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구보씨의 일생 (경성 모던보이 박태원의 사생활양장본 Hardcover)

소설가 구보씨의 일생 (경성 모던보이 박태원의 사생활양장본 Hardcover)

$16.58
Description
박태원 30주기를 맞이하여, 박태원의 맏아들 팔보 박일영이 월북 이후 물음표로 남은 아버지의 행적을 쫓으며 일생을 재구성한 회고록 『소설가 구보씨의 일생』이 문학과지성사에서 출간되었다. 박태원과 열두 살까지 함께 살다 전쟁 때 헤어져 영영 만나지 못하게 되어버린 박일영은, 구보의 아들이어서 기억하고 기록할 수 있는 소소하고 내밀한 에피소드, 그리고 의문에 싸여 있던 월북 이후 박태원의 삶과 창작 활동을 집요하게 추적해 재구성해낸 기록을 이 책에 담았다.
저자

박일영

저자박일영은박태원의맏아들.1939년추석,서울종로예지동에서태어났다.혜화국민학교5학년때전쟁을겪고큰댁을따라남쪽으로피난을갔다가1956년서울로돌아와1959년경동고등학교를,1963년서울대학교문리과대학수학과를졸업했다.1962년가을부터7년간도서출판정음사의편집자로근무하다가,1969년여름미국으로건너가오늘에이르렀다.

목차

책머리에

1부.경성모던보이의탄생
1장|소년태원,청년구보가되다
탄생과성장
학창시절
동경유학과뜻밖의귀국
성격과취향
2장|노총각장가들다
신여성김정애양
“다방골봇다잉장가가오!”
아버지가된구보
돈암정487번지22호
3장|문단활동과주요작품
구인회(九人會)와문우들
구보의작가의식
일제말기의작품활동과친일시비

2부.요동치는역사의한복판에서
1장|해방에서전쟁까지
해방을맞아
혼돈의시간
전쟁의참혹한아픔
2장|월북과가족이산
평양시찰단의일원으로차출되다
가족,풍비박산이되다
1·4후퇴

3부.그리고,삶은계속된다
1장|낯선삶을견디며
월북당시의정황
죽마고우의아내와재혼하다
2장|치열한창작활동
실명과전신마비를부른창작열
구보와『삼국지』
건강악화

맺음말부치지못한편지
가계도
연보
서지목록

출판사 서평

우리모두의소설가‘구보씨’
나의아버지,박태원!

역사에빼앗긴‘인간박태원’의일생을되살려낸
아들‘팔보’의생생한기록


2016년은한국문단에하나의상징으로남은‘소설가구보씨’박태원이세상을등진지30년이되는해다.박태원30주기를맞이하여,박태원의맏아들팔보(八甫)박일영이월북이후물음표로남은아버지의행적을쫓으며일생을재구성한회고록『소설가구보씨의일생』이문학과지성사에서출간되었다.박태원과열두살까지함께살다전쟁때헤어져영영만나지못하게되어버린박일영은,구보의아들이어서기억하고기록할수있는소소하고내밀한에피소드,그리고의문에싸여있던월북이후박태원의삶과창작활동을집요하게추적해재구성해낸기록을이책에담았다.그역시누군가의친구,남편,아버지,형제였던‘구보씨’.동료문인들과경성을활보하던‘모당뽀이’박태원의사적인삶과,한국전쟁과남북분단이라는역사적사건에휘말려모든것을잃고새롭게시작해야했던북에서의발자취,병중에도소설을놓지않고국민작가가된박태원의소설보다더소설같은삶이『소설가구보씨의일생』에서생생하게펼쳐진다.

문학을전공하는분들이라면,
‘소설가박태원’에대한궁금증으로이책을들춰볼것이다.
그러나나에게있어선,
이책은그저나의외할아버지에대한이야기일뿐이다.
더정확히얘기하자면,
나의외삼촌이자신의아버지에대해한줄한줄써내려간글인것이다.

아들이아버지에대해쓴다는것.
어릴적헤어진아버지에대해쓴다는것.
전쟁과분단으로빼앗겨버린아버지에대해쓴다는것.
그것은무척아름답고도처절한글쓰기이다.

저자는아버지에대한어릴적기억들을하나하나긁어모으고,
헤어진뒤아버지의발자국또한집요하게재구성한끝에,
마침내이한권의책으로아버지를다시만나고야만다.

