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진실과 운명을 향한 도저한 사유, 그 쉼 없는 열정
한국 문학의 큰 산, 소설가 이청준이 일궈놓은 40년 문학의 총체
제작 기간 10년,
편집ㆍ자료ㆍ해설에 참여한 인원 40여 명,
200자 원고지 48,226매 면수 13,164면,
중단편집 17권, 장편소설 17권 수록 작품 총 173편
(중단편소설 155편, 희곡 1편, 장편소설 17편)
이청준 문학의 결정판이 될 문학과지성사 〈이청준 전집〉이 2008년 2월 첫 편집회의를 시작한 지 10년 만인 2017년 7월, 총 34권으로 완간을 맞게 되었습니다. 이는 [이청준기념사업회](2009년 7월 발족)의 두 가지 역점 사업(〈이청준 전집〉 간행, ‘이청준문학자리’ 조성) 가운데 하나로, 이청준 선생의 문학을 보전하고 재조명하기 위해 그와 그의 문학을 사랑하고 아끼는 문인들(권오룡, 우찬제, 이윤옥, 이인성, 정과리, 홍정선)로 구성된 ‘이청준 전집 간행위원회’와 1975년 12월 창립 이래 [황순원 전집〉 〈최인훈 전집〉 〈김현 문학전집〉 〈한국문학전집〉 등 한국 문학 대표 문인들의 전집을 발간해온 문학과지성사가 정본으로서의 [이청준 전집] 간행에 한뜻을 모은 결과입니다.
『당신들의 천국』 『서편제』 『눈길』 등 우리 시대의 한과 아픔을 사랑과 화해로 승화하려 한평생 고뇌한 작가 이청준(1939~2008). 그는 소설가로서 투철한 작가 의식, 지성인으로서 인격, 생활인으로서 겸손함, 남을 위한 배려 정신과 자신에 대한 엄격성 등 삶의 여러 본보기들을 소리 없이 실천하며 우리 곁에 머물다 간, 명실공히 한국 현대 문학사의 큰 표징입니다.
말과 말의 질서를 통해 삶을 사랑하기를 문학의 궁극적 행위이자 가치로 놓았던 이청준의 작품 세계는 권력과 인간의 갈등, 집단과 개인의 불화, 언어와 사회의 길항 등 거시적이고 사회적인 문제로부터, 고난을 견디는 장소로서의 한국인의 집단 무의식과 그 밑바닥의 가장 복잡한 심사들의 뒤엉킴이라는 개인적이고 미시적인 구조에까지 멀리 그리고 깊게 닿아 인간의 한 생을 파노라마로 엮고 있습니다.
이번 문학과지성사 [이청준 전집]을 통해 독자들은 『당신들의 천국』이 완성한 지성의 정치학으로부터 『서편제』가 풀어낸 토속적 정한의 세계에 이르기까지 이청준 문학이 뻗어 있는 영역이 바로 우리 삶의 전방위를 아우르고 있는 데 대한 이해와 감동을 맛보게 될 것입니다.
“우리는 그의 소설에서 그가 싸워야 했던 당대의 주제들을 사유하고 그가 리얼리티를 위해 활용한 서사를 좇아 그에 합당한 문체를 음미하며 우리의 문학이 이를 수 있는 높은 상상력을 올려다볼 수 있다. 또한 그가 편 다각적인 관심들과 그 다양한 접근들을 통해 우리의 눈을 넓히고 생각을 깊이하며 그의 추리적 언어로써 한국어의 시니피앙이 지닌 깊이를 재볼 수 있다. 그럼으로써 우리는 [이청준 전집]을 통해 한 뛰어난 소설가의 첨예한 세계를 바라보며 그가 짐 지고 있던 우리의 문제적 근대화 시대에 대한 고뇌와 극복의 정신사를 고찰하고, 갈등과 수난의 시선에서 화해와 행복을 향한 오늘의 한국인의 꿈을 꾼 내면의 탐색을 공유할 수 있게 된다.” -김병익, 「이청준 문학에 대한 그리움」(『행복한 동행: 이청준 전집 완간 기념 도록』, 2017)에서
■ [이청준 전집] 발간 개요와 주요 특징
2008년 초입에 구성된 ‘이청준 전집 간행위원회’는 수차례 논의와 협의를 거쳐 이청준 전 작품과 서지 자료 정리 및 전집 기본 구성안의 토대를 마련했습니다. 그러는 과정에서 1) 발간과 미발간 작품 모두를 포함한 이청준 전 작품 목록 정리, 2) 이청준 연보 정리, 3) 각 작품 연재 지면과 발행 출판사, 작품 분량에 대한 일차적인 세부 목록 조사와 정리가 이뤄졌습니다.
