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의 황홀 (명지현 소설집)

눈의 황홀 (명지현 소설집)

$13.11
Description
비극적이고 고통스런 삶 속에서 발견하고 보여주는 찰나의 희열!
2006년 현대문학으로 등단한 이래 문학적, 사회적으로 왕성하게 활동해온 명지현의 두 번째 소설집 『눈의 황홀』. 다채로운 소재와 과감한 묘사로 맵고 독하지만 중독적인 이야기를 구사해온 저자의 이번 소설집은 여전히 어둠 속에 있는 우리의 오늘 앞에 다른 세계, 빛나는 생의 황홀을 열어 보이는 여덟 편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저자는 우리에게 만들고, 부수고, 또 다시 궁극의 무언가를 만들기 위해 매진하는 자들, 그중에서도 자기 삶에서 주체성을 되찾고 나 자신으로 살아가고자 분투하는 용감한 존재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유기된 아이, 비혼모처럼 사회적으로 소외되고 차별받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흙과 실리콘 뼈로 만들어진 인간이나 로봇처럼 비(非)인간으로서 최소한의 존엄마저 빼앗긴 존재들을 이야기 주체로 등장시켜 주도권을 박탈당하고 존엄마저 탈취되어버린 생을 온전히 자기 것으로 되돌리기 위한 약자들의 고군분투를 담담하고도 따뜻하게 그려낸다.
저자

명지현

저자명지현은1996년서울에서태어나2006년『현대문학』으로등단했다.소설집『이로니,이디시』와장편소설『정크노트』『교군의맛』이있다.

목차

눈의황홀
네로의詩
하양
숲의고요
실꾸리
흙,일곱마리
구두
단어의삶

해설“네가다른것이되고자소망한다면”_오혜진
작가의말

출판사 서평

진흙탕에발붙인채시리게빛나는생의황홀
버리고불태우며나아가는극한예술의경지



2006년현대문학으로등단한이래11년간문학적으로도,사회적으로도왕성하게활동해온작가명지현의두번째소설집『눈의황홀』이출간되었다.광고회사카피라이터와방송사다큐멘터리작가로도십수년간일해온이력의소유자답게명지현은다채로운소재와과감한묘사로‘맵고독하지만중독적인이야기’를구사해왔다.그는사회문제에도적극적으로목소리를내며2009년‘작가선언69’에동참해용산참사현장에서1인시위를,2014년광화문광장에서는세월호특별법제정을요구하는릴레이단식을하는등구체적실천을꾸준하게이어온작가로도유명하다.“작가란기본적으로서러운자들의편”이라는신념과,“머릿속에다른세계가있어,글을쓸때너무나행복하다”는그만의개성과창의력이만나명지현의소설세계에선진흙위에황홀이핀다.비극적이고고통스런삶속에서도‘찰나의희열’,눈이시릴만큼찬란한아름다움이있음을명지현소설은발견하고보여준다.이번소설집에서는만들고,부수고,또다시궁극의무언가를만들기위해매진하는‘호모파베르(HomoFaber,만드는자)’들,그중에서도자기삶에서주체성을되찾고나자신으로살아가고자분투하는용감한존재들의이야기가단연돋보인다.여전히어둠속에있는우리의오늘앞에명지현이펼쳐보이는여덟개의‘다른세계’,빛나는생의황홀이열리기시작했다.


