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의 결 (이태수 시집)

침묵의 결 (이태수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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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올해로 시력(詩歷) 40년을 맞이한 시인 이태수의 열두번째 시집 『침묵의 결』. 이번 시집은 표류하는 자아와 방황하는 내면에 초점을 맞추었던 첫 시집 『그림자의 그늘』(1979)에서 ‘침묵’으로써 언어조차 초월한 본질에 다가가려 애쓴 『침묵의 푸른 이랑』(2012) 이후 지금까지 이태수의 시세계 전반을 아우르며 한 시기를 차분히 갈무리하고 있다. 67편의 시들에서 신(神)과 자연 앞에 스스로를 한없이 낮추어 세속을 뛰어넘는 시인 특유의 ‘넓고 다채로운 침묵의 의미역’(김상환)은 더욱 확장된 듯 보인다. 동시에 “새로운 길이 보일 때까지 참고 기다리든지, 아예 침묵 속으로 들어가든지”(시인의 말), 부단히 고민하며 변화를 모색하려는 의도적 방황 역시 드러나 있다.
저자

이태수

저자이태수(李太洙)는1947년경북의성에서출생,1974년『현대문학』을통해등단했으며‘자유시’동인으로활동했다.시집『그림자의그늘』(1979),『우울한비상(飛翔)의꿈』(1982),『물속의푸른방』(1986),『안보이는너의손바닥위에』(1990),『꿈속의사닥다리』(1993),『그의집은둥글다』(1995),『안동시편』(1997),『내마음의풍란』(1999),『이슬방울또는얼음꽃』(2004)등을상자했다.매일신문논설주간,대구한의대겸임교수등을지냈으며,대구시문화상(1986,문학),동서문학상(1996),한국가톨릭문학상(2000),천상병시문학상(2005),대구예술대상(2008)등을수상했다.

"이태수"의다른책들
회화나무그늘/지음이태수
이슬방울또는얼음꽃/지음이태수
내마음의풍란/지음이태수
안동시편/지음이태수
그의집은둥글다/지음이태수
물속의푸른방/지음이태수
우울한비상의꿈/지음이태수
꿈속의사닥다리/지음이태수
안보이는너의손바닥위에/지음이태수

목차


시법(詩法)
눈[雪]
침묵의벽
벚꽃
오래된귀목나무

어떤거처
아침꿈길
서녘하늘
신성한숲
아기와노인
말없는말들
겸구(箝口)
소음교향곡
별밤
갈수없는길
침묵저너머

II
멧새한마리
새봄은어김없이
봄맞이
봄,봄
봄날한때
계수나무
산딸나무
빈손
야상곡(夜想曲)
정적(靜寂)
알레그로
나는왜예까지와서
바닷가한때
새벽길
가을달밤
한겨울밤

III
쨍한푸른빛
연잎의물방울
아침숲길
삼복염천
하강과상승
분수(噴水)
미망(迷妄)
은목서(銀木犀)에홀리다
한발(旱魃)1
한발(旱魃)2
한발(旱魃)3
신발
그의깃발
느릿느릿
어떤연민

IV
강건너불빛
안개길
오래된골목길
까마득한기억이
다시술타령
아우가족
너보고싶어
입암리처가고택
무늬화백(華白)
가을아침에
오십소백(五十笑百)
어떤연인들
설중매(雪中梅)
우리풀리비에
어느새벽
참꽃천지
후주곡(後奏曲)
평화를위하여
자연은언제나
해설|예술과자연,하나되다?김주연