열두살가을에헤어져서
두번다시보지못한,
그아버지를말이다._봉준호(영화감독,박태원의외손자)

구보,아들의손으로되살아나다
크게3부로나뉘는이책은,저자가「책머리에」에서겸손하게밝혔듯이학문적성과를분석하기보다자신과12년간함께한(그리고더많은세월함께여야했을)‘인간’박태원에초점이맞춰져있다.한국에서편집자로일하다미국으로가공부를마치고어느덧은퇴하게된저자는도서관에서아버지의자취를찾기시작한다.동생‘재영’이모은자료들을참고해옛문헌들을하나하나조사하며문학적흐름과과거의기억을되새기고,이산가족상봉프로그램에수차례참석해구보의북녘가족과서신을주고받으며그곳에서의삶을짐작해낸다.그렇게모아낸수십년치기록은“아름답고도처절”(봉준호)하기까지하다.또한박태원특유의문체를닮아끊길듯끊이지않고물흐르듯이어지는긴문장과그안에자연스레녹아있는‘서울사투리’는읽는맛을배가시킨다.

경성모던보이의탄생
1부에는구보가태어나성장하여학창시절을보내고,결혼하여아이를낳고가정을꾸리기까지의일화가소개된다.구보의트레이드마크인‘오갑빠머리’와‘대모테안경’같은독특한외모에대한설명부터호불호가뚜렷한성격과취향등우리가기억하는‘소설가구보씨’와가장비슷한,유쾌하고개성적이며총기어린청년소설가의모습이가득하다.아들된입장에서저자는구인회참여에서친일의혹까지작품활동과그에관련된시시비비를조심스레가려보기도한다.

-오갑빠머리와대모테안경
나는하는수없이빗과기름을가지고서이것들을다스리려들었다.그러나약간량의포마드쯤이능히나의흥분할대로흥분한머리털을위무할도리는없는것이다.그래,나는취침전에반드시머리에기름을바르고,빗질을하고,그리고그위에수건을씌워잔뜩머리를졸라매고서잤다.
[...]성미나한가지로나의머리가그처럼고집센것은슬픈일이다.그러나또한어찌할도리가없다.나이삼십이넘었으니,그만머리를고치라고말하는이도있으나,그것이나의악취미에서나온일이아니니,이제달리묘방이라도생기기전에는얼마동안이대로지내는밖에별수가없는것이다.
(「여백을위한잡담」,『박문』1939년3월호)

-아내와의첫만남
어머니가숙명고녀를다니고아버지는아직제일고보에적을두고있던시절,아마1929년어름해서일것이다.어머니가학교에서영어연극을하게되었단다.한데제일고보상급생들이그소문을듣고는공연날짜를맞춰구경들을왔다는데,그날의히로인은단연어머니정애양이었고,구경온제일고보학생중엔구보도끼어있었다.
아버지는,제일고보학적부에서도확인할수있듯어학,특히영어에남다른흥미를보였고공부를열심히하셨다.
[……]한데뒤에어머니로부터나온얘기로는‘그중에서주역을맡았던여학생이그래도제법이더라’하는평을달았다니,이미구보는미래의신붓감을,학창시절의영어회화실력으로써점검한셈이된다.(pp.73~74)

-친구를빼앗긴이상(李箱)
가장먼저피로연장에현신을한것은역시구보의결혼을가장가까이에서,물론축하를해줘야겠지만다른한편으로염려를했던이상이다.허구한날붙어다니며문학을하던이상으로서는,그의천재적예감이그를괴롭혔는데,그게무언고하면혹구보가,그럴리는없겠지만,자기와어울리는시간을줄이지나않을까한것이다.그래서붓을들고내리갈긴첫마디가‘구보,여보게,결혼은하더라도이둘도없는친구버리지마시게……’하는마음에서‘면회거절반대(面會拒絶反對)’였는데,그의예감은적중을하여,구보는신혼재미에한동안두문불출이었단다.상(箱)은늘하던대로,예의그다방굴로사흘을거푸찾아가구보의창문아래서구보를불렀으나안에서는묵묵부답이었다.나흘째는손이아프게창문까지두드렸으나역시아무소리도들을수없었다니,사랑으로방음장치(?)가잘된들창이열릴리가없었으리라.(p.80)

-구보씨가족의아침식사
‘오늘아침에는,우리,김치찌개를맛나게해먹자’하셨다면,모두가이닦고세수얼른하고,풍로에숯불을피운다,부채질을한다,하고부산을떨었다.숯불이괄하게피었으면소금을한줌뿌려숯내가나지않는걸확인한연후에,소반옆에들여다놓고,미군부대에서나오는폭소시지나짜지않은베이컨을지지다가,통김치치마만한옆에넣고익혀서,고기한점밥숟갈위에얹고,그위에긴치마를펴서숟가락밖으로나가지않게채곡채곡사려서조심스레입으로가져가면,코끝을맴도는냄새와혀끝에감도는조금은뜨겁고시고그런맛을지금도생각만하면눈이스스르감기며,입안가득침이고인다.그야말로어린시절의잊을수없는추억의장이활짝펼쳐지는그런맛이다.예의아버지가늘말씀하시는서른두번씹고넘길동안입안에서고루느껴지는,더운밥에김치찌개의고맛이라니,[……]그맛과가족간에흐르는훈훈한정감,그리고그운치,그게바로우리아버지구보가가꾸어가던가족의행복이었다.(p.67)

요동치는역사의한복판에서
2부는해방이후,전쟁을맞닥뜨리고역사의소용돌이에휘말려버린구보가족의이야기다.야맹증이심한구보가종군기자로차출되어가족들은내내마음을졸여야했다.겨우돌아오고나서박태원은‘남조선문학가동맹평양시찰단’에뽑혀다시가족을떠난다.어머니김정애여사는아버지구보를보호하고자여맹에부역해야했고종신형선고를받기까지한다.철모르던남매들이겪은고된피난길과가족이뿔뿔이흩어지게되는과정을담았다.

