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백한 말 (제6회 문지문학상 수상작품집)

창백한 말 (제6회 문지문학상 수상작품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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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한국 문학이 가장 뜨겁게 달아오르는 동시대의 지점에서 젊은 작가들의 작품을 마주하다!
제6회 문지문학상 수상작품집『창백한 말』. 한 달에 한 번씩 등단 10년차 이내의 젊은 작가들을 대상으로 하여 ‘이달의 소설’을 선정, 웹사이트에 그 결과를 공개하고 이를 후보작으로 하여 수상작을 선정하는 문지문학상의 제6회 수상작품집이다. 수상작인 정지돈의 《창백한 말》을 포함해 이상우, 김엄지, 양선형, 홍희정, 백수린, 김솔, 정영수, 박민정, 오한기의 소설 11편이 수록되어 있다.

‘장’이라는 인물을 그의 일기를 통해 들여다보는 이야기를 담은 수상작 《창백한 말》은 20세기와 21세기를 오가는 그 경계과 균열의 서사는 혁명이 어려워진 세기의 혁명이란 무엇인지, 가능한 일인지에 대해 생각게 하는 작품이다. 더불어 작년에 이어 올해도 청춘들의 사랑과 현실을 작가 특유의 낭만주의적 시선으로 그려내며 소설 《첫사랑》으로 이름을 올린 백수린, 실제로 있었던 특정한 사건이 떠오를 정도로 현실과 밀접한 이야기를 풀어낸 박민정의 《버드아이즈 뷰》 등 젊은 작가들이 선보이는 다양한 실험적 소설들을 만나볼 수 있다.
저자

정지돈

저자정지돈은1983년대구에서태어났다.2013년문학과사회신인문학상으로등단했고,소설집『내가싸우듯이』가있다.2015년젊은작가상,2016년문지문학상을수상했다.

목차

심사경위/심사평/수상소감
제6회문지문학상수상작
2015년4월이달의소설
정지돈창백한말
이달의소설
이상우벨보이의햄버거에손대지마라/김엄지느시/양선형표범의사용
홍희정앓던모든것/백수린첫사랑/김솔누군가는할수있어야하는사업/정영수애호가들/박민정버드아이즈뷰/정지돈나는카페웨이터처럼산다/오한기사랑

출판사 서평

가장혁명적이며가장실천적인언어,소설!
새로운세대가일궈낸미학적성취


문학과지성사가2010년부터제정·운영해오고있는‘문지문학상(구웹진문지문학상)’이올해로6회를맞이했다.『제6회문지문학상수상작품집』(문학과지성사,2016)에는수상작정지돈의「창백한말」을포함해총10명(이상우,김엄지,양선형,홍희정,백수린,김솔,정영수,박민정,오한기)의소설11편이실렸다.
문지문학상은한달에한번씩‘이달의소설’을선정,웹에(www.moonji.com)그결과를공개하고이를문지문학상의후보작으로한다.한국문학이가장뜨겁게달아오르는동시대의지점에서젊은작가들의소설한편한편을깊게읽기위함이다.이미여러형태의문학상들이제도적으로정착돼있는지금,매달문학과지성사의선택을대중과공유하고소통하며문지문학상만의행보를이어가고있다.

*문지문학상수상작가에게는1천만원의상금이주어지며,시상식은매년5월문학과사회신인문학상시상과함께치러진다.심사위원(우찬제,이광호,김형중,이수형,조연정,강동호)은예심과본심동일한구성원으로진행되며,자유로운토론을통해수상작을선정하고있다.2010년봄,《웹진문지》오픈과함께시작된‘웹진문지문학상’은2013년초문학과지성사홈페이지의블로그와웹진이통합되면서2014년제4회부터‘문지문학상’으로개칭되어그운영을이어가고있다.

우리시대가장논쟁적인작가,정지돈
탄력적서사의가능성을증명하다


수상작정지돈의「창백한말」은‘장’이라는인물을그의일기를통해들여다보는이야기다.‘장’의친구인‘나’가서술자로등장하여,‘장’이란인물을좇는다.우리는우선‘장’에대한설명을필요로한다.아무런배경설명없이는이해가어려울정도로장은완전히다른세계에사는듯이보이기때문이다.그리고이것은사실이다.“사람들은각자의세기에살고있다”는장의말처럼장의세계는20세기초반에머문다.