1) 중단편소설 (발표 시점 기준)
_첫 작품: 「퇴원」(『사상계』 1965년 12월호. 제7회 사상계 신인문학상 당선작)
_마지막 작품: 「이상한 선물」(『문학의문학』 2007년 가을호) 소설집 『그곳을 다시 잊어야 했다』(열림원, 2007)에 수록
2) 장편소설
_연재 종료 기준 첫 장편: 『이제 우리들의 잔을』(연재 당시 제목: ‘원무’, 조선일보 1969년 11월~1970년 8월, 단행본은 1978년 예림 刊)
_집필 시작 시기 첫 장편: 『조율사』(1967년 5월 시작, 연재: 『문학과지성』 1972년 봄~가을호(단행본 출간: 삼성출판사 1972년 『조율사, 꽃과 소리』)
_단행본 발행 기준 첫 장편: 『씌어지지 않은 자서전』(민음사, 1972 『소문의 벽』에 수록 발표)
_미완의 장편: 『신화의 시대』(『본질과현상』에 1부 연재, 완고 상태로 남겨진 2부의 1장 (「두 청년 이야기」)은 문학과지성사 刊 『신화의 시대』(2016)에 최초로 수록
3) 희곡
「제3의 신」: 이청준이 남긴 유일한 희곡(1982년 8월 현대문학에 발표)
2010년 7월 31일, 이청준 선생의 2주기에 그의 문학과 염결한 정신을 형상화한 ‘이청준문학자리’(전남 장흥군 회진면 진목리 갯나들)를 개원하고, 그의 영전에 전집 1권 『병신과 머저리』와 2권 『매잡이』 봉정식을 가졌습니다. 이를 시작으로, 문학과지성사는 매해 3~6권씩 전집 발행을 이어왔습니다. 그리고 2017년 7월 10일, 선생이 남긴 중단편소설 155편과 희곡 1편, 장편소설 17편을 포함한 총 34권(중단편집 17권, 장편소설 17권)의 구성으로 [이청준 전집] 완간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어 문학과지성사는 2018년부터 판소리 동화 『수궁가』 『옹고집 타령』 『심청가』 『흥부가』 『춘향가』 다섯 작품을 필두로 이청준 선생의 수필과 동화 들을 그림과 함께 새로운 장정에 담아 독자 여러분께 선보일 예정입니다.
오랫동안 이청준 문학에 밀착하여 정밀하고도 성실한 비평적 노력을 기울여온 문학평론가 이윤옥 씨는 10년이 넘도록 작가가 남긴 초고와 교정지, 텍스트와 여러 출판사의 판본들을 대조 분석하여, 각 개별 작품들의 텍스트의 변모와 상호 관계를 밝히는 서지 비평(「텍스트의 변모와 상호 관계」)을 각 권 작품 말미에 달았습니다. 이 주해는 이청준 작품 세계의 소재적 ㆍ 주제적 ㆍ 문체적 측면과 인물의 특장을 밝히고 그들 주요 변모를 연대기적 흐름과 발행사, 판면의 변화와 함께 드러냄을 목표로 꾀했습니다. 이는 이청준 문학을 연구하는 이들에게 귀한 자료의 역할뿐 아니라, 한국의 문학전집 편집 간행사에 한 전범으로 기록될 것입니다.
[예시]
「퇴원」
| 발표 | 『사상계』 1965년 12월호.
* 제7회 『사상계』 신인문학상 당선작(심사평 및 수상 소감→ 자료집 참조)
| 최초 단행본 수록 | 『별을 보여드립니다』, 일지사, 1971.
