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길 (반양장)

눈길 (반양장)

$14.30
Description
한국 소설의 거장 이청준, 그 문학의 여러 얼굴들!
이청준의 중단편집 『눈길』. 지난 2008년에 타계한 소설가 이청준이 일궈놓은 40년 문학의 총체를 보전하고 재조명하기 위해 새로운 구성과 장정으로 준비한 「이청준 전집」 시리즈의 열세 번째 책이다. 작가가 가장 활발하게 창작활동을 했던 1977년과 1978년 무렵에 씌어지고 발표된 8편의 중ㆍ단편을 모았다. 오랫동안 사랑을 받아온 20세기 한국소설사의 명작 《눈길》을 표제작으로 삼았다.

참혹한 가난 속에서도 자신의 존엄을 스스로 허물지 않는 등장인물의 인간적 품위까지 드러낸 단편 《눈길》, 도시 문명과 현대적 삶의 비인간성을 고발하는 단편 《거룩한 밤》과 《잔인한 도시》, 삶의 불가사의에 대한 소설적 탐구를 보여주는 중편 《예언자》와 단편 《얼굴 없는 방문객》 등을 통해 이청준의 문학 세계를 만날 수 있다. 또한 영화 「서편제」의 원작인 《소리의 빛 - 남도 사람 2》도 실려 있다.
저자

이청준

1939년전남장흥에서태어나서울대학교독어독문학과를졸업했다.1965년'퇴원'으로[사상계]신인문학상공모에당선되어문단에등단했으며1966-72년월간[사상계][아세아][지성]편집부기자로재직하였고,1999년에는순천대학교문예창작학과석좌교수로활동하였다.

작품으로는『병신과머저리』,『굴레』,『석화촌』,『매잡이』,『소문의벽』,『조율사』,『들어보면아시겠지만』,『...

목차

예언자7
거룩한밤103
눈길135
불머금은항아리169
소리의빛-남도사람2207
잔인한도시234
얼굴없는방문객303
겨울광장333
해설이청준문학의여러얼굴들/이남호372
자료텍스트의변모와상호관계/이윤옥388

출판사 서평

가장일상적인삶의양태들안에서길어올린
가장지성적이고절실한문학의형체

이청준전집13권『눈길』(문학과지성사,2012)은이청준의대표작이자교과서에수록되고각종영상매체의텍스트로채택되는등오랫동안독자의사랑을받아온20세기한국소설사의명작,단편「눈길」을비롯해작가가가장활발하게창작활동을펼쳤던1977년과1978년무렵에씌어지고발표된총8편의중,단편을수록하고있다.잘알려진대로이청준의문학세계는주제나소재,형식면에서폭넓은스펙트럼을보여준다.그는장편이나중,단편등의다양한서사형식을두루활용하는가하면,여러가지서사기법들을구사하면서자신의체험의절실성과진실성에기반한정한의세계는물론이려니와,한국근현대사라는시대현실속에서고뇌하고방황하는개별자의사유와궤적을형이상학적이고도지적인탐구와철학적물음으로담아내고있다.

“이청준의작품집『예언자』는우리시대의가장대표적인이작가의관심의폭을보여주고있다.그는작가가왜글을쓰는가라는근원적인질문으로부터예술가가이시대를어떻게예언하고그것을수행하는가하는핵심적인주제를제기하면서小說美學이가능한한의抒情까지획득하고있다.그의이작품집은따라서오늘의한국문학이도달할수있는최대한의수준을가늠해주는것이다.”
_문학평론가,김현(1977)

이번에나온중단편집『눈길』은전자에속하면서문자화된서사가이세계를재현해낼때문학적으로아름답고도‘극적인장면묘사’뿐만아니라,참혹한가난속에서도수치와모멸감에굴하지않고자신의존엄을스스로허물지않는등장인물의‘인간적품위’까지짧은서사속에드러내는수작인「눈길」을표제작으로삼고있다.

