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싸우듯이 (정지돈 소설집)

내가 싸우듯이 (정지돈 소설집)

$13.00
Description
이것은 기록이자 소설이며, 그냥 책이다.
발표작마다 평단의 주목을 받아온 작가 정지돈의 첫 소설집 『내가 싸우듯이』. 작품 어디에도 등장하지 않는 문구지만 소설에 대한, 세계에 대한 그의 도전 의식을 충분히 담아내는 ‘내가 싸우듯이’라는 제목으로 정지돈표 소설의 방향을 제시한다. 등단 초기에 지식조합형 소설, 도서관 소설 등으로 분류되었지만 이제 사실과 상상을 조합해 만들어내는 저자의 작품은 새로운 문학, 새로운 세대로 그 자리를 만들어가고 있다.

각각의 소설에서는 ‘이것도 글일까, 이것도 문학일까’라는 질문들이 반복되는데 걷거나, 앉아서 쉬거나, 카페에서 커피를 마실 때조차 제약 없이 읽고 쓰는 그의 소설 속 주인공처럼 저자는 자신이 읽어낸 것을 체화한 뒤 다시 새로운 글로 재탄생시키는 작업을 이어 나간다. 스스로 ‘세계의 인용의 인용’이라 이름 붙인 작품들 속에는 이처럼 한 세기 이전의 인물과 작품들이 숱한 모티프로 작용해 한 편의 소설이 어떻게 또 다른 한 편의 소설로 재탄생하는지 보여주는 동시에, 현대라는 새로운 서사와 맞물려 기존 세계에 균열을 낸다.
저자의 작품 속에서 실존 인물들은 가상의 사건과 뒤엉켜 새로운 서사를 만들며 독자를 혼돈의 세계로 몰아간다. 실제 인물이 겪은 실제 사건인가 싶으면 상상의 세계이고, 허구인가 싶으면 불쑥불쑥 사실로 나타난다. 이처럼 사실과 상상의 경계를 넘나드는 작품을 선보이는 동안 작가 역시 실험하는 사람이자 실현하는 사람으로 작가와 작품이라는 양가적인 범주에서 새로운 모델을 선보이고 있다.
저자

정지돈

저자정지돈은1983년대구에서태어났다대학에서영화와문예창작을공부했다.2013년문학과사회신인문학상으로등단했다.2015년젊은작가상대상과2016년문지문학상을수상했다.

목차

장/
눈먼부엉이
뉴욕에서온사나이
창백한말
미래의책

우리들/
주말
건축이냐혁명이냐
나는카페웨이터처럼산다
여행자들의지침서
만나는곳은변하지않는다

작품에대하여_일기/기록/스크립트_정지돈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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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논픽션인가,에세이인가,자서전인가?
이것은그냥책이다!

2013년문학과사회신인상
2015년젊은작가상대상
2016년문지문학상수상작가

등단이후발표작마다평단의주목을받아온작가정지돈의
첫번째소설집출간!


2013년문학과사회신인문학상으로등단한신예정지돈은3년여의시간동안10여편의단편을발표하며잇따르는관심과이야기를만들어내고있으며,가장최근의동향을읽어내는평론은물론젊은작가들을대상으로한각종심사무대에이름을올리고있다.그의작품이실린수상작품집과앤솔러지는이미여러권이있지만2016년5월,그의작품만을모은첫작품집『내가싸우듯이』가출간되었다.‘내가싸우듯이’는그의작품어디에도등장하지않는문구지만소설에대한,세계에대한그의도전의식을충분히담아내는제목이다.등단초기에지식조합형소설,도서관소설등으로쉽게분류되었지만이제사실과상상을조합해만들어내는‘정지돈표소설’은새로운문학,새로운세대로그자리를만들어가고있다.작가스스로“세계의인용의인용”이라이름붙인그의소설속에는한세기이전의인물과작품들이숱한모티프로작용해한편의소설이어떻게또다른한편의소설로재탄생하는가를보여주는동시에,‘현대’라는새로운서사와맞물려기존세계에균열을내고있다.그렇기때문에그의소설은단순한조합형전시관이아닌‘신세계’로향하는문앞에서암호가된다.이것은기록이자소설이며,그냥책이다.

