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여름의 크리스마스 (이은용 장편소설)

그 여름의 크리스마스 (이은용 장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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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중학교 졸업식을 채 치르기 전에 필리핀으로 유학을 간 이진과 준희, 그리고 한국인 아빠와 필리핀인 엄마를 둔 현아의 이야기를 담은 『그 여름의 크리스마스』. 고온 다습한 아열대성 기후인 필리핀에서는 눈이 오는 크리스마스는 상상할 수가 없다. 이처럼 모든 것이 낯선 환경 속에서 두려움과 불안, 그리움을 안고 알 수 없는 미래를 향해 가는 소녀들의 성장담이 조금은 아프게 펼쳐진다.
저자

이은용

저자이은용은서울에서태어나산업디자인과를졸업하고대학원에서문예창작을공부했다.2008년『평화신문』신춘문예에소설이당선되었고,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을받았다.장편동화『열세번째아이』와청소년소설『내일은바게트』를썼다.

목차

그여름의크리스마스
작가의말

출판사 서평

“한국을벗어나면더선명해질줄알았어,내앞날이.
그런데지금은잘모르겠어.”

한국과필리핀,겨울과여름,거기와여기,지금과미래……
그사이에서길을찾는아이들이꿈꾸는하나의크리스마스


연일폭염이기승을부리는한여름에크리스마스라니무슨이야기일까?‘문지푸른문학’시리즈로출간된이은용의『그여름의크리스마스』는중학교졸업식을채치르기전에필리핀으로유학을간이진과준희,그리고한국인아빠와필리핀인엄마를둔현아의이야기다.2년전,역시‘문지푸른문학’으로『내일은바게트』를출간한이은용작가는이번에도특유의따뜻한시선과섬세한묘사로,여러시련뒤에한뼘더성장하는소녀의이야기를보여준다.
고온다습한아열대성기후인필리핀에서는눈이오는크리스마스는상상할수가없다.이처럼모든것이낯선환경속에서두려움과불안,그리움을안고알수없는미래를향해가는소녀들의성장담이조금은아프게펼쳐진다.

모든게다르고낯선필리핀유학,
‘지금’은견디는시간일까,붙들고있는기회일까?


이이야기를이끌어가는화자이진(루시)은중학교졸업을앞둔겨울방학에필리핀으로유학을떠난다.방학기간에어학연수를다녀온적은있었지만대입을염두하고떠나온유학길이마냥낯설고두렵기만하다.대학진학도,그이후앞날에대한뚜렷한확신도없이엄마아빠의부추김에오게된필리핀.그나마다행인것은같은나이의준희(리사)와함께라는것이다.

인지하고있을때는막연한두려움이었지만경험으로다가왔을때는두려움자체였다.어학연수를왔을때와는너무도달랐다.끝이보이는길을걷는것과까마득한길을떠나는일이같을리가없었다.
스크린도어를빠져나가던순간이떠오르자잠결에도숨이가빠왔다.더운공기가폐속까지파고드는느낌이었다.잊으려고해도생생하게떠오르는기억.필리핀공항의스크린도어를걸어나가던순간,나는낯선세계에떨어진도로시가된기분이었다.방금전에떠나온세계가그리웠다.(14쪽)

부모님의강요된제안으로필리핀에온이진과달리준희는스스로우겨서온경우이다.준희는필리핀이자신의마지막기회라고생각하기때문에더욱절실함을가지고있다.하지만미래가막막하기는이진과마찬가지.둘은한방을쓰면서서로에게의지하며그림자처럼붙어지낸다.그러나이진은준희의생각이자신과다른곳을향하고있다는것을종종느낀다.답답하고힘든유학생활에서뭔가다른돌파구를찾으려는이진과달리,준희는자기만의세계에서좀처럼마음의문을열지못하는것이다.특히가난하고위험한나라라는필리핀에대한선입견은준희에게마음의벽을더욱높이쌓게만든다.

