭설
어쩔수없는일
손의전부
속으로내리는
나는당신보다아름답다
벌거벗은두사람의대화
우산의과정
비밀의풍경
아이들은춤추고
다시,지워지는地圖
악수
이씨의낡은장화
나와당신의이야기
같은사람
검은고요
그해겨울


빛나는시간
해줄말
어떤장면
소년
불행한반응
닿지않은이야기
우산의반대말
B
염소의숲
보내지못한개봉엽서
서른
텅빈액자

옛날사람
공중의시간
부드러운그늘
그때우리는
맑은날
나이어린조각들
면목동

해설|최초의감정(조연정)

출판사 서평

짐짓,말하지못했던우리의감정에대해
“참을수없는감정
말은그렇게배우는것이지”

“느낌은어떻게오는가”

당신의설렘은어디에서비롯하는가?당신의느낌은어느순간손아귀에감싸인채분명해지는가?당신가슴의요동과눈자위현기증은무엇으로인해증폭하는가?구태의연한질문몇가지로시작하는데는시를읽고쓰는이유가결국여기에담겨있다생각해서다.무수한시인이나름의시를쓰고,시집을묶고,평자와독자들이읽어내는일의전모가그러하다.여기에는2000년대초중반,탈서정과탈문법,전위와키치와그로테스크,자폐와불화로주목받기시작한,비주류이면서어느틈에주류가되었던그흔한명명인‘미래파’도,그들의시적세례와전위를배반으로모색하며무리지어진‘포스트-미래파’도,세계와내면의황홀한폐허를겸손한서정으로끌어안는시인들모두가함께한다.그들모두세계와끊임없이불화하며자존감을지켜내는시문학과함께한다.
그렇게10년을지나오늘에이른한국시는,여전히자신의시작에몰두하고하나하나온전한세계로그려가는데열심인새로운靑年들이등장했다.끝없이새로운언어를찾아실험하고부딪치고좌절하고,낯익은것을낯설게변주하고,세상의무수한비밀을캐물으며,연대기의한페이지를날것혹은문학적상상력으로갱신하는일이詩라면,이시의다른이름은싱싱하고푸른靑春,少年의눈이다.다시한번,시속에서마음의동요와궤적을좇고또시에투영된읽는이자신의모습을목도하는일은평범한일상을눈부신빛으로거듭나게한다.그래서여기,
문학과지성시인선의393번째선택은2008년『조선일보』신춘문예에시「티셔츠에목을넣을때생각한다」로당선하며등단한유희경의첫시집『오늘아침단어』(문학과지성사,2011)다.문학과지성시인선을통틀어첫1980년대생시집이다.

소년의눈물,청년의사랑,그의연대기
2008년벽두,신춘문예당선으로첫선을보인시인유희경은“지금손에쥔내손의온도가낯설다.이것은누구의것일까.모든두근거림의뿌리를보고싶었다”라며당선소감을밝혔다.그렇게‘모든두근거림의뿌리’를살펴보고자했던시인의일상은고백과묘사,대화와앞서간이의시선을두루관통하며반복된다.그흔한유머나집요한말놀이,이미지의극단이나그로테스크한상징대신,익숙한언어로익숙한감정을묘사하고세련하는일상의방식으로먹먹한슬픔,그통증에대해말한다.

밤이되면누구나혼자눕는다이익숙한일을해내기위해아침이면길고가는선이놓이고하지만그렇게장담할수있는사람은아무도없다이윽고모든것이깜깜해지면

바깥이란얼마나흐릿한것인가오늘,처럼쓰기쉬운단어가또있는가누군가의냄새,누군가의감촉,누군가가놓고내린체온이우스운일들을얼마나반복해뒤집어야하는지-「오늘의바깥」부분

그리고자주,마치생각이덩어리진형태로,눈물이그렁그렁눈에그리고귀에매달린다.