출판사 서평

시,침묵에바치는성스러운기도

세상과자연사이에서기웃거리며
인간과신사이를끌어당기다

시력40년,열번째인연,열두번째시집

올해로시력(詩歷)40년을맞이한시인이태수의열두번째시집『침묵의결』이문학과지성사에서출간되었다.이번시집은표류하는자아와방황하는내면에초점을맞추었던첫시집『그림자의그늘』(1979)에서‘침묵’으로써언어조차초월한본질에다가가려애쓴『침묵의푸른이랑』(2012)이후지금까지이태수의시세계전반을아우르며한시기를차분히갈무리하고있다.67편의시들에서신(神)과자연앞에스스로를한없이낮추어세속을뛰어넘는시인특유의‘넓고다채로운침묵의의미역’(김상환)은더욱확장된듯보인다.동시에“새로운길이보일때까지참고기다리든지,아예침묵속으로들어가든지”(시인의말),부단히고민하며변화를모색하려는의도적방황역시드러나있다.
문학평론가김주연은이시집의해설을쓰며계간『문학과지성』편집동인시절청년시인이태수에게첫청탁편지를손수써보냈던기억이떠올랐다고한다.그후로수십년,문학과지성사와의열번째인연인『침묵의결』은,시력40년이라는특별한기점을맞이하여한시기를마무리하고새로운길을도모하려는시인에게는물론그의행보를지켜봐온모든독자들에게각별한의미로다가갈것이다.*오는9월22일(19시30분),대구수성아트피아무학홀에서등단40년및제12시집출판기념회가진행될예정이다.문의:대구수성문화원053-794-1334.

시력40년의중진시인이태수는『침묵의결』에서신과자연,자연이함축하는언어,인간의언어와비인간의언어등이세계의본질과현상에대한많은문제들을불러놓는다.시인의소망은‘신성한말’이다.그러나그것에이르지못하고침묵만이그말을감싸고있다고고백한다.이태수에게침묵은말의맞은편에있는것이아니라시인자신의말을껴안고있는언어다.그언어는성스러운기도와같다.인간의언어로조직되어있으면서도끊임없이신성을환기시키는이태수의시는자연,신성,침묵이라는명제둘레를맴돈다._김주연(문학평론가)

말을놓아버린시인,침묵의벽앞에서다

내말은온길로되돌아간다
신성한말은한결같이
먼데서희미하게빛을뿌린다
나는그말들을더듬어
오늘도안간힘으로길을나선다
하지만아무리애써보아도
그언저리까지도이르지못할뿐
오로지침묵이그말들을
깊이깊이감싸안고있다
그래도언제까지나가닿고싶은곳은
그말들이눈뜨는그한가운데,
그런말들과함께눈떠보는게
한결같은꿈이다
내시는되돌아간데서다시
되돌아오는말을향한꿈꾸기다
침묵에서다른침묵으로가는
초월에의꿈꾸기다

「시법(詩法)서시」전문

이태수는늘‘신성한말’을찾기를갈망해왔다.그럼에도인간의언어로는신성한말에가닿는것이불가능에가까운일임을인식해왔다.안간힘을쓰며애써도어딘가숨겨진길이있는것처럼,손에쥐지못한말,잃어버린말들은닿을듯말듯하다제길로곧돌아가고야말기때문이다.“되돌아보면자괴감에서자유로울수없다”고조심스레입을떼는시인의말이단지겸양이아닌것은,번번이손끝을비껴흘러나가던‘신성’이언제까지나그럴것임을이미알고있어서일것이다.좌절은“닫힌문앞에서말을잃게”한다.그문은“두드릴수록목이마르다.”신성한말은“침묵의벽속에가부좌틀고앉아있다.”그러나신성한말과사람의말사이,경계이자접점인벽앞에서이태수는좌절하지도개탄하지도않는다.영영둘레를맴돌지라도,가장근접한자신만의길을찾는다.“유리창너머풍경들을끌어당긴다”(「침묵의벽」).자연의언어속에신의언어가깃든다는,익숙하면서도새로운발견이다.


