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미래

사랑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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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갈망에 대한 갈망의 언어!
문학평론가 이광호가 전하는 사랑을 둘러싼 40편의 공허와 1편의 기이한 위로가 담긴 에세이『사랑의 미래』. 이 책은 2010년 7월부터 11월까지 ‘웹진문지’에 연재되었던 글들을 엮은 것이다. 저자를 흔들었던 날카로운 가시 같은 문장들로부터 시작된 이야기로 시적인 이미지와 간명한 서사, 에세이적인 사유를 교차하며 아직 오지 않은 어떤 것에 대한 갈망을 그려내고 있다. 그의 시간, 그녀의 시간, 이렇게 두 개의 시간으로 나누어 구성하였으며, 이를 통해 서로 엇갈리거나 마주 보거나 교차하면서 앞뒤를 알 수 없는 이미지들의 사건을 보여주고 있다. 한 여자와 한 남자, 그들이 통과한 끝을 알 수 없는 계절들의 이미지를 통해 사랑의 미래가 없다고 생각하는 순간 사랑의 미래를 향해 떠날 수 있음을 일깨워주고 있다.
저자

이광호

저자:이광호
지방대도시에서태어나서울에서성장했다.1980년대에대학을다녔으며,신춘문예에당선되어문학평론가가되었다.한때해안도시에서사관생도들을가르친적이있으며,지금은서울예술대학에서학생들을가르치고있다.『익명의사랑』『도시인의탄생』등8권의책을썼으며,글쓰는자는결국자기문장안에서소멸하는사람이라고생각해왔다.

목차


이책은왜씌어졌을까?
프롤로그한때새들을날려보냈던계절들
1부그의시간속에서
너무빠르거나늦은그대여
저나무아래내마음을
세상에같은사람은없네
손가락끝에서시간의잎들이
당신이라는말참좋지요
우리입술은동시에피고지는
그시선이멈추었던그순간
수만광년먼먼별에서흐르는
꿈에도깃들지않는첫사랑
몸얻지못한마음의입술이
미각을상실하다,즉사랑을잃다
사진속엔그녀가살까?
너의이름들을붙였다,뗐다
꿈속에서너를보면
그녀와대화하는방법
제안에서들끓는길의침묵을
찬란한고통의축제
이젠되도록편지안드리겠습니다
내몸속에들어온너의몸
너를기다리고있다는기척
2부그녀의시간속에서
네목소리가들렸다
맹세는따뜻함처럼우리를배반했으나
너는나의목덜미를어루만졌다
마지막눈이내릴때
당신,냄새의세계
그대가나였던가,바닷가에서는
내사랑하는시월의숲은
달이걸어오는길에서사랑은
당신생일날안부전해요
우연의유희속에서그들은
당신얼굴속의당신얼굴을
너는,너는잘도잔다
다리는사랑을배운다
고독이라는거울
울수있었던날들의따뜻함
잊혀진상처의늙은자리
잘있지말아요그리운......
나그대를안았던가
이별의거울속에서
에필로그이제는그대흔적을찾지않고

출판사 서평

한편의시처럼,소설처럼다가오는
사랑의(불)가능성에대한이야기

‘사랑’처럼흔한말이또있을까?그리고동시에,‘사랑’처럼해도해도끝이없는말이또있을까?여기,‘사랑’을이야기하는한권의책이있다.너무달콤하거나너무애달프지않아서,사랑을‘하는’이야기가아니라사랑을‘사는’이야기라서,익숙하면서도그렇기에더더욱새로운한권의책이다.
“그럼에도불구하고여전히저진부하고상투적인‘사랑’에대해아직말할수밖에없다는것이내게는중요하다”고고백하는문학평론가이광호의“사랑을둘러싼40편의공허와1편의기이한위로”가담긴『사랑의미래』가깊어가는가을,독자들과만난다.

이광호는현장비평가로서도활발한활동을하고있는데,비평문에서도그의미문은단연돋보인다.꾸며서만든문장이아니라깊이있는사유와애정어린통찰로빚어낸군더더기없이정확한문장은,자칫딱딱하게느껴질수있는비평문에이광호만의색을입힌다.이런그의언어가이번책에서‘사랑’을만난다.더없이아름다워서강력한‘사랑의언어’가과장되지않은몸짓으로독자들을부른다.그언어속으로가만가만들어가는‘미래’로의여정은,여전히너무많은사랑에대한이야기들을넘어서서“어떤느낌을공유한이름없는공동체”의계기가될지도모르겠다.

2010년7월부터그해11월까지<웹진문지>에연재되었던이글들은연재당시에도많은독자들의공감과호응을얻은바있다.하지만일정한간격을두고한편한편읽는느낌과그흐름을한권의책에서쉼없이따라갈때의느낌은사뭇다를것이다.연재5개월에걸쳐이어졌던고른호흡은이한권의책속에서강한울림으로다가온다.

