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 세상에 없는 계절이다

나는 이 세상에 없는 계절이다

$13.00
Description
2000년대 시의 불온하고 매혹적인 얼룩!
한국시에 영원히 마르지 않을 생명샘의 가는 한줄기가 되어주며 옛것의 귀환이라는 사건을 때마다 일으키는 「문학과지성 시인선 R」 제4권 『나는 이 세상에 없는 계절이다』. 처음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던 당시 독자를 충격했던 새로움을 보존하고 같은 강도의 미지의 새 새로움의 애채를 옛 새로움의 나무 위에 돋아나게 하는 시집들을 만나볼 수 있다. 제4권은 첫 출간된 지 7여 년 만에 선보이는 시인 김경주의 첫 번째 시집으로 김경주 시의 근원적 우주를 만나볼 수 있다.

‘이것은 기형(畸形)에 관한 얘기다.’라는 저자의 말처럼 연극과 미술과 영화의 문법을 넘나드는 다매체적 문법과 탈문법적인 언어의 범람, 낭만적 감수성의 극한에서 그것이 어떻게 폭발하고 다른 차원으로 넘어가는 지를 극적으로 보여주는 시편들로 구성되어 있다. 다른 시간, 삶의 다른 계기, 삶의 다른 기미를 읽는 저자의 눈을 따라가며 시는 불가능성에 대한 추구, 즉 쓸 수 없는 것을 쓰는 것이라는 것, 시는 결국 부재하는 언어에 대한 언어라는 것 등의 저자 시의 중요한 출발점을 엿볼 수 있다.
이 책에 담긴 시 한 편!

간을 먹는 밤
- 성(聖)과 속(俗)

간을 먹는다 모여서 먹는 간
간을 먹어서
오늘 밤엔 우리들 간이 깊어간다

간이 나온다 한 접시에 2천 원
순대는 빼고 간만

간을 먹는다
여름밤의 간만 한 접시

간을 먹는다
물 없이

자꾸 시커메지는 성기처럼
몰라주는 참혹
똥이 똥글똥글해질까

간을 먹는다
모여서
누구의 간을 조금 잘라버릴까
간이 나온다
배 밖으로
허리띠에 구멍 하나 더 뚫어야겠다
저자

김경주

저자김경주는1976년전남광주에서태어났다.서강대철학과를졸업했고한국예술종합학교음악극창작과(대본및작사전공)전문사(MFA)과정에재학중이다.2003년『서울신문』신춘문예에시가당선되면서작품활동을시작했으며이후몇년간야설작가와유령작가로지냈다.시뿐만아니라다양한분야로작업을확장해연극실험실‘혜화동1번지’에작품을올리며극작가로도활동하기시작했으며현재시극실험운동을하며다양한독립문화작업을기획·연출하고있다.시집『나는이세상에없는계절이다』『기담』『시차의눈을달랜다』,산문집『밀어』『패스포트』등이있다.오늘의젊은예술가상,김수영문학상을수상했다.

