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네킹과 천사

마네킹과 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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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죽어 있는 것'과 '죽어가는 것'을 노래하다.
1973년 '현대시학'을 통해 문단에 등단한 시인 조창환의 『마네킹과 천사』. 30여 년간 시를 통해 절대적 믿음이나 추상적 관념이 아니라 생활 속에서 육화된 '신'을 만나게 해주는 저자의 일곱 번째 시집이다. '죽어 있는 것'과 '죽어가는 것'에 초점을 맞춰 노래하고 있다. 특히 '천사'를 사람이 태어나는 순간부터 죽는 순간까지 돌봐주는 존재로 형상화함으로써 세속적 신성성을 창조해낸다. 아울러 삶의 회환화 허무를 끌어안은 채 강렬한 생의 충동을 내비추고 있다.
아주대학교에서 국문학과 교수로 활동해온 저자의 정년퇴임을 맞이하여 출간된 것이다. 눈에 보이는 모든 것, 귀에 들리는 모든 것에 깃든 혼을 찾아 조심스럽게 사랑하고 경외하고 받들어온 저자의 시적 영성과 감성을 만끽하게 된다. 특히 제2부에서는 저자가 카자흐스탄을 여행하면서 쓴 시를 실었다. 단순히 카자흐스탄의 풍경과 감상을 담기보다는, 그곳에서의 내면에 대한 성찰이 두드러진다.
☞ 이 책에 담긴 시 한편!
천사의 노동

날은 밝고 창은 따뜻하고
벌레 소리 희미하게 울리는
이른 저녁

종일 흙더미를 밀어 올리던
어린 싹 하나가
허공에 무슨 글씨를 쓰며 놀고 있다

무거운 집 지고 가던 달팽이 한 마리
끈적한 침 묻혀놓은
아파트 안 길 돌아보며 놀고 있다

아스팔트 위로 목련 꽃잎 몇 개
어깨에 황사 조금 묻힌 채
툭툭 떨어지며 놀고 있다

낡은 흐리고 창은 어둡고
벌레 소리 뚝 끊어진
늦은 저녁

어린 천사가 어린 싹을 다시 밀어 올리고
어린 천사가 늙은 달팽이 등짐을 밀어주고
어린 천사가 짓밟힌 꽃잎에서 황사 먼지를
털어준다
저자

조창환

서울대학교 문리과대학 국어국문학과 졸업, 동 대학원 문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울산대학교 및 전북대학교 교수를 역임하고 현재는 아주대학교 국문과 교수로 정년퇴임하였다. 미국 브리검영 대학교, 보울링그린 대학교, 카자흐스탄 크즐오르다 대학교 및 체코 카를대학교 한국학 객원교수를 역임했다. 논저로 '한국 현대시의 운율론적 연구', '한국시의 넓이와 깊이', '이육사', '한국현대시인론'이 있고, 시집으로 '빈집을 지키며', '라자로 마을의 새벽', '그때도 그랬을 거다', '파랑눈썹', '피보다 붉은 오후', '수도원 가는 길', '신의 날', '마네킹과 천사' 등이 있다. 1985년 '라자로 마을의 새벽'으로 제17회 한국시인협회상을 수상했다. 한국가톨릭문학상, 경기도문화상 등도 수상했다.

목차

시인의 말

1부
새
마네킹
애인 둘
웃고 있네
이모네 석류나무
눈 내린 아침
낙타
성가 양로원
석모도
갈피
無明
수평선
독도, 적멸
그 물!
구멍
내시경

제2부
飛白
은하수와 들불
천 년의 빈터
붉은 해
무모한 빛
아랄, 없는 바다
꿈속의 꿈
다챠에서
알마티 한인 성당
天山 바라보며

제3부
여백
기러기 떼
오리
당나귀 같은 오후
달과 고래
강과하프
거위 소리
홍단풍, 까마귀
觀世音과 崇禮
매생이
동행
自決
황금빛 재
칼의 온유
봄, 사이렌 1
봄, 사이렌 2
꽃 타령
풍경
오래된 방석
아이들과 담요

제4부
달 없는 밤
'휘청'
시인
단식 광대
별과 뿔
뜨거운 봄
황혼
천사의 노동
쭈욱 찢다
불쑥 내민
꺽꽂이
포구에서
더러운 사자
현존에서 영원으로
하느님의 항아리
땅끝 가는 길
첫날 아침으로

해설│지적 절제와 존재의 찬란한 전환ㆍ문혜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