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 귀족 이야기

신흥 귀족 이야기

$14.89
Description
『신흥 귀족 이야기』는 지난 2008년에 타계한 소설가 이청준이 일궈놓은 40년 문학의 총체를 보전하고 재조명하기 위해 새로운 구성과 장정으로 준비한 「이청준 전집」 시리즈의 서른두 번째 책이다.
저자

이청준

저자이청준(李淸俊)은1939년전남장흥에서태어나,서울대독문과를졸업했다.1965년『사상계』에단편「퇴원」이당선되어문단에나온이후40여년간수많은작품들을남겼다.대표작으로장편소설『당신들의천국』『낮은데로임하소서』『씌어지지않은자서전』『춤추는사제』『이제우리들의잔을』『흰옷』『축제』『신화를삼킨섬』『신화의시대』등이,소설집『별을보여드립니다』『소문의벽』『가면의꿈』『자서전들쓰십시다』『살아있는늪』『비화밀교』『키작은자유인』『서편제』『꽃지고강물흘러』『잃어버린말을찾아서』『그곳을다시잊어야했다』등이있다.한양대와순천대교수로재직했으며,대한민국예술원회원을지냈다.동인문학상,대한민국문화예술상,대한민국문학상,한국일보창작문학상,이상문학상,이산문학상,21세기문학상,대산문학상,인촌상,호암상등을수상했으며,사후에대한민국금관문화훈장이추서되었다.2008년7월,지병으로타계하여고향장흥에안장되었다.

목차

프롤로그7
말하는나무들17
조롱(鳥籠)과새와하늘121
전설(傳說)들의고향181
우리들의잔(盞)을273
에필로그344

자료|텍스트의변모와상호관계_이윤옥359

출판사 서평

두개의『원무(圓舞)』와두개의『이제우리들의잔을』
진술과연애,예술의불가능성에대한질문


〈이청준전집〉32권으로장편소설『신흥귀족이야기』가출간되었다(문학과지성사,2017).이청준의첫장편소설『조율사』와두번째장편소설『씌어지지않은자서전』에이어이청준의초기장편소설에해당하는작품으로원제(原題)는‘이제우리들의잔(盞)을’이다.(『조율사』는1967년에작가가집필을마치고서4~5년이흐른뒤에야『문학과지성』1972년봄호부터1972년가을호에걸쳐연재되었다.『씌어지지않은자서전』은『문화비평』1969년봄호부터1970년봄호에걸쳐연재되었고,연재당시제목은‘선고유예’로1972년에첫단행본으로발표되면서지금의제목으로굳어졌다.이청준의작품들가운데여러장편과단편들이‘개제(改題)’의운명을밟았다.)

이념과제도에서자유로운여성지와신문연재소설에의도전
앞서장편소설『조율사』와『씌어지지않은자서전』을발표한후이청준은한동안“창작행위와그것을수용하는현실사이에제도와이념이라는이중의벽이가로놓여있다”는느낌과억압에서자유롭지못했던것같다.이런그에게대중성과통속성의첨병이라불리는여성지와신문지면에소설을연재하는일은이념과제도의검열에서상대적으로자유롭고독자들과의직접소통할수있는경험을기대하게했다.이청준은1969년10월30일자『조선일보』에장편『원무』의연재를시작하며이렇게밝히고있다:“재미있는소설을쓰고싶다.그래서모처럼만난독자들이잔뜩즐거워지고말았으면좋겠다.[……]재미의질이문제다.우선좋은소설을쓰고싶다.그래야독자들이아무리즐거워도결코지나침이없을테니까.이일을위해서나의젊고성실한모든노력을기울일작정이다.잘해낼지미리장담할수는없지만,내딴에는이번기회에신문소설의새로운영토를열고싶은마음또한간절하다.”

두개의『원무(圓舞)』,두개의『이제우리들의잔을』
『신흥귀족이야기』(문학과지성사,2017)는위의장편소설『원무』연재를시작하고마치기전,‘이제우리들의잔을’이란제목으로월간지『여성동아』에1970년1월부터1971년2월까지총14회로연재된잡지연재소설이다.연재가완료되고46년만인오늘에야단행본으로처음묶이면서지금의제목‘신흥귀족이야기’로개제(改題)되어독자들과만난다.작가나이삼십대초반의비슷한시기에연재소설에도전하여남긴두편의장편소설에는제목‘이제우리들의잔을’이공존한다.그중앞서소개된『이제우리들의잔을』(이청준전집5,문학과지성사,2011)은신문연재당시제목이‘원무(圓舞)’이다(『조선일보』에1969년11월15일부터1970년8월14일까지총230회연재되었다).집필시기가대부분겹치는두소설『원무』(『조선일보』)와『이제우리들의잔을』(『여성동아』)의연재가끝난후,이청준은먼저연재를마친『원무』를『이제,우리들의잔을』로개제(改題)해단행본으로출간한다(예림출판사,1978).두소설이작품의완성도에서특별히우열을가려야할만큼차이가나지않는한편,주제와소재에서겹치는부분이거의없음에도불구하고,『원무』가『이제,우리들의잔(盞)을』로출간될때덧붙여진작가의말을참고하면,제목‘이제우리들의잔을’이함의한뜻이『원무』의내용에보다잘부합된다고짐작만할따름이다.