이것도소설인가?―팩션과픽션이조합된전혀새로운소설!
정지돈소설에서는‘이것도글일까,이것도문학일까’라는질문들이반복된다.걷거나,앉아서쉬거나,카페에서커피를마실때조차제약없이읽고쓰는그의소설(「미래의책」)속주인공처럼작가는자신이읽어낸것을체화한뒤다시새로운글로재탄생시키는작업을이어나간다.그의글뒤에따라붙은줄줄흐르는듯한“참고문헌”이“작품으로이행”하는장면은곧한편의소설이된다.작가스스로“20세기와20세기의사람들을사랑한다”고말했듯작가정지돈은한세기전의작가와작품을탐독하며지금세상을다시보기한다.그의소설속에는실존인물들이가상의사건과뒤엉켜새로운서사를만들며독자를혼돈의세계로몰아간다.실제인물이겪은실제사건인가싶으면상상의세계이고,허구인가싶으면불쑥불쑥사실로나타난다.이렇게사실과상상이경계를넘나드는가운데작가의실제모습또한자유롭게소설안팎을드나든다.그의이러한작업에주목해온미술평론가곽영빈은“어떤작품을소설로만드는것자체에대한문제제기는,지난30여년간의한국문학사가걸어온궤적에서자신이차지하는상대적위치에대한자의식과더불어,궁극적으로[……]세계문학사의일부로스스로를호출하는상황에대한분석을요구한다”고말한다.여러인터뷰를통해밝힌“저는읽는것은곧쓰는것이라고생각합니다(마찬가지로쓰는것은읽는것입니다)”와같은‘역사철학’에바탕한그의문학관은겉으로는자의식으로표출되며,안으로는단단한정체성을만든다.정지돈은실험하는사람이자실현하는사람으로작가와작품이라는양가적인범주에서새로운모델을선보이고있는것이다.

미학적전위가더이상정치적실험과등가를이루지못하는오늘날,소위예술의종말이후를살아가는우리에게정지돈의고고학적실험들은‘극단적인예술이지니고있는시대착오적특성과반시대성이야말로우리시대의동시대적인유산’이라는테제를매력적인소설언어로실천하고있다.그런의미에서우리는정지돈이야말로우리세대의가장논쟁적인,소설의역사철학자라는사실을믿어의심치않는다._강동호(문학평론가)

정지돈식유머와자조,그리고세상과의대화
정지돈의문장은길다.진지한고백이다싶으면인용으로,자조인가싶으면유머로,끝날듯끝나지않는문장은궤변으로마무리되기도하고,시니컬해보이던주인공의어리숙한내면을고스란히내비치기도한다.“읽지않은책을사랑하는것이가능하냐는의문이있을수있지만그것은믿음의문제다,우리가무언가를읽었기때문에사랑한다면그것은사랑하지않는것입니다”같은문장,오해와비약이공존하는이문장들이지향하는바는결국유머이다.“저의궁극적인목적은극우파에게유머를가르쳐주는것입니다.그들은남을웃기는데는선수지만정작자신은어디에서웃어야하는지모르죠”(「눈먼부엉이」)라는말처럼,“죽음과문학,테러리즘을결합한진지하고유머러스한미래주의의공포버전에대한톰매카시의꿈과사이먼의목표가결합된것”이라는표현에서처럼유머는그의이상이고목표이다.작가는작품에등장하는인물들이“모든것이가능해보이던시절”과혁명이꽃피웠던도시“모스크바”에경도되어있는것처럼“시대착오적인예술지상주의자”의어리석은질문만이가치있다고믿는것은아닐까.“문학이세계를구원할수있다고믿나요?”라는반문은“각자의세기”에서사람들이삶을이어나가리라는작가의믿음에서나온것은아닐까.자신이던지는궤변과아이러니가광기와유머의조화로빚어진“투명하고아름다운”책이되기를작가자신은바라고있을것이다.그렇기때문에“자본주의라는비참을공유”하는우리세대에게이책은작가가건네는대화의시도가된다.비꼬고자조하는가운데서도그의문장이가슴에울림을전하는건“매력적인건대화의내용보다대화가이루어지고있다는사실이”라믿는작가의숨은마음때문일것이다.

