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등 (허준 중단편선)

잔등 (허준 중단편선)

$12.03
Description
식민지 시대의 분노와 복수심, 해방의 감격과 무질서를 뛰어넘는 새로운 인간 정신을 모색하고자 한 작가 허준의 중단편선 『잔등』. 허준의 전작을 망라하기보다는 미학적으로 의미 있는 작품을 선하여 수록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았으며, 중간에 자료가 멸실되거나 연재가 중단된 작품과 일본어로 발표된 콩트 등은 수록하지 않았다. 이번 선집에서는 다양한 판본들의 대조로 텍스트의 정확성을 높였으며, 조선어와 일본어의 이중어문학적 측면과 당시대의 방언을 최대한 살리고자 노력했다.
저자

허준

저자허준은1910년2월평안북도용천에서태어나중앙고보졸업후일본도쿄에서유학했다.1934년호세이대학문과를수료한뒤귀국하여『조선일보』에「초」「가을」「실솔(??)」「시(詩)」「단장(短杖)」등다섯편의시를발표하며시인으로데뷔했고,1936년비평가백철의추천으로『조광』에「탁류」를발표하며소설가로등단했다.같은해4월에호세이대학을졸업하고조선일보사에서근무했다.1941년『문장』에「습작실에서」를발표한후만주로건너갔다가해방직후귀국하여1945년12월27일홍명희,임화,박태원,김기림등과함께‘경성조소문화협회(京城朝蘇文化協會)’창립식에발기인으로참여했다.1946년조선문학가동맹이주최하는‘전국문학가대회’에참석하며조선문학가동맹소설부위원으로활동하였다.그해첫소설집『잔등』을을유문화사에서발간했다.1950년한국전쟁때인민군을따라월남하여잠시서울에머물렀고,1958년니콜라이두보프의「고독」을번역했다는것외에이후행적은알려져있지않다.

목차

일러두기

탁류(濁流)
습작실(習作室)에서
잔등(殘燈)
속습작실(續習作室)에서
평대저울


작품해설진보적지식인의자기성찰과타자의상처에대한깊은공감/권성우
작가연보
작품목록
주요참고문헌
기획의말

출판사 서평

혼돈속에서도작가적양심과자각을아프게지켜나갔던

오래잊혀왔지만문학적가치마저지워낼수는없었던작가,허준


허준은1936년비평가백철에게추천되면서“금일창작의최고봉”이라는찬사를받은작품「탁류」를『조광』에발표하여소설가로등단했다.그는1940년대초반까지활발한창작활동을이어가며우리에게도잘알려진「잔등」「습작실에서」등의대표작을발표하다가1941년만주로건너가독립운동에투신하였다.해방후에는귀국하여홍명희,임화,박태원등과함께활동하였고,한국전쟁직전월북하여이후의행적이거의알려지지않았다.그의작품은미완성작까지포함해도열편남짓뿐이지만,배제의전선이복잡하게그어지던해방전후에도엄격한윤리적글쓰기를지향하며“식민지시대의분노와복수심,해방의감격과무질서를뛰어넘는새로운인간정신”을모색하고자한허준이한국의소설사에서차지하고있는의미는결코작지않다.

한국문학전집허준중단편선『잔등』은허준의전작을망라하기보다는미학적으로의미있는작품을선하여수록하는것을원칙으로삼았으며,중간에자료가멸실되거나연재가중단된작품(「황매일지」「임풍전씨의일기」등)과일본어로발표된콩트(「습작실로부터」)등은수록하지않았다.이번선집에서는다양한판본들의대조로텍스트의정확성을높였으며,조선어와일본어의이중어문학적측면과당시대의방언을최대한살리고자노력했다.더불어이에대한이해를돕기위해주석또한상세히달았다.이책은허준문학에새로운의미를부여하고그의진면목을재조명할수있는계기가될것이다.

