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운 사탕들 (이영주 시집)

차가운 사탕들 (이영주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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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문학과지성 시인선 448번째 시집『차가운 사탕들』. 그로테스크한 이미지로 시적 유희를 그려내고 파편적이고 분절적인 풍경들로 이미지를 연출하며 상상력만으로 현실과 환상 세계를 자유자재로 넘나들면서 자신만의 독특한 시적 공간을 만들어내는 등단 15년차 시인의 세번째 시집이다. 이번 시집은 생의 절망을 뒤로한 그녀의 문장들이 숨 막힐 듯 빼곡한 밀도로 채워진 진공의 시 공간 안에서 어떤 모험으로 어떻게 승화하는지를 또렷이 그려내줄 것이다.
저자

이영주

저자이영주는서울에서태어났다.2000년『문학동네』로등단했다.시집으로『108번째사내』『언니에게』가있다.현재‘불편’동인으로활동중이다.

목차

1부
종유석/둥글게둥글게/관측/앵무새가운다/현기증을앓는고양이/폭설/
시각장애인과시계수리공/라푼젤/꿈속으로들어가/눈물의맛/사다리를타고올라간다/
금속의계절/자라나는구석/엎드려서/잠/방공호/연인/공중에서사는사람/
우리는헤어진다/석공들의뜰/B01호/저녁밥을먹는시간/서쪽여관/무라트,무라트/
유리창을만드는사람입니다/겨울목수/야유회/셀프빨래방/친밀하게

2부
활선공/신년회/얼음과산노동자/불에탄편지/폭우사전/중독/헝가리식당/싱어송라이터/
기도/점심시간/유리의숲/편지/우기/미라의잠/다시,폭설/싱어송라이터의여행/
도우미/은신처/싱어송라이터의겨울/오래된연인

3부
행복한장례식/너무오래/우리는발을묻었다/영월/목요일의범람/주술사/
오늘/마흔/문상이끝나고/어린밀수꾼/모래점을친다/사막노동자/
고양이/여름밤에는모두친해진다/여름/생장의방식

해설│가장학실한자리에서시쓰기ㆍ황현산

출판사 서평

겨울에서여름으로,사랑에서죽음으로
그저살아있다는사실에대한몰입과집중,
그속에서태어난시詩


문학과지성시인선448번째시집으로이영주의『차가운사탕들』이출간되었다.그로테스크한이미지로시적유희를그려내고파편적이고분절적인풍경들로이미지를연출하며상상력만으로현실과환상세계를자유자재로넘나들면서자신만의독특한시적공간을만들어내는등단15년차시인의세번째시집이다.끊임없이다양한모양의눈으로세상을보던시인은인간적운명으로서시와만난다.더이상관조의대상이아닌체험의대상으로서의세상은“뜨끈하고이상하고끈끈”해“꿈에서냄새가”날지경이다.세상을통과하면서손에그러쥔것은“모든것이무너져도우리는살아”있다는절망뿐이다.시인은이미세계의끝,낭떠러지위에서있다.하지만시인의에너지는그모든절망앞에서도그것을거부하거나극복하려하기보다는더깊은곳으로향해자기만의투명한화학식으로분투한다.그러다시인은“원하지도않는깊이를가지게되었”다.문학평론가황현산은이영주의시를가리켜“사람살이와시의창조에서는단순한포기가거대한모험으로통할때가있다”고말한다.이번시집은생의절망을뒤로한그녀의문장들이숨막힐듯빼곡한밀도로채워진진공의시공간안에서어떤모험으로어떻게승화하는지를또렷이그려내줄것이다.

탄생을말하건죽음을말하건자신이쓰고있는시구가곧바로자신의몸으로체험되는이언어적상상력을어떤이름으로불러야할까.일상을가르고솟아오르는시가시인의의식과의지에의해시의말로바뀔때그것은항상죽음의모습을벗어나지못한다.탄생과죽음사이에생장은없다.탄생하는시와그것을거두는시의말사이의격차는해소되지않는다.이영주는이제창조의주인이되려한다.그러나주인의권리는어디까지일까.가끔창밖을내다보며거기자라는식물을발견하고내시가저기있다고말하는정도가아닐까.사람살이와시의창조에서는단순한포기가거대한모험으로통할때가있다._황현산(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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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일한사건―“오랫동안살아있다는공포와싸워야한다”
시인의몸에와닿는세상은어떤세상일까.어떤세상이기에그녀는“끝에서서울었던한낮을떠올”리며잠도편안하게이룰수없게“자도자도잠의바깥”인곳에서“이세상밖으로빨리달리는다리가되고싶”은걸까.“바라본다는것이어떤불행일지몰라허공을만지”면서.이렇게그녀의시어들을나열하다보면,그녀가어떤절망적인마음으로몰래혼자서문장을써내려갔을지가슴이아릴지경이다.“가장조심스러운발바닥”이되어“나는그공포사이를걷지”와같은그녀가짜내는무늬(문장)들은“내가가진재주는허공에서선을타는것/위로올라와현기증을앓는것/처참하게무너지는순간을예감하는것”일뿐이다.거절당할까봐두렵고,멍청하게도외롭기만할때마침내시인은“매일아침시체가되는욕망/이제그만끝내고싶은욕망”에시달린다.겨울은끝나지않을것만같다.

