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에서 유 오은 시집

유에서 유 오은 시집

$12.00
Description
《우리는 분위기를 사랑해》이후 3년 만에 선보이는 오은의 신작 시집!
시인 오은이 《우리는 분위기를 사랑해》 이후 3년 만에 세 번째 시집 『유에서 유』로 돌아왔다. 단어가 만들어내는 유희를 즐기고 때론 의미를 뒤바꾸고 사회를 폭로하는 시인 오은. 이번 시집 역시 오은의 시를 ‘오은의 시’답게 만드는 유쾌한 말놀이와 단어들이 제공하는 재미는 여전하지만, 그 이면에 자리한 사회의 부조리를 향한 거침없는 폭로와 상처, 어둠 등의 감정을 기록해내고자 하는 의지는 더욱 강해졌다.

두 번째 시집 출간 이후 한국은 더욱 살기 어려운 나라가 되었고, 청년들은 한국을 ‘헬조선’이라 부르기 시작했고, 전 국민을 슬픔으로 몰아넣은 비극적 사건도 있었으며 그로 인한 트라우마 속에서 모두가 각자의 방식으로 애도하거나 외면하는 사태가 오늘날까지 지속되고 있다. 시인 오은은 이 시집에 ‘헬조선’이라고 불리는 이 나라에 대한 숨김없는 마음을 반영하는 시를 다수 수록하여 오은 시의 힘을 여과 없이 드러낸다.
그렇다고 이 책이 사회의 어두운 면에만 몰두했다고는 말 할 수 없다. 이 시집의 또 다른 면은 오은이 지난 시집들에서 주목받았던 ‘말놀이’의 특징, 그 유희의 측면이 이번 시집에서 이어지고 있다. 마치 한가로운 피크닉 장소에 떨어진 폭탄처럼 평온함을 뒤엎고 전에 없던 흥겨움을 터뜨리는 시인의 말놀이를 기다렸던 독자라면 이 책이 더없이 기쁜 단 한 권의 선물이 되어 줄 것이다.
저자

오은

등단한순간과시인이된순간이다르다고믿는사람.누가시켜서하는일은정말이지열심히한다.어떻게든해내고말겠다는마음때문에몸과마음을많이다치기도했다.다치는와중에몸과마음이연결되어있다는사실을깨닫기도했다.삶의중요한길목은아무도시키지않았던일을하다가마주했다.누가시키지도않았는데,아니오히려그랬기에계속해서무언가를쓰고있었다.쓸때마다찾아오는기진맥진함이좋...

목차

목차
1부깃털을보았다
계절감/아찔/옛날이야기/공포/미시감/오늘치기분/아무개알아?/구멍/미완/뭉클/폭우/너무/일주일/아저씨/풀쑥/대중/밤에만착해지는사람들
2부유에서유를
말맛/마술/문법/필요불충분조건/지면/빛/구원/트라이앵글/표현/다움/만약이라는약/이상한접속어/말실수/책/읽다만책
3부투명위에투명이
손/내일의요리/백화점/차악/우리학원/샬레/척/합평회/승부처/졸업시즌/서바이벌/청춘/어른/질서/폼/반의반/청문회
4부나머지말
좋은냄새가나는방/움직씨는움직인다/우발적/애인/함구하는손/짠/느낌/맥거핀/묵묵/문탠/절반이라는짠한말/홀/흡혈성/시간차공격/오픈/나머지
해설|놀이와혁명권혁웅

