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근
낭만주의자.경북문경에서태어나충북충주에서자랐다.서울에서가장오래살았다.중앙대문예창작학과를졸업하고동대학원박사과정을수료했다.1992년≪문화일보≫신춘문예에시가당선되어등단했으며,대학재학중에쓴노랫말<너무아픈사랑은사랑이아니었음을>이김광석에의해노래로불리기도했다.등단후18년간공식적인작품발표를하지않다가2010년첫시집『상처적체질』을,2016년두번째시집『어떻게든이별』을출간했다.산문집『함부로사랑에속아주는버릇』,『사랑이다시내게말을거네』,카툰픽션(스토리툰)『싸나희순정』,공동으로엮은한국서정시선집『당신에게시가있다면당신은혼자가아닙니다』를세상에내놨다.
목차1부사과꽃/뱀딸기의효능/환기/끝나지않는만찬/나에게주는시/엣날애인의기념일을기념하다/엘뤼누이찬드란의부고/크리티컬블루,재즈학교/어떻게든이별/고달픈이데올로기/있겠지/위험한날/이빨論/시인들/낱말하나사전/최선을다한다는것2부自敍/김점선의웃는말그림판화/七夕/명왕성이후/俗반가사유/祝詩/지금아픈사람/겨울비대흥사/불현듯,/엽신/인월다방/봄날/영화로운나날/소통의문제/어쩌다나는,/사랑은아직도끝나지않았네/이제우리가사랑한다는것은/()/노처녀3부두메양귀비/1991년,통속적인,너무나통속적인/여자와개와비와나/인문학적고뇌/11월/문득조금억울한인생/다리잘린고양이에대한해석/또또와분식/마지막날/가죽나무/가을이왔다/양어장/박사로가는길/벽송사/환멸/歸家4부나날/술마시는행위/거미/겨울이와서/굳센어떤존재방식의기록/휴가병/풀옵션딩동댕원룸텔/쇼윈도수타짜장면집/열린문/좋은아침/콩가루생각/옛날애인/안과밖/무위사/세월저편/고독의근육/나쁜시절/동량역/아슬아슬한내부/봄눈/겨울나무
출판사서평이계절은조금가벼운절망을앓기에얼마나찬란한가사랑,결국에는이별,끝내불가피한고독지극한상처안에웃음을품은쓸쓸한통찰시인류근의두번째시집이문학과지성사에서출간되었다.1992년문화일보신춘문예로등단하였으나18년간한편의시도발표하지않았던그는,2010년세상에알려지지않은시편들을모아엮은첫시집『상처적체질』에서개인의기억에서비롯한아픔을누구나경험했을법한애수로확장시키며상처와함께살아갈수밖에없는삶을드러내었다.두번째시집『어떻게든이별』의해설...이계절은조금가벼운절망을앓기에얼마나찬란한가사랑,결국에는이별,끝내불가피한고독지극한상처안에웃음을품은쓸쓸한통찰시인류근의두번째시집이문학과지성사에서출간되었다.1992년문화일보신춘문예로등단하였으나18년간한편의시도발표하지않았던그는,2010년세상에알려지지않은시편들을모아엮은첫시집『상처적체질』에서개인의기억에서비롯한아픔을누구나경험했을법한애수로확장시키며상처와함께살아갈수밖에없는삶을드러내었다.두번째시집『어떻게든이별』의해설을맡은문학평론가홍정선은,류근이등단이후18년동안“시로부터도망다닌것처럼보이는세월에대한비밀”이이번시집속72편의시들에숨어있을것이라추측하기도한다.시인은첫시집출간후6년이라는시간만큼차곡이쌓인상처를다시진솔한언어로매만지며돌아보는한편,아물지않는그상처와‘어떻게든이별’하려는결심을거듭하여시도하고있다.어제나는많은것들과이별했다작정하고이별했다맘먹고이별했고이를악물고이별했다[……]어제는어제와이별하였고오늘은또어제와이별하였다아무런상처없이나는오늘과또오늘의약속들과마주쳤으나또아무런상처없이그것들과이별을결심,하였다―「어떻게든이별」부분자아와세계에대한모호하고거창한탐구,관념적이고아카데믹한탐구에류근은관심이없다.우리의일상성을넘어서는문제,지나치게진지하고고매하여우리를무겁게만드는문제는류근의관심사가아니다.류근의관심사는우리모두에게익숙한연애,추억,음주,가족,육체등과관련된일상적사건이나생각들이다.류근은그런것들을입가에웃음기가피어오르게만드는어법으로,객쩍은사람이란생각이들게만들정도의솔직함으로우리앞에털어놓는다.그래서류근의시는철조망이쳐진개인의사유지처럼우리의접근을거부하는느낌이아니라사방이트인공원처럼우리의산책을반기는느낌을준다._홍정선(문학평론가)우리,만나서불행했습니다“잊혀진다는건/좋은일이다”(「명왕성이후」).