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듀케이션 - 문학과지성 시인선 410

에듀케이션 - 문학과지성 시인선 410

$12.00
Description
비성년 화자의 희극적 아이러니!
김승일 시인의 첫 번째 시집『에듀케이션』. 2009년 ‘현대문학’ 신인추천으로 시단에 나온 후 ‘는’ 동인으로 활동 중인 저자의 이번 시집은 사태를 에두르지 않고 직진하는 목소리를 담고 있다. 독고다이 소년이 순전히 날목소리로 들려주는 출생과 성장에 관한 자기 고백을 들어볼 수 있다. 저자의 작품 속 화자는 부모의 죽음을 객관적 진술의 형태로만 드러낼 뿐 정념에 휩싸인 비극을 낳지 않고, 비극적인 경험을 희극적으로 발화시킨다. 이처럼 쿨한 주체들을 통해 자신만의 차별성을 확보하는 저자의 ‘같은 과 친구들’, ‘우리 시대의 배후’, ‘연출 입장에서 고려한 제목들’, ‘죽은 자를 위한 기도’, ‘체육관의 우울’, ‘난 왜 알아요?’ 등의 시편이 수록되어 있다.
이 책에 담긴 시 한 편!

만나요 중에서

재작년엔 애인을 차고
작년에도 누굴 찼다
나랑 가장 친한 친구가
가슴이 터져라고 안아주었지
차는 것도 힘들잖아 나는 이해해
뭘 이해해? 다 끝났는데

동장하다 보면 한편
놀리고 싶지
놀려, 이리 와서
놀리라니까?
그러라고 시를 썼다
마흔두 편을

애인인데 화장실인
딸아이들과
아빠면서 엄마 같은
선배 누나가

제 발로 걸어갔다
암전 속으로
저자

김승일

1987년경기도과천에서태어나한국예술종합학교극작과를졸업했다.2009년《현대문학》신인추천으로시단에나왔다.

김승일의작품으로는시집《에듀케이션》(2011),《여기까지인용하세요》(2020),앤솔러지시집《그대고양이는다정할게요》(2011),《사랑에대답하는시》(2011),《혼자점심먹는사람을위한시집》(2022)외,옮긴책으로는《오늘부터시작:테드휴즈의시작법》(2019),《나혼자》(2021)등이있다.김승일은제19회현대시학작품상을수상했다.

목차

조합원
같은과친구들
마녀의딸
우리시대의배후
방관
객관적인주체
부담
촛불을끌수없어요
연출입장에서고려한제목들
대명사캠프
나의자랑이랑
화장실이붙인별명
의사들
선잠자는전봇대
우리는악수를한다
에듀케이션
멋진사람
사마귀박스
호객꾼들이있던거리
영향력
가명
병원
죽은자를위한기도
다음
펜은심장의지진계
초록
생생한
오리들이사는밤섬
옥상
독일전
체육관의우울
옷장
웃는이유
거제도는여섯살
같은부대동기들
만나요
미안의제국
왜초등학교를졸업하면어린이날선물을받지못하는가?
모래밭
접촉
파리대왕의우편배달부
빗속의식물
손가락셈
두꺼운그림
귀신의용도
방법이있어
난왜알아요?
2011년6월23
홀에모인여러분
해설|도롱뇽공동체의탄생_함돈균(문학평론가)

출판사 서평

기원없는한소년의
출생과성장에관한자기고백의날목소리

군대에서세례를받은우리들.첫고해성사를
마치고나서운동장에앉아수다를떨었다.
난이런죄를고백했는데.넌무슨죄를고백했니?
너한텐신부님이뭐라그랬어?서로에게고백을하고놀았다.

가면을벗어던진맨얼굴과날목소리

한국현대시의‘지금’을대표하는기대주김승일의첫번째시집『에듀케이션』이출간되었다.“초인종”이울리고“문”을열자,한소년이서있다.“우리앞에배달”된이성찬에는아직한번도먹어보지못한새로움이있다.2009년등단한87년생시인의첫시집이라는것이그렇고,설명하지않고직설하는목소리들이그러하며화자의분명한비극적경험이희극적으로발화되는특징이그렇다.
이소년은우리앞에그렇게배달되었을뿐,어떤기원도밝히지않는다.이시집에는지금까지말되어진적이없었고,말되어질수없었던은밀한출생설화가있을뿐이다.이러한기원없는한소년의‘말’을평론가함돈균은“2012년우리앞에‘배달된’이목소리의표면에서돌출하고있는것은한국시사를통틀에서도희귀한종류의비성년(미성년이아니라)화자의희극적아이러니이며,사태를에두르지않는목소리의직진성”이라고해석한다.

