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민이라는거,아주위험한겁니다!”
인간본성에대한감각적세밀화,
심리소설의대가츠바이크가완성한유일한장편소설!
역사상최고의전기작가이자,심리소설의대가슈테판츠바이크가생전에완성한유일한장편소설『초조한마음』(대산세계문학총서116)이문학과지성사에서출간되었다.오스트리아빈의유복한유대계가정에서태어난츠바이크는역사적통찰력과역사적인물에대한심도깊은해석으로발자크?스탕달?톨스토이?에라스무스등의전기를쓰며세계3대전기작가로서명성을떨쳤을뿐만아니라,인간심리와무의식에대한섬세한분석과묘사가담긴소설로필력을인정받았다.1920년대와1930년대에는유럽최고의작가로서“세계에서가장많이번역된작가”였다.
츠바이크는시,중?단편소설,전기,희곡등여러장르에서활발한작품활동을했으나장편소설은많지않다.그나마도다른작품은사후에유고더미에서발견되어출간된것이고,츠바이크가생전에완성하고독자들에게평가받은장편은『초조한마음』이유일하다.이작품은나치의탄압을피해망명생활을하던1939년에스톡홀름과암스테르담에서출간하여탁월한심리묘사와흥미진진한스토리로대중과평단의사랑을동시에받았다.
츠바이크는이작품에서인간의미세한감정까지낱낱이해부하여치밀하게,그리고생동감있게표현해냈다.자신을희생할용기도없으면서지나친연민만을품었던주인공호프밀러를통해연민이가지고있는양면성을잘그려낸이소설은,숨기고싶은마음속깊은곳의이기심과나약함을들춰내읽는이의마음을불편하게도하지만,동의할수밖에없는인간본성에대한분석과흡인력있는전개는문장가츠바이크의진수를보여준다.
인간의나약함이돌린운명의수레바퀴
헝가리국경지역한적한마을주둔지에서무료한나날을보내다부유한실업가케케스팔바의연회에초대받은호프밀러소위는그집딸에디트가하반신마비라는사실을알지못하고춤을청하는실수를한다.자신의실수를만회하기위해다시찾아간호프밀러는에디트에대한연민으로계속그집을방문하게되고,세상으로부터격리되어살아온에디트는자신을찾아주는유일한남자인호프밀러에게남다른감정을품게된다.에디트의감정을알게된호프밀러는도망치듯그상황을벗어나려하지만결국마음속에남는건처절한죄의식뿐이고,그가감당할수없는연민은비극을불러오는데……
츠바이크는‘연민’에는두가지종류가있다고말한다.“그중하나인나약하고감상적인연민은그저남의불행에서느끼는충격과부끄러움으로부터가능한한빨리벗어나고싶어하는초조한마음에불과할뿐”이라고한다.이것은“함께고통을나누는것이아니라남의고통으로부터본능적으로자신의영혼을방어하는것”이며,“자기자신을희생할수있”는사람만이,“비참한최후까지함께갈수있는끈기있는사람만이남을도울수있”다고한다.
“진정한연민이란감상적이지않고창조적인연민”인데,감상에젖은호프밀러소위의연민은자기희생을각오하지않았기에파국을불러오는것이다.하지만작가의예리한분석을부인할수는없다하더라도이이야기의결말은호의에의해행동했던호프밀러소위에게너무가혹하게느껴진다.여기에서츠바이크작품의비극성(悲劇性)이드러난다.
츠바이크의작품은대개비극적인결말을맺는다.주인공은언제나자신의의도적인잘못보다는내적,외적상황때문에바로코앞에서행복을놓치게된다.의도하지않은주인공의행동이운명의수레바퀴를돌아가게만들고주인공은더이상그수레바퀴를빠져나오지못한채비극적결말을맺는것이다.이러한츠바이크작품의특징이가장잘나타나는작품이바로『초조한마음』이다.살아오면서처음으로자신이누군가에게도움이된다는,꼭필요한사람이라는기쁨을느끼며이어진호프밀러의연민에예민한환자에디트의마음에싹튼사랑과우연이맞물리면서이작품은마치옛그리스비극과같은성격을띠게된다.
츠바이크의소설은불편하다.그누구도자유로울수없는미세한감정과이기심까지도낱낱이해부하여마음속깊은곳의죄책감을건드리고,사소한부주의가옭아매는옴짝달싹할수없는운명의굴레가갑갑하게만든다.하지만깊이있는인간심리에대한분석과흥미로운이야기전개는대단한흡인력으로마지막장까지책을손에서놓지못하게한다.
예민한작가의눈에비친혼란의시기
휴머니즘과자유정신을고집하며“유럽정신의대표”라고불린츠바이크는직접적으로정치적활동을한작가는아니었으나확고한정치적의견을가지고삶을이끌어가고마무리한작가다.나치의등장이후탄압을받은츠바이크는영국과미국을거쳐망명한브라질에서자신의“정신적고향”인유럽의멸망에절망하여부인과함께스스로삶을마감했다.
정치적상황에의해어쩔수없이망명했지만,츠바이크는멀리타향에서나마20세기최대재앙이라할수있는양차세계대전이그의고향오스트리아에가져온정치적?사회적문제에대해고민했다.츠바이크의자서전『어제의세계』는단순히개인의삶에대한기록이아닌전쟁으로파괴되기이전의세계와역사,문명을치밀하게묘사한회고록이다.
이러한츠바이크의성향은문학작품에서도드러나는데,장편소설이지만주인공의전반적인생을묘사하기보다는1914년1차대전이발발하기직전의몇달동안을다룬『초조한마음』은그시대에드리웠던불길한조짐을보여준다.사회경제적으로급격한변화가있었던20세기초의혼란과,가난한자와부유한자,민간인과군인,유대인과비유대인,여성과남성사이의갈등이이책에드러나있다.
또한이작품에는츠바이크의강점인인간의보편적인감정사랑,연민등의분석외에도,오스트리아세습귀족의무능함과19세기말의경제적자유주의의무자비함,제1차세계대전의화마로부터보호해줄것이라생각했던오스트리아제국에대한기대와실망등,츠바이크가뒤늦게타지에서분석한옛오스트리아제국의문제점들이고스란히담겨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