우리는쌍둥이가아니라그림자처럼함께다녔다.내가가면준희도가고,준희가가면나도갔다.내가하지않는일은준희도하지않았다.혼자가아닌둘이라는사실은걱정과두려움을반으로덜어주었다.하지만가끔은준희의생각이나와다른곳을향하고있다는걸느낄때가있었다.(49쪽)

그런둘앞에어느날현아가등장하면서보이지않던갈등이점차모습을드러낸다.현아는어학원에서말썽을피우고목사님댁에보내졌다가돌아온아이다.아빠는한국사람이지만엄마가필리핀사람이라외모에서부터눈에띄는현아를준희는처음부터못마땅하게여기고,이진과의사이에현아가끼어드는것을경계한다.그러나이진은현아와함께원장부부몰래어학원을나와자유의바람을맞는것이좋다.그리고오히려현아를헐뜯는준희가불편하다.준희와같은중학교를나온한국친구에게서준희의안좋은이야기를듣기도했던이진은처음엔그말을믿지않았지만,점점자신이보는준희의모습이전부가아닐거라는생각을하기시작한다.게다가준희가학교에서필리핀아이들과도사이가나빠지면서이진과준희의거리는회복하기어려울정도로멀어진다.

감옥을빠져나가서들이마셨던공기.그날불었던바람과냄새와모든기운이고스란히기억났다.매연을마시며탔던트라이시클과거리의사람들.내가보았던모든풍경이사진처럼찍혀앨범을들추듯하나하나나타났다.나를향해웃던현아와내키지않는걸음을해서불안해하던준희.우리가함께했던시간이었다.(158쪽)

준희가자신에게무언가말을하고싶어한다는걸알면서도이진은선뜻준희를받아들이지못한다.준희와어긋날수록이진은자꾸만더준희를피하게되는데,그러던어느날준희가아끼던고양이망고의죽음이찾아온다.그러다얼마후,마음의문을굳게닫아버린준희는시험을치르는날학교에서뛰쳐나간후로어학원에서모습을감춘다.모두준희를잊은듯시간이흐르고,어학원에새학생들이들어온날이진이는고양이울음소리에이끌리듯준희의방으로향한다.그리고준희의방이아닌,필리핀에처음왔을때준희와함께지냈던지하방에서고양이처럼변해버린준희를발견한다.그후준희는급히한국으로돌아가고,이진은준희와의약속을지키기위해크리스마스에준희의집을찾아간다.

필리핀의뜨거운크리스마스를겪으면서,다음엔꼭둘이서눈이내리는차가운크리스마스를함께보내자고약속했던이진과준희.그들이바라던차가운크리스마스는필리핀에서의그여름의크리스마스와과연다른것이었을까?함께노래를부르며춤을추었던필리핀아이들은그들과정말다를까?이은용작가는이진과준희의낯선이국생활을사실적으로그리면서,그들의시선이향한곳은결국똑같은곳이었음을다양한각도에서보여준다.
한국에서수험생으로살아가는일과녹록지않은유학생활,필리핀사람들을받아들이지못하는준희와준희를좋지않게기억하는한국아이들,어학원이갑갑하기만한이진과필리핀생활이너무싫지만그것이자신의마지막기회라고생각하는준희,그리고그들이기다리는1년중딱하루크리스마스.여름의필리핀과겨울의한국은그계절의차이만큼이나멀리떨어진듯보이지만12월25일은어느곳에서나단하루이듯,바라보는위치만다를뿐결국은모두같은것이다.중요한것은‘지금’이시간,‘누구’와함께하느냐,하는것이다.“생애최고의순간,젊고달콤한”현재에함께춤을추는것,그자체의아름다움말이다.그렇기에크리스마스를함께하자던준희와의약속을지키기위해찾아가는이진의여정은중요하다.아픈성장통끝에비로소알게된것이바로그렇게지금함께한다는것의의미이기때문이다.

미술시간에선생님이말한내용이떠올랐다.
“컵을아래쪽에서보면그안에무엇이들었는지모르지.손잡이가있는반대방향에서는손잡이가있는지도모르는거야.”
준희와현아,그리고나는각자의방식대로버티고있었다.어디에서보든결국하나의존재였는데,그걸몰랐다.
-함께있었더라면좋았을거야.다른방향을보았더라도서로의말을들어주고서로가본걸얘기했더라면,그랬으면알았겠지.왜냐면……우리는같은걸보고있었으니까.(228~229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