자신의출생설화를천연덕스럽게얘기하는‘독고다이’소년이여기있다.이시집은그소년이순전한날목소리로들려주는출생과성장에관한자기고백이다.“정신없이웃고까”부는이고백놀이는신과마주한자리에서나발설되는지극한내밀성의놀이화다.이놀이의놀라움은그내밀성이지닌절대적밀도에서비롯된다.고해성사란어떠한타인에게도말할수없는것을말함으로써,그말함의형식자체로신을단독자로서마주하는존재론적도약의체험이아닌가.여기서발생하는게바로‘종교(적인것)’이다._함돈균(문학평론가)

아포리즘뒤에숨지않은직시와직설의부조리극한편

김승일의시는‘시적’이지않다.어느한구절을떼어내도아포리즘의흔적은찾을수가없다.시적이지않은말들,형에게서동생에게로또다시화장실로시점이옮겨가는장면의연출은흡사한편의부조리극과닮아있다.그런데이렇게발화자체가시가되는말들의세계에는물질적실재성이존재한다.의미의배후는없다.직시와직설이있다.어떤설명도수사도없다.희귀한날목소리에서현시되는모종의불순성이있다.

“일단퇴장하세요”“연극이잖아”“어차피연극이니까”“어쨌든연극이잖아”“연극이라도”(「연출입장에서고려한제목들」)같은말들이어떻게‘시적’인것이되고‘시’가될수있을까.“정말로겨울에쫓겨났었니?〔……〕니가우리삼총사중에가장많이맞고컸구나……그렇게결론을내리고보니.더이상할얘기가딱히없었다”(「같은과친구들」)고말하는모든일방향의말들은감정을과도하게쏟아붓지않는다.이런체념과현시는우리시의지형도에서드문블랙유머의가능성을탐문한다.기나긴변명은필요없다.
대본의잘못이에요
이렇게말하지는않을것이다변명하는사람이제일싫다고연출선생님이그랬으니까촛불이안꺼지면꺼졌다치고
_「촛불을끌수없어요」부분

기원없는목소리의계보

하지만김승일의기원없는목소리는한계보를잇는다.1980년대말장정일의소년이세대간의연루를부정하지못하면서도“어른들의사회적질서에대한강력한안티테제”가되기를바라는화자로등장했다면,2000년대중반황병승의소년은세대간의단절을선언하지만부모가남겨준정념속을걷고있다.김승일이“1980년대장정일,2000년대황병승을잇는독고다이가문의적자”(함돈균)라는사실은의심의여지가없어보이지만김승일의소년은부모의죽음을객관적진술의형태로만드러낼뿐정념에휩싸인비극을낳지않는다.직시하고직설하는이소년에게는정념이육체를파고드는고통이느껴지지않는다.감각하지않는“비극적정황에서희극적아이러니를발생시키는것”“희극적아이러니를끝내유지하는것”이것이바로김승일의‘쿨한’주체들이다.
부모가죽고세달이흐르자형제는화장실청소를할사람이없다는것을깨달았다.샤워를할때마다바닥에오줌을누는동생,치약거품을천장에?는형,바닥은노란색천장엔파란얼룩,형제는일주일전부터소원해지기시작했다.

_「방관」부분
동생의마음이이해가지않는것은아니다.나도양아치였으니까.그렇지만나는깨달아버린것이다.학교에가지않는양아치보다는학교에가는양아치가더멋있다는사실을.
_「부담」부분
비극이희극으로,전환하는것.이러한차별성을확보하고있는것.이것이바로김승일의“가능성이며자라지못한생생한날것속에내포된무의식이한시대의실재를고스란히드러내는장이되는경우가있다.이장에서는어떤효과적인시적비유나수사학적풍자도무색해지곤한다.이것이2010년한국시단에서도소년들의목소리가‘완전소중’한까닭이다”(함돈균).
무엇이든만들수있으니까.나는시멘트를가능성이라고불렀다.수건걸이를설치할때.가능성에못이박혔다.이봐,가능성기분이어떤가?가능성엔기분이없었다.
_「화장실이붙이별명」부분

■시인의말
내심장속엔선생님이있다.

■시인의산문
병이라는단어가병을의미하지않았으면좋겠다
사랑이라는단어도천사라는단어도
하루만,오직하루만,한결같이좋아했던나의단어가
전과다른의미로존재하기를
존재라는단어가단어라는단어가먼저다른
천사와병들어살아하면
존재하겠다
―「뜻다른아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