1. 실증적 정보
이 작품은 작가의 육필 초고가 남아 있다. 발표작과 크게 다르지 않은 초고에는 광에 대한 삽화가 없다. 초고에서 의사 이름은 ‘준’이 아니라 ‘걸’이었고, 누워 있다 죽는 ‘남자’는 ‘수수께끼 씨’였다.
2. 텍스트의 변모
1)『사상계』(1965년 12월호)에서 『별을 보여드립니다』(일지사, 1971)로
- 12쪽 2행, 5행: 율동 → 율동감
- 23쪽 16행: 그렇게 물었다. → 필요도 없는 시간을 묻고 있었다.
- 28쪽 17행: 일어나 앉았다. → 벌떡 자리를 차고 일어났다.
- 29쪽 19행: 가슴 속으로 [삽입]
- 30쪽 15행: 자기망각증이라든가 → 자기망각증 환자라든지
2)『별을 보여드립니다』(일지사, 1971)에서 『별을 보여드립니다』(중원사, 1992)로
- 10쪽 22행: 예(禮)까지 → 짐짓 사양기까지
- 27쪽 19행: 하나 → 하날 새로 만들어
- 28쪽 11행: 고기는 → 살집은
- 30쪽 15행: 자기망각증 환자라구요? → 자아망실 무어라구요?
- 32쪽 5행: 무슨 뜻 → 좀더 특별한 뜻
3)『별을 보여드립니다』(중원사, 1992)에서 『소문의 벽』(열림원, 1998)으로
- 10쪽 8행: 택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 선택한 셈이었다.
3. 인물형
1) 준: 이 이름은 「퇴원」뿐 아니라 「공범」(고준), 『씌어지지 않은 자서전』(이준), 「소문의 벽」(박준)에도 나온다. 당선 소식을 듣고 쓴 일기를 볼 때 ‘준’은 작가 자신을 말한다. 초고에서 작가가 투영된 인물이 ‘나’ 하나였다면, 완성작에서는 ‘걸’이 ‘준’으로 바뀌면서 ‘준’과 ‘나,’ 둘이 된다.
2) 미스 윤: 「퇴원」의 미스 윤처럼, 「조만득 씨」에서 조만득을 돌보며 그의 처지에 공감하는 간호사도 미스 윤이다.
4. 소재 및 주제
1) 환부를 알지 못하는 환자, 어디에도 자신의 소재가 없는 존재: 자기 얼굴이 없는 자기망각증은 「아벨의 뎃쌍」 「줄광대」 「병신과 머저리」 등 습작을 포함해 초기작을 지배하는 정서다. 이후 다른 작품에 나타나는 가면 역시 자기 얼굴 없음과 동일한 뜻을 지닌다(30쪽 15행).
- 습작 「아벨의 뎃쌍」: i) 생활이란 아마 그런 자기망각 속에서나 이루어지는 것인 모양이었다. ii) 어느 한 번도 그는 자신을 던져 넣어 그것들과 맞서보았던 기억이 없었다. 조바심만 설치던 초라한 젊음에는 어느 구석에도 자신의 소재가 없었다.
-「줄광대」: 나는 적합지가 않다. 좀더 확실한 목소리로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여길 왔어야 했다. 그 이야기를 들었어야 했다. 나는 그럴 수가 없다. 더욱이 그것을 여자에게 물을 수는 없었다. 이 혼돈 속에서 나의 소재를 확인해볼 수 있는 방법을 영영 찾을 수 없을 것 같은 두려운 생각이 들었다.
-「병신과 머저리」 : i) 혜인은 아픔이 오는 곳이 없으면 아픔도 없어야 할 것처럼 말했지만, 그렇다면 지금 나는 엄살을 부리고 있다는 것인가. ii) 어쩌면 그것은 나의 힘으로는 영영 찾아내지 못하고 말 얼굴일지도 몰랐다. 나의 아픔 가운데에는 형에게서처럼 명료한 얼굴이 없었다.
2) 거울과 얼굴 보기: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