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다 한 사랑이 너무 많아서 (황인숙 시집)

못다 한 사랑이 너무 많아서 (황인숙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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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황인숙의 시에서는 비유나 은유, 상징이 물러난 자리에, 현실에 리듬을 부여하는 명랑이나 현실에 조금 젖어들게 하는 우수의 생생한 발화들이 들어찬다. 그 삶의 리듬이 우리를 찾아와, 우리를 거리로, 그의 현실로, 그의 과거와 현재로, 그가 비워낸 저 공간으로, 지하에서 지상으로, 지상에서 지하로, 골목에서 다시 골목으로, 계단, 층계, 물에 젖은 저 포도 위로 흐른다. 그의 시는 가슴도 정신도 없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지금-여기, 삶이 뿜어내는, 삶 속에서 숨 쉬고 있는 우수와 명랑의 타자들이다.
저자

황인숙

저자인시인황인숙은1958년서울에서태어나,서울예대문예창작과를졸업했다.1984년『경향신문』신춘문예에시「나는고양이로태어나리라」가당선되면서시단에데뷔했다.시집으로『새는하늘을자유롭게풀어놓고』『슬픔이나를깨운다』『우리는철새처럼만났다』『나의침울한,소중한이여』『자명한산책』『리스본행야간열차』가있다.동서문학상(1999)과김수영문학상(2004)을수상했다.

목차

그림자에깃들어
우울
달아달아밝은달아
마음의황지
반짝반짝작은별
갱년기
루실
겨울밤
길고양이밥주기
따끈따끈지끈지끈
떨어진그자리에
장마에들다
세월의바다
슬픈家長
칠월의또하루
영원히는지키지못할그약속
묽어지는나
걸음의패턴
아현동가구거리에서
저구름흘러가는곳
커다란여름아래서
황색시간
또,가을
눅눅한날의일기
삶의궤도1
삶의궤도2
삶의궤도3
소녀시대
걱정많은날
몽롱한홍수
못다한사랑이너무많아서
일출
송년회
철지난바닷가
숙자이야기1
숙자이야기2
중력의햇살
고양이가있는풍경사진

파동
꿈속에그려라
꽃에대한예의
열쇠는일요일
바다의초대
봄밤
이름모를소녀
마스터
해바라기시간
개미핥기
탱고
어떤여행
비온날숲밖에서
세월의바람개비
근황
11월
운명의힘
술래
그자리
새로운이웃
오,고드름!
해피뉴이어!

반죽의탄생
미열(微熱)
우리아닌우리
토요일밤의희망곡
일몰(日沒)
애가(哀歌)
당신의지하실
고통
불시착
바다의선물
서녘
생활의발견
슬픈권력
그젊었던날의여름밤
미로
영원
론리조지
골목의두그림자
겨울밤
이렇게가는세월
선방(善防)1
세입자들
입춘
약속
아침의산책
친척
월식(月蝕)
포커칸타타
해설|명랑과우수,그리고삶,오로지삶ㆍ(조재룡)

출판사 서평

‘오로지삶’속에뿌리내린우수와명랑의타자들

1984년등단한이후줄곧,독특한탄성과비상의언어로지상위생명들,삶의순간들에상상력의활기를불어넣으며세상가장‘시적인만남’을주선해온시인황인숙이일곱번째시집『못다한사랑이너무많아서』(문학과지성사,2016)를출간했다.2007년『리스본行야간열차』이후햇수로무려10년만에선보이는시집이다.90편빼곡히채운이번시집에는황인숙특유의우수와명랑,리듬을놓치지않는시적상상력외에도,누구도비껴갈수없는세월의흐름과마주하는그의“마음의황지”가,어둔밤그림자가깃든골목길위로내몰린사람들과길고양이들을품어안는그의“생활의발견”이함께세들어있다.하루도거르지않고이둘사이를오가는시인의분주한발걸음은그의시를가능케하는,깨어있는감각의원천이자모든생명의존재의지를저버릴수없다는그의삶의태도이기도하다.(“꽃을버리는건/버릇이되지않는다/버릇처럼피어나/버릇처럼시드는/꽃을”―「꽃에대한예의」)

