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의고안을통한삶의연장,
삶의고안을통한언어의확장
한국현대시의에너지가뻗어가는자장가까이에서활발한비평활동을펼쳐온문학평론가조재룡의새비평집『한줌의시』(문학과지성사,2016)가출간되었다.지난해소개된『번역하는문장들』(2015)이번역의문학적가치를적극적으로옹호하고,번역의인식론을둘러싼언어-문화의변화를탐문하는근본적인성찰에중점을둔역저였다면,이번평론집은전작『시는주사위놀이를하지않는다』(2014)에이어800쪽가까운지면을오롯이한국현대시에대한현장비평에할애하고있다.
저자는2003년본격적인문학평론활동을시작한이래줄곧,말의형식과삶의형식이서로분리될수없다는인식하에,삶의긴장을표현한언어의총체성으로서의한국현대시를톺아보는데남다른열정을보여왔다.『한줌의시』역시,프랑스현대시와비평,그리고번역이론을공부한불문학자이자번역가답게해박한이론지식과실증적분석에기초한시비평의내용과형식,개념과언어를끊임없이확장하는비평문31편을담고있다.저자의표현을빌려오면그에게시비평은‘낱말들과문장의조직과그운동성에천착한비평’이자,‘문장과문장이계속충돌하며,서로가서로에게덧대면서모종의접점을모색하고,그과정에서도출되는기이한목소리를따라가는일’일터이다.완고한현실에작은균열을내기위한고통의언어인시가획일적인문법에서탈주하여‘부정성의정신으로미지의타자를품는일에함께복무하는일’로서의조재룡의비평은충분히값지다.
가장독창적이고새로운언어실험으로현재한국시단을풍요롭게하고있는다양한시인들의시수백여편을하나하나치밀하고꼼꼼하게읽어낸『한줌의시』를통해,독자들은동시대의시(적)경험의지평을넓히고언어와상상력이추동하는삶의의미를스스로에게묻는시간을갖게될것이다.또시읽기의경험과나란히출발한타자에대한이해와인식의확장이시의잠재성과가능성의발화를통과하며시시각각변화하는시대와역사에대한통찰로나아가는과정을함께하게될것이다.
제목‘한줌의시’는‘상처받은삶에서나온성찰’을부제로한아도르노의『미니마모랄리아』에대한오마주라고해도좋겠다.아도르노의글은시가인간과삶의가치가위기를겪는순간과순간을잇는상처의말이라는것,그러니까이세계에뿜어내는한줌의더운숨결이자,폐허위에힘겹게피어올린한줌의윤리라는나의생각을조금더명확하게해주었다.아주구체적인삶,너른대통의밑바닥이라고해도좋을우리의삶하나하나가서로엉키고부딪치면서빚어내고있는가치와진실을,말의고안을통해경험하고경험하게해주려는자들이결국시를쓰는것이며,나는부족한대로,그들이남긴말의주관적인운동과그힘을살펴보고싶어했던것같다.―「책머리에」에서
낱말-통사-문장을총체적으로파악하는시-독법,
지금-여기,인간과삶의가치를새롭게묻다
현재한국시단에서가장왕성한창작활동을펼쳐보이는시인들의개별작품론과시인론을총체로하는이책은전체5부와보론에모두31편의글이묶여있다.우리삶을깊이있게성찰하는데필수불가결한언어예술로서의시의존재를묻는저자는책의1부<시의현재성과윤리>에서삶의형식을직조하는데긴밀한연관성을갖고있는시,그시비평의윤리적의미를함께묻고답하는시론격의글들을배치하고,김혜순의근작시들을필두로발화의다양성과시대의윤리를함께고찰한다.한편문학평론가김현비평의현재적의의와그의비평태도가지금-여기에여전히유의미한질문을던져주고있는실증적사례를그가남긴비평전집을꼼꼼히읽어가며증명한다.
2부<언어의실천적열망들>에서2014년부터2015년에걸쳐집중적인현장비평을감행한저자는시에밀착한해석의의지나노력없이손쉽게세대론,주류경향론등으로범주화하는기성문단/비평계의안일함을질타하고대신,현미경으로들여다보듯개별작품들을밀착분석하여각각의개성적인목소리를발견하는데주력한다.저자의전공분야인‘리듬-통사’론을발판삼아김언,이제니,송승언,황인찬,김현,오은,송승환,서대경등한국현대시의최전선에서자신만의‘구성의시학’을탄탄하게쌓아가는젊은목소리들을조명한다.이어지는3부<잠재성의주재자>와4부<타자의역습>에서는자아와타자,주체와세계의관계성그리고새롭게고안된말의주관적인운동성과그힘을들여다본다.이를위해정재학,김경주,이경림,김근,기혁,강정그리고김안,김이듬,김소연,조정인,이태선등의근작시집들을폭넓고도세밀하게읽어내는한편,언어학자앙리메쇼닉,에밀벤베니스트,소쉬르의이론에기초하여보들레르와랭보,말라르메들의시를흥미롭게조명하고있다.5부<어떤작위의세계>에서는현실사회가표출해내는여러이야기적요소를시적으로승화시키고있는박판식,유형진,최정례,유진목,정익진,김현서등의시집을면밀하게살펴본다.끝으로정평이나있는현장비평가답게세대를아우르는밀접한교우속에시가창작되는공간속시인들과함께하는시/삶의질료들에대한흥미로운단상2편(「시와알코올」「시와담배」)을<보론>으로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