또한도시문명혹은현대적삶의비인간성을고발하며문제삼고있는단편「거룩한밤」과「잔인한도시」는유신시대의억압속에서아무런저항도못하고순응주의에함몰되어가던당시사회현실의알레고리로읽힌다.

삶의불가사의에대한소설적탐구로읽히는중편「예언자」와단편「얼굴없는방문객」역시이청준의문학세계를연구할때평자들의주요하고도꼼꼼한해석에서빠지지않는작품들이다.

그리고일명‘예술가소설’로불리면서가마에불을때는정성과요령그리고장인의혼에대한집중조명뿐만아니라장인의완벽주의에대한예찬에머물지않고이청준특유의액자식구성을통해완벽과비완벽에대한변증법적이해를요구하는「불머금은항아리」와우리시대의대표적인영화감독임권택의연출로영화사에길이남는영화「서편제」의원작소설인「소리의빛―남도사람2」도이번작품집에실려있다.특히「소리의빛」은‘남도사람’연작의두번째이야기로소리세계의독특한공간인판소리의미학을문자세계의서사로훌륭하게옮겨왔을뿐만아니라그단순한이야기구성에도불구하고하룻밤새,오래도록한맺힌삶과그리움에대한절절한마음의물결을마치판소리의가락처럼유장하고처연한문체로완성해낸이청준문체미학의절정에값한다.
이번작품집에수록된주요작품들을고스란히담고있는최초의단행본『예언자』(1977)에수록된작가의후기를통해그가당시에고민하고또한표현하고자했던인간적고뇌와작가의식을함께밝히고자한다.

중단편집『예언자』(문학과지성사,1977)작가후기
얻은이,또는얻지못한이의밤을위하여―후기를대신하여

김형.얻은자의잠자리를위해서는글을쓰지않노라는김형의말은저에게도많은것을생각하게하는군요.한줄의글이당신에게기분좋은잠자리를마련하리라―김형의주장은아마도이런따위독서철의공리적유행어에대한자기모멸감이나역겨움에서가아니었는지요.동감할수있을것같습니다.

저역시얻은자로서글을쓰기시작하지않았고,얻은자의잠자리를위해서는그러므로쓰려는욕망도능력도지녀본일이없었던것처럼생각이되고있으니까요.세상에나서얻어누리고싶은것들―돈이든지위든명예든그가원하는만큼그것을이미얻어누리고있는자들에게우리는과연그들의달콤한잠자리를위한글을쓸수가있을까요.그들이그것들을얻는동안아무것도얻음이없이오직글로써지켜온우리들의피나는삶을,그삶에대한우리들의확신과사랑을그들의잠자리를위한달콤한자장가로바칠수는없겠지요.그리하여그들에겐잠자리마저편해져서,그들의삶이그안일한일상성속에스스로완성되고닫혀져버리는것을도울수는없겠지요.얻은것이적더라도세상을정직하고성실하게살아온사람들,그정직과성실성때문에세상을몇배로더힘들게만살아온사람들,그들의희망과용기가꺾이지않고내일의삶을힘차게다시기약할수있도록,오히려그사람들의지친잠자리를위한작은위안을마련하기위하여글을쓰노라는김형의고백은그러므로저이게커다란감동이아닐수없었습니다.

그러나김형,다만한가지김형의그런충정과고마운확신에대하여저로서도여기서덧붙이고싶은말이있는듯싶군요.

김형은이미그얻을것을얻고있는자들일수록더욱더뻔뻔스럽고탐욕스럽게김형을요구하고,김형의글을간섭하고,김형의삶과문학의책임을따지고들더라하셨지요.그김형의삶과문학을아무것도치름이없이약탈하려고들더라하셨지요.

그래서김형은그들의몰염치와탐욕을나무랐지요?하지만과연그럴수가있을까요?우리에게그들을원망하고힐책할권리가있을까요?그리고우리는그것으로우리의삶과문학에대한책임을다할수있을까요?

