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레 이야기

벌레 이야기

$17.12
Description
한국 소설의 거장 이청준의 대표 중단편!
80년 당시의 시대 배경 속에서 근본적이고 구조적인 폭력이 은폐되어버리는 기묘한 담론 질서를 비판한 이청준의 『벌레 이야기』. 지난 2008년에 타계한 소설가 이청준이 일궈놓은 40년 문학의 총체를 보전하고 재조명하기 위해 새로운 구성과 장정으로 준비한 「이청준 전집」 시리즈의 스무 번째 책이다. 전집에는 장편소설, 중단편소설, 그리고 작가가 연재를 마쳤으나 단행본으로 발간되지 않은 작품과 미완성작 등이 포함되어 있다. 이번 책에는 이창동 감독이 연출한 영화 《밀양》의 원작인 표제작 《벌레 이야기》를 비롯하여 1985년부터 1987년 봄까지 발표했던 10편의 중단편을 모아 엮었다.
저자

이청준

저자 이청준(李淸俊)은 1939년 전남 장흥에서 태어나, 서울대 독문과를 졸업했다. 1965년 『사상계』에 단편 「퇴원」이 당선되어 문단에 나온 이후 40여 년간 수많은 작품들을 남겼다. 대표작으로 장편소설 『당신들의 천국』 『낮은 데로 임하소서』 『씌어지지 않은 자서전』 『춤추는 사제』 『이제 우리들의 잔을』 『흰옷』 『축제』 『신화를 삼킨 섬』 『신화의 시대』 등이, 소설집 『별을 보여드립니다』 『소문의 벽』 『가면의 꿈』 『자서전들 쓰십시다』 『살아 있는 늪』 『비화밀교』 『키 작은 자유인』 『서편제』 『꽃 지고 강물 흘러』 『잃어버린 말을 찾아서』 『그곳을 다시 잊어야 했다』 등이 있다. 한양대와 순천대 교수로 재직 했으며, 대한민국예술원 회원을 지냈다. 동인문학상, 대한민국문화예술상, 대한민국문학상, 한국일보 창작문학상, 이상문학상, 이산문학상, 21세기문학상, 대산문학상, 인촌상, 호암상 등을 수상했으며, 사후에 대한민국 금관문화훈장이 추서되었다. 2008년 7월, 지병으로 타계하여 고향 장흥에 안장되었다.

목차

해변 아리랑
벌레 이야기
불의 여자
나들이하는 그림
누군들 초장부터 꾼으로 태어나랴
흰 철쭉

숨은 손가락
섬
흐르는 산
심지연(心池硯)

해설/ 끔찍한 모더니티(김남혁)
자료/ 텍스트의 변모와 상호 관계(이윤옥)

출판사 서평

비판과 용서가 불가능한 시대 속 실존의 고뇌와 인간적 절망,
과거의 재현으로 오늘과 내일을 새롭게 조명하는 문학의 힘

■책 소개
80년 광주의 비극과 87년 6월 혁명 사이에서 모더니티에 대한 두려움과 부끄러움 그리고 새로운 모더니티에 대한 갈망은 이청준 문학의 일관된 문제의식 가운데 하나였다. 이청준은 “소설 속 주인공의 삶은 어느 경우나 그 주인공이 뿌리박고 살아온 시대와 사회의 구체적 사실성과 그 소설이 씌어진 시대의 정신풍속이 말해주는 당대성, 바로 그 이중의 뼈대 위에 조건 지어진 삶”이라고 믿었다. 이청준의 문학은 과거를 재현할수록 소설이 씌어지고 있는 당대성을 지니고, 나아가 미래를 새롭게 제시하는 문학적 실천을 띠게 되는 이른바 ‘징후의 문학’을 향해 있었던 것이다.
이청준 전집 20권의 표제작 「벌레 이야기」는 어린 아들이 유괴되어 살해되자 그 어머니가 교회를 찾아가 마음의 위안과 평화를 얻어 붙잡힌 범인을 용서하려 하지만, 이미 사형언도까지 받은 범인이 먼저 신앙적 구원과 사랑 속에 마음이 평화로워져 있음에 절망하여 도리어 자살을 하고 마는 이야기이다. 이창동 감독이 연출하고 전도연 송강호가 주연한 영화 「밀양」(2007)의 원작소설로도 유명한 이 작품은, 1981년 당시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이윤상 군 유괴살인사건을 실제 모델로 하고 있다. 이청준은 사랑과 화해라는 정신적 덕목을 종교적 신성성(신/ 믿음)에 빗대어 다루면서도, 한편으로 사회 정화와 국가 질서를 강조하는 신군부 체제의 집권을 정당화하는 논리가 팽배했던 80년 당시의 시대 배경 속에서, 더 큰 범죄의 가해자가 또 다른 가해자와 피해자를 용서하거나 단죄하고 위로함으로써 근본적이고 구조적인 폭력이 은폐되어버리는 기묘한 담론 질서를 비판하고 있다. 자율을 통한 기묘한 통제와 비판을 통한 이상한 억압 속에 처해 있던 1985년 무렵의 상황에서 질식해 죽어갔던 자는 「벌레 이야기」의 알암이 엄마나 진실을 발설할수록 사람들로부터 버림받는 「숨은 손가락」의 나동준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작가의 능숙한 알레고리 작법 안에서, 85년 당시 가장 비참한 현실에 놓여 있던 농축우 문제를 우의적으로 발설하는 「누군들 초장부터 꾼으로 태어나랴」의 희극적 인물인 공만석이나 두호마을의 이응주 역시 마찬가지이다.
이번 전집에 실린, 1985년부터 1987년 봄 무렵까지 3년여에 걸쳐 발표한 중단편 10편을 통해 작가는, 5공화국의 기묘한 담론 질서와 그 집권 세력인 신군부 체제는 물론이고 1985년 무렵의 끔찍한 모더니티 일반을 겨냥해 비판하고 있다. 그의 소설에 등장하는 하나의 서사 속에 중첩된 주인공의 시간과 작가의 시간을 동시에 살펴봐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