극한예술의경지를향한맹목적열정

어머니.가품을진품으로만들려면제목숨을바쳐야하지요?꽃을만드는이들이자결했던이유는하나,범부가볼수없는것을얻기위함이지요.우리는제몸을던지고서야왕가의꽃을생물로살려내고대대손손영화를보장받았습니다.그것이우리에게주어진엄숙한전통이자일종의저주가아니던가요.남은길은이것뿐입니다.천상의꽃들이저를기다리고있네요.[……]어머니,제딸의목을조르라는말씀인가요?성치도않은그애가아름다운것을볼수있을까요?사람구실못하는병신에게도천상이보일까요?어머니,어머니.저는꽃을사랑해요,세상의하찮은모든것이다꽃으로보여요.저애도작은꽃봉오리에지나지않아요.어느누구보다곱게피어날제딸이랍니다._『눈의황홀』,pp.11~12

명지현은창작욕망에들린예술가-장인들의뜨겁고맹목적인열정,‘세상에없는것’을만들고자하는처절한지향을오랫동안공들여묘사해왔다.전작들에서벌레들이만드는빛의회오리를보겠다고눈속에벌레를키우다시각마저포기해버린도예가(「충천」)나,매운음식에조금씩독가루를넣어사람을홀리는치명적인맛을내는덕은(『교군의맛』)이보여준예술가들의광기(狂氣)는이작품집에서도여전히충격적이다.표제작「눈의황홀」에서는할머니·어머니·손녀로이어지는화장(花匠)삼대가‘진정한아름다움’을재현하기위해매진하다못해‘저승에나가야본다는천상의꽃’을보려고자기목을,심지어딸·손녀의목까지조르는괴기한집착을다룬다.지옥에살더라도끝내이루고말어떤경지를향한지독한갈망은읽는이를매료시키고뜨겁게한다.


존엄마저약탈된작은존재들에게해방을

13은부지런히고양이를만들었고형제들은새로운존재가깨어날수있도록이름을불러주었다.하나가깨어난뒤로그다음은점점가속이붙었다.존재는무엇일까.형태인가,의식인가.세상의모든것들은우리처럼이렇게의식과판단을가지고도숨죽이며살아가는것이아닐까.흩날리는눈발과푸른나무와강물,조약돌과들풀,반짝이는저햇살들도실은우리처럼끼리끼리대화를나누면서살아가지않을까.그렇구나.그들도우리와다르지않고우리도그들과다르지않다.꼭같을것이다.각자가진길을지닌채이렇게저렇게살아가는것이다._「흙,일곱마리」,pp.198~99

‘나는김유정이라는작가가아니외다.다만그의심정을알것같아이와같은글을남기오니……인간이유한하므로살고자하나……반복되는삶을벗어날방법은오로지……’굽이굽이넘어가는만연체의길고긴문장.풍경만으로봐도자갈처럼단단한글줄이었다.김유정은자신의분신을없애기위해노력했다.아니,그의분신은그를존엄하게보존하고자노력했다.선후가뭔지는몰라도그는나의책이었고내게다가온몇가지낱말이었다._「단어의삶」,p.262

작가는유기된아이(「실꾸리」),비혼모(「구두」)처럼사회적으로소외되고차별받는사람들뿐만아니라흙과실리콘뼈로만들어진인간(「흙,일곱마리」)이나김유정로봇(「단어의삶」)처럼비(非)인간으로서최소한의존엄마저빼앗긴존재들을이야기주체로등장시킨다.특히「흙,일곱마리」에등장하는흙-인간들은전쟁터에팔려나와인간살상기계로소모되던중동기들과다시모여흙-고양이로새로태어나는데,이를통해하찮다고여겨지는존재들을함부로학대하고조종하려드는문명의폭력에적극적으로저항하려는강한의지를보여준다.소설말미망루를넘어집으로달려가는고양이떼가일으키는자욱한먼지구름에서전해오는해방감과통쾌감또한강렬하다.한편「단어의삶」의김유정의복제품인김유정-로봇은“그(김유정)를존엄하게보존하고자”스스로고철이되길열망하고실제로시도한다.주도권을박탈당하고존엄마저탈취되어버린생을온전히자기것으로되돌리기위한약자들의고군분투를담담하고도따뜻하게그려내는명지현작가의특장이그의소설세계를단지자극적이고독특한것만이아닌,“현실의지배적인윤리와미학을심문에부치는‘치명적인’이야기”(문화연구가오혜진)로탄생하게한다.