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책은출간자체가‘사건’이다!
유럽좌파운동의역사를담은기념비적인소설
“지배계급애대한‘저항’은연대를통해가능한데,
연대는무엇보다도타자에대한상상력을토대로한다.
그리고상상력은무엇보다도문학과예술을통해가능하다.”
서독과동독,중립국,제1세계와제3세계,서양과동양을가리지않고제국주의적억압과착취를고발했던세계시민이자사회참여작가페터바이스의마지막역작『저항의미학Die?thetikdesWiderstands』이문학과지성사대산세계문학총서133~35번째권으로출간되었다.
극작가로먼저세계적작가의반열에오른페터바이스는정치적참여와행동을작가적의무로생각하고여러정치·사회적인메시지가담긴희곡을썼다.그리고그가생의마지막10년을바친역작,무려6,700매에달하는(번역원고기준)장편소설『저항의미학』은1972년에집필을시작하여1975년에1권,1978년에2권,1981년에3권이출간되었다.페터바이스는그과정에서심장병이악화되어1982년에65세를일기로타계했다.
이책은완간되고작가가사망한뒤인1980년대에들어서면서독일좌파학자와비평가들에게인정받았다.1982년에는브레멘문학상과,서독최고의문학상인뷔히너상을수상했으며,1988년에는국제바이스학회가창립되는등그에대한연구가이루어졌다.1,2권이출간되었을때에는소설의정치적메시지에대한비난이적지않았으나,완간후에는이소설의포괄적인문학적가치에대해아무도이견을제시할수없었다.
또한대중적으로도큰반향을일으켰는데,복잡한역사적논의들과형식에도불구하고이작품은1988년당시독일에서베스트셀러에해당하는10만부의판매고를올렸다.1980년대서독의진보적지식인과시민들,대안적사회주의를꿈꾸던동독의반체제지식인들은이소설에열광했다.독서클럽이결성되고베를린페르가몬박물관을함께순례하는진기한팬덤현상도나타났다.사회주의동구권의몰락후,이소설은과거로서잊히는것같았으나,1990년대후반홀로코스트와희생자중심의기억문화가새롭게부상하고,통일독일에서두독일역사의통합이논의되고,또21세기에이르러더욱가속화되는세계자본주의의파괴적인독과점을목도하면서,『저항의미학』이던졌던물음과대답들은새롭게주목받고있다.
저항의역사는억압의역사,수탈과착취의역사
파괴와살육의광기어린역사속에서도이어졌던‘저항하는주체’들
전후독일사회의‘망각’에저항하는소설._위르겐하버마스(독일철학자)
『저항의미학』은1937년에서1945년까지유럽전체를휩쓸었던파시즘의파괴전쟁과그에대한사회주의세력의저항을총체적으로보여주는소설이다.독일반파시즘역사를바라보는페터바이스의관점은두가지뚜렷한특징을보이는데,아래로부터의저항과파국의순간을중심으로한다는점이다.
소설은노동자이자반파시즘저항운동가인스무살의젊은주인공이국제여단에입대해스페인내전에참전하고자고향베를린을떠나기하루전인1937년9월22일에시작되어스페인과파리,망명지인스톡홀름,베를린에서의저항운동을기록하고,1945년세계대전의파국적종말과함께끝난다.사건의중심에선인물들은지하조직에서활동하는노동운동및공산주의계열의반파시즘저항세력이다.바이스는무수한일차기록과이차자료들을조사·연구하고,생존자및목격자들과의수많은인터뷰,현장답사를통해이소설을완성해냈다.소설에기록된모든사건은역사에실제로있는사실이며,묘사된장소와인물들은화자인나와나의가족을제외하고는모두실재했으며,언급되는책과미술작품들은실제비평으로손색이없다.