새들은마치이신성한광경을
나직한소리로예찬이라도하듯이
벚나무사이를날며노래부르고있다
하지만이내온길로하나같이
다시되돌아가버리고말
저침묵의눈부신보푸라기들

―「벚꽃」부분

침묵을잉태한자연,진정한말이눈뜨는세계
이태수의시에서빈번히등장하는자연은소리로그존재를증명한다.들리지않는리듬에맞추어온갖생명이움튼다.이태수는꽃,나무,눈,햇살같은일상속소박한자연에귀를기울인다.그에게는“정적(靜寂)을밀며”“이른봄,성급하게부푼/개나리나산수유꽃망울들”의“자꾸만입밖으로터져나오려”는말들이들린다.“안으로만소리지르듯/하늘로팔을뻗”는꽃잎들곁을맴돌고“정적에갈무리한잎들을일제히밀어올”리는“벌거벗은나무들”에게도조심스레다가간다(「봄,봄」「봄맞이」「새봄은어김없이」).“깊은밤,이름모를새들이/창너머나뭇가지에앉아지저”(「야상곡夜想曲」)귀고,“갑자기나타난까치한쌍”은“정적을난타한다”(「새벽길」).“멧새들이가세해고요를흔든다”(「연잎의물방울」).귀에들리든들리지않든,자연이내는소리는인간의언어로해석될수없다.아침햇살이“모데라토로내리”고,한밤새들의노래가한나절인간이제조한도시의소음을,그“남은소리들을흔들어떨치”며신성한침묵과의운율을빚어내는것에세심히귀기울이면서이태수는자연의언어의근원에접근한다.“소리없이동이트고,아침이온다”(「빈손」).거대한자연의움직임에사람의말은필요치않다.이태수에게침묵은“말의맞은편”에있는게아니라“말을껴안고”있는것이다.“말과침묵사이에시가있다면,그것은인간과신,혹은인간과자연사이에시가있다는의미”(김주연)일테니말이다.

눈은하늘이내리는게아니라
침묵의한가운데서미끄러져내리는것같다
스스로그희디흰결을따라땅으로내려온다
새들이그눈부신살결에
이따금희디흰노랫소리를끼얹는다

신기하게도새들의노래는마치
침묵이남은소리들을흔들어떨치듯이
함께빚어내는운율같다
침묵에바치는성스러운기도소리같다

사람들이몇몇그풍경속에들어
자신도느끼지못하는사이먼데를바라본다
그시간의갈라진틈으로
불쑥빠져나온듯한아이들이몇몇
눈송이를뭉쳐서로에게던져대고있다

하지만눈에점령당한한동안은
사람들의말도침묵의눈으로뒤덮이는것같다
아마도눈은눈에보이는침묵,세상도한동안
그성스러운가장자리가되는것만같다

―눈[雪]전문


뒤표지글(시인의글)
침묵은말이그치는데서시작된다.하지만침묵은말이그치기때문에시작되는건아니다.그때야비로소분명해지므로오늘날은폐돼있는침묵의세계는말을위해서라도다시분명하게드러나야한다.

진정한말이눈뜨는미지의세계를품고있는침묵은그속에끌어안고있는사물들에신성한힘을부여하며,그존재성이침묵속에서강화되게마련이다.침묵은늘제자리에그대로있지만,말은침묵없이홀로있을수없고,그배경없이깊이를가질수도없다.

말은침묵에서나와다시침묵으로되돌아가지만,침묵은언제나절대적인말을잉태한다.시쓰기는그절대적인말,신성한말찾아나서기이며,침묵속으로깊숙이들어가그런말들을끌어안고나오기가아닐는지……

시인의말
열두번째시집을묶는다.
등단40년―되돌아보면자괴감에서자유로울수없다.
새로운길이보일때까지참고기다리든지,
아예침묵속으로들어가든지해야겠다는생각도했었다.
지난2013년한해,
가을까지쓴작품들을정리했다.
그이후지금까지달라지기위한방법을모색하며방황해왔다.
이젠또다른새길이열렸으면좋겠다.

2014년가을
이태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