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턴 (김선우 시집)

녹턴 (김선우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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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시인이자 에세이스트이며 소설가인 김선우의 다섯번째 시집 『녹턴』. 이번 시집에서 시인은 세상 낱낱의 존재들과 눈을 맞추며 경이로운 생명력을 이야기하는 특유의 여린 강인함이 빛을 발한다. 아름답고 여린 말을 매만져 예측하지 못한 힘을 자아내는 김선우의 시는 슬픔에 빠지지 않는 진혼가이자 끝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랑시, 격분하지 않되 묵직하게 끓어오르는 투쟁가로 읽힌다. 고요한 밤을 조용히 울리며 감정을 뒤흔드는 야상곡인 듯, 신비롭고 조화로운 리듬들로 이루어진 무언가(無言家, 보칼리제)인 듯, 67편의 잘 익은 시들은 편편이 서로 공명하고 있다.
저자

김선우

1970년강원강릉에서태어났다.1996년『창작과비평』에「대관령옛길」등10편의시를발표하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시집『내혀가입속에갇혀있길거부한다면』,『도화아래잠들다』,『내몸속에잠든이누구신가』,『나의무한한혁명에게』,『녹턴』,장편소설『나는춤이다』,『캔들플라워』,『물의연인들』,『발원:요석그리고원효』,청소년소설『희망을부르는소녀바리』,청소년시집...

목차

목차
1부
花飛,그날이오면
소울메이트
검은미사에서나를보았다
싸락눈
한방울
이런이별

몸과몸이처음만나보얘진그입김을말이라했다
조금먼아침
나들의시om11:00
시간이없다고말하는바로그시간에
별들이구부리는법을가르친다
나들의시,너의무덤가에서
타락천사,om12:00
참나라니,참나!
몸살
게이트리스게이트
민달팽이를보는한방식
견주,라는말
om의녹턴
2부
허공
상냥한지옥
빗방울밥상
천도복숭아의시간
om2:00의고양이핑크
질문들,om의여름풀밭
걸식이어때서?
om의문답B형
om4:00,사랑이변하는게어때서?
om3:00미루나무그늘에서천사를죽였다
CATACOMBSEOUL
봄의이름을찾지못하고있다
그해봄처음으로神을불렀다1
그해봄처음으로神을불렀다2
지옥에서보낸두철
지옥에서보낸세철
풍찬노숙의序
21세기도시조경사소년의고해성사
초승달의시간그바닷가숲에서
화살기도
피자두
풍찬노숙의終
om의물거울,곡비,혹은태양풍의노래
3부
아픈잠은어떻게야크뿔속으로들어갔나
음,파,음,파om의수영장
詩의죽음을애도하는이유
非인간
시인것
나들의안녕
시인
냇가로
혁명의조건
그광장,사과한알이
변검
시집
사랑
엄마가엄마를부르는om의한밤
풀꽃의집에대하여
바람의옹이위에발하나를잃어버린나비한마리로앉아
달걀삶는시간
기원전후의아침산책
눈쓰는사람
햇봄,간빙기의순진보살
가까운아침
고쳐쓰는묘비
보칼리제,om0:00
花飛,먼후일
해설|‘나들’의사랑과진혼ㆍ이광호