해방촌언덕,한동네에오래살아“맹랑하지도허무하지도/간질간질하지도않은/하루,또하루”(「이름모를소녀」)속의시인에게“들썩들썩떠오르는오랜기억”과“먼지처럼가라앉힌삶의숱한에피소드들”은우울과슬픔과망연함으로되살아나는통점이기도할것이다.(“나는슬픈마음을짓뭉개려걸음을빨리한다/쿵쿵걷는다/가로수와담벼락그늘아래로만걷다가/그늘이끊어지면/내그림자를내려다보며걷는다”―「그림자에깃들어」)애써감추지않는그의마음하나,“이런,이런,/건들거리던내마음/이렇듯초조하다니”(「갱년기」),그리고황급히뒤따르는또한마음,“놓쳐버리자,저열차!”더는슬픔이아니라고말할수없을때에도삶의여백과여유를단단히비끄러매고가는황인숙의시들이다.(“생계가나를부산스럽게만들지라도/그래서슬퍼하거나노하더라도/호시탐탐/석양에신경좀쓰고살으리랏다”―「황색시간」)

“아무도없어도될그날까지/고양이들아,너희핏줄속명랑함을잃지말렴!”(「길고양이밥주기」)어쩌면시인자신에게던지는말이기도할이다짐에서우리는삶의기반이허술한사람들과그마저도없는동물들을저버릴수없는시인의변함없는근황을엿보게된다.누추하고고통스러운현실의압박과삶의피로,이‘징그러운’사람중심의세상살이에서이만큼의절절하고또‘싱그러운’시를길어내는일,그언어로꿋꿋하게자신의삶을살아내는일,자신못지않게타자의삶과소리에골똘하고골몰하는일,모두시인황인숙이어서가능한일일것이다.

나는살아있다
우리를오래살리는,
권태와허무보다더
그냥막막한것들,
미안하지만사랑보다훨씬더
무겁기만무거운것들이
있는것이다―「그젊었던날의여름밤」부분

나는왜항상
늙은기분으로살았을까
마흔에도그랬고서른에도그랬다
그게내가살아본
가장많은나이라서

지금은,내가살아갈
가장적은나이
이런생각,노년의몰약아님
간명한이치

내척추는아주곧고
생각또한그렇다(아마도)

앞으로!
앞으로!
앞으로,앞으로!―「송년회」부분

이상하다
거품이일지않는다

어제는팔팔했는데
괜히기진맥진한오늘의나
거품이,거품이일지않는다

쓰지않아도저절로
소진돼버리는
생의비누의거품―「묽어지는나」전문

차라리얼른저버릴까
영원히는지키지못할그약속
가슴저미네
영원히는뛰지못할내가슴―「영원히는지키지못할그약속」부분

달의고드름아래
뱃속까지얼어서
죽을때까지살아있는
길의사람들
길의고양이들
밖에두고문을닫네―「겨울밤」부분

그이는거기공용주택
어딘가에사는사람
자주마주치나한번도서로
눈을마주치지않은사람
주차장출입구에의자를놓고흐릿하게앉았거나
손녀것같은분홍색자전거를타고
그늘진골목을왔다갔다하던사람
이윽고그사람골똘한자세로
발톱을깎는다

그사람보안등불빛아래서손톱을깎고발톱을깎는다
나는그소리를듣는다,숨죽인어둠속에서

가가호호잠꼬대처럼
손톱이자라고
발톱이자라고
손톱이자라고
발톱이자라고―「골목의두그림자」부분

하얗게

하얗게

눈이시리게
심장이시리게
하얗게


네밥그릇처럼내머릿속


아,잔인한,돌이킬수없는하양!
외로운하양,고통스런하양,
불가항력의하양을들여다보며

미안하고,미안하고,
그립고또그립고―「못다한사랑이너무많아서」전문

“황인숙의시에서는비유나은유,상징이물러난자리에,현실에리듬을부여하는명랑이나현실에조금젖어들게하는우수의생생한발화들이들어찬다.우리는그의경제적인언어,절제된표현,일체의허식을지워버린기술,단문의구성,간투사와의성어의적절한배합,회화의어법,지문과도같은독백의배치를통해,한결가벼워지면서그의미가중층으로조용히번져나가는시의흐름에몸을내맡기게된다.〔……〕그삶의리듬이우리를찾아와,우리를거리로,그의현실로,그의과거와현재로,그가비워낸저공간으로,지하에서지상으로,지상에서지하로,골목에서다시골목으로,계단,층계,물에젖은저포도위로흐른다.그의시는가슴도정신도없는시대를살아가고있는지금-여기,삶이뿜어내는,삶속에서숨쉬고있는우수와명랑의타자들이다.”_조재룡(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