“이책은사랑을이야기하는다른방법에대한작은탐색이다.”
41편의글은각각시의한구절에서부터출발하여사랑에대한또다른이미지들을그려낸다.마치한편의긴시를읽는듯한느낌이드는것은이때문이다.한편,사랑의매혹이아니라무기력감에가까운그문장들은두개의시간으로나뉘어흐른다.하나는‘그’의시간이고,다른하나는‘그녀’의시간이다.그러나그것은각각의시간으로흘러가지않고,서로엇갈리거나마주보거나교차하면서그선후를알수없는이미지들의사건을보여준다.그렇다면이글은하나의픽션일까?하지만마침내독자들이이이미지들의사건들에서발생한장면들을통해발견하게되는것은,이광호가전하고자하는사랑의(불)가능성에대한사유의궤적이다.
“시적인이미지와간명한서사와에세이적인사유”의교차.이한권의책에서이광호는이새로운글쓰기를완성시켰다.이글을‘허구적인에세이’혹은‘픽션에세이’라고부를수있는이유가여기에있다.그러나이뿐만이아니다.이이야기에서는주인공과글쓰기주체의얼굴과이름이모두지워진다.“‘그’와‘그녀’는복수의‘그들’이거나혹은‘당신들’이거나‘내’안의사람들이”라는이광호의고백은이글을‘익명의에세이’로명명하는쪽에무게를싣게한다.사랑을익명성으로이행으로바라본이광호의시각은2009년펴낸그의비평집『익명의사랑』에서도이미확인된바있다.그책의머리말에서“사랑은이름붙일수없는시간속에머무는사건이”라고말한이광호는“갈망의지겨움과공허속에서문득명랑해진사랑”이“익명적인힘들과만”나는모습을이번책에서비로소그려보이게된것인지도모른다.“집단적주체화와가장먼거리에있는비밀스런2인공동체를생성”하는사랑은“사랑의정체성과동일성을지우는데까지,자기의파괴와혼돈으로나아가려고한다”는“사랑의(불)가능성”에대한그의오래된사유가전혀새로운형식의에세이로탄생하게된것이다.
특히이책은“1인칭의고백과2인칭의대화와3인칭의묘사”의공존속에서,‘그/그녀’였던자신을보았다가,언젠가의‘그/그녀’를만났다가,‘그/그녀’들의이야기를지켜보게되는특별한독서경험을독자들에게선사한다는점에서이가을에더없이어울리는선물이될것이다.

“이건그들이통과한계절들의이미지,그끝을알수없는계절들의돌이킬수없는순환에관한것이다.”
떠들썩한술자리에서우연히함께빠져나온남녀가차를잡기위해건널목앞에선다.그때,그가불현듯그녀의손목을잡고건널목을뛰어서건넌다.이후그들은함께혹은혼자서계절들을통과한다.새로운발견과갑작스러운기억과일상의흔적들속에서그렇게‘그’와‘그녀’는‘사랑’을‘산다.’
상대의감촉,목소리,냄새,식성…그속에담긴이야기들은어쩌면,다시금사랑을일깨우기위함이아닌,그사랑이얼마나공허한지를확인하기위한것인지도모른다.돌이킬수도돌이킬필요도없는그계절들이남긴어떤리듬을타고다시,다른계절로떠나기위한준비를하는것.그리고언어로써그계절들을봉인하는것.그것이‘사랑의미래’라고,그러니‘익명의그/그녀’에게지금,사랑의미래가시작되고있다고,이책은담담하게사랑의미래를향해가는그들의어깨에가만히손을올려놓는다.

이책은왜씌어졌을까?

이책은사랑을이야기하는다른방법에대한작은탐색이다.이를테면,사랑에관한1인칭의고백과2인칭의대화와3인칭의묘사가공존할수있을까,시적인이미지와간명한서사와에세이적인사유는어떻게교차할수있을까,와같은헛된시도말이다.시적인것과소설적인것과에세이적인것이뒤섞인글쓰기를향한무모한동경은오래되었다.

이것은또한사랑의(불)가능성에대한사소란사유의궤적이다.여기,사랑을둘러싼문장들은사랑의매혹이아니라무기력감에더가까울것이다.그럼에도여전히저진부하고상투적인‘사랑’에대해아직말할수밖에없다는것이내게는중요하다.어쩌면여기에서사랑을둘러싼40편의공허와1편의기이한위로를만나게될것이다.

나를흔들었던날카로운가시같은문장들을빌미로이이상한글쓰기는시작된다.이글을‘허구적인에세이’혹은‘픽션에세이’라고불러도되겠지만,이야기의주인공과글쓰기주체의얼굴과이름이지워진다는의미에서‘익명의에세이’라고할수도있겠다.‘그’와‘그녀’는복수의‘그들’이거나혹은‘당신들’이거나‘내’안의사람들이다.

‘사랑의미래’는사랑의설레는혹은불안한앞날을마라는것이기도하지만,사랑이아직오지않았음을,혹은사랑이란아직오지않은어떤것,영원히오지않을어떤것에대한이상한갈망이라는것을암시한다.그래서여기사랑의언어는갈망의언어라기보다는갈망에대한갈망의언어이다.

이책의1부는‘그’의시간속에있고2부는‘그녀’의시간속에있다.이두가지층위의시간은서로엇갈리거나마주보거나교차한다.그시간속에얼룩처럼뿌려진이미지들은모두각각최초의장면이면서최후의장면이다.사랑이란그선후를알아낼수없는이미지들의사건이다.사랑의마지막순간,그모든장면의순서에대해입을다물게된다.

극단의공허는최선의위로만큼표현되기어렵다.사랑이불가능하다는것을말하기위해,사랑이하나의관념으로요약되지않는다는것을말하기위해,그래도사랑이다시시작되는일은피할수없다고말하기위해,이토록어눌한언어들이필요하다는것이부끄럽다.

이글들은지난해씌어졌다.그여름에서가을사이,방어할길이없는적막한시간을마주했고,더가난한시간은없을것이라고생각했다.너무나어리석게도……

<웹진문지>연재때따뜻한관심을보여준익명의독자들과앞으로이책을읽게될미지의독자들에게감사한다.이책이어떤느낌을공유한이름없는공동체의계기가된다면글쓰는자의더할나위없는영예일것이다.이책을통해‘우리’가늦게온예감처럼만날수있다면,이허술한글쓰기는용서받을수있을까?

2011년10월
이광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