사람들은장을시대착오적인예술지상주의자라고생각했다.그는20세기초반에경도되어있었고,혁명에물들어있었다.그는그때의사상과예술,사람들을줄줄읊고다녔다.모든게가능해보이던시절,무한한가능성이열려있는세계에대해.(p.31)

무한한가능성의세계,다시말해무엇이든바꿀수도있던세계가장이존재하는시대이다.모든것이달라진,장의표현을빌리자면‘모든게망쳐진’세계가곧21세기,우리가살고있는시대이다.“장은옛날책과영화를너무봤고어느순간돌아올수없는강을건넜다”는‘나’의진술처럼20세기속의장과21세기속의‘나’그리고장의여자친구미주의세계가마치평행선처럼그어진다.이곳에서‘나’는혁명이고이상이고뭔지모르겠지만취업이쉽지않다는것취업을위해대학교를졸업해야한다는것,최선을다해돈을벌어야한다는것은아주잘아는인물이다.나는‘장’을적극적으로해석하기도하고“나는이게무슨뜻인지모른다”라고장의상황밖으로물러나기도하며‘장’의세계를서술한다.20세기와21세기를오가는그경계과균열의서사는혁명이어려워진세기의혁명이란무엇인지,가능한일인지에대해생각게한다.
「창백한말」외에도정지돈의「나는카페웨이터처럼산다」가2015년12월‘이달의소설’에선정되었다.영화「킹스앤퀸」을시작으로프레데릭키슬러의책과김광우의저서등이앞다퉈등장하는이작품은상상력의산물이라기보다는에세이처럼느껴지기도한다.최근“정지돈이활발하게선보이고있는소설-에세이(혹은에세이-소설)에속하는작품이라고할수있을것이다”.특히책을읽고그에대해인터넷에검색해보고,거기서다시새로운생각으로나아가는등의과정과그에대한서술은한사람의독서기록장을훔쳐보는듯한기분을자아낸다.

젊은작가들이선보이는다양한실험적소설

등단10년차이내의젊은작가들을대상으로하는문학상인만큼젊은작가들이그려낸청춘의서사역시눈에띄었다.먼저백수린은작년에이어올해도청춘들의사랑과현실을작가특유의낭만주의적시선으로그려내며,소설「첫사랑」으로이름을올렸다.러시아문학을사랑하는선배를짝사랑했던나의이야기로요약할수있는이작품은벚나무와첫눈등의물상과어우러져가장극적인낭만성을만들어냈다.주목할만한지점은작가가문학청년의삶을뒤로하고현실을받아들이고만선배의모습을암시만할뿐명확히보여주지않는다는데에있다.선정의말을쓴문학평론가이광호의말을빌리면“‘J선배’가결국어떻게망가졌는지를생략하는것은,다만미학의문제가아니라,끝내지키고싶은청춘의영예에대한마지막예의일것이다”.
박민정의「버드아이즈뷰」는실제로있었던특정한사건이떠오를정도로현실과밀접한이야기를풀어내고있다.이작품은솟대문학회라는고등학교동아리와연관된몇몇사람들의사건들로이뤄졌다.몰래카메라,학우들간의따돌림,가족과의갈등등의사건이중첩되고가해자가피해자가되고,피해자가가해자가되기도하는상황을압축적으로제시한다.“내면을발견하는일보다도현실의망각된수치를지적하는일에더집중”(문학평론가조연정)하며,겉으로드러나는사회의문제를날카롭게그려낸다.
홍희정의「앓던모든것」은청년윤오와일흔셋의독신여성‘나’사이의이야기다.둘은수영장에서만난사이이지만,함께살게된다.보통의경우나이많은할머니가손자뻘의청년을어머니의마음으로보살핀다면,이소설에서두사람의관계는상당히묘하다.“청춘으로회임한듯반지르르윤이”나는눈과“봉숭아꽃잎으로덮어주고싶은손”“아담하고예쁘장한엉덩이”를응시하는나의시선은분명모성애와는거리가멀다.그렇다고롤리타콤플렉스를상기시키는성적인관계로느껴지지도않는다.일흔셋의나는마치윤오라는청춘그자체를‘앓는것’만같다.
제3회웹진문지문학상의영예를안았던김솔의신작「누군가는할수있어야하는사업」역시작품집에실렸다.파리를배경으로한이작품은파리의시민이되기위한열다섯살의불법이민자나우팔첸토프와그의동료들의삶을다룬다.“화장실을청소하는일은유럽시민의인권장정에의해결코보호받지못한다./그래서불법이민자가나서야비로소유럽시민의인권은보호받을수있다”는뼈있는문장을시작으로파리라는자유의도시아래서벌어지는불법이민자들의차별,무관심으로얼룩진일상이드러난다.

정지돈외에도후장사실주의자(최근들어문단안팎의주목을받고있는)로불리는작가들의두작품이문지문학상후보작으로꼽혔다.먼저이상우의「벨보이의햄버거에손대지마라」를살펴보자.작품에는실직한벨보이,기타리스트첸,거렁뱅이켄,버드맨,재키,신문배달부등하위주체들이(화자는이들을“도시의천사”들이라부른다)뒤섞여질주하는듯한이미지를만들어낸다.문장들이터뜨리는거리의슬픔과분노가쏟아진다.또다른작품은오한기의「사랑」이다.자기자신,더나아가인간자체에대한혐오와분노가극단적인폭력으로분출되며시종일관충격을던져준다.작가는어떠한연민이나휴머니즘도들어갈틈을주지않는서사에‘사랑’이란역설적인제목을붙여소설이가진폭력성을더욱부각시킨다.