사실일뿐아니라너무나구체적이고생생한보고와고백들,권력에저항하다고문당하고학살된희생자관점에서이루어진이과거에대한성찰은역사속에서순수한이타심과열정으로자신을희생한이름모를사람들의얼굴을되찾아주었고,남은자를각성시켰다.1930~40년대의사회주의·공산주의계열의반파시즘저항의역사는,서독에서는외면되거나망각되었고,구동독은자신들을반파시즘투쟁과승리의주역으로단정한채정권의정당화를위해왜곡,미화되고있었다.하지만반파시즘저항운동의역사를그과정에서희생된평범한익명의사람들의관점에서바라본다면,1945년5월은승리의순간이라기보다오히려대파국의순간이다.화자‘나’에게1945년은파시즘에저항했던수많은진정한사회주의자들,모든인간의해방과자유를꿈꾸었던저항의역사의진정한주역이라고할수있는이들이파시스트들에의해서,아니면스탈린주의자들에의해서거의처형되었거나사라져버린절망의시점이었다.
페터바이스는자신은살아남은자로서그무시무시한폭력에‘저항’하고‘희생’되었던사람들을‘책임’져야한다고말한다.그들이목숨을바쳐가며품었던꿈과희망,그들이느꼈던공포와절망,그들이보았던역사의진실이무엇이었는지알아내고전달할책임이있는것이다.어떤의미에서『저항의미학』은인간성회복을위해파시즘에저항했고,그로인해학대받고살해되었던(살해될뻔했던)모든사람들의트라우마를치유하고,또그명예를회복하기위한‘애도의소설’이다.
저항의미학(美學)
피카소의찌그러지고터진몸뚱이들,일그러진얼굴들은그시대에대한증언이기도했다.그림은고함을지르고있었다.그것은지나간억압의시대들에대한기억이었다._1권505쪽
“우리안에종합예술,종합문학이있는거야.[……]예술의어머니인므네모시네는기억을뜻해.므네모시네는예술적업적전체에스며있는우리의자기인식을지켜주지.”_1권116쪽
‘근대’라는프로젝트가완성되기위해서는삶과예술,전문가와비전문가의구분이지양되어야하며,우리는그가능성의역사적사례를『저항의미학』에등장하는젊은노동자들에게서찾아볼수있다._위르겐하버마스(독일철학자)
『저항의미학』의의미가본격적으로논의된것은3권이완간되고작가가사망한후인1980년대에들어서면서다.68운동의정치적에너지가소진되고주관적인미학이다시부상한1970년대를경험한독일의좌파학자,예술가,지성인들에게이책은비판적예술의지향점으로부상했다.이들은이작품에서“오늘날예술이어떻게사회에실제적인영향을미칠수있을것인가”하는물음에대한구체적답을보았던것이다.
주인공과친구들은저항의창조력으로전환될수있는예술과미적상상력의본질에대해고찰한다.예술과문학에내재된본질적인창의성,대상을인식하는새로운감수성으로서의미적능력이계급해방의잠재력이된다고보는주인공은예술과문학,역사와신화에내재된계급적감수성을이해하여그것을바탕으로소외되고,억압받고,투쟁하는계급의집단역사를기록함으로써그투쟁에동참하고자한다.정치적결정과정에서소외된다수가수동적이고순종적인위치에머무르지않고그들다수의입장을관철시킬수있으려면,자기잠재력을믿고자신의언어와자신의문화를찾아야만하는것이다.
그리하여주인공과친구들은저항의역사를담당했던그사회의가장아래에있던사람들에관한,또그들에의해생산된작품들을중심으로서구문화사를재구성한다.헬레니즘미술의최고봉‘페르가몬신전부조’부터헤라클레스신화,지오토의벽화,앙코르와트,「1808년5월3일,마드리드수비군의처형」「게르니카」「메두사호의뗏목」「멜랑콜리아」「죽음의무도」,단테의『신곡』,카프카의『성』,바르셀로나의사그라다파밀리아대성당까지.노동하는계급의입장에서예술과문학에깃든대안적인식과저항의잠재력을읽어내는이런방식의예술비평은,그계급적관점에공감하는순간예술에대한새로운인식과체험을열어주는마법같은위력을발휘한다.
갇혀있는아픔이신음소리를내기시작하고,이신음소리가언어로,다시이언어가글로옮겨질수있을때,이것이바로지배와피지배의역사를종식시킬수있는‘저항’의단초가된다.예술작품속에표현된‘고귀한것들’이지배자자신들의모습을담은것이라면,그속에표현된‘무릎을꿇고있는동물적인존재들’이바로피지배자인‘우리’의모습이었다는인식에도달하게될때,이러한연대의식이바로‘저항’의시작이된다.페터바이스는다른시대,다른사람의아픔에공감할수있는역사적?사회적상상력을가져다주는것이바로예술의역할이며,이것이바로‘저항’을담보하는‘미학’의원천이자,지배를종식시킬수있는새로운정치적이념이되어야한다고주장한다.