글쓰기의도정―‘소설적인어떤것-심연’을찾아서
정지돈의소설은특유의산문성을갖는다.허풍처럼내세운허무주의속에서도,“이상이없는자가어떻게혁명가가될수있는가”라는물음속에서도자신만의‘메시지’를담아내기때문이다.“소설은작가가알고있는것을쓰는것이아니라알고자하는과정을보여주는것”이라말하는작가는‘글쓰기’를통해자신의의지를전달하며,그러한글쓰기의도정자체를즐긴다.작품속에서글쓰기를권하는장면은의미심장하다.

나는가끔무슨말을하고싶은데무슨말을하고싶은지모르겠다고했다.아무말이나하고싶지만아무말이나들어줄사람이없다고했다.에리크는자신도동일한문제를가지고있으며,우리는모두같은문제를가지고있다고했다.그는내게글을쓰라고말했다.글을쓰면삶이조금더비참해질거라고,그러면기쁨을찾기가더쉬울거라는게그의말이었다.나는그것참듣던중반가운소리라고했다._「눈먼부엉이」

사이먼의말에톰은뭔가찌릿한것을느꼈다.사이먼은소설을쓰는것(또는아무런글이나)만이톰이할수있는유일한일이라는결론을내렸다.왜?톰이물었다.써보면알게돼.사이먼이말했다._「여행자들의지침서」

길을걸으며읽는,차를운전하면서도글을쓰려고하는그의소설속인물들은글쓰기를통해무한의세계를꿈꾼다.정지돈의소설에서빠져나온문장은누군가에게로가서다른도전을꿈꾸게할것이다.개별적인작품들하나하나가사실은장구한문학의역사를여행중이라는것.이런의미에서이책『내가싸우듯이』는그러한도정위에있는‘여행자들을위한지침서’가될것이다.“불가능이모든것을가능케해주었다”는그의목소리가‘에코’가되고있다.

*책속으로추가
톰은표지가마음에들었다.자신의소설과어울리지않았기때문이다.사실이런표지는어떤소설과도어울리지않을것이다.마찬가지로자신의소설역시어떤표지와도어울리지않을것이다.
좋아요.톰이말했다.
제책이다음권으로나올겁니다.
알퐁소가말했다.알퐁소는웃고있었고처음봤을때보다노쇠했으며지쳐보였다.톰은새작품이마음에드냐고물었다.알퐁소는미소를머금은채잠시뜸을들였다.런던의궂은날씨도아랑곳하지않는편안한표정이었다.
클레망틴이말했지요.선인세는없다고.
「여행자들의지침서」,pp.257~58

트랙터에는조지스마일리와그의일본인의붓딸마오가타고있었다.조지스마일리는잘관리된치아와하얗게세어버린머리를질끈묶은노인으로전향한스파이이자보르쿠타탄광의십장이었다.마오는아기때그가런던에서업고왔으며,보르쿠타에서자라일본말은못한다고했다.조지스마일리는마오의이름을마오쩌둥에게서따왔고이는화해와통합의의미라고했다.우리는마오가건네준장대를붙잡고트랙터에올라탔다.나는눈을감았다.눈위로눈이내렸고흰빛과회색빛,눈보라와음성이어둠속을오갔다.우리의목표는모든사람을콜호스에보내는거예요.콜호스를생각하고있지않을때가바로콜호스를생각하고있을때다.이게우리의모토예요.눈속에서도상우의선전방송은계속됐다.
「만나는장소는변하지않는다」,pp.272~7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