목차

목차
1부음악은자신이품은열이말라가면스스로물러간다
2부오래된종에서만조용히흘러나온다는물
3부죽은새가땅에내려와눕지못하고하늘을맴돌고있다

출판사 서평

출판사서평
역동적상상력과무한한체험의반복Repetition,
몸잃은거룩한말들의부활Resurrection
문학과지성시인선의일련번호가운데새로운기호‘R’이생겨났다.한국시의수준과다양성을동시에측?량해한국시의박물관이되어온문지시인선이지만이완전하고자하는노력밖에서일어나는빗발치는망망한말의유랑이있었음을아쉬워할수밖에없었다.하지만이러한거룩한유랑들이출판환경과개인의사정으로독자들에게로가는통로가차단당하는사정이있어,문학과지성시인선은이에내부에작은여백을열고이독립...
역동적상상력과무한한체험의반복Repetition,
몸잃은거룩한말들의부활Resurrection
문학과지성시인선의일련번호가운데새로운기호‘R’이생겨났다.한국시의수준과다양성을동시에측량해한국시의박물관이되어온문지시인선이지만이완전하고자하는노력밖에서일어나는빗발치는망망한말의유랑이있었음을아쉬워할수밖에없었다.하지만이러한거룩한유랑들이출판환경과개인의사정으로독자들에게로가는통로가차단당하는사정이있어,문학과지성시인선은이에내부에작은여백을열고이독립행성들을모시고자했다.‘문학과지성시인선R’.문지시인선번호어깨근처에‘리본’처럼달린R은직접적으로는복간reissue을뜻하며이반복repetition이곧새로태어나는일이기에부활resurrection의뜻을함축한다.문학과지성시인선의일련번호속에서다문다문R을만날때마다그안에숨어있는낱낱의꽃잎이신기한언어의화성으로울리는광경을목격하기를기대한다.그때쯤이면되살아난시집의고유한개성적울림이시집에내재된에너지의분출이면서동시에그것을그렇게수용하고자한독자자신의역동적상상력의작동임을제몸의체험으로느끼게될것이다.가장먼저만날문학과지성시인선R은이성복의『달의이마에는물결무늬자국』,유하의『무림일기』,황병승의『여장남자시코쿠』,김경주의『나는이세상에없는계절이다』다.
R04
나는이세상에없는계절이다.
체감불가능한것들의무한한체험
한시인의우주를체험하는‘어떤회귀’
2000년대한국시단에서김경주의등장은돌발적이고뜨거운사건이었다.연극과미술과영화의문법을넘나드는다매체적문법과탈문법적언어들,그리고시각의층위를넘나드는다차원적시차(視差),그러면서도‘폭력적’일수준의낭만의광휘는서정적논리자체가내파되는언어적퍼포먼스였다.“이무시무시한신인의등장은한국문학의축복이자저주다.시인으로서의믿음과비평가로서의안목둘다를걸고말하건대,이시집은한국어로씌어진가장중요한시집가운데한권이될것이다”(권혁웅)는평은지울수없는그의시의한자국으로남아있다.김경주의이러한시작(詩作)‘행위’는두번째시집『기담』과세번째시집(김수영문학상수상시집이)『시차의눈을달랜다』에서도이어져아직실현해보지못한장르미상의어떤새로운예술적경지를욕망하며타고난직관으로온몸으로그곳을향해나아가며눈앞의모든것을본능적으로간파하는모험을해왔다.그런뒤에우리는다시시인의첫시집『나는이세상에없는계절이다』를읽는다.그리고숨차고울렁거리는언어의폭우와틈을파고들어다른누구도보지못하는다른층위를보고느끼는분명한‘있음’에대한감각은모두이시집안에내재된에너지의기화였음을깨닫는다.김경주시의근원적우주인첫시집을다시읽는이‘회귀’의경험은또한다시살아난이시집의당위를실감하게할것이다.
시차,라는불구의조건은영원한예술의조건
김경주의눈은다른시간,삶의다른계기,삶의다른기미를읽는다.“저목련의발가락들이내연인들을기웃거렸다”“나무에목을걸고죽은꽃을본다/인질을놓아주듯이목련은/꽃잎의목을또조용히놓아준다”(「목련」)에서볼수있듯시인의눈에는같은것을보고도다른상이맺히는듯하다.화폭에그려진바람을보고,그늘의비린냄새를맡는시인의이러한시차적체험은시인을시인이게하는불구의조건이자영원한예술의조건이된다.
양팔이없이태어난그는바람만을그리는화가(畵家)였다
입에붓을물고아무도모르는바람들을
그는종이에그려넣었다
사람들은그가그린그림의형체를알아볼수없었다
그러나그의붓은아이의부드러운숨소리를내며
아주먼곳까지흘러갔다오곤했다
그림이되지않으면
절벽으로기어올라가그는몇달씩입을벌렸다
누구도발견하지못한색(色)하나를찾기위해
눈속깊은곳으로어두운화산을내려보내곤하였다
그는,자궁안에두고온
자신의두손을그리고있었던것이다_외계(外界)전문
다르게읽고외곽의것을눈안에먼저들이는김경주의이러한시적증상은불가능성들의시적가능성을탐하는시인만의“누구도발견하지못한색(色)”이자모든시들이나아갈모험에앞장선선구가될것이다.
시인의말
헌책방에서우연히첫시집을발견한적이있다.
가격표아래2천원이라고적혀있었다.
누가볼까봐가방에넣었다.
그날나는자신의시집을훔친시인이되었다.
처음으로자신의시집을훔쳐본경험은
시를쓰는동안
머쓱한궁리를물리치는힘이되고있다.
나쁜기분은아니었다.
그사이첫시집은절판되었고
더이상어디에서도첫시집을구할수없었다.
내가몰래훔쳐온그시집한권만이남아있었다.
복간이된첫시집을받아보며
나는이시집을또어디선가훔칠것인가상상해본다.
그대가제때버려주었으니
내가지금껏구석을모른다고는할수없으나
슬하에구석이이만큼다정도하다
데리러갈게……라고말하고싶어진다
2012년가을
김경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