새들이전선에모여
어느활선공이가장아름다운음악을만드는지
듣고있네발톱을세우고깃털을툭툭털어내며

고장난고압전선을이어붙이는사람
그사람은가장조심스러운발바닥을가졌지

공중에걸쳐있는발바닥에서음악이시작되고있다
울고있다_「활선공」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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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독된슬픔―“너무달아서차가운사탕들이무섭습니다”
이런절망에는체념이잇따른다.“무섭고겁이날때”“그럴때면나는세상이맛없게천천히간다고생각했다.”하지만그녀의체념은일반적인의미의단념이나내려놓음은아니다.가혹한절망가운데서도세상에대한사람에대한그녀의사랑은어리석도록끝나지않는다.그녀는“땅을걷는천형을가진”여기이땅에서“친밀한자세”로“어두운모험”을계속한다.언젠가는누군가“두팔벌려안아준다면”과같은기도로“너무어두워서빛”나는하루하루를살아간다.어쩌면이순간그녀는고통을즐기고있는지도모른다.“고통이망가질것같아서이나라언어를쓸수가없”으니아무맛도나지않는침묵의언어를지을따름이다.“사라지는일에모든것을”걸며.얼핏생의이면,죽음에세계로나아가고있는듯하지만,그래서여러편의시에서노인의이미지가자주등장하지만,여느노인들이내뱉는말처럼그녀의절박한절규,삶의의지또한반어적일수밖에없다.“살고싶어지면어쩌죠.”

한사람이많이죽은구덩이뒤틀리며빠져나가는연기들노인들은아픈손을만지고젊은이들은화학공식을풀었다아이들은손수건을꺼내코를풀고염소는구덩이에고인물을마셨다우리가하나의이름으로무덤에들어갈수있을까노래를가장아름답게부르는사람의이름으로?태어나는순간부터종양을키우는우리의옆구리는서로닮아있다_「방공호」부분

우리는그런시간을고통이라고부릅니다.
[……]
그사람이좋아서우주공간으로퍼져나가는바람의사람이됩니다.나는이제진짜시간을배울수있을까요._「미라의잠」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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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체가되는꿈―“남겨진사람은남겨진다는것에의미가있다”
고통의세상은이제떼려야뗄수없게시인과한몸이되었다.그렇다면시인은어떻게해야살아남을수있을까.어쩌면“산에서움직이지않고소녀를바라보다나무가된사람”과같은세번째생물로살아볼수도있겠다.“이렇게는떠날수가없”을테니까.여전히시인은“사랑받을수없”는세상에서“사라지는기분”으로살아가겠지만“매일매일죽음을생각하는것”또한생이기에혼자이지않기위해,혼자이기위해시인은말한다.“울지말아요,여름”“나는여름에변하지않으니까”라고.다가오는여름에도우리는세계의끝에서아슬아슬하게줄타기를하겠지만손대면바스러질듯한다정한친구들이너무크고슬퍼서,절망하고꿈꾸며계속살아갈것이다.차가운사탕이녹으며단맛을전해줄것만같다.

그는유리조각을꼭쥐었던
붉게물든손을내민다
울지말아요여름

바닥이부서지고모든것은흘러가고
소리가남는다
넘친다_「목요일의범람」

우리가조금씩다가갈수록별은사라진다.우리가서로에게닿았다고생각하는순간,생각밑에있던수정구들이깨진다.

단한번의접촉이세계를나눈다.친하다는것은서로에게얇은단면이되기위해별처럼폭발하는것일까.

나는여름에변하지않는자.

진흙에얼굴을묻는다.넘어지면서땅이하늘이되
는순간,그제야하늘의눈빛을만져본다._「여름밤에는모두친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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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말

계속무늬를짠다
보이지않는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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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산문

생활은
이해할수없는
깊고따뜻한구덩이.

나오려면손과발이부러지도록기어서
나와야한다.
씩씩하게.

쇳가루가흘러나온다.
하루종일
손에서쇠냄새가난다.

진솔하고치열한속과겉은
슬프지만,비정할수밖에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