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류 - 문학과지성사 한국문학전집 42

탁류 - 문학과지성사 한국문학전집 42

$17.39
Description
소설로 시대의 고난을 증거하고 새로운 산문 정신을 열어나가고자 했던 채만식의 대표작!
자본의 수렁에서 허우적거리는 식민지 조선의 부조리한 현실을 그린 채만식의 장편소설 『탁류』. 우리 문학의 고전을 살아 있는 동시대의 문학으로 읽을 수 있도록 구성한 「한국문학전집」 시리즈의 하나이다. 돈에서 시작돼 걷잡을 수 없이 파국으로 치닫는 과정을 하류에 이르면서 흐려지는 금강에 비유한 명작이다.

군산의 한 미두장에서 돈을 잘못 놀린 ‘정주사’는 돈을 향한 마음만 자꾸 앞세우다 주머니를 몽땅 털리고 가족까지 파탄으로 내몬다. 돈에 눈먼 아버지 때문에 사기꾼이자 호색한인 은행원 고태수에게 팔려가듯 시집을 간 ‘초봉’은 결혼한 지 열흘 만에 남편을 잃고 평소 믿고 의지했던 약국 주인 박제호의 첩으로 들어가게 되는데…….
저자

채만식

호는백릉(白菱),채옹(采翁).1902년전라북도옥구에서출생하여임피보통학교,중앙고등보통학교를졸업했다.그후와세다대학부속제일와세다고등학원을중퇴했다.조선일보사·동아일보사·개벽사등의기자로재직했으며,1936년이후로는창작에전념하며풍자성이농후한작품을발표하였다.1945년낙향하여1950년이리에서폐결핵으로사망했다.1924년단편「새길로」(『조선문단』)로등단후290여편...

목차

일러두기

인간기념물
생활제일과
신판『흥부전』
'……생애는방안지라!'
아씨행장기
조그마한사업
천냥만냥
외나무다리에서
행화의변
태풍
대피선
만만자의성명은……
흘렸던씨앗
슬픈곡예사
식욕의방법론
탄력있는아침
노동'훈련일기'
내보살외야차
서곡


작품해설
비극적현실주의와패배한개인욕망/우찬제
작가연보
작품목록
참고문헌
기획의말

출판사 서평

파행적인자본주의화가불러들인폐해
2014년현재는청류(淸流)라고할수있는가

문학과지성사한국문학전집으로다시발원한『탁류』
1930년대,자본의수렁에서허우적거리는식민지조선의부조리한현실을하류에이르면서흐려지는금강에비유한명작,채만식의장편소설『탁류』가문학과지성사의한국문학전집마흔두번째책으로출간됐다.『탁류』는『태평천하』와더불어작가의대표작으로손꼽히는작품으로,1937년10월12일부터1938년5월17일까지총198회에걸쳐『조선일보』에연재되었으며분량은200자원고지2,300여매에달한다.
국내유수의대학들과기관에서내놓는필독서목록에빠짐없이오르는채만식의장편소설『탁류』를문학과지성사한국문학전집시리즈의산뜻하고편안한편집으로만나보자.철저한원본대조를통한정본화,가독성은높이되작품에녹아있는시대상을보존하기위해생소한어휘에달아놓은미주들,작가의생애가한눈에펼쳐지는작가연보와작품연보,그리고전공교수들의개성있는해설은이시리즈가한국현대문학전집시장에서독보적인사랑을받고있는이유다.

돈에서시작돼걷잡을수없이파국으로치닫는비극
작품은군산의한미두장에서돈을잘못놀린‘정주사’가자식뻘되는젊은이에게모욕을당하는장면에서출발한다.미두는요즘식으로말하자면쌀선물거래다.미두처럼초고도로복잡하게파생된자본증식시스템은끊임없이유입되는데그앞에서‘정주사’와같은일반인은구조적모순을전혀눈치채지못한채돈을향한마음만자꾸앞세우다가주머니를몽땅털리고만다.채만식은본인은물론가족까지파탄으로내몰고마는정주사의이런행태를한개인의비뚤어진욕망으로치부해버리지않았다.보통사람들의몰락을부추기는사회의병리적구조를감지했고정주사의물욕은그안에서발견될최초의통점으로삼은것이다.돈을둘러싸고온갖모함과사기가횡행하다가급기야살인까지벌어지고마는모습은비단1930년대만이아니라80년이훌쩍지난지금도여전한사회상이다.

혼탁한시절과맞씨름하며시대의고난을직관한소설가
채만식은1925년『조선문단』에중편「세길로」를발표하며등단한이후열정적인창작열과리얼리즘정신으로당대의현실상을매우예리하게형상화했다.일제식민지정책이강화되고자본주의가본격화되는현실에서그는민족의운명과현실을매우부정적인시선으로파악한작가에속한다.사람다운삶이그뿌리를상실한채부유하는현실을그는마성적자본주의의폐해,반민족적작태의문제성으로직관하고,그현실을넘어서는새로운전망을모색하려는열의를보였다.특히채만식은1934년부터1938년사이에풍자를통해부정적현실을예리하게비판하는소설들을많이발표했다.만주사변이후일제식민통치는강화되어정치적억압과경제적곤경도심해지고문화적으로도어려울수밖에없었던시기였다.한마디로청류(淸流)가아닌탁류(濁流)같은시절과맞씨름하며,소설로시대의고난을증거하고새로운산문정신을열어나가고자했던작가가바로채만식이었다.

