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드르디, 야생의 삶 - 문지 푸른 문학

방드르디, 야생의 삶 - 문지 푸른 문학

$13.00
저자

미셸투르니에

저자:미셸투르니에
1924년파리에서태어났다.소르본대학교와독일튀빙겐대학교에서철학을전공했다.1967년마흔세살의나이에처녀작『방드르디,태평양의끝』을발표하여아카데미프랑세즈소설대상을수상했고,1970년『마왕』으로공쿠르상을수상했다.지금은살아있는프랑스최고의지성이자위대한작가라는평을받고있다.대표작품으로『황야의수탉』『피에로와밤의비밀』『사랑의야찬』『푸른독서노트』등이있다.

역자:고봉만
프랑스마르크블로크대학(스트라스부르2대학)에서불문학박사학위를받았다.충북대학교불어불문학과교수로재직하며,루소와레비-스트로스같은프랑스사상가들의저서와개성있는프랑스소설을번역·소개하는작업을계속해오고있다.최근에는아동문학의고전들을새롭게조명하고성찰하는일에몰두하고있다.옮긴책으로『인간불평등기원론』『덧없는행복』『크리스마스의악몽』『악마같은여인들』등다수가있다.

목차

방드르디,야생의삶
작품해설로빈슨신화를찾아서:무인도와난파자에관한이야기

출판사 서평

프랑스문학의거장‘미셸투르니에’를있게한문제적작품!
“지금까지와는전혀다른,로빈슨크루소를만나다”

태평양의외딴섬에표류한서구사회의문명인‘로빈슨크루소’와자연과동화되어의무에구속받지않는자유분방한삶을즐기는야만인‘방드르디.’
현존하는프랑스최고의지성이자위대한작가로손꼽히는미셸투르니에의『방드르디,야생의삶』이문학과지성사에서출간되었다.대니얼디포의『로빈슨크루소』를비판적시각으로다시써내려간이책은,로빈슨크루소신화의단순한변주가아닌문명과야만,인간의뿌리깊은관습,진정한자유로움에관한실존적물음을제기하는,그자체로매혹적인한편의소설로서이미고전의반열에올라선작품이다.한국에서는성인판『방드르디,태평양의끝』(민음사)이출간되었고,『방드르디,야생의삶』은투르니에가‘청소년’을위해다시쓴작품으로2000년대초반한국에소개된바있다.이번에문지에서출간한『방드르디,야생의삶』은충북대고봉만교수의꼼꼼하고정확한번역에더해독자의이해를돕는충실한해설,아름다운도판이어우러져한층더완성도높은책으로재탄생했다.

“『방드르디,야생의삶』은군더더기를빼고이해하기쉽게완전히다시쓴책이다.사람들은일반적으로이책을아이들을위한버전으로간주하지만나는동의하지않는다.이책은단지개정판일뿐이다.프랑스에서만육백만부가팔리고35개국어로번역되었기때문에나의마스코트라고할수있는책이다.”

문명과야만,그이분법적경계를허무는원시적상상력의힘
지금껏세계적으로출간된로빈슨크루소관련작품은700여종으로,성서를제외하고가장많이출판및번역되었다.그가운데주제면에서가장큰혁신과변화를만들어낸작품은단연코미셸투르니에의『방드르디,야생의삶』으로,이책은대니얼디포의『로빈슨크루소』와이야기의전개나내용측면에서가장닮은작품이면서도주제나세부적인에피소드측면에서보면가장다른이야기이기도하다.
우선제목의‘방드르디’는‘금요일’을뜻하는프랑스어로,잘알려졌다시피디포의작품에나오는‘프라이데이’와유사인물.그러나투르니에는이책에서‘방드르디’를‘프라이데이’와는전혀다른방식으로묘사한다.