-붙들려간아버지
어머니는아버지가낯선젊은이를따라가신후이틀은우리들이혹아버지에대해물을까겁을내시는듯,대수롭지않은일에웃기도하시고별로맛도없는그런반찬을만들어놓으시고도맛있다고우리에게도먹어보라시며,혼자서맛이있는양‘냥냥,아,마?다’를연발하기도했지만,우리들은우리들대로짚이는데가있었다.아버지가무언가잘못돼가고있는것같은불길한예감에,되도록다투는일도삼가고조용히,책을읽는다든가하면서나름대로아버지가얼른돌아오셨으면하는마음뿐이었다.(p.195)

-종신형언도를받은어머니
어머니에게종신형을내릴만큼무거운죄상(罪狀)이란것이‘이적행위(利敵行爲)’다.지아비의방패막이가되어야했던사정으로마지못해여맹일을본일이세상이바뀌자‘부역’이란대역죄로둔갑을하게된것이었다.남들보다학벌이있어여맹부위원장자리가주어졌고,전세가뒤집힐무렵엔위에서시키는통에할수없이성북제2지구반원들로부터빨랫비누스무장을거둬,인민군군복70착(벌)을주민들과함께빨아주었다.그리고그세탁한군복에견장(肩帳)을달아주었다는(짐작건대견장속에마분지가들어있어세탁을하려면견장을뗐다나중에제자리에꿰매달아야했었나?)일이,어머니가1950년7월25일부터동년9월27일까지두달남짓한적치하에서저지른‘이적행위’의전부였다.(p.221)

그리고,삶은계속된다
3부는남쪽가족과생이별한다음의이야기로그간알려져있지않던박태원의월북이후의삶을다룬다.저자는구보가절친한친구였던정인택의아내와재혼하게된사연을새어머니권영희여사와서신을주고받으며미루어짐작해본다.원래도나빴던시력이급격히저하되고,나중엔몇차례쓰러져집필조차어려운상황에서도소설쓰기를놓지않았던구보가끝내반신불수가되어생을마감하기까지의과정을북에서출간한『삼국지』『동학농민전쟁』등의저서와함께허심탄회하게풀어놓는다.

재혼혹은‘전우로서의결합’
나는생각했소.어떤의미에서건나를자기의방조자로선택해준그믿음이고맙기도하려니와그처럼자존이강한그가나를찾아와생활을합치자는제의를하기에이른그의처지가나의가슴을쳤소.그때그의처지는말할수없이아주어려운때였소.여러모로말이오.(권영희여사의편지에서,p.254)

시력을잃은구보
아버지는재혼뒤에도한동안은소리없이혼자외출을곧잘하셨다고한다.앞을잘보시지도못하면서갖은모양을다내고나가셨단다.[……]그런데한번은풀이죽어들어오시는데이마에는상처를입어아직도피가흐르고있었단다.새어머니가가슴이덜컹내려앉아물어보니,혼자걸어오시다가맨홀에발을헛디뎌빠지셨다는것이다.마침점심들을하느라주위에자리를잡고있던일꾼들이아버지를구출해줬는데,웬버젓이차려입은신사가벌건대낮에맨홀에가빠져허우적거리고있는꼴을보고는,모두들한마디씩을했던모양이다.[……]젊어서부터남의눈이라면어마뜨거라줄곧의식하며사신구보께서무어라발명도못하고하릴없이허우적거리기만했을것을떠올리니,반세기가흘러버린지금도말을잊고망연해지기만한다.어쨌건그일이있은후,새어머니말에의하면,아버지는,다신혼자서바깥출입을하신일이없었다고한다.(p.282)

저자는맺음말격인「부치지못한편지」에이르러,할아버지가구보(九甫)고,아버지가그보다덜된팔보(八甫)라면,칠보(七甫)라불리면되겠다는자신의자식들을저세상에있는부친께하나하나인사시킨다.그리고박문원과의정신적연대가북에서박태원의‘행복한’삶을가능하게했다는생각을에둘러전한다.수십년전헤어진아버지를그리며내내발자국을쫓다“마침내이한권의책으로아버지를다시만나고야”(봉준호)만,희수(喜壽)에다다른아들의마지막편지가담담하게가슴에와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