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상수족

환상수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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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이민하의 시집 『환상수족』. 문학평론가 허윤진은 이 시집에 관한서 이렇게 말했다. “문에 대한 자의식에서 출발한다. 문에 기대지 말라는 경고는 반어적이게도 우리로 하여금 문이 무엇인가에 대해 강하게 의식하게 만든다.” 조형 예술적인 주제들에 천착하고 시각의 문제를 중시하고도 있다. 《안개거리와 빵가게 사이》, 《녹색 원피스의 여자를 바라보는》, 《사라진 지도》, 《계단을 오르는 사과나무》 등 다양한 시를 수록했다.
저자

이민하

저자이민하는1967년전북전주에서태어났다.2000년『현대시』로등단했다.시집『환상수족』『음악처럼스캔들처럼』『모조숲』이있다.2012년현대시작품상을수상했다.

목차

1부안개거리와빵가게사이
열리는문:손가락사이에서흘러나온찢어진비둘기,구름을쪼며질주하는잉크빛혈관―?이번역은전동차와승강장사이에강이흐릅니다/입구/나비잠/안개거리와빵가게사이/유리공원/토마토/처녀들/안경을벗은당신,/꿈꾸는지하철3호점/좁은문/야행성/노란약을파는가게/잠없는잠/한아이가거울을보며울고있네

2부서있는의자
앵무새一家/아버지는주무신다/새장속의혀/배꼽―관계에대한고집/데칼코마니―관계에대한고집/사진놀이/지붕위의학교/물고기연인/사각의눈/낙원―관계에대한고집/哀人―관계에대한고집/거울놀이/녹색원피스의여자를바라보는/옷걸이에걸린도마뱀꼬리들/탱크로리/서있는의자/토크-쇼―관계에대한고집

3부세상에서하나뿐인수리공K의죽음
산책/세상에서하나뿐인수리공K의죽음―8요일/붉은꼬리가있는풀밭―8요일/마술피리―8요일/자전거와소나무숲/물위의산책/사소한새벽/들어가는사람/20031010/키스/램프/사방연속물결무늬/사라진지도/가벼운탄주―아침의나라/가벼운탄주―화살의나라/히프노스의나무상자

4부계단을오르는사과나무
H/환상수족/Sand-wich/밸브/검은수레바퀴/검은나비/못/계단을오르는사과나무/공기무덤/하루치/뫼비우스가사라진뫼비우스맵/이야기/닫히는문:지문자국을훔치려허리를굽힌만삭의계단,나선형의배속에서유영하는새들―다음정차역은천일후에도착합니다

해설색채의배합에대한연구_허윤진
기획의말

출판사 서평

대상을투과해자신을내보이는투명한유리구슬의눈을가진시인

‘색채’라는추상을구체적이고가시적인형식으로조명해내는조형예술가의생애

“말놀이로세계건축의기초공사”를마쳤다고평가받는시인,언어의의미질서를따르지않고감각적이미지의질서를따라문장을완성하는시인,이민하의첫시집『환상수족』은2005년출간된이후변용과왜곡그리고환상체험이라는‘언어의착란’을통해상식과질서의세계를파괴하고,그자리에가공된시적이미지의세계를구축해온시인의시세계와만나는시발점이되어주었지만잠시독자들곁을떠나있어야했다.이어서나온시집과만나는사이에도그아쉬움이커문학과지성시인선R을통해재회의기회가마련되었다.“유리가루같은바람이가볍게흩날”리고“햇살이죽창으로생살을헤집는날”에“솔숲사이로바람이싹뚝”잘려나가는듯한황량하고스산한세계인식과그것의반향으로뒤따르는섬뜩한상상은그녀만의고유한시세계라할만하다.수동적인수용과이에반해어쩌면과도할수있는극한의상상은“손을대면사라지는한칸의유리”를대하는듯한조심스러움과“시간을탕진하고싶을만큼”의절망감과“끝없이즙을짜내는양파같은눈”과눈물을가진시인의조건적상태와같다.지금이순간『환상수족』을다시만나여리지만날서고가볍지만강렬함을지닌시인을투과해세계를경험하는일은어제와오늘을따로구분하지못하고상식과비상식이뒤바뀐오늘을낯설고새롭게마주하는일과같을것이다.

