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원종국 소설집 | 양장본 Hardcover)

그래도 (원종국 소설집 | 양장본 Hardc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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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그래도, 다시 살아가려는 사람들!
원종국의 두 번째 소설집 『그래도』. 하나의 모티프를 다양하게 변주하며 탄탄한 이야기 위에 통통 튀는 상상력을 선보여온 작가의 14년간의 시도와 실험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SF적 상상력과 실험적 기법으로 생명 복제와 이를 둘러싼 철학적 문제를 다룬 《믹스 언 매치》 연작 3편을 비롯한 총 8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다. 어딘가 고장나고 부족한 사람들이 등장하지만, 그들이 보여주는 ‘그래도’의 가능성이 소설집 전체를 관통한다.

멋진 해결이나 대단한 해소 없이도 자조와 좌절에 파묻히지 않는 ‘그래도’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천재 형의 체세포 복제품인 남자가 느끼는 정체성의 혼란, 유전병 때문에 현실과 환상을 넘나드는 여자…. 첫 소설집 《용꿈》에 3편이 수록되었던 《믹스 언 매치》 연작은 이번 소설집에서도 각각의 개성이 채색된 3가지 이야기를 선보인다. 작가는 서사에 대한 깊은 고민을 바탕으로 소설들을 탄탄하게 구성하였고, 하나하나의 인물들을 애정 어린 눈길로 바라보며 각박하고 지친 삶을 응시한다.
저자

원종국

저자원종국은1972년충북제천에서태어나1999년『진주신문』가을문예와2000년작가세계신인상으로등단했다.소설집『용꿈』,르포집『그날그들은그곳에서』(공저)등이있다.현재‘작업’동인으로활동중이다.

목차

두사람이보이는자화상
나는달리다
다시,살아가는일
서울,2009년봄
개꿈
이름이사라졌다
기억과흔적
벌초(伐草)

해설:달리와달리_우찬제

출판사 서평

인간보다인간적인복제인간,현실보다살고싶은가상공간
차갑고단단한세계를견디는이들의그래도,다시살아가는일


1999년『진주신문』가을문예와,2000년『작가세계』신인상으로등단한소설가원종국의두번째소설집『그래도』(문학과지성사,2013)가출간되었다.하나의모티프를다양하게변주해가며탄탄한이야기위에통통튀는상상력을선보여온원종국의14년간의시도와실험이고스란히담겼다.SF적상상력과실험적기법을동원하여생명복제와이를둘러싼철학적문제를선구적으로다루며지속적으로발표된<믹스언매치>연작3편을비롯한총8편의단편이이소설집에수록되었다.이책은어딘가한쪽씩고장나고쪼그라든사람들로가득하지만,이들이보여주는“그래도”의가능성이소설집전체를관통한다.멋진해결이나대단한해소없이도자조와좌절에파묻히지않는‘그래도’들의이야기가읽는이들의마음한편에도작게나마간질간질한봄을피워올릴것이다.

그래도,라는작은기대

앞선이야기를인정?수용하면서도뒤에이어지는내용으로귀결될때쓰이는접속부사“그래도”.마치이전삶에대한부정성을모조리긍정으로전환할수있을거란희망의클리셰처럼사용되기도하는단어다.“그래도늦지않았다”“그래도사랑한다”“그래도살아야한다”등등‘그래도’가범람하는오늘여기에서,원종국의‘그래도’는무엇일까?

“K는오전에삼년연속보험여왕을거머쥐었다는여자와자서전대필계약을하고온차였다.[……]그돈이라면친구들한테서빌린오래된빚을갚고나서반지하의허름한집이나마전세방을알아볼수도있겠다는계산이나왔다.[……]사실,좀알아보았어요.등단하고나서활동이……미미했더군요.문단에서주목도못받았고,아직책도못묶었고.[……]여왕이실소유자라는바,‘그래도’는.언제라도술생각나면들러서양껏마시고가요.지배인한테일러놓을테니.K는작위라도받은것처럼우쭐해서명함을받들어지갑안쪽에찔러넣었었다.그래도,그래도라.언제라도마시고싶은술을실컷마실수있다는희망.”(「서울,2009년봄」에서)

언제라도진탕술을마실수있다는궁색한희망으로서의술집“그래도”처럼팍팍한오늘과불안한내일을머리에이고웃픈현실을살아가야하는사람들에게희망이란것은현실과별다를것이없는작은것들뿐이다.세상의풍파에조금씩마모되고어긋난이들이지만타협하지않고자기만의작은기대를간직하며꼼지락거림을계속하는것이원종국의그래도다.어떤조건에서도지금과같이‘심장이뛰는’‘사람’들에대한작가의지극한염려가돋보인다.

복제인간의복제불가능성,가상공간의체험진실성_Mix-and-Match

여기남자가있다.열두살에4개국어를말했고,열세살엔서울대교수도못푼수학문제를풀었으며,일찌감치미국에유학을갔다가깡패를만나비운의죽음을맞은천재이명주의체세포복제품,제2의이명주.빨리성장하여놀라운능력을발휘해보이길무언중에압박해온부모에게서형의존재를어렴풋하게느끼게된어린시절부터강한정체성의혼란을겪게된그는스스로이명주라는이름을거부하고‘달리’라불리길요구한다.죽은형의이름을물려받은초현실주의화가살바도르달리와깊은동질감을느끼는그는흰벽에달리의작품을끝없이변주모사하여그려내길반복한다.명주에게도달리에게도이르지못하는자신으로부터의방황,그렇기때문에오로지자신인달리.

