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냥한 폭력의 시대 정이현 소설집

상냥한 폭력의 시대

$14.00
Description
우리는 성장했고, 시대는 달라졌으며, 이에 발맞춰 정이현도 변화했다!
《낭만적 사랑과 사회》, 《달콤한 나의 도시》 등을 출간해온 ‘도시기록자’ 정이현이 9년 만에 선보이는 단편소설집 『상냥한 폭력의 시대』. 소설집으로는 통산 세 번째인 이번 소설집은 저자가 단편을 쓰는 데 어려움을 겪던 시기에 부단하게 고민해온 흔적이자, ‘그래도’ 소설로 세계를 이해하고 써낼 수밖에 없어 끊임없이 노력해온 증거다. 2013년 겨울부터 발표한 소설들 가운데 미소 없이 상냥하고 서늘하게 예의 바른 위선의 세계, 삶에 질기게 엮인 이 멋없는 생활들에 대하여 포착한 자취들이 가득 담긴 일곱 편의 작품을 모아 엮었다.

고등학생 보미가 남자친구 승현과의 관계로 생긴 미숙아를 낳은 후 밝고 화사하고 상냥한 어떤 세계가 자신의 인생에서 영원히 사라져버렸음을 깨닫게 되는 보미의 엄마 지원과 승현의 엄마 미영의 이야기를 담은 《아무것도 아닌 것》, 살고 있는 집 주인이 전세금을 올리자 전세금 마련에 지친 부부가 고민 끝에 대출로 집을 사기로 결정하고 ‘잘 살자’고 다짐하지만, 이사 전날 새집에서 충격적인 장면을 맞닥뜨리게 되는 《서랍 속의 집》 등 군더더기 없이 정확한 의미의 단어만을 골라 쓴 단정한 문장들이 서로 단단하게 얽혀 소설 곳곳에서 ‘정이현식’ 아이러니를 만들어낸다.
동시대인의 삶과 사랑을 증언하는 여러 장편과 산문집을 꾸준히 발표하고, 팟캐스트(낭만서점)를 진행하거나 가수 요조와 함께 컬래버레이션 작업을 시도하는 등 늘 ‘오늘’에 충실하려 노력해온 작가 정이현. 늘 도발적이고 발칙하며, 감각적이고 치밀하다는 수식이 따라붙었던 저자는 2010년대와 동세대 사람들에게서 이제는 톡 쏘는 ‘쿨함’ 대신 ‘모멸’과 ‘관성’이라는 서늘한 무심함을 읽어낸다. 저자가 포착한 ‘오늘’은 친절한 표정으로 무심하게 모멸감을 주고받는 사람들의 시대다. 이 세련된 폭력이 조금씩 모습을 바꿔가며 소설 속에 등장한다.
저자

정이현

소설집『낭만적사랑과사회』『오늘의거짓말』『상냥한폭력의시대』,장편소설『달콤한나의도시』『너는모른다』『사랑의기초-연인들』『안녕,내모든것』,중편소설『알지못하는모든신들에게』,짧은소설『말하자면좋은사람』등을출간했다.이효석문학상,현대문학상,오늘의젊은예술가상등을수상했다.