출판사 서평

출판사서평
기억,지금가장능동적인사랑의방식
‘나들’의몸속으로스며울리는한밤의진혼가
"나는쓰는자이고사랑하는자이다.이것이나의정체성이다.”
시인이자에세이스트이며소설가인김선우의?다섯번째시집『녹턴』이출간되었다.네번째시집이후걸출한장편소설과통찰력이돋보이는에세이들을선보이며자신의문학세계를벼려온김선우가4년만에펴낸이번시집에서는,세상낱낱의존재들과눈을맞추며경이로운생명력을이야기하는특유의여린강인함이빛을발한다.‘잉태하고,포옹하고,사랑하는’몸에대한애착은모든시...
기억,지금가장능동적인사랑의방식
‘나들’의몸속으로스며울리는한밤의진혼가
"나는쓰는자이고사랑하는자이다.이것이나의정체성이다.”
시인이자에세이스트이며소설가인김선우의다섯번째시집『녹턴』이출간되었다.네번째시집이후걸출한장편소설과통찰력이돋보이는에세이들을선보이며자신의문학세계를벼려온김선우가4년만에펴낸이번시집에서는,세상낱낱의존재들과눈을맞추며경이로운생명력을이야기하는특유의여린강인함이빛을발한다.‘잉태하고,포옹하고,사랑하는’몸에대한애착은모든시간에서고유한언어를창조해내는“온몸의유희”가되고,시인안팎에부글거리는‘나들’의향연은“살아있는한끝나지않을혁명”으로계속되는것이다.
아름답고여린말을매만져예측하지못한힘을자아내는김선우의시는슬픔에빠지지않는진혼가이자끝을두려워하지않는사랑시,격분하지않되묵직하게끓어오르는투쟁가로읽힌다.고요한밤을조용히울리며감정을뒤흔드는야상곡인듯,신비롭고조화로운리듬들로이루어진무언가(無言家,보칼리제)인듯,67편의잘익은시들은편편이서로공명하고있다.
사랑의불가능성이라는전제앞에서,모든사랑은‘애도의형식’을가질수밖에없는것이아닐까.사랑의시작은사랑에대한애도를예비하는것이다.반드시도래하기때문에준비해야할‘사랑의무덤’은,함께밥상을차리고기도를하는일과같이,함께만들어내는또다른사랑의시간이된다.“모든시는진혼가이자사랑의노래임을”보여주는김선우의시는애도와사랑이같은사건일수있다는것을드러낸다.가사로표현될수없는사랑과진혼의지극한소리(혹은음악)의경지를암시하는시어들,언어이전의근원적인소리들,이시집전체의언어들은제목처럼‘녹턴’으로서비언어적리듬의층위에도달하려는것이라고볼수있다._이광호(문학평론가)
“모든시는진혼가이자사랑의노래임을내가아직믿고있다는것.”
다시,사랑이다.사랑은지난네권의시집에서김선우가관능과혁명을넘나들면서놓지않았던주제다.『녹턴』에서의사랑은‘이별’과결합된애도의형태로등장한다.이시집에서‘그해봄’이라고에둘러지칭된하나의사건은그것을목도한모든이들에게감당할수없는무력감을가져다주었다.“보았네//보았으나//아무것도할수없었던//보다,의지옥”(「지옥에서보낸두철」)에서“세상에대해아무런죄없는그아이를살려내라고”“불모의신”을부르다가신에게“면죄부를쥐여주고떠나보”(「그해봄처음으로神을불렀다1」)내며시인은묻는다.‘그해봄’은이제누구의죄인가?
우리가남이니?
자기그림자를뜯어내려는소년을끌어안으며어른이운다.
그럼당신이나예요?남이지.
난폭하게잡아뜯는소년의그림자에서핏물이떨어질것같다.
우리가어떻게남이니?
어른의울음소리가더커진다.
웃기시네.나랑같은걸느끼는것도아니면서척하기는.
어른의울음소리가소년의차가운웃음에덮인다.
그런얘기가아니잖니?
담장아래흰개미굴이가득했다.담은곧무너질텐데.
남인데남아니라고우기면맘편해요?그럼그러시든가.
소년은소년대로사무친것이있고
어른은어른대로소년이사무쳤다.
사무쳐서봄이왔고
사무쳐서꽃이피었다.
사무쳐벌어진것만꽃이었다.
얼룩같은
얼굴들이었다.
―「변검」전문
이시집의해설을맡은문학평론가이광호는“고통받고있는사람들에게연민을느끼는한,우리는우리자신이그런고통을가져온원인에연루되지않았다고느끼는것”이라는수전손택의말을빌려,시인의정치적이며시적인물음의기원을찾는다.‘그해봄’에한하여,‘우리’는기만적인단어일수있다.“연민이라는면죄부”너머나의연민이당신의고통과같아질수있을지묻는다면,김선우는그것이가능하다고답하지않는다.다만“고통을정확하게함께느끼는것은불가능하다고고백하는것”(이광호)이가능하며,“‘우리’와다른,/’나들’이라이해할수밖에없는‘나’[……]너의아픔에덩달아아픈‘나들’”(「詩의죽음을애도하는이유」)로써,영영같아질수없지만각자달라함께사무치는“얼룩같은/얼굴들”을잊지말아야한다고적을뿐이다.
지금이곳에서내가할수있는일:

기운을차릴것
기억할것
노트를마련할것
증언할것
―「그해봄처음으로神을불렀다2」부분
“내가방금만진시간,그거,당신이었지요?”
“어제가죽어서오늘이오고오늘이죽어서내일이오고”“살아있는모든날은오늘이니”(「나들의시,너의무덤가에서」)만질수있는시간인눈앞의당신을사랑하고순간순간당신에게정성을다하는것이야말로김선우의‘신앙’이아닐까.시인은반드시다다라야할관문이나떠나왔다돌아갈수있는‘집’없이자신만의호흡으로걸어간다.깊은애도도하루치의혁명도김선우가구축한한결같은자세와방식으로이루어진다.“조금먼아침”에서“가까운아침”에이르기까지,a.m.도p.m.도아닌『녹턴』속‘om(o?)의시간은아직어둠이지만절망적이지는않다.‘나’와‘당신’사이에아무리“비정한시간”이가로놓여있어도,김선우가꾸려놓은om의시간에“사람으로건사람아닌것으로건숨결있는세상어느작은조각으로든”“인연이맞는때가오면다시만”난다.삶과죽음의경계를넘은시공간에서“갇히지않으니까어디서든기어코흐르니까”여리고아름다운문장은단단한소리가될수있다.“덜컥/돌연한사소함으로/사소한위대함으로”(「천도복숭아의시간」)꺼낼수없는아픔은화음이되어울린다.시인의“본업은죽은사람을만나못다한그의이야기를듣는일/[……]부업은산사람의고단한저녁에피가도는날개를달아주는일”(「조금먼아침」)이라고말하는김선우의“다시태어나려는말들의뒤척임”(「초승달의시간그바닷가숲에서」)이의연하고아름답다.“‘나들’의시간속에서‘나-너’는이미함께죽은적이있고,또죽은것처럼기이하게,함께살아있다.‘구음’으로밖에표현할수없는진혼은멈출수없고,“한나라를상여에싣고葬地로가는동안”에도사랑은끝나지않는다”(이광호).
시인의글
am/pm과om사이,
싹트는몸들의유랑.
나의자연은지금이순간.
다행히당신을놓치지않았다.
아침을말하지않아도되는밤의광휘를느낀다.
이번에도시가나를구했다.
나들의안녕을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