날이저물고있었다이반은귀를발견했다늦은밤놀이터구석진벤치에앉아귀를기울였다자기울음소리를끝없이듣고있었다

이반은수염을깎았다어머니는너른억새숲이되었고이반은그발밑에서늪이되었다그것말고는부석거리는어머니를설명할길이없었다

시간이지날수록귀에는낡고흔한울음이,알수없는애를쓰며매달려있었다-「소년이반」부분

검은건반이내손가락을누른다
발가벗은음들이내귀를당긴다
듣는감각쏟아진다
통증이나를아파한다
들어가나오지않는추억이여
이런일을참을수있겠는가
나는내부끄러움에찬성하지않는다-「불행한반응」부분

“비극에는용기가필요하다”(「한편」)고적는시적화자는자신이보고듣는,혹은자신에게매달리는‘이유를알수없는슬픔’을그대로드러내놓는일을주저하지않는다.이런일에는용기나모종의결의가필요한법인데,“나는내짐승의일부/이그림자를밟고서서”(「빛나는시간」)“나는나로부터날카”(「티셔츠에목을넣을때생각한다」)로워진시적화자의목소리에서우리는“없어진나날보다/있었던나날이더슬프다”(「텅빈액자」)로짐작되는아버지의부재,소년의통증,회한의기억을더듬는다.그러는중에소년이눈물속에서바라본세상을“은빛인은빛이어야하는”으로점찍을때,슬픔에소진되고야마는나약한존재가아니라,어쩌면인간의고유한감정으로기록될‘상실감’을적극적으로바라보고곱씹어보고종국에는감싸안는성장의기록에우리는한뼘더다가서게된다.물론,소년의성장에는무거운상실의슬픔한편에애틋한설렘,사랑도함께한다.

우리는빗방울만큼떨어져있다오른뺨에왼손을대고싶어져마음은무럭무럭자라난다둘이앉아있는사정이창문에어려있다떠올라가라앉지않는,生前의감정이런일은헐거운장갑같아서나는사랑하고당신은말이없다
[......]

불가능한거리는아무말도하지않는다당신이뒤를돌아볼때까지그뒤를뒤에서볼때까지-「내일,내일」부분

나의마음을강요하지않고당신의침묵조차기꺼이수용하는이사랑은,“네가심은작약이어둠을끌고발아래서머리쪽으로다시코로숨으로번지며입에서피어나고,둥근것들은왜그리환한지그게아니면지금을어떻게설명해야하는지가르쳐주지도않으면서,”(「심었다던작약」)이렇게상상만으로나의온몸을지배하는사랑은,“숨이타오름이재가된질식이딱딱하게그저딱딱하게만느껴지는그건너가아니고기실,나는네눈뒤에서있어서도저히보이질않는너라는미로를폭우쏟아져내리는오후처럼이를깨물고하얗게질릴때까지꽉물고어떻게든”(「너가오면」)그불가능성을재확인할수밖에없는사랑이다.

‘지금은그저假定의시간’
그때너는어떤생각을했던것일까사막,이라고적을수밖에없는깊은밤의처지를생각했을수도있다거리의대부분이자취를감췄을때도너는걷고있었다고확신한다어떤영혼도버틸수없는사람은대개그러하다그날밤은떠올리지않는것이더좋았을것이다[...]세상이검게변하는순간에아무것도없고너만있고멀리오후의개가짖는소리정말이제사람들은창문의한귀퉁이를발견할것이다언제묻었는지모를붉고선연한자국이사람의모습같아서그들은한동안소곤댈것이다누군가는시간과함께몰래기록해둘그소문속이야기를-「낱장의시간들」부분

얼핏죽음을편애하는시적화자는“밤의입장에서죽음의고독을탐색”한다.그리고가정된미래속의죽음과그에대한사유는,유희경의시에서“‘너’의산책,즉미래로무한히열린‘나’의죽음을시쓰기의경험”으로확장해간다(조연정).짐작건대,시쓰기의고뇌는,백지에검은글자를박아넣는,찰나에각인된장면과기억을머릿속과가슴속을오가는담금질로뱉어놓아야만그나마“버려진종이”신세를면할수있기에,죽음만큼이나무겁고무력하며,새까만한밤처럼아득하고거대한고독일수밖에없을터.