김형!잠깐감정을가라앉히고생각해봅시다.
얻은것이없는자로서우리는애초에무엇때문에이문학이라는걸시작했습니까.얻는것이없기때문에우리는오늘보다더나은내일의삶을,그내일의삶에대한꿈과사랑으로우리의문학을시작했고,지금까지도그고된삶에의고행을되풀이해오지않았습니까.그런뜻에서우리는또한숙명(宿命)의이상주의(理想主義)가되지않을수없지않았습니까.

그렇다면진정한이상주의자로서숙명이무엇입니까.우리가그참담스런삶에의순례에서찾아얻은것이있었다면,그것은언제나우리들의시대를자신의권리로만살고있는만인(萬人)의것이어야했습니다.우리가도달한새로운삶의터전속에서도우리는우리의삶을편안히안주시켜버릴수는없습니다.우리가자신의고행으로찾아얻는것이라하더라도우리들자신의삶을위해서는그것을누릴수가없습니다.우리가도달하고찾아얻은것은언제나우리의시대를살아가는타인의것이어야했습니다.그리고우리는우리가어떤새로운세계를문열어맞는다하더라도,우리가무엇을새로이찾아얻게된다고하더라도그순간에우리는다시그것들을빼앗기고쫓겨나서또다른내일에의고행을떠나지않으면안되는숙명을감수해야했습니다.

우리가진정한글쟁이로살아가기를원한다면우리는그렇게늘현실의패배자가되지않을수없고,영원한신인,영원한삶의순례자로서언제나새로운고행앞에다시서지않으면안되는숙명을살아야했습니다.

그렇다면김형!어쩔수가없는일갔습니다.
저들이비록얻은자로서우리들의작은것을탐내고우리의삶과글을간섭하고,그리고우리에게치름도없는무거운책임만을물어온다하더라도그것은우리의시대를함께살아가는저들의당연한권리이며,영원한패배자,숙명의이상주의자들에대한저들의당연한물음이아닐수없습니다.

그러므로김형!이제얻은자들이라하더라도우리는늘외면만하려들지않도록합시다.그리고좀더마음을가라앉히고그얻은자의잠자리를위해서도글을씁시다.

그러나그얻을것을이미얻어버린사람들을위해서는,그리고부정하게얻기를꿈꾸는자들을위해서는달콤한잠자리를마련하는글을써서는안되겠지요.그들을위해서는잠자리속에서나마그가얻었거나얻으려하는것이그들의삶과세상을위해서무슨뜻을지니고,지닐수있는것인가를스스로묻게하고그래서마침내는끝없는자문과회의속에무섭고고통스런불안의밤들을지새게해줄글을써야지요.그들의정신이무용한일상성과안면성에파묻혀잠들지못하게해줄글을,그들의삶의문을고집스럽게닫아걸지못하게해줄글을쓰도록해야지요.

그길고도수없는잠들의고통끝에닫혀졌던의식의문이다시열려두렵고막연하나마내일의삶에대한정직한사람의징후를한번더뜨겁게예감케해야지요.

글쎄,우리의주위에는아직도그렇게우리의밤을함께지켜야하고,또그렇게하려는사람들이얼마든지많을줄믿습니다.

끝으로그러한저의믿음을김형께전하는것으로김형의고통스런밤들을위한저의작은위로가되기를바라면서.

1977년11월
이청준

수록작품발표연도

예언자(1977,문학사상/최초단행본:예언자,문학과지성사,1977)
거룩한밤(1977,뿌리깊은나무/최초단행본:예언자,문학과지성사,1977)
눈길(1977,문예중앙/최초단행본:예언자,문학과지성사,1977)
불머금은항아리(1978/최초단행본:예언자,문학과지성사,1977)
소리의빛―남도사람2(1978/최초단행본:남도사람,문학과비평사,1988)
잔인한도시(1978,한국문학/최초단행본:잔인한도시,홍성사,1978)
얼굴없는방문객(1978/최초단행본:살아있는늪,홍성사,1980)
겨울광장(1979,문학사상/최초단행본:살아있는늪,홍성사,198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