출판사 서평

출판사서평
무에서유를,유에서또다른유를!
오은이선보이는언어의마술
오은의세번째시집『유에서유』가문학과지성사에서출간됐다.『우리는분위기를사랑해』(문학동네,2013)이후3년만의시집이다.오은의시를‘오은의시’답게만드는유쾌한말놀이와단어들이제공하는재미는여전하지만,그이면에자리한사회의부조리를향한거침없는폭로와상처,어둠,쓸쓸함등의감정을기록해내고자하는의지는더욱강해졌다.
중첩되는단어와시구들이밀어붙이는리듬속에서새로운의미가창출된다.“세계를해체하고재구축하...
무에서유를,유에서또다른유를!
오은이선보이는언어의마술
오은의세번째시집『유에서유』가문학과지성사에서출간됐다.『우리는분위기를사랑해』(문학동네,2013)이후3년만의시집이다.오은의시를‘오은의시’답게만드는유쾌한말놀이와단어들이제공하는재미는여전하지만,그이면에자리한사회의부조리를향한거침없는폭로와상처,어둠,쓸쓸함등의감정을기록해내고자하는의지는더욱강해졌다.
중첩되는단어와시구들이밀어붙이는리듬속에서새로운의미가창출된다.“세계를해체하고재구축하는놀이”(권혁웅,문학평론가)이기에오은,그의말놀이는한가로운피크닉장소에떨어진폭탄처럼평온함을뒤엎고전에없던흥겨움을터뜨린다.말놀이로일궈낸신나는한판이오은의시어들속에서시작된다.
무거운진실을토해내는
가벼운단어들의유희
두번째시집에서얼핏얼핏드러났던사회와체제의부조리를고발하는의식은세번째시집에와서더욱깊어졌다.그도그럴것이지난시집출간이후한국은더욱살기어려운나라가되었고,전국민을슬픔으로몰아넣은비극적사건이있었으며그로인한트라우마속에서모두가각자의방식으로애도하거나외면하는사태가오늘날까지지속되고있다.오은은그사이세월호에대해,헬hell조선이라불리는이나라의어둠에대해숨김없이말해왔고,그의이번시집에는그의마음을반영하는시가다수수록되었다.
우리중하나는이제떨어진다는거죠?
우리는별로중요하지않았다
하나만중요했다
―「서바이벌」부분
오은은현사회전반에자리하고있는쓸쓸함과불안감의실체를‘서바이벌’에빗대어드러낸다.“살다의반대말은죽다가아니야/떨어지다지”라는시인의시구처럼,한국은살아남거나혹은떨어지는사회로요약될수있다.“내가살아남았다는것은”,곧“누군가는떨어졌다는”뜻과도연결된다.오은은“우리”“너”“나”“하나”와같이가볍고도흔한단어들로,‘내가살고,너는떨어진다’는사회의이면을드러냄과동시에‘우리’가사라지고‘하나’만이남는다는서바이벌의규칙을한국사회에접목시킨다.
빛나는졸업장은곧장서랍속으로들어갈것이다
서랍속에서나날이빚이날것이다.
[……]
시간은
빛이달아나는속도처럼빠르거나
빚이불어나는속도처럼더빨랐다
졸업직전,친구중하나가휴학했다
졸업직후,친구중하나가대학원에갔다
―「졸업시즌」부분
“빛”이나야할졸업장은곧장서랍속에처박히고,“빛”이아닌“빚”이늘어난다.“졸업직전”과“졸업직후”는전/후의큰차이지만,다시학교라는곳에발붙인다는점에서차이는쉽게상쇄되어버린다.오은은‘빛/빚’‘아/어나는속도처럼’‘졸업직전/후’‘친구중하나가’등단어의형태상차이가크지않은단어들을배치하면서의미상의차이를끌어내는방식으로말하고자하는바를드러낸다.표면에나타난형태와다른이면의아픈지점이끄집어내는것이다.
이시에서한가지더중요한지점은시인이학생에서사회인으로넘어가는어떤시기를다시졸업직전과직후로나누며세밀하게나누고그의언어로박아놓는작업을수행한다는것이다.실제로오은은한인터뷰에서‘시가형언할수없는고통을,말도안되는상황을각자의말로,우리의말로기억하는것’이시가가지는최소한의역할이라말한적이있다.언어가가진세밀한차이를자유자재로부릴줄아는시인인만큼상황을세세히나누고,그를함께짊어지는태도또한그의시를읽는또하나의방법이될것이다.