갈등과인고의끝에닿아있는‘석씨별장’의내력
『신흥귀족이야기』의표제는이청준이작품의초고에남긴제목에서가져온것이다.소설본문에‘신흥귀족’이무엇을뜻하는지짐작할수있는실마리로,주인공지상민이제목을밝히지않은채내용만요약하는토마스만의『부덴브로크가의사람들』과후일그의아내가되는정숙이읽는다자이오사무의『사양』모두‘몰락하는신흥귀족’에대한이야기라는점을주목할만하다.
작품속주요화자인지상민은소설가이다.소설은지상민이잡지사에근무하는민형의도움으로T시근교석은영모녀가기거하는별장(일명‘석씨별장’)에서지내게되면서겪는이야기를그리고있다.유복했으나몰락해가는가문(‘신흥귀족’으로불린다)의여인들―석씨부인,은영,정숙의비밀스런내력과그내력을관찰해소설을쓰고자한지상민이소설의두축을담당한다.석씨부인은쇠락해가는가세에도불구하고가문의마지막자존심을지키는꼿꼿한여인의표상으로그려지며(지상민의표현을빌면그녀는‘오만과인내’의인물이다),아랫동서가시어머니에게혹독한누명을쓰는바람에맡기고간딸(은영)을거둬친딸처럼키워낸인물이기도하다.이집안의출생에얽힌비밀은모두가알고있으나불문율처럼오랫동안밖으로드러나지않다가,석씨집안의기구한이야기를쓰고자객으로들어앉은지상민이여인들을취재하는과정에서그들의삶에조금씩관여하게되고,이들의이야기를소설로재구성하여잡지에연재를하면서변화와갈등을촉발시킨다.지상민은먼저은영과사랑에빠지지만소설은소설대로끝마치지못한채,결국자신을짝사랑하던정숙과결혼하게된다.

“저는그여인들에게서아무리발버둥을쳐도끝내는스스로용납할수있는타협의손길이발견될수는없었던한사랑스런인간들의순수한숙명을보았던것입니다.그리고그러한자신들의숙명의숨결을깊은체념속에서조용히응시해보고있는체념이깊기때문에더욱침착하고끈질기게그것을견디어가고있는그여인의아름다운오만을보게되었던것입니다.[……]
되풀이말씀드리지만그오만과인내야말로그여인들이이세상에서그들의몫으로들고간가장소중스런인생의잔이었지요.그러나그것은그들의잔인동시에또한우리들의잔이기도하다는것입니다.”
―『신흥귀족이야기』,pp.355~56.

상호텍스트성의원리로중첩되고연결되는이청준의소설세계
소설은전체적으로지상민이민형에게보내는편지형식의이야기와상민,석은영모녀와정숙등이등장하는3인칭서술의이야기를교차하는구조를띤다.중간에는제법긴분량으로석은영의일기가삽입되기도하는데,도예를전공하는은영을통해이청준소설의오랜주제의식가운데하나인예술의불가능성의문제에대한고민도잠깐드러내보인다.이렇듯『신흥귀족이야기』는편지와일기등의내러티브가(지상민이잡지에연재하는)소설과(석씨별장에서벌어지는)실제삶사이에끼어있는형태를취하고있다.이러한소설의형식은“내러티브의안과밖이넘나드는,삶과이야기가서로얽혀있는‘원무’를서사구조로취하고있는셈이다(이청준은이와같은독특한서사구조를한참후에장편『축제』에서다시차용한다)”(손정수,해설「내러티브들의원무(圓舞)」,『이제우리들의잔을』,이청준전집5,문학과지성사,2011).『신흥귀족이야기』는이야기의소재와주제의측면에서그의단편소설「꽃과뱀」「바람의잠자리」「불의여자」와온전히겹친다.그밖에묘사나인물관계,이름과직업등이겹치는작품들역시심심치않게발견할수있다(장편소설『젊은날의이별』,단편소설「행복원의예수」「귀향연습」「치자꽃향기」「금지곡시대」등).

