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의 세기 (백민석 장편소설 | 양장본 Hardcover)

공포의 세기 (백민석 장편소설 | 양장본 Hardcover)

$13.10
Description
무엇으로도 통제 불가능한 정신적 묵시록의 세계!
1995년 등단 이후 8년 동안 7권의 책을 써낸 뒤 돌연 잠적, 10년 만에 침묵을 깨고 2013년 복귀 후 엄청난 괴력으로 소설을 써내고 있는 소설가 백민석의 장편소설『공포의 세기』. 《문학과사회》에 연재했던 작품으로 괴물로 태어나거나, 괴물이 되어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악의 경계도 범주도 없는 우리의 세기, 2016년 오늘, 다른 누구의 이야기가 아닌 우리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작품은 새 밀레니엄이 시작되는 시점에서 출발한다. 우리 사회 공동체 안에서 공통된 경험을 하며 살아온 사람들이 어느 날 도처에서 각자의 타깃을 향해 테러를 저지른다. 서로 간에 원한도 선과 악의 경계도 불분명하다. 눈에 안 보이고, 실체가 없고, 뭔가 있는 것 같기도 하지만 잡히지 않는 말 그대로 호러에 가까운 악의 현현. 이성이나 과학 같은 근대성으로도 파악할 수 없는 어떤 것.

작품은 ‘모비’라는 괴물 같은 소년의 잔인무도한 강도 행각과 함께 평범한 일상 속에서 튀어나온 망령이 ‘경, 심, 령, 효, 수’라는 인물들을 따라다니며 기괴한 행동과 범죄를 이어가게 하는 가운데, 이들은 ‘불의 혀’라는 사인으로 우리 세기의 ‘괴물’로서의 인증을 해 보이고 문학이 어떻게 ‘현재’에 대한 은유가 될 수 있는지를 여실하게 보여준다.
저자

백민석

저자백민석은1971년서울에서태어나서울예술대학문예창작과를졸업했다.1995년『문학과사회』에「내가사랑한캔디」를발표하면서문단에등장했다.소설집『16믿거나말거나박물지』『장원의심부름꾼소년』『혀끝의남자』,장편소설『헤이,우리소풍간다』『내가사랑한캔디』『불쌍한꼬마한스』『목화밭엽기전』『러셔』『죽은올빼미농장』이있다.

목차

나는아무도아니다
나는모두다
이주일디너쇼
내마음은늑대와함께갇혔다
블러디메리
폭굉
나는내안에서나를잃었다
불이그구름가운데있으리라
열쇠와책
혀가말한다
너희가우릴만들었다
내이름은공포다
불의혀
공포의왕

출판사 서평

“절망적인함성이광장전체를집어삼켰다”

우리시대의‘괴물’,
그형체없는목소리의공포!


1995년등단이후8년동안7권의책을써낸뒤돌연잠적,10년만에침묵을깨고나타난소설가백민석이또다시엄청난괴력으로소설을써내고있다.2013년복귀와함께출간한소설집『혀끝의남자』이후「수림」연작과「아트워」연작등을발표하는동시에『문학과사회』에연재한장편소설『공포의세기』를책으로엮었다.무서운존재가어느날살그머니내옆으로다가와,꿈과현실을쫓아다닌다면어떻게해야할까.괴물로태어나거나,괴물이되어가는사람들의이야기를담고있는이작품은새밀레니엄이시작되는시점에서출발한다.‘모비’라는괴물같은소년의잔인무도한강도행각과함께평범한일상속에서튀어나온망령이‘경,심,령,효,수’라는인물들을따라다니며기괴한행동과범죄를이어가게하는가운데,이들은‘불의혀’라는사인으로우리세기의‘괴물’로서의인증을해보인다.악의경계도범주도없는‘우리의세기’,2016년오늘,다른누구의이야기가아닌우리의이야기가여기에펼쳐진다.

“세상이변한것같다.그때만해도많은사람들이머지않은미래에조지오웰의『1984』같은획일적인전체주의사회가올거라고생각했다.빅브라더같은하나의커다란배후,세계권력,정치세력이모든것을통제하는.[……]그런데막상이천년대가오자현실은그것과반대로굴러가기시작한거다.고체였던것들이액체가되고전체주의적이라기보다는카오스적이고뭐라고규정지을수없는세상이된것이다.”
_백민석,인터뷰「우리세기의‘공포’를말하다」에서
‘악’이란무엇이며악인은또누구인가