목차

목차
미스조와거북이와나
아무것도아닌것
우리안의천사
영영,여름
밤의대관람차
서랍속의집
안나
해설_공허와함께안에서밀고가기백지은

출판사 서평

출판사서평
“우리는살아갈것이고
천천히소멸해갈것이다”
미소없이상냥하고서늘하게예의바른위선의세계,
삶에질기게엮인이토록멋없는생활들에대하여
낭만적사랑과‘사회’,‘오늘’의거?짓말을거쳐,
상냥한폭력의‘시대’에이르는정이현단편의계보
우리와이곳의‘오늘들’을기록하는작가정이현이세번째소설집을선보인다.사랑은발명된것이라냉소하며실리를추구하는여성들의이야기가담긴첫소설집『낭만적사랑과사회』(2003),거대한사건에가려진개인의고통과상실을그려낸제51회현대문학...
“우리는살아갈것이고
천천히소멸해갈것이다”
미소없이상냥하고서늘하게예의바른위선의세계,
삶에질기게엮인이토록멋없는생활들에대하여
낭만적사랑과‘사회’,‘오늘’의거짓말을거쳐,
상냥한폭력의‘시대’에이르는정이현단편의계보
우리와이곳의‘오늘들’을기록하는작가정이현이세번째소설집을선보인다.사랑은발명된것이라냉소하며실리를추구하는여성들의이야기가담긴첫소설집『낭만적사랑과사회』(2003),거대한사건에가려진개인의고통과상실을그려낸제51회현대문학상수상작「삼풍백화점」이수록된『오늘의거짓말』(2007)을출간한이후,소설집으로는9년만이다.그사이사이정이현은남성중심적가치관의부조리를비틀어보여주며드라마로도제작되어신드롬을일으켰던『달콤한나의도시』(2006),알랭드보통과공동작업한『사랑의기초―연인들』(2012)등동시대인의삶과사랑을증언하는여러장편과산문집을꾸준히내왔고,팟캐스트(낭만서점)를진행하거나가수요조와함께컬래버레이션작업을시도하는등늘‘오늘’에충실하려노력해왔다.
『상냥한폭력의시대』는2013년겨울부터발표한소설들가운데일곱편을추려묶은책이다.2000년대중반정이현소설에따라붙던‘도발적이고발칙하며,감각적이고치밀하다”는수식의절반은지금대체될필요가있다.우리는성장했고,시대는달라졌으며,이에발맞춰정이현도변화했다.그의문장은여전히감각적이고치밀하지만,정이현은이제2010년대와동세대사람들에게서톡쏘는‘쿨함’대신‘모멸’과‘관성’이라는서늘한무심함을읽어낸다.