『문학과사회』로등단한김엄지,양선형두작가의작품도서로다른매력을드러내며심사위원들의호평을받았다.김엄지의「느시」는주인공R과그의동료a,b,c의일상을반복,반복,반복해서보여준다.끝나지않은채머물러있는업무와무기력한감각,건조한분위기등이소설전체를장악한다.‘느시’로대변되는새가줄지어날아가는것을지켜만볼뿐그들은다시식판에같은반찬을받고같은사람들끼리밥을먹고,같은사무실로들어간다.“이반복되는일상의숙명에서어떻게인생을행복하게추구할수있을것인가.이런질문에독자들은오래머물수밖에없다.”(문학평론가우찬제)양선형의「표범의사용」은“비옥하고,후덥지근하며,괴이한”식물들이빽빽하게자란유리온실이배경이다.그안에서한결같이일지를작성하는한남자가등장한다.남자는환각을보는데,온실이라는축축한공간에그의환각이더해져밀림같이낯선이미지들이만들어진다.“공백으로서의그림자”(착각과환영)가장악해버린삶은쉽사리조종당하고,끈질기게달라붙으며읽는이로하여금텁텁한맛을느끼게한다.

2014년에등단한정영수의작품은올해처음‘이달의소설’로선정되었다.작품「애호가들」속주인공은스페인문학을전공하고대학에서강의하면서번역가로활동중이다.그라나다같은곳에서번역하는삶을꿈꾸지만그의현실은그리녹록지않다.자신보다학덕이못하다고여겼던후배의교수임용,그런자신을비웃는듯한제자,그리고지지부진한애인과의관계등이그러하다.“희극적폭로,그렇지만결코쉽게웃을수만도없는비속한현실의비극성등등결코간단치않은서사담론”(문학평론가우찬제)을보여준다.

■수상소감

눈밭위의여우


어느블로거가로베르토볼라뇨의단편「지상최후의일몰」이국내에정식으로번역되기전‘지상에서의마지막저녁’이라는제목으로번역해웹에올린적이있다.단편의영문판제목은‘LastEveningsonEarth’로블로거는영문판을중역했다고한다.정확한기억은아니지만아마그때막볼라뇨선집의홍보책자인『볼라뇨,로베르토볼라뇨』가나왔던것같다.등단전에쓴단편중오래붙잡고여러번고쳐발표까지이르게된단편이두개있는데그중하나가「창백한말」이다.나는블로거가올린「지상에서의마지막저녁」을읽고「창백한말」을다시쓰기로했고그때쓴버전이지금의모습과가장유사하다.당시소설의제목은‘땅위에서의마지막저녁들’이었다.그전에는「모스크바에서온일기」였고그전에는「카이로의낮과밤」이었으며그전에는「눈밭위의여우」였다.
처음단편을쓴건2008년이다.마지막으로고친건2015년이니까7~8년이흐른셈이다.그동안여러공모전에내기도했고수업시간에제출하기도했다.존파울즈의영향을받기도했고카버의영향을받기도했으며미셸우엘베크와쿤데라,토마스만을따라써보기도했다.
지금의꼴이나오는데가장큰영향을준작가는보리스사빈코프,로베르토볼라뇨,빅토르세르주다.이외에도플라토노프와이장욱의「혁명과모더니즘」,올랜도파이지스의「나타샤댄스」,카레르의「리모노프」,수전손택의빅토르세르주에관한에세이와벤야민의「모스크바일기」에빚진바가크다.

얼마전지인인홍상희가전화해꿈에서내가죽었다고했다.그녀의꿈에서는사람들이곧잘죽곤하는데죽고나면이상하게도좋은일이일어났다.나는작년에한번죽었고올해또죽었다.이번에는얼음물에뛰어들어익사했다고하는데시체는못봤다고한다.그렇지만죽은게확실해.좋은일없어?소름.내가말했다.그녀에게수상소식을전하자그녀또한말했다.소름.두번의소름.이런일이일어나면사후세계가있나하는의심을잠깐이나마하게된다.그렇지만작년에죽은이후에는아무런일도일어나지않았다.나도모르게어떤일이있었던걸까.그런데이게정말좋은일인걸까.

친구는좋은사람이좋은작품을쓰는거라고말했다.처음에는갸웃했지만점점그말이맞는것같다.바꿔말하면좋은태도가좋은작품을쓰게하는것같다.세상을대하는태도,작품을대하는태도,사람을대하는태도.좋은태도가어떤것인지는말하기힘들다.그건너무복잡하고자주변하며심히단순하다.좋은태도는좋은태도다.잘쓰는건어렵지않다.잘쓰는사람이너무많고잘만든작품이어느분야에나너무많다.너무매끈하고아름답고감동적인작품들이너무많다.

소설에도움을준많은사람들과심사위원들께감사인사를전한다.

2016년
정지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