“結晶되지않은決定”-낯익은낯선감정의이야기
유희경의첫시집『오늘아침단어』에실린63편의시들은낯익은그러면서낯선감정의무늬와열기로가득하다.무겁게내려앉는통증의이야기에서어룽대는은빛의눈물과새벽이슬속에피어난수줍은꽃의미소를‘숨김없이남김없이’오롯하게그려내줄아는따뜻한한시인이탄생했다.그가‘슬프고먹먹하고설레고안타깝고외롭고결연한밤’을내내걷고또걸어,“신비혹은공포그러니어둑하고고요한아침노래하는새들의노래파고들어팽창하는음악그음악의힘받아들일수밖에없는당신이눈이떴을때창문에닿아있는햇살평평한정신그리고[...]기억하고있겠지만結晶되지않은決定동전처럼아무렇게나보이지않는뒤가려진앞”(뒤표지시인의산문)을하나빠짐없이우리에게선사한다.
어쩌면시의본질은,순간의느낌을화인처럼붙들고사는시인의차가운눈과더운가슴에있을지도모른다.일찍이시인이성복은“느낌은어떻게오는가/꽃나무에처음꽃이필때/느낌은그렇게오는가/꽃나무에처음꽃이질때/느낌은그렇게지는가//종이위의물방울이/한참을마르지않다가/물방울사라진자리에/얼룩이지고비틀려/지워지지않는흔적이있다”(「느낌」,『그여름의끝』,1990)고했다.일상의순간을,‘공중의시간’을영원의기억으로안을수도있는그마술과도같은느낌,시는바로그렇게우리에게온다.
유희경의시들은“미래의시간이든과거의시간이든,자신이부재한풍경으로부터‘生前의감정’을추출”하고있다.“내가없는시간”속의감정,그럼에도불구하고“그게전부나였다”라는말로밖에달리형용할길이없는감정으로부터,그는가까스로한단어한단어길어올리고있다.시작되지않은과거와끝나지않은미래라는황야의시간을떠돌며그가매일아침생각해보는한단어,그것은어쩌면‘시’일지도모른다(조연정,해설「최초의감정」에서).

오늘아침,당신의손에시집한권이도착했다.

시집해설

우리는『오늘아침단어』로부터‘불행한서정’의행복한귀환을목도하게될것이라말했다.소년의눈물과청년의사랑에서배어나오는슬픔,고독,자책,안타까움,벅참,절망등의감정에쉽게공감하게되리라예상했고,더불어시읽기의다른보람마저느낄수있게되리라믿었다.그런데,이렇게먼길을돌아와다시생각해보니우리에게남은것은오직“서툰감정”(「나는당신보다아름답다」)뿐인듯하다.아직시작되지않은탄생과아직완료되지않은죽음을넘나들며“生前의감정”을펼쳐보이는그의시를읽으며우리는최초의감정이라는말로밖에는달리설명할길이없는무수한정념들과마주한것이다.결국『오늘아침단어』는우리를공감의달인이아닌서툰초심자로만들어버렸다.하지만바로그런이유로유희경의첫시집은우리에게시읽기의보람을알려주는벅찬시집이되는것이다._조연정,해설「최초의감정」에서

시인의말
수십개단어와한사람을동시에떠올리는일
나는아직도이런일을생각한다.

2011년6월
유희경

뒤표지글(시인산문)

신비혹은공포그러니어둑하고고요한아침노래하는새들의노래파고들어팽창하는음악그음악의힘

받아들일수밖에없는당신이눈을떴을때창문에닿아있는햇살평평한정신그리고

세수인간의거울단어강약강박박동손끝책상흔적머리카락안경라우센버그적당신

리시버시곗줄그건아니고.

리투아니아얼음송곳의땅늙은남자의입내늘어붙은근육몸을밀고지나가는사람의속성

빈공간기억력차가워진겉따뜻해진속누구든오라

그러니누구든오라

가방멀미아침식탁단수여권찢어진한장스물한장째누군가의사진낯선얼굴

기억하고있겠지만結晶되지않은決定동전처럼아무렇게나보이지않는뒤가려진앞