학점을잘받아야해
꿈을잊으면안돼
대신,현실과타협하는법도배워야해
돈되는것을예의주시해야해
돈떨어지는것과동떨어져야해
[……]
다움안에는
내가없었기때문에
다음은생각할필요가없었다
―「다움」부분
“다움”이란‘어떤성질이나특징이있다’는대상의속성을나타내는말이다.‘~다움/~답다’라는언어에오은은‘~해야해/하면안돼’라는당위,명령의언어들을발견하고,점층적으로준엄한사회의명령들을폭로한다.‘학생답다’라는말에부과된언어들은대략이렇다.“학점을잘받아야”하지만동시에“꿈을잊으면”안되고,거기에더해“현실과타협하는법”까지도배워야한다.‘학생다움’을제약하는언어들은비단학생에게국한되지않는다.한국인으로서한국인답기위해서는“한국팀을응원해야”하지만,“영어는”또잘해야만한다.개인들은“눈치를잘살펴야”하고,더불어“눈알”도잘굴려야만한다.“다움”이란단어에붙는수많은당위가더해지면서결국“다움안에는/내가없”다는이면의진실이드러나고,오은의시는단어를이리저리굴리며형성되는흥겨운리듬감아래에사회의명령,즉이데올로기를비판하는강력한언어가된다.
말들이말들을만나새로운말들이되는
말놀이,그아수라장
오은의시는선행하는그어떤길도따르지않는다.그는시에서끊임없이놀이play를벌인다.놀이외에는아무것도아닌놀이,시가말로되어있으니까당연히말놀이,말놀이외에는다른아무것도되지않는놀이._권혁웅(문학평론가)
그가이책에서사회의어두운면에몰두했다고만말할수는없다.이시집의또다른측면에“몰라서달콤한말들”을꿈꾸는“꿀맛”같은달콤함이살아있다.그의지난시집들에서주목받은‘말놀이’의특징들,그유희의측면이이번시집에서도이어지고있는것이다.
나에대해,너에대해
내가너에게더가까워지려는찰나에대해
너무에대해,너무가갖는너무함에대해,너무가
한쪽팔을벌려나무가되는순간에대해,너무가비
로소생장할수있는자신감을얻는순간에대해,너
무가세상을향해팔뻗는순간에대해,너무가품은
부정적의미는사라져
―「너무」부분
‘너무’와‘나무’는전혀다른의미를가진단어이지만오은의시세계에서‘나무’는‘너무’가한쪽팔을벌린모양새다.‘ㅓ’가팔을뻗어‘ㅏ’가되었을때‘너무’가갖고있던부정적의미는나무의가지가뻗어갈때의생동감과힘찬자신감으로이어지고,비로소‘너무’의부정성은사라진다.사소한변주만으로언어형태의부정성을끌어안고나아가의미를전복시키는오은시의힘이여과없이드러난다.
너에게반을줄게
나는나머지반을가지면되니까
나는반과반을합치면하나가된다고생각했다
[……]
나에겐아직도반이남아있단다
나는반의반을떼어주었다
네가그것을떼어먹을것을알면서도
반에반했다가
반에반(反)해버리듯이
―「반의반」부분
「반의반」에서는하나의‘반’과또다른‘반’을나누고,그반들을가지고새로운서사를만들어낸다.‘반’다음에“반나절”이오고,그다음에“반의반”이오고,또그다음에‘반하다’가오는식의사전식배열은처음‘반’에서시작한그의말놀이를끊임없이이어지게한다.오은은‘반’이라는일상적인단어의의미를확장하고,‘반’위에확장된의미의‘반’들을쌓고,중첩시키면서상투적인맥락이상의이야기를만들어내며,‘반’으로할수있는새로운놀이의경험을독자들에게제공한다.
어둡고쓸쓸한풍경을떠도는언어들의놀이,언어들의유희는결국에이시들이모두오은의시임을말해준다.“겉돌다가헛돌가다마침내감돌게될때까지”(「구원」)단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