여기여자가있다.어린시절버림받아레즈비언커플에게입양되어성장한유리.대학원에서생물학을전공한그녀는헌팅턴무도병이라는유전병을앓고있다.순간적으로무도병에들리면연구하던개미떼를보고전갈이라며기겁을하기도하고,종종현실과환상,현실과가상공간을넘나든다.그녀는아이폰eyephone이라는기기로치료를받고있는데그로부터제공받는‘행복동’이라는가상공간에서깊은안착감과희망을느낀다.가끔서버로부터연결이끊기면외부로도내부로도갈수없는안개속세상에머무르게되는,지극히허구의공간.그곳에그녀의궁극의삶과행복이닿아있기에무엇이거짓인지를가름하기가어려워진다.

원종국의첫번째소설집『용꿈』(문학과지성사,2006)에총3편이수록되었던<믹스언매치>연작은이번소설집에도각각의개성이채색된3가지이야기가수록되었다.Mix-and-match:어울리지않는것끼리의짝지움,이라는타이틀에어울리듯달리와유리는아이러니한삶의지점들속에서어긋나고빗대어진것자체로서의미를갖는다.
촘촘하게어우러진연작들을따라가다보면이후에암시되는무언가를느끼게되면서도구체적결말을찾기가어렵다.해피엔딩도,좌절도,자조도,초현실주의도아니다.후행문이부재한‘그래도’처럼.천재아들의재림에실패했지만복제된아들의손을맞잡는어머니,달리의그림을모사하다가어느순간사라진달리,뿌연안개속에서달리를기다리는유리.그저그래도기다리고,새로시작된다.그래도뒤에는무언가가있다.

차고단단한삶속에달콤함이숨어있는누가바같은생(生)들

첨단과학기술이극단에이른미래에서의삶이든,IMF이후장기불황이계속되는빈곤한서울내기의일상이든,집을나와PC방을전전하다결국당산철교위에오른소녀의어느날……그어떤시공간속에서도우리의감각,관계,사랑은그대로일까?약하고소소한인물들이부수고나가기엔너무나견고하고차가운생이다.그래도,그안에숨은달고폭신폭신한우유크림처럼작디작은기대들로다시일어나길계속하는사람들의이야기.영원히실패로회귀할지모르는희망이더라도,존재한다는것만으로의미있는어떤작은기대들을응시하는것이원종국소설의큰매력이다.복제인간에게서더욱리얼한인간을,가상공간에서진짜삶을발견하도록하는저자의재기가놀랍다.소설하나하나서사에대한깊은고민으로탄탄한구성을갖춘것은물론이고,인물하나하나에게쏟는애정어린눈길을따라가다보면어느새각박하고지친삶을응시하면서도조금씩웃음이비어져나오게되곤하는소설집『그래도』.지난시간동안갈고닦은이야기꾼원종국의소설집이독자들을향해달려갈준비를마쳤다.

■■작가의말

‘그래도’는‘그러하여도’와‘그리하여도’가줄어생긴말이란다.긍정의느낌과부정의느낌이함께드는데,곰곰생각해보면둘다아니기도하다.앞말에대한여운이기도하고,반전이기도하다.소설과닮았다.개인의삶또는사회현상과도닮았다.판도라의상자맨밑바닥에적혔을법한말,토정비결이나정감록의어느구석에가필되었을법한말,어느누군가가마지막숨을몰아쉬며내뱉을것같은말……소설과닮았다.이런식의제목을언젠가붙여보고싶었다.그래도,여러번망설이긴했지만.

두번째소설집을묶는데육년이걸렸다.첫소설집‘작가의말’끄트머리에“이제다른이야기들을새롭게쓸수있게되었다는설렘이더크다”고적었는데,두번째소설집을묶고보니쌍둥이같다는생각이든다.작품편수도같고,구성도비슷하다.끝난줄알았던‘믹스언매치Mix-and-Match’연작이세편더늘었고,「용꿈」후속으로「개꿈」이따라붙었다.의도한바는아닌데,어쩌다보니그렇게되었다.따로읽으셔도좋겠지만,이참에첫소설집『용꿈』을찾는독자가많아지면좋겠다는생각도더러했다.그래도괜찮을까,송구한일이긴하지만.

오랫동안함께지낸‘믹스언매치’연작의두주인공,달리와유리가그립다.미래에살게될캐릭터들이과거에서하마그립다고하면,내가지어낸작위(作爲)의세계에서일방적으로휘둘렸던그들이이제와그립다고하면,가식일까위선일까.지금근처에살고있다면찾아가서오랫동안안아주고싶다.병주고약주는게아닐는지모르겠지만.『용꿈』시절의그들은많이외롭고고통스러웠을것이다.『그래도』시절엔여하간함께할수있어서조금쯤나았으려나……그래도,아쉽고안타까운,어쩔수없는생의반복이겠지만.다양한가능성으로형성될온갖형태의가족을,그들의‘어울리지않는짝지음’을그려보고싶었다.그것이나의소박한바람이었다.달리와유리가그립다.

이즈음“문학은자유다”라는말을종종듣고,자주생각한다.아무러하든자유를지향할수있는일을계속하고있다는것에만족한다.어눌하고어색할테지만,그래도끈질기게누려보고싶은말이다.
어쭙잖은소설들에흔쾌히해설을맡아주신우찬제선생님과늘신세만지게되는문지식구들께깊은감사의인사를드린다.
소설쓰는일로더즐거운나날이길빈다.

2013년봄
원종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