「잔등」,혁명의가혹함과상처받은타자에대한연민

이책의표제작으로선정된작품이자,허준의가장잘알려진대표작「잔등」은이러한허준의작가적관심이이동해가는데징검다리역할을한다.해방과귀향의감격에휩싸여있는현실과비판적거리를유지하면서,격동기에나타난다양한삶의태도를냉정하게그려낸수작이다.이작품의이야기는주인공과그의친구‘방(方)’이만주에서서울로돌아오는여로를중심으로구조화되어있다.주인공‘나’는장춘에서청진까지오던중열차를놓쳐함께오던‘방’과헤어지고,뱀장어를잡아서일본인에게파는소년을만난다.하지만이소년의본업이숨어있는일본인을알아내고발하는것임을알게되고,복수심으로가득찬소년의모습을망연히바라보게된다.한편독립운동을하다죽은외아들을가슴에품고서도피난가는일본인마저동정의눈길로바라보는국밥장수할머니를보며가슴속에혼재된비애와관용의마음을발견한다.해방의감격이넘치는귀향길위에서도주인공은감격과설렘보다비애와허무를느끼게되었음을제시하는이소설은격동의상황과거리를유지하며역사를바라보는또다른시각과진정한인간애의모습을담담하게제시한다.

순정한소설가의절망과좌절

너의문학은어째오늘날도흥분이없느냐,왜그리희열이없이차기만하냐,새시대의거족적인투쟁과열기속에자그마한감격은있어도좋을것이아니냐고들하는사람이있는데는나는반드시진심으로감복하지아니한다.민족의생리를문학적으로감득하는방도에있어서,다시말하면문학을두고지금껏알아오고느껴오는방도에있어서반드시나는그들과같은방향에서서같은조망을가질수없음을아니느낄수없는까닭이다._1946년9월을유문화사에서나온『잔등』의서문

해방이후민족으로의귀환이마땅한것으로종용되었던상황에서열정적인주체로거듭나야한다는세간의요구에대해자신이생각하는문학의방향과전망은다르다는점을작품으로써거듭밝혀온허준은그의문학사적입지와그간의꾸준한연구에도불구하고월북작가라는틀에갇혀남한에서크게알려지지않은작가가되었다.하지만막막한현실에서답보적인체념을느끼면서도자신의윤리를꾸준하게고수해온그의작가정신은언제나유효하다.

내면주의에서현실인식으로

허준은1930년대후반일제의파시즘이노골화된시기에,지식인이겪는불안의식과허무주의를형상화한작품을발표하며본격적인창작을시작했다.허준소설의주인공들은주로존재론적의미의불확정성속에서살수밖에없는인간의숙명에순응하는지식인들로그려지곤하는데,특히해방이전의작품인「탁류」와「습작실에서」등에서는불안감,허무감,고독감에사로잡혀내면세계에칩거한채현실과조화를이루지못하는지식인의자의식과심리를매우개성적인문체로치밀하게묘사하고있다.이러한내면주의경향은해방이후작품에서도부분적으로드러나「잔등」의주인공처럼격동에휩쓸리지않으면서자의식을견고하게유지하는인물로등장하기도하지만,「습작실에서」에서고독한개인의내면을집중했던것과달리「속습작실」에서는관심이현실인식으로전환되는것을볼수있다.이렇듯그의작품세계는변모의과정을거친다.1948년월북하기전에남한에서마지막으로발표한소설인「평대저울」에이르러소설적아름다움이수사적인것이아니라작가의체험을바탕으로한진정성과핍진성을강조한다는점에서그의변화는뚜렷하게드러난다.

김동리가허준소설의니힐리즘을‘강렬한윤리적의의’로평가했던것처럼,내면세계에천착해온지식인이현실에새롭게눈뜨는과정을통해시대적요구와지성적통찰로자신의주체성을정립해나간작가로평가받을만하다.이책은‘허준문학’이라는이름으로시대와결합한한국근현대문학의한지점을이해할수있도록하며,균형잡힌시각으로우리문학사를바로볼수있는계기를마련할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