*
예의바른악수를위해손을잡았다놓으면손바닥이칼날에쓱베여있다.
상처의모양을물끄러미들여다보다가누구든자신의칼을생각하게된다._「작가의말」에서
*
별악의도열의도없이‘모멸권하는사회’
입주자전용엘리베이터가여섯대운행되고있지만직원들은탈수없었다.입주자들과마주치면불쾌감을느끼게할수있다는이유에서였다.언젠가본부장이전체회의에서그것을재차강조했을때나는불쾌감이란단어를혐오감으로대체해보았다.
-「미스조와거북이와나」에서
인간개인의내면그리고사회에는스스로알아차리지못하는심연이있다.
-김찬호,『모멸감』(문학과지성사,2014)에서
정이현이포착한‘오늘’은친절한표정으로무심하게모멸감을주고받는사람들의시대다.이‘세련된폭력’은조금씩모습을바꿔가며소설에등장한다.“인격을비하하거나비아냥거리는태도를취한적은없”지만오히려“타인에게아무태도도취하지않음으로써태도를완성시”키고“번번이타인을불쾌하게만드”는원로정치인‘박’(「밤의대관람차」)이나,늘“돼지”라고괴롭힘을당해왔으나새로전학간학교에서놀림거리조차되지못하는리에에게말한마디걸어오지않는K국의아이들(「영영,여름」)처럼,세대부터국적까지상이한이들의공통점은다른사람들에게무심코일상적인모멸을가한다는것이다.
사랑하는사이에도‘상냥한폭력’은빈번히발생한다.사랑은때로상대가“제멋대로나를침범하고휘젓는것을묵묵히견디게”한다.「미스조와거북이와나」에서아버지는몇년간함께산연인‘미스조’를동네밖친척이나친구들에게소개시킨적이없다.「밤의대관람차」에서이별을고하던남자의과한눈물은어쩌면어린연인을“완벽하게설득시키고꼼짝없이이별을받아들이도록하”기위해필요한위선이었을것이다.
가족간에도마찬가지다.미숙아를갓낳은고등학생딸‘보미’가“의무와책임에대해,매일하는일의귀중함에대해배워가야한다”고믿으면서도,엄마‘지원’자신은보미가낳은아기를무책임하게방치한다.그아기가죽을위기에처하자설레듯가슴이뛰는지원은무섭도록보미를사랑하는게확실하지만,아무래도딸이원하는방식은아닌듯하다(「아무것도아닌것」).
한편,「안나」의‘경’은지속적으로(그러나역시자각하지못한채)주변사람들에게상처를준다.고연봉자남편을만나절실할필요없이살아가는사십대전업주부인그녀에게는영어유치원에제대로적응하지못해입을열지않는아이가가장큰근심거리다.과거에댄스동호회를함께하다학부모와영어유치원보조교사로다시만난‘안나’를잠시의지하지만,경이안나와친하게지낸이유는“현실을잊을수있”을만큼,신경쓸필요없는사람이었기때문이다.“안나와만날때면경은어울리는옷과가방을매치하기위해거울앞에서한참시간을보내지않아도되었고자신이가자고제안한식당이유행에뒤처지는곳이거나맛이없는곳이라상대가실망할까봐마음쓰지않아도되었다.”항상괜찮다,는말을입에달고사는안나는경에게‘좋은’사람이라기보다‘쉬운’사람이었던것같다.과거안나가댄스동호회에서빛을발할적에도“박수를받을일이나이뿐이라”“안됐다”며,자신의열등감을비틀어상대를멸시하기바빴던경은‘상냥한폭력’의살아있는표본이라할만하다.
동시에,경은그간정이현의소설에서빈번하게등장해온속물형인간이기도하다.그러나정이현의지난소설집들에서등장하는위악적인인물형이왜곡된세상을보여주는거울로써기능했다면,이번소설집에서의‘비틀린’사람들은대개위악적이기보다위선적이다.이위선은또한“위장술”이라기보다“호신술”에가깝다.그들이드러내는추문은경우에따라나의얼굴에슨녹과닮아있어서통쾌하기보다한탄을자아내곤한다.그들은다만,“최대한극적인일없이살고싶”(백지은)을뿐이다.

사랑이뭐냐고물으면“위급한상황에처했을때기꺼이증언해줄만큼의작은용기”라고답할것이다.부부는?“대화가없어도,음악이없어도,라디오소리가없어도,사랑이없어도,세상모든소리와빛이사그라진곳에서도어색하지않은관계”.청춘보다좋은점은?“간절할필요가없”다는것.잘하는버릇은?“제삼자의위치를선점해버림으로써당면한문제에대한실무적책임을타인의몫으로넘겨버리”기.[……]무서운것도,어색한것도,간절한것도‘없어보이는’,삶에질기게엮인이멋없는생활들,[……]이생활들은아마도,“결정의순간에아무런결단도내리지못하는방식으로결정해버리고,전생애에걸쳐그결정을지키며사는일이자초한삶의방식”이라고말해야올바를것같다._백지은(문학평론가)
관성이라는진통제
이것은커다란도미노게임이며,자신들은멋모르고중간에끼어서있는도미노칩이된것같았다.종내는모두함께,뒷사람의어깨에밀려앞사람의어깨를짚고넘어질것이다.스르르포개지며쓰러질것이다.
-「밤의대관람차」에서
“세상살이에길들여진이들”(백지은)은드라마틱한불행이없는생활을유지하기위해“더,더독해져야”한다.이소설집에서독하다는건악하다기보다끈질기다는말에가깝다.빈번한“조짐”과“징조”뒤무언가깨지고들이닥친다해도그것은세계멸망같은완전한파국이아니므로사람들은어떻게든살아간다.“우리눈에보이지도않”지만“걸을때마다발바닥에스”치는“유리파편”같이자잘한고통을기꺼이감내하면서(「아무것도아닌것」).
집주인이전세가를올리겠다고하자삼십대부부‘진’과‘유원’은고민끝에매매가가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