저항하라!
페르가몬제국의절정기가지난지2천년이흘렀다.『공산당선언』이후거의1백년이다되도록,상류층은문명의모든발전을여전히독점했다.그리고그권력의유지에우리는늘공조해왔다.붕괴의싹은옛날옛적에태동했지만,타고난신분이라는생각의힘과복종의계율은늘막강했다.사회발전단계의이행을추진하는동력이바로자신이라는것을노동하는다수는여전히깨닫지못했다._1권64쪽
어떤사람이다른사람에게자유를줄수있다는것은말도안되는생각이었다.자유란스스로얻어낼수있을뿐이다._2권142쪽
『저항의미학』은읽기만만한텍스트가아니다.방대하고빡빡하다는외형적특성때문만은아니다.작품전체를지배하는문제의식의세계사적무게감이마음편한접근을불허한다.『저항의미학』이나온지이제30년이상의시간이흘렀다.그사이에동구사회주의체제는무너졌고,우리사회의이데올로기지형역시심대한지각변동을겪었다.1980년대까지의비장했던민족?민중?계급논의는경쟁력?성장?취업?평가따위의각박한신자유주의적광고문구들에밀려났다.나치체제의패권주의,유대인대량학살은이미몇세대지나간과거사지만,인종차별과학살,약자에대한억압과착취는지금도세부양태만바뀐가운데인류사회가풀어야할숙제로남아있다.이점에서파시즘극복문제는당대성을잃지않고,아직강고하게존속하는시대적잔혹에진지하게맞서는『저항의미학』은오늘우리에게도현재적이다.
또한이책은파시즘세력의잔혹성에만한정되지않고반파쇼저항운동내부의잔혹성도솔직하게털어놓는다.이는오늘날우리사회에서도흔히볼수있는모습들이다.민중들은좌파들의그런모습에실망하고좌절한다.하지만페터바이스는그럼에도불구하고절대적폭력앞에서의저항이어떻게가능하고어떤의미를지닐수있는지지극히진지한어조로풀어낸다.저항세력내의반목과갈등,모순에도불구하고순수한열정과사회주의적도덕으로신념을지키는비쇼프나로스너등의모습에우리는희망을걸게된다.이작품은저항운동을비현실적으로미화하지않으면서동시에허무주의를넘어선다.이시대를고민하는이라면,오늘날우리사회와놀라울만큼겹쳐지는문제의식이있는『저항의미학』을주저하지말고만나봐야한다.
‘나’가되어역사를목도하는시간
극단적이념세력들의충돌과투쟁속에몰락했던이들의역사를전하기위해바이스는객관성과중립성을추구하는삼인칭화자나사건의현실을조망하는관점을지닌전지적화자를내세우지않는다.바이스는오히려평범한젊은저항운동가인일인칭화자를내세우는데,일인칭시각을통해집단적파괴와저항의역사에‘참여’했던다양한수많은개인들의행동과판단,꿈과희망,갈등과좌절,두려움과불안,모순을,‘기억하는후대’의여유와도덕에서가아니라,그들의‘트라우마가득한현실’의지평에서재구성하는것이었다.그리고이러한전략은또다른효과를가져오는데,독자는어느새소설속의현장에서‘나’의눈으로역사를바라보게된다.주인공‘나’의눈이독자자신의눈이되는것이다.
이러한이유로이소설은대단히이념적인작품임에도불구하고독자들의가슴을울린다.금방떨어지고마는전단한장을벽에붙이기위해서,혹은곧지워질‘저항하라’라는한마디를길모퉁이에찍어놓기위해목숨을걸어야했던지하운동가들.이작업을하던지크가감옥에서죽었다는소식을듣자,비쇼프는그의도구를들고밤새거리를가로지르며저항하라는흔적을시내에남긴다.이때그녀는“마치자신도체포되기를원하는듯이더이상주변을돌아보지도않았다.”그후그녀는종종스탬프를들고거리에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