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살아 움직이는 시의 미학!
김혜순 시인의 열 번째 시집『슬픔치약 거울크림』. 제16회 대산문학상을 수상한 시집 <당신의 첫>이후 3년 만에 펴낸 저자의 이번 시집은 일 년여에 걸쳐 완성한 장시 ‘맨홀 인류’를 포함한 총 44편의 시편들로 구성되어 있다. 시 쓰는 과정 자체가 시가 되는 방식으로, 여성적 위치에서 발화 가능한 여성의 목소리로 우리의 오감을 자극하는 시편들을 적어 내려가는 저자 특유의 비유와 날선 감각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눈감은 채로, 걷는 채로 오롯이 치러내는 통증이자 세상을 향해 질문을 던지게 만드는 ‘슬픔’과 ‘거울’앞에서 근원적 열정을 들여다보고 지우기를 반복하는 등 다양한 이미지가 담긴 ‘우가 울에게’, ‘구름의 놀스탤지어’, ‘인플루엔자’, ‘그녀의 레이스와 십자수에 대한 강박’, ‘검은 브래지어’ 등의 시편들이 수록되어 있다.
☞ 이 책에 담긴 시 한 편!
내 안의 소금 원피스
슬픔을 참으면 몸에서 소금이 난다
짜디짠 당신의 표정
일평생 바다의 격렬한 타격에 강타당한 외로운 섬
같은 짐승의 눈빛
짧은 속눈썹 울타리 사이
파랑주의보 높아 바닷물 들이치는 날도 있었지만
소금의 건축이 허물어지지는 않았다
따가운 흐느낌처럼 손끝에서 피던 소금꽃
소금, 내 고꾸라진 그림자를 가루 내어 가로등 아래 뿌렸다
소금, 내 몸속에서 유전하는 바다의 건축
소금, 우리는 부둥켜안고 서로의
몸속에서 바다를 채집하려 했다
오늘은 일어나자마자 염전이 문을 열었다
나는 아침부터 바다의 건축이 올라오는 소리 듣는다
나는 몸속에 입었다
소금 원피스 한 벌
내 안의 소금 원피스
슬픔을 참으면 몸에서 소금이 난다
짜디짠 당신의 표정
일평생 바다의 격렬한 타격에 강타당한 외로운 섬
같은 짐승의 눈빛
짧은 속눈썹 울타리 사이
파랑주의보 높아 바닷물 들이치는 날도 있었지만
소금의 건축이 허물어지지는 않았다
따가운 흐느낌처럼 손끝에서 피던 소금꽃
소금, 내 고꾸라진 그림자를 가루 내어 가로등 아래 뿌렸다
소금, 내 몸속에서 유전하는 바다의 건축
소금, 우리는 부둥켜안고 서로의
몸속에서 바다를 채집하려 했다
오늘은 일어나자마자 염전이 문을 열었다
나는 아침부터 바다의 건축이 올라오는 소리 듣는다
나는 몸속에 입었다
소금 원피스 한 벌
슬픔치약 거울크림 - 문학과지성 시인선 401
$12.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