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The Hole) 편혜영 장편소설

홀 The Hole

$15.00
Description
이미 뚫려 있던 구멍의 실체와 마주하다!
편혜영의 네 번째 장편소설 『홀(The Hole)』. 2014년 작가세계 봄호를 통해 발표한 단편 《식물 애호》에서 시작된 작품이다. 느닷없는 교통사고와 아내의 죽음으로 완전히 달라진 사십대 대학 교수 '오기'의 삶을 큰 줄기로 삼으면서 장면 사이사이에 내면 심리의 층을 정밀하게 그려내고, 모호한 관계의 갈등을 치밀하게 엮어 팽팽한 긴장감을 조성한다.

이야기는 뉴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교통사고로 시작한다. 그것도 아주 심각한 교통사고. 이 사고로 오기는 아내를 잃고, 스스로는 눈을 깜박이는 것 외에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불구가 되어버린다. 의사의 말대로 ‘의지’가 있어야만 겨우 살 수 있는 상태에 처한 셈이다. 사고 직후 일시적인 충격으로 오기의 기억에는 드문드문 구멍이 생긴다. 그리고 완전히 무너지고 사라져서 아무것도 아닌 게 되어버렸다는 오기의 독백처럼 예상치 못한 사건은 오기의 일상을 한순간 뒤흔드는데…….

오기의 신체와 삶이 완전히 무너져버린 데에 교통사고가 결정적이고도 직접적인 역할을 하지만, 저자는 사고가 일어나기 전 오기의 삶을 한 꺼풀씩 벗겨내며 이미 뚫려 있던 삶의 구멍의 실체를 보여준다. 사고 전후의 모습을 계속해서 교차하며 오기가 만들어온 그의 삶을 관찰하면서 한순간에 벌어진 사고가 아닌, 일상의 결정들이 제 스스로를 곤란에 빠뜨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야기 초반 비어 있던 기억의 그림자는 관계와 감정의 공백으로 대체되고 사라졌던 기억이 되돌아올수록 비어가는 또 다른 문제들, 예상할 수는 있지만 확신할 수는 없는 ‘빈 공간’에 대한 불안함과 두려움이 이 책의 중반부 이후를 완벽히 장악한다. 이 작품의 대부분의 사건과 이야기는 타운하우스 형태로 지어진 오기 부부의 집에서 벌어지는데 크지 않은 공간에서 벌어지는 삶에의 불안과 공포가 사건이 진행될수록 서서히 오기를 조여 온다. 일어나지 않았다면 좋았을 일들,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지 그 시작을 알 수 없는 지난날의 삶이 덮쳐오는 과정을 지켜보는 동안 독자들 역시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한다.
수상내역
- 미국 셜리 잭슨 상 장편부문 수상
저자

편혜영

1972년서울에서태어나서울예대문예창작과와한양대국어국문학과대학원을졸업했다.2000년『서울신문』신춘문예로등단했으며,소설집『아오이가든』,『사육장쪽으로』,『저녁의구애』,『밤이지나간다』,『소년이로』,그리고『어쩌면스무번』등이있고,장편소설『재와빨강』,『서쪽숲에갔다』,『선의법칙』,『홀TheHole』,『죽은자로하여금』등이있다.앤솔러지『놀이터는24시』...