‘보다’와‘보이다’

이민하의시에서대상사물과사람과자연은“인간이라는틈으로빨아들이는대신인간이자연이라는광막함속으로빨려나가는데(허윤진)”,이러한‘자리바꿈’의시적기법은순간적으로자신의관습적사고를마비시키고의심하게하며시를매우이질적이고생경한환각처럼보이게만든다.그녀의비유가관습적인자리대신다른대구항을마련하는것은시인의세계인식이모두그러한역학구조안에있기때문이다.자신을증명하기위해타인을보고,세계를이해하기위해바깥을본다.하지만이‘보는행위’는망막에비치는상이뇌에서인식되는구조가아닌,그대로투과해비추는‘보여지는행위’이다.이때그녀가하는일은“발꿈치를들어눈높이를조절”하는것뿐이다.그러한수용과수동은“당신을한아름꺾어내몸에꽂았네.꺾인당신은웃었고나는피를흘”리는결과를남긴다.그러나이시구를가만히들여다보면애인(당신)은웃고나는우는모습이아니라허허롭게웃고있는시적화자를만날수있다.이것은자신을놓아버림으로써지키는이민하시인만의힘이고능력이아닐수없다.

“인간으로서의시인이대상을자기쪽으로불러들여규정할수있는권리를포기하고,대신대상쪽으로달려가산포(散布)되려하는것은그녀가지극히타자지향적인존재라는것을알려준다.이것은인간으로서나,예술가로서나,학습과훈련을통해서는얻을수없는능력이다.흉내는낼수있지만완성할수는없는능력이다.타자를향해,타자안에서사라져버리는것은일종의자살이과자발적인죽음인데,모든인간이이러한선택을할수있는것은아니다.능동적인자기부정과자기소멸이가지는역사적희소성은시인의존재를고상하고고귀하게만든다.”허윤진(문학평론가)

‘사랑’―관계에대한고집

이시집을관통하는보고,보이는관계의근거는사랑에서비롯한다.어떠한관계에서의역학처럼‘사랑’의관계는타자가가져다줄나의유익을모두포기하고타자를위해나를희생하는데서오는고상한희열이라할수있다.“볕좋은창가에서죽었던의자”“새파랗게죽어서영원히사는의자”로남는일은일차적느낌처럼비루한일만은아니다.볕이있으며영원히살아있기때문이다.

모든제로의관계는제로의무관계이고이무관계가또관계입니다.무엇이나소통될수있는관계는무엇이나소통될수있는무관계이고이무관계가또관계입니다.나는죽음을이야기합니다.아니삶인가요?(「토크―쇼―관계에대한고집」부분)

수신되는“언어를매달고피아노속으로뛰어드는사람은”언제나“아직방전되지않은눈을헐떡거린다”.“암실을통과한두개의유리알”“상처난눈과상상하는눈을전구처럼갈아끼는우리의모든날은생일”과같다.매일매일자신을지우고타자와바깥을받아들이는시인은매일죽지만매일다시태어나므로,오늘그리고내일은“멀리서보면무한한허공을종횡무진하는/한점먼지알갱이”이지만“둥둥둥둥달”려보고싶은시인의생일이아닐수없다.

나룻배를한척샀어요

강을건너는일보다

굽이를따라흐르는일이많았어요

[……]

나는나룻배대신내몸을조금씩지불했어요

내몸은점점가벼워져

소문이되었다가전설이되었어요(「물위의산책」부분)

■시인의말

약을밀매하고언어라는부채를끌어다사들인지우개들이여.

나의꼬리뼈는루머에지나지않는다.

수족을절단하는효능에대해서라면,그것도빨간거짓말.

이제너희들의멍에를풀어줄게.

호수에빠진달의꼬리,나는내몸에서흘러나온호수의딸.

사랑하는그에게만은이첫時集을들키지않기를바라며.

2005년6월


무덤을옮기려고관을다시짰다

낯선시간속에서

사라진손가락들이내방을옮겼다

낯선詩間속으로

2014년12월

이민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