파행적인자본주의화에서생겨난독소
『탁류』의서사를이끄는인물은초봉이다.돈에눈먼아버지정주사때문에사기꾼이자호색한인은행원고태수에게팔려가듯시집을가는데결혼한지열흘을겨우넘겨악랄한고리대금업자장형보의농간으로남편고태수는탑삭부리한참봉에게맞아죽으며그러는사이장형보는초봉을겁탈한다.평소초봉이믿고의지했던약국주인박제호는부인과별거함과동시에초봉의처지를이용해첩으로들이는데초봉이딸송희를낳고얼마되지않아욕정이시들해져버리자마침송희의친권을주장하며나타난장형보에게모녀를떠넘겨버린다.초봉은제게순종을강요하며아이를학대하는장형보를맷돌로쳐죽이고만다.
이소설은어느가련한여주인공의비극적인생사로요약될수도있겠다.그러나이비극의전개가자본의약육강식논리에좌우되고있음을눈치챈다면이야기는좀더풍성하게다가온다.이소설에서사랑과인륜과도덕은더이상절대적인가치가아니라금전과교환되는재화에지나지않는다.초봉은마음을두고있던예비의사남승재가아닌고태수를사위로점찍은아버지의계획이야속하지만어느새고태수의재력이가져다줄편의를인정하고순응하게되고초봉이라는한개인의육체와이상을돈으로살수있음을목격한장형보나박제호는호시탐탐기회를노린다.초봉은남자들의비뚤어진권력구조속에서반평생을시달리느라얌전하고순종적이던성격이사람을죽일만큼독기를품게된다.초봉이자신을놓고박제호와정형보가벌이는협잡에피를토할듯저주하는장면은짙고묵직한연민을불러일으키며나중에저지를살인를암시한다.

“내가느이허구무슨원수가졌다구요렇게두내게다핍박을하느냐?이악착스런놈들아!……아무죄두없구,아무두건디리잖구바스락소리두없이살아가는나를,어쩌면느이가요렇게두야숙스럽게……아이구우이몹쓸놈들아!”(p.478)

여전히오늘의이야기
초봉의동생계봉과초봉이처음에맘에두었던예비의사승재는『탁류』에서가장긍정적으로그려지는인물들이다.채만식은초봉의서사와계봉-승재의서사를함께엮어나가는동안초봉으로대변되는하층서민들이겪는애환이어디에서기인하고있는지끊임없이진단해본다.작품후반에부의편중을우려하는계봉과승재의대화는자못의미심장하며다들인지하다시피그시의성은오늘까지이어지고있다.

“글쎄제가가난허구싶어서가난한사람이어딨수?”
“그거야사람마다제가끔부자루살구싶긴하겠지……”
“부자루사는건몰라두시방가난한사람네가그닥지가난하던않을텐데분배가공평털않아서그렇다우.”
“분배?분배가공평털않다구?……”(p.597)

2014년지금이곳은여전히80여년전의군산이고우리곁에는아직수많은초봉이들이살고있다.이들은가난이마치죄인양자본의질서에수긍하고순종해야만실오라기같은삶이나마유지할수있다.오늘이고달프고내일도아득한사람들이다.그런와중에도자본은끊임없이증식하고있고불어난돈은계속해서어느한쪽으로만몰린다.채만식은탁류의한가운데서서청류가흐르는강을꿈꾸며이소설을썼을것이다.그러나작가는한번흐려진물이다시맑아지는데는오랜시간이걸린다는걸알고있었던듯다음과같은서술을남겼다.

물화와돈과사람과,이세가지가한데뭉쳐생명있이움직이는조그마한거인은그만한피비린내나,뉘집처녀가생애를잡친것쯤그리대사라고두고두고잊지않고서애달파할내력이없던것이다.[……]그러는동안거인은묵묵히걸음을걷느라,물화는돈을따라서,돈은물화를따라서,사람은그뒤를다라서흩어졌다모이고모였다흩어지고,그리하여그의심장은늙을줄모르고뛰어……(pp.490~91)

어렵고무거운주제를다루고있지만「레디메이드인생」「치숙」『태평천하』등에서보여준채만식특유의풍자와해학과냉소덕에어려움없이책장이넘어간다.한작품이고전의반열에오를모든조건을갖춘소설이라할수있다.날카로운인식으로세태에깊숙이뿌리를내리고문제의식의가지를넓게뻗는소설,그러면서도경쾌한호흡과생동감있는인물을통해서사의재미를안겨주는소설에관심이많은독자라면『탁류』를책장맨위에꽂아놓게될것이다.

문학과지성사한국문학전집으로출간된채만식의소설
단편선『레디메이드인생』(한국문학전집4)
장편소설『태평천하』(한국문학전집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