망각이라는귀중한능력덕분에,보통시간이지나고나면기억은풍화하여흔적만남는다.하지만아무리시간이지나도흐려지지않는어떤기억이있다.내내지워지지않고,합리화로도아름다워질수없는기억은아물지않는상처가되어오래앓을수밖에없다.모두의마음밑바닥에하나쯤은있을법한기억,류근의이번시집에는그런상흔같은기억을되새기는시들이유독많다.화자는아버지의죽음을지키지못했으며(「휴가병」),“가진게사전한권밖에없는”“그안에내이름하나밖에없는”어머니를“버릴수밖에없”는아들이었다(「낱말하나사전」).“자취하는애인집에안간힘을쓰며/매달려”살던적도있었다.“생활도없이살아있는”데욕망은턱없이집요했다.“팔리지않으나/너무많이상영되어버린영화”(「영화로운나날」)같은자신이환멸스러워술도자주마셨다.“일없이취해서날마다취해서”“편안한마음으로절망하고싶어”지던것이다(「1991년,통속적인,너무나통속적인」).그런때에도사랑하기를멈추지않았다.그래서무엇보다떠나간사랑에대한시들이많은데,고(故)김광석의노래로널리불리는초기시에서“너무아픈사랑은사랑이아니었음을”토로하던류근시의화자는긴세월상처로남은애인,애인들에게어느덧“결별의말을남길수있어행복”하다고,당신을만나“남김없이불행할수있어서행복”했다고이제선뜻인사를건넬수있게되었다.이는어떤사람들에게만이아니라제기억과상처에게도전하는인사일것이다.“가족에게비겁했고,가족때문에비겁했다.애인에게비겁했고,애인때문에비겁했다.시때문에비겁했고시에게비겁했다”(홍정선).모든비겁함에이별을고하며,겪어온어떤상처보다더쓰라릴‘고독’을화자는견딜수있을까.“내게서한걸음도달아나지못하고/일없이왔다가는밤과낮이아프다”(「고독의근육」).친근한언어로충만한성찰을빚어내다이렇게지극한고독과깊은상처를이야기하면서도그의시가버겁지않은건류근이지닌자질덕분일것이다.첫시집에서보여준“가장진지하고도가장가볍게타자와새로운세계를향해스며드는일종의방법적사랑”(최현식)이라는의미에서의통속미(通俗美)는이번시집에서도유효한데,한없이무거운기억속상처와애절한감정을안기는주변의존재들에대해이야기하면서도시속에홀로빠져들어고립되지않고무리없이독자들에게공감을불러일으키는것은꽉찬성찰이그안에자리잡고있기때문이아닐까.단언하기보다짐작하고,선언하기보다기원하면서,성찰은시인에의해쉽고친숙한언어들로정제되어시로탄생한다.이상하지시깨나쓴다는시인들얼굴을보면눈매들이조금씩일그러져있다잔칫날울지않으려애쓰는사람처럼심하게얻어맞으면서도어떤이유에서든이악물고버티는여자처럼얼굴의능선이조금씩비틀려있다아직도일렬횡대가아니고선절대로사진찍히는법없는시인들과어울려어쩌다술을마시면독립군과빨치산과선생과정치꾼이실업자가슬픔이과거가영수증이탁자하나를마주한채끄덕이고있는것같아천장에매달린전구알조차비현실적으로흔들리고빨리어떻게든사막으로돌아가뼈를말려야할것같다이게뭐냐고물어야할것같다울어야할것같다―「시인들」전문뒤표지글(시인의글)어느전생이었는지아득하지만우리가이계절에처음만났던기억이있다.나무들이세상을향해마지막등불을밝혀드는무렵이었다.나는조금가벼운절망을앓고있었고,상심한내부를잘들여다보기위해날마다술집과술집사이에서떠돌았다.그럴수록내상처가잘보였다.내저항은고작세상의변방쪽으로나를데려다눕히는것이었다.그러면조금안심이되어서울지않고도한계절을잘견딜수있었다.종종우산도없이비를맞았다.우리가처음만난것도그런것이었다.아무런예감도없이막다른골목에서운명과맞닥뜨리는것.운명이아니길바라면서도마침내운명의속살까지다비쳐보이게되는것.나는잠시망설였지만곧눈을감고운명이내미는칼끝을받아들였다.깊이찔려서무럭무럭피?흘리고싶은낭패감조차감미로웠다.단하루여도좋을지상의날들이11월의구름처럼지나갔다.살아서찬란한것들은위독하다.꽃들은곧죽고,잎사귀들은속절없이저문다.나는다시술집으로돌아왔다.찬란하지않아도깊이깊이위독할수있는나의술자리로나는나를데리고돌아왔다.잎사귀를허물지않고겨울을나는나무는병든나무다.스스로잎사귀를버리는힘으로나무는겨울을건너간다.그리고이계절은조금가벼운절망을앓기에얼마나찬란한시절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