오늘날우리는각종‘악’을마주하며살고있다.전세계에서일어나고있는테러,혐오범죄,권력형비리,지위를앞세운성범죄등약자를향한범죄에우리시대의모두가몸서리치고있다.하지만이러한범죄앞에서우리는무엇보다그실체와대상이불분명할때더큰두려움을느낀다.『공포의세기』에서는모두우리사회공동체안에서공통된경험을하며살아온사람들이어느날도처에서각자의타깃을향해테러를저지른다.서로간에원한도선과악의경계도불분명하다.눈에안보이고,실체가없고,뭔가있는것같기도하지만잡히지않는말그대로호러에가까운악의현현.이성이나과학같은근대성으로도파악할수없는어떤것.소설의중심축이되는모비는그렇게만들어진‘안티크라이스트’이다.작가는이러한악의모티프가코스모스의질서가아닌카오스의질서에서살아가는‘현대성’의표현이며,이것은‘헬조선’이라는삶의조건일수도있고더근본적인무언가일수도있다고말한다.‘현대’라는조건에서더이상장발장은없다.다만우리안에‘악’의조건이있을뿐이다.내가언제든지그런사람이될수있다는가능성은『공포의세기』가전하는또하나의공포다.

심장에망령의손길이와닿을때마다사람들은깊은한숨을쉬었다.한숨소리를들으며경은슬픔에가슴이무너졌다.세상은살아서지옥이었다.지옥이아닌삶을사는사람들은극소수였다.그리고그극소수가자신의삶을지옥이아닌상태로유지하기위해,다른사람의삶을지옥으로만들고있었다.어쨌든그들의삶도지옥이었으니까.(pp.301~02)

백민석만의‘충격’문법―공포의세기를‘실감’케하다

백민석이다시나타났을때두팔벌려환영한독자라면또하나의‘충격’을기대하고있었을것이다.백민석만의이거친충격문법은어떤카타르시스를유발한다기보다는감각과정서를깨우는방식으로활동하게하기때문이다.이번소설『공포의세기』의가장강렬한충격은등장인물들간의연결고리라할수있는‘불의혀’모티프에서느낄수있다.모비에서번지는폭력에너지는‘경,심,령,효,수’라는인물을통해각자의개연성과원초적기억을바탕으로발산된다.모비를지배하는영적인기운이나‘경,심,령,효,수’를움직이는망령은통제불가능한방식으로우리의땅에피를뿌린다.
이제더이상하나의거대한권력이세상을좌지우지하는시대가아니다.무엇으로도통제불가능한정신적묵시록의세계에서백민석만의‘충격’문법은지금을대변하는소설문학의정수를느끼게할것이다.

‘그럼이거나먹어.’
모비는팔을휘둘러오피스걸의긴머리채를잡아끌어올렸다.그러곤팔을뽑아군중에게던졌다.다리도뽑아던지고허리도반을갈라던졌다.그걸로부족하자,다시중년사내를낚아채똑같은과정을반복했다.피의보라가광장전체로번져나갔다.
‘봐라.물고기두마리로내가너희를다먹인다.’
하지만허기의함성은채워질줄몰랐다.(p.287)
‘우리의세기’의‘공포’를어떻게사유할것인가

대한민국이‘국정농단사태’로분노와공포에휩싸여있다.공포는사람을두려움에떨게할뿐만아니라종국에는두려움에지쳐무기력하게만들수도있다.이것은공포이후의공포다.“그의삶자체가하나의실체없는음모일수있었다”고말하는이소설『공포의세기』는문학이어떻게‘현재’에대한은유가될수있는지를여실하게보여준다.세상에는분명한악이있지만또한구분이불분명한선과악이혼재하며,권력과재력앞에무너진사람들을보면서우리안의누구든내안의무엇이든그렇게될수있다는경고를받아들게한다.“절망적인함성이광장전체를집어삼”키고있지만우리는이절망과공포를어떻게사유해야할지고민해야한다.이것이현재의국가사태와『공포의세기』가우리에게던지는과제이다.

한창림은수업을계속했다.윌리엄터너의풍경화를프로젝터로스크린에띄워놓고,이것처럼바다에뜬배를한번그려보라고했다.요트도좋고돛단배도유조선도좋다고했다.모비는스케치북가득코발트색이창창한하늘에,황금색파도가치는바다,그리고핏빛통통배를그려제출했다.수업을듣는열두명의수용자가운데시간안에그림을끝낸건그뿐이었다.손놀림이놀라웠다.그러다가한창림은,모비가삼년을갇혀있던강력범이란사실을떠올리곤,그손놀림이어떤손놀림일수있는가하는생각에순간아찔했다.(p.2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