우리는이대목에서이청준의단편「가수(假睡)」(『월간문학』1969년8월호;『꽃과소리』,이청준전집3,2012에수록)에등장하는특이한에피소드를떠올려볼수있다.정확히1년간격을두고같은자리에서두사내가기차에몸을던져사망하는사건이발생한다.먼저죽은사람은주영훈이라는사내였는데,문제는뒤에죽은남자가자신이사실진짜주영훈이라고주장했던것이다.기자유상균,검사한치윤의시각을통해,그리고사고열차의기관사,소설가허순,주영훈의아내등의진술을통해사건에대한탐구가진행된다.한사내가주영훈이라는자신의이름을다른사내에게빌려주었는데그사내가기차에몸을던져사망하자그는자신이이름으로는죽을수도없는처지에놓이게되었고,결국자신의이름을빌려간사내의삶에자신을대입시킴으로써자신의이름을마침내회복한다.두명모두주영훈이지만,둘중누구도온전히주영훈일수없다(이주영훈이라는이름은한참후에『자유의문』(1989;『자유의문』,이청준전집22,2016)에서한소설가의필명으로다시등장한다).
『원무』(=『이제우리들의잔을』)와『이제우리들의잔을』(=『신흥귀족이야기』)사이의관계에서도우리는「가수」속에등장했던두명의주영훈과동일한운명을바라보고있다.자신의제목을내어주고난뒤『이제우리들의잔을』은유령과도같은소설이되어버렸다.그리고두소설중어느쪽도‘이제우리들의잔을’이라는제목을온전하게소유할수없게된것이다.
한편사라진것처럼보였던‘원무’는앞에서살펴본것처럼사실‘이제우리들의잔을’이라는제목의두소설안에서,그리고두소설사이에서계속진행되고있다.『원무』가『이제우리들의잔을』로부터제목을취했다면,『이제우리들의잔을』은『원무』의구조를내재화하고있다.말하자면두개의『원무』,그리고두개의「이제우리들의잔을」이생긴셈이다.그리고『이제우리들의잔을』과『축제』의서사구조적상동성을떠올려보면,그리고두편의『이제우리들의잔을』과「가수」속의두명의주영훈의관계와『자유의문』에서다시등장하는주영훈을생각해보면이『원무』는두편의『이제우리들의잔을』과이청준의다른소설들사이에서도계속이어지고있다고할수있다.이상호텍스트성의원리에의해이청준의소설들은서로중첩되고연결되면서하나의커다란세계를형성하고있다(이에대해서는부분적으로논의들이있어왔다.그러나미출간작품들과이청준소설에서배제되었던작품들,그리고만년의작품들까지포함하면,상호텍스트성을그보다더전면적이라고말할수있다).
두편의『이제우리들의잔을』은이후본격적으로전개될이상호텍스트의세계에두가지방식으로기여하고있다고생각된다.그하나가이후의텍스트들에서확장,진화될모티프의싹을앞서보여준것이라할수있다면,그다른하나는반복의원리를통해텍스트들사이의수평적,순환적차원을마련하고있는것이다.
우선두편의『이제우리들의잔을』을포함한초기이청준소설의요소들은이후점차진화하고확장되는양상을보여준다.『원무』,『선고유예』(=『씌어지지않은자서전』)에서의자서전쓰기의불가능성의문제는「언어사회학서설」연작에서더욱심화되고,또소설쓰기,글쓰기의일반적차원으로확장되는양상을볼수있다.『백조의춤』(『여학생』,1971.2~1972.3연재.이후『젊은날의이별』(이청준전집6,2014)로개제),『사랑을앓는철새들』(이청준전집33,2017)에서연애의불가능성의문제는좀더분명한서사적윤곽속에서변주되고,『이제우리들의잔을』에씨앗처럼뿌려져있던예술의불가능성의문제는더진전되어「남도소리」연작으로이어진다.그리고『원무』에서안선생을통해제시되었던‘신념의우상’의문제는「소문의벽」의김박사,「자서전들쓰십시다」의최상윤을거쳐『당신들의천국』의조백헌대령에서전면적이고구체적인성격을얻게된다.이과정에서자기구제로서의소설쓰기의문제는사회적지평과만나균형있고완성도높은근대소설의면모를획득해나갔던것이다.
―손정수,해설「내러티브들의원무(圓舞)」,『이제우리들의잔을』,이청준전집5,문학과지성사,2011,pp.528~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