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장소, 환대 - 현대의 지성 159

사람, 장소, 환대 - 현대의 지성 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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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사람, 장소, 환대』는 ‘사회적 성원권’, ‘환대’ 등의 문제를 오랜 기간 연구해온 인류학자 김현경의 첫 저서이다. 우리는 어떻게 이 세상에 들어오고, 사람이 되는가? 우리는 사람이기 때문에 이 세상에 받아들여진 것인가 아니면 이 세상에 받아들여졌기 때문에 사람이 된 것인가? 다시 말해 ‘사람’이라는 것은 지위인가 아니면 조건인가? 조건부의 환대 역시 환대라고 할 수 있을까? 우리에게 주어진 환대가 언제라도 철회될 수 있다면, 우리는 진정한 의미에서 환대되지 않은 게 아닐까?

이 책은 이러한 질문들에 답하며, 사회를 ‘시계’, 즉 기능을 가진 구조들의 총체나 ‘벌집ㅡ재생산적 실천을 하는 주체들에 의해 재생산되는 구조’에 비유하는 구조기능주의에서 벗어나, 사람, 장소, 환대라는 세 개념을 중심으로 사회를 다시 정의하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 저자는 사유의 궤적이 드러나는 묵직한 질문들을 던지면서도, 추상적인 개념에 의지하기보다는 다방면의 참고문헌들을 적재적소에 활용하여 논의를 전개해나감으로써 일반 독자들도 지적 자극과 흥미를 느낄 수 있게 해준다.
저자

김현경

서울대학교에서인류학을공부하고프랑스로건너가사회과학고등연구원에서‘역사와문명’전공으로박사학위를받았다.학위논문은한국의근대화와해외유학관행에대한것이었다.한국에돌아온뒤에는서울대,덕성여대,연세대등에서인류학을가르쳤다.독립연구자로서의정체성을추구하고있으며,학술논문에도대중적인에세이에도속하지않는새로운글쓰기형식을실험하고있다.지은책으로『사람,장소,환대』,『공간주권으로의초대』(공저)가,옮긴책으로는『언어와상징권력』,『역사를어떻게쓰는가』(공역)등이있다.

목차

목차
프롤로그:그림자를판사나이
1장사람의개념
2장성원권과인정투쟁
3장사람의연기/수행
4장모욕의의미
5장우정의조건
6장절대적환대
7장신성한것
부록장소에대한두개의메모
감사의말

출판사 서평

“사람이라는것은사람으로인정된다는것이다.
사회의경계는이나날의인정투쟁속에서끊임없이다시그어진다.”

이책의키워드는사람,장소,그리고환대이다.이세개념은맞물려서서로를지탱한다.사람임은일종의자격이며,타인의인정을필요로한다.우리는환대에의해사회안에들어가며사람이된다.사람이된다는것은자리/장소를갖는다는것이다.환대는자리를주는행위이다.사람과장소를근원적으로연관된개념으로본다는점에서이러한접근은한나아렌트와유사하다.아렌트에따르자면,사회는물리적으로분명한윤곽을갖는객관적인실체가아니라‘내가타인에게현상하고,타인이나에게현상하는공간’이다.하지만아렌트의관심이주로정치적,법적문제에맞추어져있다면,김현경은공동체와주체를구성하는상징적이고의례적인층위로시야를확장한다.사람은법적주체일뿐아니라,일상의의례를통해재생산되는대상이기도하다는것이다.
‘상호작용질서interactionorder’에대한사회학자어빙고프먼의연구는이러한확장에결정적인도움을준다.김현경은상호작용질서대사회구조라는고프먼의이분법을따르면서,상호작용질서에서의형식적평등과구조안에서의실질적불평등이어떻게현대사회특유의긴장을가져오는지설명한다.현대사회는우리가잘살건못살건배웠건못배웠건모두사람으로서평등하다고선언한다.하지만우리를사람으로만들어주는것은추상적인관념이아니라우리가매일매일다른사람들로부터받는대접이다.사람행세를하고사람대접을받는데물질적인조건들은여전히중요하게작용한다.신자유주의의모순은상호작용질서의차원에서는모든인간의존엄성을주장하면서,구조의차원에서는사람들에게서자신의존엄을지킬수단을빼앗는다는것이다.
이와연장선상에서,근대이전에존재하던신분적모욕이어떻게신자유주의체제에서새로운형태의더욱미묘하고일반화된모욕,즉굴욕의형태로등장하는가에대한분석은아주날카롭다.

예고없이실직을당할때,일한대가가터무니없이적을때,아무리절약해도반지하셋방을벗어날수없을때사람들은굴욕을느낀다.하지만이것은모욕으로여겨지지않는다.이론적으로모욕은구조가아니라상호작용질서에속하는문제이기때문이다.나를해고한사장도,월세를올려달라는주인집할머니도나를모욕하려는의도가있었던것은아니다.그들은시장의법칙에따라(즉구조의담지자로서구조가명하는대로)행동했을뿐이다.그들은매우예의바르게,심지어미안해하면서자기들의입장을전달하지않았던가?누구도나를모욕하지않았다면,내가느끼는굴욕감은전적으로나자신의문제가된다.

우정이란무엇인가?
적敵을환대하는것은가능한가?

이책은또한환대hospitality의개념이내포하는역설을해결하려고노력한다.환대란타자에게자리를주는행위,혹은사회안에있는그의자리를인정하는행위이다.환대받음에의해우리는사회의구성원이되고,사람으로서의권리를갖는다.그런데우리는적대적인타자까지도환대할수있는가?
자크데리다는이러한환대가불가능하다고주장해왔다.우리는모르는사람에게호의를베풀수있고,대가를전혀계산하지않고도그럴수있다.하지만그사람이돌변하여우리를해치려할때도여전히그러한가?김현경은데리다가환대를개인이다른개인에게자신의사적공간을개방하는문제와결부시키거나,주인의자리에개인대신‘국민’을대입시키는오류를범하고있다고말한다.이렇게하면환대는외부인을맞이하는문제,또는울타리를개방하는문제가되어버린다.하지만우리는우리가‘주인’이라는것을어떻게아는가?우리는어떻게해서국민이되고,가족의일원이되는가?
이책은환대를어떤사람이인류공동체에속해있음을인정하는행위,그가사람으로서사회속에현상하고있음을몸짓과말로써확인해주는행위로볼것을제안한다.어떤사람을절대적으로환대한다는것은그가어떤행동을하든처벌하지않는다는게아니라,어떤경우에도그의사람자격을부정하지않는다는것이다.살인같이반사회적행동을한사람역시사회의구성원으로계속환대된다.사회를만드는것은이런의미에서의절대적환대이다.아니사회란본디절대적환대를통해성립한다고말해야할지도모르겠다.절대적환대가불가능하다면,사회역시불가능할것이라고저자는주장한다.

『사람,장소,환대』는다양한분야에서논의되어온이론적인문제들을다루고있지만,학계의관행이나기준에따른건조한논문의형식을띠고있지않다.저자는사유의궤적이드러나는묵직한질문들을던지면서도,추상적인개념에의지하기보다는오랜연구와강의경험이바탕이되지않았더라면기대하기힘들다방면의참고문헌들을적재적소에활용하여논의를전개해나감으로써일반독자들도지적자극과흥미를느낄수있게해준다.만만치않은문제의식에유려한글솜씨까지갖춘,우리가새롭게주목해야할저자의등장을알리는책으로손색이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