“대니얼디포의로빈슨크루소를읽으면프라이데이는사람이아닌것으로묘사되어있다는점을알것이다.로빈슨이하는말은모두진리다.프라이데이는이를그대로따르기만한다.그는아무말도할수가없다.나는이와는정반대의관점에서소설을썼다.초반에는원작과비슷하지만후반으로갈수록로빈슨은자신이잘못하고있다는것을깨닫게된다.자신이표류한태평양의한외딴섬은그가살던런던과는다른곳임을알게된다.”

이책의전개는크게‘방드르디이전의세계’와‘방드르디이후의세계’로구분할수있다.방드르디와만나기전까지로빈슨의삶은타인이부재한절대고독속에있었다.그는아무도살지않는섬에서법을만들고시간을기록하며규칙적인삶을살려는노력을보여준다.하지만법을적용할사람이없고해가뜨고지는자연의시간말고는시간구분이필요없는외딴섬에서문명세계에서와같은시간에따라생활하는것은모두무의미한행동이다.로빈슨크루소는원시자연속에발을딛고살아가고있으면서도정신적으로는자신이떠나온문명세계와이어진끈을놓지못하고,여전히그곳의시간과기억에서벗어나지못하고있는것이다.
방드르디이후의세계에서가장큰변화는타인이부재한가운데이루어진로빈슨의불완전한통치와고독의문제를일시에해결해줄타인이생겼다는것이다.하지만그는방드르디를동료가아닌노예이자지배의대상으로생각한다.로빈슨은자기뜻대로움직여줄방드르디가섬에도착함으로써섬을지배하고완전한통치자가될수있기를기대했지만,그의의도는완전히실패로끝난다.섬의통치와그정당성이의심받던순간에일어난사건이바로동굴의폭발이다.투르니에는‘동굴의폭발’이라는에피소드를만들어냄으로써이전의『로빈슨크루소』와완전히작별을고한다.동굴의폭발은로빈슨이섬에서이룬문명의흔적을모두날려버리고,로빈슨과방드르디의관계마저변화시킨결정적인사건이기때문이다.

“자연인으로남을것인가,문명인으로되돌아갈것인가”
이렇듯『방드르디,야생의삶』은문명인로빈슨크루소가아닌야만인방드르디를전면에내세운다.

“사람들이나에게‘당신의로빈슨크루소를읽었어요’라고말하면화가난다.나는로빈슨크루소를쓴것이아니라프라이데이(방드르디)를쓴것이다.”

동굴의폭발이후모든것이사라지고,이를통해주인과노예관계가아닌친구사이로발전하는두사람.오히려로빈슨이방드르디에게야생의삶을배우게된다.로빈슨이섬에만들어놓은문명세계의시간은자연의시간으로돌아갔으며,계획된노동과일은놀이와유희로바뀌었다.투르니에는방드르디를노예가아닌로빈슨과동등한관계로끌어올리며대니얼디포의『로빈슨크루소』와판이한,새로운관점에서쓴새로운이야기를전개해간다.

‘로빈슨크루소’뒤집어보기,‘로빈슨크루소’신화의현대적인재해석……『방드르디,야생의삶』을지칭하는전형적인한줄평이다.디포의『로빈슨크루소』가인간의자연지배,이성과합리성의승리,식민지배의합리화등계몽주의적이념의정당화도구로해석된다면,투르니에의이책은인간의뿌리깊은관습과이성과합리성에대한의문을바탕에깔고문명과야만이라는이분법적경계를허물며원시적상상력의힘을가감없이우리에게펼쳐보인다.이를통해단순히로빈슨크루소신화의변주에서그치는것이아닌,로빈슨크루소를완전히다른차원에서새롭게해석함으로써이작품을고전의반열에올려놓는다.
이작품의또다른미덕은문명과자연,인간의고립과고독이라는문제에대한해답을주기보다는독자들에게수많은물음을제기하는,철학적성찰로가득한책이라는데있다.‘로빈슨이섬에서얻은깨달음은현실에서도실천이가능한가?’‘만약그렇다면오늘을살아가는우리에게어떻게적용될수있을까?’등등이러한물음에대해저마다의대답을고민해본다면,이책을더욱흥미롭게읽을수있을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