목차

목차
홀TheHole

출판사 서평

출판사서평
불안과의심으로가득한세계
그안을파고드는편혜영의시선
편혜영의네번째장편소설『홀TheHole』이출간됐다.‘그로테스크한디스토피아’를그린첫소설집『아오이가든』(2005)을출간한?이후작가는새작품마다변화의지점을만들어가며초창기작품세계를넘어서는밀도높은서사와문장의긴밀성을장점으로한작품들을써왔다.“치밀하게계산된모호함”으로“삶의폭력성을날카롭게포착하는능력”(소설가오정희)을갱신하며소설을튼튼하게다져온편혜영은이효석문학상(2009),동인문학상(2012),이상문학...
불안과의심으로가득한세계
그안을파고드는편혜영의시선
편혜영의네번째장편소설『홀TheHole』이출간됐다.‘그로테스크한디스토피아’를그린첫소설집『아오이가든』(2005)을출간한이후작가는새작품마다변화의지점을만들어가며초창기작품세계를넘어서는밀도높은서사와문장의긴밀성을장점으로한작품들을써왔다.“치밀하게계산된모호함”으로“삶의폭력성을날카롭게포착하는능력”(소설가오정희)을갱신하며소설을튼튼하게다져온편혜영은이효석문학상(2009),동인문학상(2012),이상문학상(2014),현대문학상(2015)외다수의상을받았다.
이책의이야기는『작가세계』(2014년봄호)를통해발표한단편「식물애호」에서시작되었다.느닷없는교통사고와아내의죽음으로완전히달라진오기의삶을큰줄기로삼으면서,장면사이사이에내면심리의층을정밀하게쌓아올렸다.또한모호한관계의갈등을치밀하게엮어팽팽한긴장감을조성해냈다.사고가일어난직후벌어지는일들과돌이킬수없는과거의일들이교차로그모습을드러내면서한인간에대한적나라한일면이서로단단히연결된문장들로기록되었다.
예기치못한사고,뒤바뀐모든것
재난은언제시작되었을까
특별한일없이흐르던일상은순식간에엉망이되기도한다.언제시작될지모르는재앙과고난을기다렸다는듯이편혜영은그시작을알리는방아쇠를당긴다.이책은뉴스에서흔히볼수있는교통사고로시작한다.그것도아주심각한교통사고.이사고로오기는아내를잃고,스스로는눈을깜박이는것외에아무것도할수없는불구가되어버린다.의사의말대로‘의지’가있어야만겨우살수있는상태에처한셈이다.“완전히무너지고사라져서아무것도아닌게되어버”렸다는오기의독백처럼예상치못한사건은오기의일상을한순간뒤흔든다.
“좀특별한얘기야.한인간에대한고발문이거든.”
“지난번에쓰고있다던그고발문?”
오기가아내를힐끗돌아보며물었다.
“인간이어떻게속물이되는지,그관찰기라고도할수있어.”(p.182)
오기의신체와삶이완전히무너져버린데에교통사고가결정적이고도직접적인역할을했다는것은부정하기어렵다.하지만작가는사고가일어나기전오기의삶을한꺼풀씩벗겨내며,이미뚫려있던구멍의실체를드러낸다.후배제이와의불륜,경쟁상대의약점을이용해술수를부렸던지난날의모습이오기의기억과작가의진술을통해서술된다.자신이그토록싫어했던아버지,다른사람의의지를손쉽게비웃는그아버지의모습을그대로닮아가며아내에게“성장할만한일”을찾으라훈계하는모습역시서서히변해가던오기를짐작케한다.더욱이‘사십대란모든죄가잘어울리는나이’라는시구를읽으며,속물이되어버린자신에대해반성하기보다는‘나뿐아니라남도그럴것이라는’가벼운자기위로와체념에빠져버리는태도를취하는데,이는오기의삶이모래위에성을쌓듯위태로우면서허술하게지어지고있었음을상상케한다.조금씩인생의지반을갉아먹던속물적인태도들이하나둘인생에구멍을만들고그구멍이걷잡을수없이깊고커졌을때,순식간에그구멍안으로빠져버린것은아닐까.사고전후의모습을계속해서교차하며작가는오기가만들어온그의삶을관찰한다.이는곧이소설이단순히‘사고’로인한불행만을말하려한것은아니라는점을시사한다.표면적으로사고를당한다는두려움보다일상에서제스스로를곤란에빠뜨리는인간스스로의결정들이좀더보편적으로작용할수있다는데에서이책이가져다주는공포는한층강력해진다.
기억나지않는그날의사고
점차비어가는우리사이
문학평론가안서현은최근편혜영소설의특징으로‘빈플롯’,즉“사건의징후나그림자만을보여주”고,“아무것도확실한것이”없다는점을꼽는다.사고이후말을할수없는오기,속을알수없는장모,그리고말이없는죽은아내이세등장인물을만나이러한특징은더욱선명해진다.작가는세명의중심인물을둘러싼궁금증을조금씩풀어놓기도하고끝끝내말하지않기도한다.장모가오기에대해어떤생각을갖고있는지,아내가오기의불륜에대해어디까지알고있는지예상할순있지만궁극적으로아무것도알수없다.
차츰그날과관계된일들이모두떠오를것이다.시차를두고조금씩뒤죽박죽기억이떠오르면그날있었던일을납득할수있게조립할것이다.시간이흐르면자연스럽게그리될것이다.일시적인충격에의한것이니언젠가는모두기억날것이다.
기억이선명해지고정황이분명해질수록오기는슬퍼지고서글퍼져서비통할것이다.차라리어떤것도떠오르지않기를바랄것이다.(p.34)
사고직후일시적인충격으로오기의기억에는드문드문구멍이생긴다.작품초반가장핵심적인요소인‘교통사고’에대한진술이비어있는것이다.사라졌던기억은소설이진행되면서차츰떠오른다.기억이비었을때는아내가죽었다는것에대한슬픔과장모의서글픔에강한공감을표하며그들이‘아직’가족임을확인한다면,기억이분명해질수록장모와오기간에는서로말해야하지만절대말하지않는감정의균열이그어진다.서로가서로에게유일하게남은가족이지만,가까운곳에있을수록서로를모르는것이나다름없는상황이벌어진것이다.이야기초반비어있던기억의그림자는관계와감정의공백으로대체되며기억이분명해질수록“슬퍼지고서글퍼”질것이라는문장은소설의복선같은역할을한다.사라졌던기억이되돌아올수록비어가는또다른문제들로인해오기는“비로소울었다”.예상할수는있지만확신할수는없는‘빈공간’에대한불안함과두려움이이책의중반부이후를완벽히장악한다.
점점망가져가는드림하우스
공간을재구성하는문장의힘
이사를온날오기와아내는집안팎의불을모두켜두었다.집에는불을밝힐전등이많았다.모든방의불을켜고현관의센서등도계속작동되도록해두었다.정원에는불을밝힐수있는크고작은전구가총열네개있었는데,그것들도모두켜두었다.밤새환하게켜둘작정이었다.오기와아내는그들의미래를진심으로축하하고싶었다.(p.28)
이책대부분의사건과이야기는타운하우스형태로지어진오기부부의집에서벌어진다.정원을갖춘이집은소설이진행되면서오기와두여자사이의관계변화에따라그모습을달리한다.첫번째로집은사고이전오기와아내사이에아무런문제없던시절자유롭게둘의미래를꿈꾸는공간이었다.그들의미래에어떠한균열도예측할수없으리라는믿음아래두사람은행복과희망을그려나갔다.무리한값을지불해야했지만서서히사회에자리를잡아가는오기부부에게는그정도부담감은감당할만한가치가있는공간이다.
두사람의관계가조금씩달라지면서이공간이갖는이미지도서서히달라진다.영국식정원을만들겠다며정원만들기에만몰두하는아내의변화로인해정원은곧‘아내의공간’이되어버리고집이라는공간에는보이지않는균열이생기기시작한다.
오기의사고이후에는완전히제역할을탈바꿈한다.몸을전혀움직일수없는오기에게자신의전부나다름없는집은마지막에이르러거의사용할수없는공간이자오히려오기를가둬버리는공간으로폐쇄적이고황폐한분위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